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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하루노처럼(VII) -fin

나에+ 2015. 2. 1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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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마침 잘 됐네. 찾고 있었어.”


“그게, 지금, 저 좀 바빠서요….”


학생회실을 나와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가려고 마음먹었을 때,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잡혀버렸다.

그러니까, 님 분위기 파악 좀 하라고요.


지금부터 마왕 토벌하러 가려는 참이라니까, 무슨 일인데?


“유키노시타한테 부탁받았으니까. 서두르느라 수는 조금 적지만, 뭐 그런 부분은 양해해 주려무나.”


“이건….”






~~~~~~~~~~~~~~~~~~~~~~~~~~






“방금 들어왔습니다. 다녀왔어요.”


이 인사에도 익숙해 지게 되는 군.


처음에는 어째서 내가 내 집에 들어가는데 자기 스스로를 낮춰야만 하는 건데? 하곤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선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게 되었다.


고작해야 1주일. 그래도 그녀와 함께 보냈던 일주일은 내가 바꾸려고 했어도 바뀌지 않는, 그리고 어느 샌가 바뀌지 않는 걸 원했던 삶을 시원스럽게 바꿔버렸다.


“어서 와. 오늘 저녁밥은 뭐니?”


평소처럼 생글생글 웃는 표정으로 말을 건네는 하루노씨.

하지만 난 오늘은 저녁메뉴 같은 것 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하루노씨. 할 말이 있습니다.”


수중에 패는 없다. 대책도 없다.

있는 건, 그저 추악한 욕망뿐.


단지 할 수 있는 건, 그 마음을 말로 전하는 것뿐.

이 때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간 건 내가 가장 좋아했던 라이트 노벨의 대사였다.

이럴 때 떠오르는 게 라노벨 대사라니….


하지만 지금 상황에는 의외로 잘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올바른 방법 따윈, 난 몰라. 그래도 등을 떠밀어준 그 녀석을 위해서라도 할 수 밖에 없어. 왜냐면, 지금의 내게 있어선, 



[그것 만이 유일하게 내가 해야 할 올바른 일]이니까.








“……이야기, 말이구나. 응. 마지막이기도 하니, 들어볼까. 그렇다곤 해도 이제 ‘아가씨’라고는 안 부르는구나.”



슬픈 듯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하루노씨.

지금, 난 의도적으로 아가씨라고 부르지 않았다.

왜냐면, 난 집사로서가 아니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난 당신과, 하루노씨와 함께 있고 싶어요.”



좀 더 다른 모습으로 하루노씨의 곁에 있고 싶으니까.



“….에?”




“이 마음을 사랑(하고 싶음)이라고 부르는 지, 사랑(받고 싶음)이라고 부르는 지는, 제겐 모르겠어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지도 몰라요. 단지, 전 하루노씨의 옆에 있고 싶어요. 분명히, 이 마음만큼은 확실해요.”



“어제도 말했지만, 나와 함께 있다고 하는 건…..”


하루노씨는 지금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로 말을 짜낸다.


더 이상 다가오면 네게도 상당한 고통을 면할 수 없게 돼.

그러니까, 이 이상 넘어오지마.




어제와 같은 거절의 말.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상관없어. 고통? 알 바 아냐.

무엇보다, 내겐 야쿠자와 대치하는 것보다도, 유키노시타가를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도, 하루노씨가 혼자서 울고 있는 게 훨씬 더 괴롭다.



“나는 하루노씨 옆이라면 지옥이라도, 어디라도 따라 갈 거에요. 애당초 하루노씨의 옆보다도 무서운 곳이라니, 손에 꼽을 정도잖아요?”


하아, 내가 한 말이지만, 언제부터 이런 아니꼬운 말을 할 수 있게 된 거지.

분명 잇시키나 유키노시타 때문일테지.




“유키노나 잇시키는 어떻게 할 거니?”


“모두 거절했어요. 그 덕에 아직도 뺨이 아프지만요.”



그 녀석 진심으로 때렸으니까. 그 덕에 정신을 차렸지만서도.



“………하지만, 난 미국에 갈 건데?”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아무리 내가 발버둥쳐봐도, 결국은 고등학생이다. 자력으로 미국까지 가서, 그것도 장기 체류라니 불가능인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와 관련해선 우리 우수한 부장님이 손을 써주셨다.

정말이지, 유키노시타한텐 고개를 들 수 없겠는데. 하루노씨를 만나지 안았다면 좋아해버려선 고백하고 차여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유키노시타와 히라츠카 선생님이 준비해 줬어요. 교환학생이나 미국의 대학에 진학에 관한 자료입니다. 물론 다음주부터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 만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기껏해야 일년 미만입니다.”




“하지만….”



“하루노씨가 뭐라고 말하든 내 맘은 변하지 않습니다. 닿지 않았다면 몇 번이라고 말할게요. 전 하루노씨와 함께 있고 싶어요. 하루노씨가 저 같은 녀석과 같이 있고 싶지 않다면, 그렇다고 말 해 주세요.”



“……..치사 해. 그런 말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럼…..”


“그래도, 난 히키가야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사람과 사람이 관련되는 거에요. 그게 어떤 관계라고 해도 절대로 상처입지 않는다던가 하는 일은 없어요. 있다고 해도 그런 건 가짜에요. 상처 주고, 상처 입으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런 게 진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가요.”



“히키가야…..”



“전 그렇게 하루노씨와 함께 나아가고 싶어요. 그러니까, 저와 사귀어 주세요!”



                                                      “응…..!”





“좀, 울지 마세요.”


갑자기 울기 시작한 하루노씨.

어라? 나 뭔가 울릴 말한 말을 했었나?

아니, 진짜로 좀 울지 말라고요. 여자애가 울면 심장에 나쁘니까.


하물며 자신이 좋아하고 있는 여자가 눈 앞에서 오열하고 있는 거다. 이젠 허둥댈 수 밖엔 없잖아. 아니, 그거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거지만.



그러니까아아…. 이럴 땐


“……사랑해요. 하루노씨.”


하고 말하며 꼬옥 껴안아 주는 게 좋댔나….하고 코마치가 말했던 것 같다.


“히키가야-!!”


어라라-? 심해졌는데?

코마치, 날 속였겠다….!

우선은 머리를 쓰다듬어서 달래기를 10분.


“훌쩍….미안. 갑자기 울어서.”



“아뇨, 정말로 부탁한다니까요? 하루노씨가 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나답지 않지만 노력한다니까요.”


“………우에에에에에에에-엥!!!”


정말, 왜 그러냐고….




결국 그 후로도 30분은 울거나 울음을 그치거나 하는 걸 되풀이하고 있었다.


“…….미안 해.”


나지막이 사과하는 하루노씨. 결국 이 사람은 왜 울고 있었던 거야?


“좀 진정됐어요?”



“응. 그리고….고마워. 날 좋아해줘서.”


갑자기 그런 말을 해도 반응하기가 힘들다.


라고 할까 잘도 그런 부끄러운 말을 할 수 있는 거군요.


“진짜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은 대체로, 숭배? 라고 해야 하려나. 그런 느낌의 사람 또는 적의를 내비치는 사람밖에 없었으니까. 이렇게 옆에 있어주는 건 히키가야밖에 없어.”


“……딱히요, 저 말고도 많이 있잖아요. 시로메구리 선배라던가, 유키노시타라던가요.”


메구리 선배 하루노씨를 따르고 있고 말이지. 그리고 히라츠카 선생님도 있고.



“메구리는 전부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애니까-. 분명 나도 그냥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유키노는 어쩐지 나를 싫어하고.”


어쩐지라니….


정말로 왜 미움 받는지 모르는 거야? 그렇다고 하면 엄청난 바본데.


“그리고 역시 모두 한 발 물러나 있는 걸. 그러니까, 난 히키가야가 옆에 있어준다고 말 해준 게, 무척 기뻐.”



……..꽤나 부끄럽다. 얼굴 빨갛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 히키가야한테 사과해야만 하는 게 있어.”


또 하나?




아, 냉장고에 넣어뒀던 푸딩. 없어졌다거나 아님 다른 하루노씨가 저지른 일 이려나?


그런 거라면 하나하나 사과 하지 않아도….




                                                   “다녀왔어-!”



어?







“오빠! 다녀왔다닊……..어라? 하루노 언니? 왜 우리집에 하루노 언니가?”


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고!


“너, 너, 진짜 코마치…..?”


“싫어, 오빠. 고작 1주일 못봤다구 해서 코마치 얼굴을 잊어버린 거야? 확실이 선탠해서 조금 검게 되긴 했지만….”


“너, 빚 때문에 싱가폴에 갔던 게 아냐…..?”


“빚? 무슨 말이야? 라고 할까 하루노 언니한테 아무 말 못 들었어?”



획하고 되돌아보면, 아챠아-,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하루노씨.


야, 무슨 농담인데?


“코마치, 미안한데 설명 부탁할게.”


“그러니까, 코마치의 합격 축하로 하루노 언니가 일주일간 싱가폴 여행권을 선물해 줬어. 갑작스러워서 3명 분 밖에 호텔을 잡을 수 없다고 했기에 엄마아빠하고 셋이서 갔어. 오빠는 아직 학교 가야 하니까. 그래서, 오늘 돌아온 거야. 오빠한텐 하루노 언니가 말해둔다고 이야기했는데? 아, 그리고 엄마아빠는 바로 일하러 가셨어.”



……….


“하루노…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해 주실까요?”



“테헷☆딱콩”


“테헷☆, 이 아니잖아요!”


뭔 소리야! 내가 코마치를 만날 수 없게 된 걸 얼마만큼이나 슬퍼했는데…..

그보다 해도 될 농담이 있고 안 될 농담이 있잖아!?



“그래서, 어디서부터 거짓말인데요?”


“히키가야의 아버지가 빚을 졌다는….부분에서…일려나?”


전부잖아!


있는 대로 나를 속였다는 거지?


“아, 그렇지만 미국에 간다는 건 진짠데?”


“….기간은요?”


“일주일.”


짧잖아!!


그거 이제 그냥 단순한 여행이잖아.


“다음주엔 사전 답사? 라고 할까 대면에서 본격적으로 가는 건 내년부터야. 그땐 3,4년이 되겠지만.”


“그럼, 하나 더 사과하고 싶었다는 게…..”


“응. 미안해!”


“아뇨아뇨, 아무리 생각해도 미안하다는 걸로 끝날 게 아니거든요?”


연말 특집보다 더 질이 나쁘다.


“뭐어뭐어, 누나랑 더 오래 있을 수 있는 거잖아? 조금은 기뻐해도 좋지 않아?”


“가능하면 이제 두 번 다신 보고 싶지 않는데요….”


“이럴 수가. 좀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서로 사랑했는데….”


“오빠!? 코마치가 없는 동안 하루노 언니와 뭘 한 거야!?”



아니, 아무 짓도 안 했잖아. 아니,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지만.

하지만 코마치한테 그런 식으로 말을 들을만한 건 전혀 한 적이 없다.



“아니, 코마치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그럼, 다른 뭔가는 했구나….”



뭐, 부끄러운 고백 씬 같은 게 있었던 것 같기도….아니, 없었어. 응. 단연코 없었어.


“우우우…..”


“아뇨, 울은 척해도 안 넘어가니까요.”


“쳇. 아, 코마치. 이제부터 나를 시언니라고 불러줘야 해!”


“아니, 안 불러도 돼.”


“진짜-, 히키가야! 그렇게 화내지마. 귀여운 여친의 장난이잖아?”


“저기요? 장난의 영역을 넘었는데요. 완전히. 그보다 이런 일을 당하면 전생에서의 인연도, 백년의 사랑이라도 식어 버린다구요….”


우-웅, 하고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은 후 뭔가 생각이 난 건지 손뼉을 치는 하루노씨.


그리고 깨달았을 땐


“………쪽”


눈 앞에 하루노씨의 얼굴이 있었다.


일주일 전, 나와 하루노씨의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와 같은 광경.

멍해져있는 코마치를 완전히 무시하고 키스를 계속해오는 하루노씨. 랄까, 길다고. 길어!


죽어버린다니까!


“……푸하, 하아, 하아, 가, 갑자기 뭐에요!?”


겨우 해방 된 나를 향해 미소를 짓는 얼굴은, 장난에 성공했을 때의 평소와 같은 얼굴.


“어때? 이제 백 년 정도 좋아할 마음이 들었어?”


…..이건 치사한데.


결국 난 이 사람한텐 거역할 수 없는 모양이다. 반해버린 약점치곤 잘도 말했던 거다.


“백 년은 무슨, 다음 생애까지 사귈걸요…”


“아하하! 사랑해! 달링!!”


꼬옥 나를 안아오는 하루노씨를 껴안는다.


“오, 오빠…..”



아, 코마치 앞 이였단 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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