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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이 마음을 알고 싶어 (2/6)

나에+ 2015. 3. 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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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면 나도 냈을 텐데”


“뭐, 마음대로 주문해놓고는 그걸 내라고 하는 것도 왠지 미안해서요.”


“우와아-, 히키가야가 아닌 것 같애”

 

“고마워요”

 

평소라면 원망하는 말 한마디 정도라도 하겠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다.
화장실에 가는 척을 하면서 계산을 마쳐두는 테크닉까지 사용한 것도, 앞으로의 죄책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럼, 전 저쪽 방향이어서요”

 

역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발걸음을 때려고 할 때였다.
아마 하루노씨도 이쪽 방향이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같이 갈 마음은 없다는 걸 언어 외적으로 포함시켜 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발걸음은 멈췄다. 휘청대며 왼쪽 어깨가 내려간다.
소매가 끌리고 있었다. 의외였던 그녀의 행동에 무심코 어리둥절해졌다.

 

“왜, 왜 그러--------”

 

“부탁해”

 

붙잡는 손의 힘은 강했다. 그러나 어딘가 거기에는 덧없음이 있어서, 평소처럼 여유를 보여주지 않는 표정에 빠져들 것 같게 된다.

 

“만약 싫다고 생각이 들면 돌아가도 되니까. 오늘만큼은 사귀어………줬으면 해.”

 

제멋대로다.
지금까지 그녀가 쟁취해왔다고 하는 건, 본인의 성격이나 환경, 능력을 동반해 실현해왔을 일이 많을 터이다.
원한다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 많았을 그녀가 어찌하여 이렇게나 나를 추구하는지, 약간이지만 관심이 생겼다.

 

“가보겠습니다.”

 

“에? 그, 그렇구나.”

 

희미하게 쓸쓸함을 보인 눈동자에 나는 한숨 섞인 대답을 해 보인다.

 

“아뇨, 가방이 방해되니까 집에 두고 올게요.”

 

“그, 그 말은”

 

약간, 표정에 희미하게 밝은 빛이 켜진다.

 

“사귈게요. 오늘만은요.”

 

“진짜? 좋아! 역시 히키가야는 이래야지”


돌변해서 밝은 얼굴이 되는 그 사람에게, 난 절반 감긴 눈을 향한다.

 

“그거, 칭찬인가요?”


“응. 칭찬이야 칭찬. 아, 참. 짐 말인데, 잠깐만 기다려봐.”

 

질문에 휴대폰을 만지면서 대답하다니, 꽤나 쉽게 흘려 버려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래도 하루노씨는 어딘가로 연락을 하려는 것 같다.
뺨에 휴대폰을 대고는, 묘하게 힘이 들어있지 않은 목소리를 낸다.

 

“아, 츠즈키? 짐을 좀 맡아줬으면 하는데, 부탁해도 될까요? 응. 10분 정도로…. 네-에”

 

핏, 하는 소리와 전원을 끈 것 같았고, 그 만족한 듯한 얼굴을 나에게 향해 온다.

 

“설마 라고도 할 거 없이, 맡기는 건 제 가방이죠?”

 

“왕정답!”

 

하루노씨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원래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아무래도 학교에 차를 세워 둔 것 같다.

………그런 집안의 힘을 이용해서까지 나와 같이 가줬으면 한다는 곳이라니, 대체 어디냐고. 무서워.
활짝 등을 펴고는, 즐거운 듯한 그 뒷모습을 쫓는다.
그 모습을 보자, 어째선지 방금 전의 슬픈 표정이 머리에 달라붙어 있었다.

 

~~~~~~~~~~~~~~~~~~~~~~~~~~~~~~~~~~

 

엄청나게 의외다…. 하루노씨와 평범하게 영화를 보는 일이 생기다니.

마실걸 한 손에 들고 자리에 도착하고 옆에 앉는 순간, 비강을 부드럽게 덧씌우는 듯한 향기가 난다.
그 상대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요, 유키노시타씨. 정말 영화로 괜찮은 건가요?”

 

“응? 왜애? 나, 영화 좋아하는데?”

 

이렇게 시원스럽게 대답하면, 이쪽도 아무런 말 할 게 없다.

 

“그렇다면 상관없지만요.”

 

데이트에 있어 정석이라고 하면 정석인 영화관에 하루노씨에게 이끌려 둘이서 들어갔다. 내용은 추리 서스펜스 물로, 지금 유행하고 있는 영화다.

솔직하게 말하면 뭐든지 상관없었지만, 하루노씨는 지금 상영중인 연애 영화를 본다고 해도 코웃음을 지을 것 같기에 관뒀다고 하면 화낼 것 같았기에…. 당연히 말하지 않았고, 무난한 걸 고른다면 하루노씨도 그거에 만족할거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되었다.

화면이 밝아오고, 주위가 아무런 소리도 없이 고요해져 간다. 조명은 빛을 잃어가고, 눈 앞의 스크린에만 강한 빛이 모였다.

 

~~~~~~~~~~~~~~~~~~~~~~~~~~~~~~~~~~

 

시작하고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일까.

주위에 폐가되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여온다.

 

“있지, 히키가야. 이 사람이 범인일까?”

 

“아뇨, 아닐걸요.”


아직 복선으로는 옅은 인물이다. 이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은 낮다.
보자 흐응-이라며 턱에 손가락을 대는 하루노시는 핫! 하고 나정도 밖에는 들리지 않을 숨을 내쉰다.

 

“그럼, 만약에 말야, 이 사람이 범인이라면 말하는 거 하나 들어줄래?”

 

“하아? 제게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요.”

 

“아니라면 아무렇게나 누나를 마음대로 해도 괜찮은데?”

 

아무렇게나 누나를 마음대로 해도 괜찮아.
아무렇게나 누나를 마음대로 해도 괜찮아.
아무렇게나 누나를 마음대로 해도 괜찮아.


중요한 거니까 머릿속에서 세 번 되새겨봤습니다.
아무렇게나. 라는 건, 흔히 말하는 아무렇게나, 라는 걸로 괜찮은 거지!?
나의 경악에 하루노씨는 웃음을 참는 듯이, 입을 손으로 누르고 있다………그렇게 노골적인 표정을 지었던 거였나. 나.

 

“뭐, 그럼 넘어가드리죠. 그 내기. 제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하고요.”

 

따, 딱히 하루농을 엉망진창으로 하고 싶다던가 하는 거 아니거든! 이라고 마음속으로 변명해 보지만, 하루노씨에게 들릴 일도 없고, 정작 본인은 태연한 표정이다.

 

“좋아, 약속이야.”

 

흥. 그런 얼굴을 할 수 있는 것도 지금 뿐이라고. 이 사건은 용의자가 6명이나 있다. 고작 30분만에 범인을 알 수 있는 허접한 영화라면 유행할 리가 없다. 좋아. 빨간 머리 주인공이여. 파란 머리 조수와 함께 진정한 범인을 찾아 내는 거다. 후 하하핫!


………라니, 이거 꽤나 플래그 같지 않아? 어, 어라, 왠지 불안해졌는데….

 

~~~~~~~~~~~~~~~~~~~~~~~~~~~~~~~~~~

 

“내 승리”

 

“거짓말이지….”

 

뭐야 그거, 여자의 직감이라는 건가? 명탐정 뺨 치잖아….
영화가 끝날 무렵. 당연히 범인이 밝혀진 거지만, 훌륭하게 하루노씨는 범인을 맞춰 보였다.
………고 하는 건….

 

“자, 말하는 거 들어줘.”

 

“네, 알겠어요. 그래서, 뭘 원하시나요?”


“응, 이거어-”

 

그렇게 말하고 내 손을 가리킨다.

 

“팔 하나 넘겨라구요?”

 

“히키가야는 날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아?”

 

우와아, 자매라도 화났을 때의 표정은 같은 거구나. 미소 뒤에 엄청나게 무서운 분노가 존재한다는 걸, 오랜 시간 여동생과 알고 지냈기에 알 수 있다.

 

“유키노시타의 언니시네요”

 

“그건 유키노에 대한 험담이라도 있다는 거니?”

 

쓴웃음 같은 분위기에 분노가 가라앉은 하루노씨는 그대로 이쪽으로 내민다.
어?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까지, 이렇게 있어줘.”

 

“………아, 네에.”

 

붙잡은 손은 의자 팔꿈치 위에 겹쳐진다. 어두워서 얼굴빛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이어진 손은 어딘가 열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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