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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여자애의 마음, 회수합니다.

나에+ 2015. 2. 1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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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의 마음, 회수합니다.]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912558





“선배, 이거 받아주세요!!”


동글동글한 커다란 눈과 댕기머리가 귀여운 소녀. 리본 색상에서 짐작하기에 1학년인가. 라고 할까 애초에 ‘선배’라고 말하고 있잖아. 희미하게 뺨을 물들이며, 소매로 반쯤 가린 손으로 작은 상자를 조심스레 내밀어온다.


“고마워. 사양하지 않고 받도록 할게.”


“기뻐요! 열심히 만들었는걸요!!”


“어, 그런데 넌….”


“그, 그럼 전 이제 가 볼게요!!”



이름을 물어보기도, 듣기도 전에 발걸음을 돌려 전력으로 대쉬. 방과후 복도에 탁탁하는 실내화의 소리가 멀어지고, 모퉁이 근처에서 “까아-”하는 여자애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꽤나 많이 모이는 구나. 의외인데.”


“솔직히, 내가 제일 놀라고 있는데”


“놀란, 다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쁜 듯이 보이는데”


“무슨 소리, 이런 상황에서 착각할 리가 없잖아?”


“정말 그런 걸까.”


방금 받은 작은 상자를 커다란 종이 봉투에 넣으면서, 후우- 하며 한숨을 내쉬는 유키노시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때보다도 한층 말에 가시가 돋혀있다.



“일반동의 복도는 이정돈가. 다음은 어딘데?”


“체육관 뒤야. 오늘은 나중을 사용할 수 없으니까(예정이 있으니까) 서두르자.”


“나중이라니…. 이제 몇 군데면 끝나잖아.”



“시, 시끄럽네. 나에게도 이런 저런 사정이 있단다. 됐으니까 서두르도록 하렴!”


그러고 보니 유키노시타도 일단은 동급생 여자애니까, 이런 저런 게 있겠지. 여하튼 오늘은 1년에 한 번 있는 발렌타인. 제과 업체의 싼 도발에 넘어간 여자애들이 마음에 둔 남자를 초콜릿으로 포박해도 되는 날이라고 정의되고 있지만서도.


뭐, 우리들이 이런 리얼충 흉내 같은 걸 하고 있는 것도, 확실한 이유가 있다.





Xxx





[초콜릿의 회수, 왜 또?]


사건의 발단은 지난 금요일. 웬일인지 우리들을 교무실로 부른 히라츠카 선생님.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 구나 하고 생각했더니 이것 또한 의외의 의뢰. 발렌타인 초콜릿을 여자애들한테서 회수하라는 이야기였다. 아니, 하나도 의미를 모르겠어.




[의뢰 내용을…. 잘 모르겠는데요.]


유키노시타의 의문도 당연하다. 발렌타인 초콜릿은 나쁜 게 아니니까 회수할 필요 따윈 없다.


[유키노시타, 기회와 용기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있는 건 아니란다.]


[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건네지 못했던 초콜릿을, 그대로 집에 가져가는 여학생의 기분을 생각하려무나.]



왠지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교직원 분들도 손수건으로 눈가를 누르며 고개를 숙여버리기도 했고. 라니, 이거 어느 쪽이냐고 하면 여학생들이라기보단 히라츠카 선생님에게의 동정이라는 의미가 강한 것 같은 같은데요.


[요점은, 전할 기회를 놓쳐버린 초콜릿을 여자애들한테서 회수하면 되는 거군요]


[그 말대로다. 유키노시타]


뭐, 현내 유수의 진학 학교인 만큼 학생 관리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좀 지나친 게 아닌가요? 애초에 교단에 서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의뢰가 아니다. 유키노시타 녀석도 어딘가 납득이 가질 않는지 턱에 손을 대거나 하면서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그건 좋다고 쳐도, 어째서 저와 유키노시타 둘이선가요. 유이가하만요?]


[음, 유이가하마는 이 일에 대해선 침착하게 대응 할 수 없으니까 말이지. 아수라장이……핫!]


[아수라장…. 뭔가요 아수라장은?]


[아무것도 아니다.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거라]



아니, 신경 쓰이거든요? 아무리 봐도 동요하고 있는 것 같고, 초코를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던가 하고 있고, 아니 애초에 교무실은 금연일 테고, 수상한 것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다.



[그럼, 이게 회수 위치 리스트다. 여학생들한텐 사전에 안내를 해 둘 테니까]



허둥대며 다음 일로 밀어붙이며, 우리들을 돌려보내려고 하는 히라츠카 선생님. 역시 이상하다. 다른 선생님을 보자 눈을 마주치기 직전에 허겁지겁 어디론가 가 버리고, 읽고 있는 신문도 거꾸로라는 점이 한층 더 미적지근한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히라츠카 선생님…. 회수하는 건 정말 전하지 못했던 초콜릿인가요?]



쏘아보는 듯한 눈으로 유키노시타가 다시 묻는다.



[다…. 당연하지 않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 물어 보는 거 아니다]



그때, 어째서 히라츠카 선생님은 눈을 피했던 걸까……. 수수깨끼군.






Xxx







“그건 그렇고, 모은 초콜릿은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


체육관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둘이서 나란히 걸어간다. 역시 밖은 춥구나. 유키노시타도 마찬가진지 필요 이상으로 거리를 좁혀온다. 어깨로부터 전해지는 부드러운 체온을 느끼곤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뛴다.




“글쎄. 히라츠카 선생님이니까 술안주라도 하는 거 아니겠냐”


“멍청한 소리라고는 생각하지만, 어째선지 부정 할 수가 없구나.”


체육관 창고의 옆을 지나 버스대로와 맞닿은 곳에 있는 뒷면으로. 이곳은 건물의 모서리 부분이기에 바닷바람도 가려지고, 햇빛도 들지 않아서 꽤나 따듯하다. 점심시간의 베스트 플레이스를 여기로 할까나.




“히키……가야?”


기둥의 그늘에서 체격이 작은 소녀. 이래서야 마치 유키노시타와 파티라도 짜고 아이템 찾기 여행을 계속하는 용사와 같은 그런 기분이 되어버릴 것 같다.



“그렇긴 한데. 그러니까. 너는?”


“저기…. 초콜릿을 받아주셨으면 하는데요.”



옷 칼라에 붉은 리본, 아무래도 유키노시타와 같은 2학년이지만 전혀 안면이 없다. 뭐, 나의 경우엔 설령 같은 반이라고 해도 기억하고 있을지 어떨지 의심스럽지만.



“추운데 밖에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으으응. 난, 저기…. 괜찮았으니까.”



작은 종이봉투를 양손에 쥐고는 머뭇거린다. 짧은 앞 머리를 만지작대면서 침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귀여운 아이라도 마음에 둔 그에게 초콜릿을 건네지 못했던 걸까. 왠지 유감스럽다고 생각된다. 내가 이 애의 오빠라면 상대 남자애를 한방 날려줄 것 같은 기분이다.



“저기, 이거…. 열심히 만들었어요.”


봉투 속에 손을 넣고는, 예쁘게 포장 된 작은 상자를 살포시 건넨다. 상당히 정성이 들어있다는 느낌으로, 크기에 비해 꽤나 무겁다. 상자를 받을 때, 여자애의 입술이 움직이며 뭔가 중얼거렸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응, 뭐라고 했어?”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열어봐.”



“어, 괜찮아?”


끄덕끄덕, 강하게 긍정하는 모습이 어딘가 작은 동물 같아서 사랑스럽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의뢰는 초콜릿의 회수뿐이었지만, 아무래도 상자 안의 내용을 보는 것까지도 허락되어 있는 걸까? 하며 생각하고 있자마자 옆에서 본인이 포장 뜯어버렸고.



“헤에, 너 요리 잘 하는 구나.”


“아냐. 나, 전혀 못해.”



아니아니, 아마추어의 눈으로 봐도 멋진 솜씨. 이대로 가게에 늘어놓는다고 한들 구분하지 못할 정도. 이 정도 솜씨라면 겸손이라던가 할 게 아니다.


“이런 거 받으면, 엄청 기쁠 거라고 생각하는데”


“엣, 정말?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주는 거야?”


“뭐,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그래, 히키가야는…. 상냥하구나.”



슬쩍, 뒤에서 서있는 유키노시타한테 눈을 돌린다. 잠시 서로 바라보고 있는 건가?하고 생각하자, 갑자기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본다. 뭐야, 너희들 아는 사람이었다던지 그런 거였어?



“조금은 용기가 났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볼게///”



Xxx


“히키가야는, 저런 타입이 취향이었던 거니?”


“타입이라니, 대체 무슨 소린데?”


“조금 전의 그런 여자 같은 여자애를 좋아하냐고, 묻고 있는 거야.”



체육관 뒤에서 돌아와서, 다음 회수 포인트인 ‘승강구’로 향하는 길에 아무래도 언짢음 스위치가 켜진 유키노시타와 의미없는 논의의 대답. 도대체 어디서 스위치가 켜져 버린 거냐. 너. 


“딱히, 그런 대상으로 안 봤는데”


“거짓말…. 짧은 머리에 체형이 작은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뺨을 부풀리고 흥흥, 하며 화도 풀리지 않는 모습. 잘 다듬은 긴 머리를 만지고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노려본다. 평소에 총명하고 냉정한 녀석인 만큼, 이럴 때의 대처법은 도저히 모르겠다.



“어딘가, 코마치와 닮았었던 같네.”


“그러냐?”


“그래. 히키가야. 조금 시스콘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런 말을 들으니 열심히 하고 있고, 작은 동물을 닮은 부분이 닮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걸 말했다간 세상에 있는 여자의 상당수가 검색 조건을 충족해 버리잖아. 뭐, 시스콘에 대한 거라면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뭐니, 히죽히죽대고는.”


“안 그랬거든?”


“했어! 부끄러워 질 정도로 히죽히죽대고 있었어!”


“그러니까 히죽댄다던가 안 했다니까.”


“히죽댔어! 정말이지, 진짜 싫어!!”




승강구가 가까워지면서 방과후에 늦게까지 남아있던 학생들도 늘어나고, 큰 소리로 말다툼 하고 있는 우리들은 싫어도 주목 받게 된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사랑싸움?’이라던가 ‘아수라장?’이라던가 하고 작은 소리고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만, 우리들, 그런 기쁘면서도 부끄러운 관계 아니니까.


“저기요…. 바쁘신 와중에 죄송한데요.”


뺨을 살짝 긁으면서 미안하다는 듯이 다가오는 여자애. 아무래도 이번엔 3학년 인 것 같지만, 과연 최상급 학생. 이런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는다니, 대단해.



“저기…. 초콜릿, 받아주셨으면 해서요.”


“아, 기쁘게 받겠습니다.”



오늘 하루 초콜릿 회수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던 덕분인지, 왠지 절차도 간소화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는 그런 생긋이 웃는 얼굴로, 두 팔을 뻗어, 남은 건 작은 상자가 놓여지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 일 일인데도 아무리 기다려도 의아한 얼굴 그대로 움직임이 없다.



“왜 그러세요?”


“저기…. 네 여자친구가, 뒤에서 조금 무서운데”


“어? 뒤에요? 여자친구?”



그런 말을 듣고 뒤돌아 보자, 눈에 가득히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유키노시타가 블레이저 코트 자락을 꽉 잡고 엄청나게 노려보고 있다. 뭐냐. 분명히 아까 ‘정말 싫어’ 라던지 하고 말했으니까 틀림없이 먼저 부실이라던가 돌아가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뇨, 유키노시타는 여자친구라던가 그런 게 아니니까요.”


“정말?”


“정말이에요. 저희는 그냥 단순한 동아리 동료라니까요.”




“그치만, 여자애들 사이에선 유키노시타가 좋아하는 남자애라고…흐읍!”


몹시 당황하는 유키노시타한테 입을 막히는 3학년 선배. 여기서도 합기도 단련이 나타나고 있는 건지,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의 신속함. 라니, 아니 애초에 상급생에게 실례잖아. 그거. 네가 좋아하는 남자애 이름 알고 있다고 해도 기밀 보호를 적용해서 퍼트리다던지 안 한다고.



“서, 선배, 초콜릿은 확실히 받았으니까요.”



“그, 그러네…. 그, 그럼 유키노시타. 이제부터는 사이 좋게 지내자.”


“응원, 감사합니다.”



가슴 앞에서 작게 손을 흔들며 승강구를 뒤로 한다. 응원이라니 무슨 밀인데. 대체.






Xxx





“이야, 오랜만에 잘도 일했구나.”


“그렇구나.”


“그런데 회수한 초콜릿은 어떻게 하려는 거지?”


“몰라”



히라츠카 선생님으로부터의 의뢰도 일단 끝냈고, 부실에 다시 여유롭게 있고 싶지만, 역시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이상하다. 조금 전부터 한 마디 이상의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언짢아진 이유를 모른 채 이 이상의 지뢰를 밟는 것도 위험할지도.




“뭐, 의뢰였던 초콜릿 회수도 끝났고, 돌아갈까.”



“기다리렴! 아직 끝나지 않았어!”




통학 가방을 열고, 안에서 핑크색의 작은 상자를 꺼냈다고 생각하니, 몇 걸음 다가와서 양손으로 눈 앞에 내민다.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있고, 기분 탓인지 어깨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엇! 설마 유키노시타도 초콜릿 전해지 못했던 거야!?”




“그래…. 전하지 못했어.”



다시 한 걸음, 거리가 좁혀진다. 유키노시타 정도 되는 여자애도 마음을 전하지 못하다니, 지금까지 바보취급 하고 있었지만 발렌타인은 꽤나 난이도가 높은 것 같다. 조금은 반성하자.



“뭐, 의뢰하는 겸 받아두는 거지만, 이왕이면 마음은 전해두는 게 좋을 걸?”



어떠냐, 말해줬다고! 우리사이에 일부러 흑역사를 편찬하고 있는 거 아니라고? 아무랬든, 우선은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으니까.



“히키가야로서는 꽤나 괜찮은 말을 하는 구나…. 놀랐어.”


“칭찬을 해주시다니, 영광이네요.”



또 한걸음 가까워져, 이젠 속눈썹의 개수 같은 것도 셀 수 있을 정도의 거리. 시선은 피하는 일 없이 똑바로 이쪽에 고정하며, 초콜릿 상자를 양손으로 눈 앞으로 올린다. 



“확실히, 초콜릿을 건네는 것만으로는, 둔감한 누구에겐 전해지지 않겠구나.”




“마음은, 전해야만 의미가 있다, 고도 하니까.”










“…………………좋아해///”





(끝,…리얼충, 폭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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