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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하 “선배 기분 나빠요.” 유키노 “히카가야, 기분 나쁜데”

나에+ 2015. 1. 1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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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하 “선배 기분 나빠요.” 유키노 “히카가야, 기분 나쁜데”]

가을도 슬슬 끝나가고, 머지않아 머플러를 두른 여자들이 거리에 넘쳐나는 계절이 온다. 머플러를 두른 여자의 장점은 턱 라인이 가려져서 살이 찐 여자도 턱이 네모난 여자도 그럭저럭 예쁘게 보인다는 점이다. 단지 보고 있기만 하는 거라면 진짜 얼굴 따윈 아무래도 좋으니까, 화장도 자신 있게 하자고, 모두들!

“우와, 혹시 지금요, 웃으셨던 거에요? 조금 소름 끼쳐요.”


봉사부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눈썹을 찡그리며 말을 걸어온 건 잇시키 이로하였다. 황갈색 빛 머리카락이 흔들 거리며, 동글동글한 눈동자로 올려다보는 듯이 말을 걸어오면 설사 그게 매도라고 해도 뿅가버리고 만다. 남자의 슬픈 본능이다. 하지만, 마음은 그녀를 받아들이려고 해도, 이성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 천연 포근포근 처녀(미확인) 비치를 상대로 방심해버리면 뼛속까지 빨려버릴 것 같으니까……빨려버리나?


“……후힛”
“우와아, 이건 학생회장 권한으로 퇴학시켜야 겠는데요….”


아니 그거 어디의 감옥학원? 그렇게나 야한 모습으로 감시해주는 거야?
잇시키는 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게 걸음으로 일부러 나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로 우회했다. 그 약은 성격이 학생회장이 된 원인이겠네. 하며 나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잇시키가 사라지는 걸 확인하기 전에 한걸음 내딛는다.


“아, 참”

잇시키는 “그래, 교토에 가자”는 듯한 느낌으로 교복 소매를 잡았다. 아니, 게 걸음 하고 있었던 의미 있었던 거야? 귀여운 아이 어필하고 싶었던 것뿐이냐. 귀엽긴 했지만.

“………놔. 옷 늘어나잖아.”
“그 속 마음은요?”
“귀찮은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선배, 인기 없죠…….”
“보면 알잖아. 이게 발렌타인데이 때 쵸콜렛 받을 수 있는 남자로 보이냐?”
“받는다고 해도, 안엔 돌이 들어가있을 것 같네요.”


이 연상 게임을 계속하고 있으면 나는 죽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날 것 같아서, 그 대로 발길을 옮기기로 했다. 아무래도 여자애한테는 지는 거겠지. 나도.

“것 참 고맙네. 그럼.”

일단 평소보다 천천히 한 걸음 내딛는다. 만약 내 행동 때문에 넘어졌으니까 위자료 내놓으라던가 하면, 남은 내 인생 새카마니까. 빚이 있는 전업주부 지망의 남자 따윈, 아무도 받아주지 않잖아.
하지만, 나는 그녀의 천연 레벨에서 생성되는 약삭빠름을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저, 잠, 그렇게 갑자기 가시면……꺄앗”

네, 부인 들었사와요. 이 아이, ‘꺄앗’이라고 말했어요. ‘꺄앗’이라고요. 그런 소린 노리고 있지 않으면 낼 수 없으니까 말이죠. 아니, 그게요 부인.


-----------이 아이, 천연이에요.

등에 소녀의 무게가 느껴진다. 어쩐지 내 복부에 달라 붙은 잇시키는, 그 모습 그대로 멈췄다.

“휴-, 위험했다구요. 다행이야. 다행.”
다행은 뭐가. 이대로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본다면 학교에서의 내 입장이………아,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지. 테헷☆

“치한가야. 너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니?”
“우와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청춘 러브 코미디에서 너무 자주 쓰여서 너덜해진 걸레처럼 해져버린 상황, 앞에는 귀신, 뒤에는 악마. 어딜 봐서 러브 코미디인데….

“왠지 선배 등, 편안하네요.”

라고 말하며 어째선지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잇시키한테 유키노시타의 표정이 험악해져 간다. 결과론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을 제치고 학생회장이 된 여자가 복도에서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한테 안겨있는 거니까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한 거지만.

그치만 뭐냐, 온갖 각도에서 코마치가 안긴 적이 있다고 해도 이게 다른 사람이 안기면 또 다른 느낌이 드는데. 심장이라던가 엄청나게 쿵쾅대고 있고.

“편안하다고 해도 해서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이 있잖냐. 이런 건 사귀는 사람한테 해라.”

등에 얼굴을 딱 붙이고 있었기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잇시키는 평소처럼 살랑거리는 어조로,

“으응-, 그럼 선배하고 사귀어 버릴까요오-.”
하고, 말했다.

내 입가가 풀어지는 것과는 달리 유키노시타의 표정이 괴물을 만난 것 같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해간다. 아니, 내가 여자 애한테서 고백 받는 게 그렇게 믿을 수 없는 거야? 응, 나도 믿을 수 없지만(웃음)


“뭐, 당연히 무리지만요.”

잇시키는 거리를 두면서 싱긋 웃는다. 꽤나 새게 누르고 있었는지 이마가 빨개져 있었다. 내 온 몸이 빨개진 사실은 조금은………두근두근 거린다.

“무리냐.”
“어, 선배, 누구하고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하셨던 거에요? 자기 분수를 모르시네요.”

약삭빠른 여고생이 하는 패션 랭킹 톱 5에 들어가는 절반 정도 손을 가리는 스웨터 소매를 입가에 대고 거절하는 듯한 몸짓을 보인다.

“잠깐만, 잇시키”
어, 혹시 유키노시타씨, 저를 변호해 주시는 건가요?

“히키가야는 그런 생각을 하진 않는단다. 자신의 왜소함을 이해하고는 누구에게도 폐가 되지 않게 살아가는 게 그의 스타일이니까.”

변호 아니거든. 오히려 기절한 사람을 둔기로 때리는 것 같은 엽기적인 발언이다.
그녀 치고는 드물게 추가로 말을 잇는다.

“애초에 잇시키, 너 히키가야한테 너무 의존하는 거 아니니? 매일 방과후가 되면 학생회에 가기 전에 여기에 들렀다가 가고, 점심 시간에도 2학년 복도를 몇 번이나 돌아다니고 있잖니.”

……………어? 진짜?
너무나도 놀라운 사실에 잇시키의 얼굴을 보자,


“……………흣…”

얼굴을 새빨갛게 하곤 떨고 있었다.
하지만 유키노시타의 추격은 멈추지 않는다.


“어제만 해도 차랑 드세요 라며 수제 과자를 가져왔지만, 나와 유이가하마도 히키가야한테 돌아가지 않도록 먹는데도 한계가 있으니까 적당히 했으면 하는데?”

………………………엇?

“우우………이제 시집 못가요.”

잇시키는 얼굴이 이름처럼 붉은색으로 물든 순간, (잇시키 = 일색)


“이렇게 된 이상은 히키가야 이로하가 될 거에요오오오!”


꼭옥 소리가 날 정도로 달라붙었다. 그러자, 유키노시타도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내던지고는,

“그렇게 되게 허락하지 않겠어. 그는 봉사부의 부원이니까.”

하며, 나에게 달라붙은 잇시키의 팔을 필사적으로 때내려고 하고 있다.
나는 상황을 종잡을 수 없는 것과 잇시키가 부드럽다는 것, 그리고 유키노시타의 필사적인 표정이 귀엽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후힛”

그 표정은, 역시 기분 나쁘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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