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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잘못이지만, 잘못된 게 아니야

나에+ 2015. 1. 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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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이지만, 잘못된 게 아니야]


“오빠, 전화!”


거실에서 코마치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휴대전화가 넘치는 요즘에, 집전화로 연락이라니, 희한한 일이네. 아니, 내 경우에는 휴대폰에 걸려오는 것도 거의 없지만, 대체 누구지?


“네네 전화 바꿨습니다. 히키가얍니다만,”

“저기, 저는 조금 전에 안경을 사가셨던 가게 점원인데요.”

아아, 그 가게. 유키노시타 생일 선물로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샀었다. 휴일이 되면 하루 종일 컴퓨터 노려보면서 인터넷에서 고양이 동영상을 찾고 있는 이미지가 있었으니까.

“그 때는 감사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사실은, 포장을 할 때 다른 고객님의 상품과 헷갈려버려서요”


“엇, 진짠가요?”


“정말 죄송합니다.”



전화기 넘어로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담당자씨. 뭐,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 거고, 연초의 인파로 살인적으로 붐볐으니까, 이 정도의 실수는 있다고 한들 어쩔 수 없다. 유키노시타한텐 조금 전에 전해줘 버렸지만, 사정을 이야기하고 교환하면 되는 일이다.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고객님, 상대 분께는 이미 전해 주신 겁니까?”

“네, 방금 전에 전해줬는데요.”


“그, 그렇습니까….”



에, 뭔가요 이 전화기에서 새어 나오는 무거운 분위기. 작은 수화기 구멍에서 거무죽죽한 뭔가가 질퍽하게 기어 나와서, 괴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저기, 설마 여성에게 보내선 안 되는 뭔가가 포장되어 있는 건가요?”

참지 못하고 침묵해버린 수화기 저편에 물어본다. 왠지 싫은 예감.




“그게, 몹시 말씀 드리기 어려운 일입니다만, 포장된 내용물은…. 약혼 반지, 영원한 사랑의 증표, 입니다.”










Xxx

“진짜 장난이 아니라니까!”

인간, 비상 사태가 발생하면 평소에는 생각 할 수 없는 능력이 연달아서 발휘된다. ‘30초 안에 준비해’라던가 해적선의 선장한테 말을 듣는 것도 없이, 20초도 채 안되어 옷을 입고 모기호에 승선, 아니 자전거에 타고 역까지 전력 질주!


“부탁이니까, 아직 열지 말아줘.”

총명하고 냉정한 유키노시타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돌려받을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전해 준 선물이 약혼 반지라니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러 가지로 돌이킬 수 없게 될 것 같은 기분이.


“이럴 줄 알았다면 연락처, 받아두는 건데”

열차에 뛰어올라 카이힌 마쿠하리까지, 역에서부터 허둥대며 달려서, 아파트 로비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태양도 완전히 져서, 드문드문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평상시의 자의식 과잉 같은 독백도 입에서 새어 나오고 있고, 꽤나 궁지에 몰렸구나. 나. 잠깐. 위험한 사람이라고 이래선.



“띠로링~ 띠로링~♬”

뭐야 이 얼빠진 종소리는!?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에 뭐든지 태클 걸어버리고 만다. 정말로, 신참내기 젊은 만담가가 아니니까.

“네, 유키노시타입니다만”

 

“아, 나야, 히키가얀데”


“히키가야, 무슨 일이니 이런 시간에…. 뭔가 급한 일 인거니?”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만나서 이야기 하지 않을래?”


“엇, 중요한 이야기….라니 뭐니?”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안 되겠냐?”




“…, 괜찮아…, 들어오렴.”

두꺼운 유리와 금속을 조합 한 중후한 자동문이 소리 없이 열린다.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엘리베이터가 초초한 기분과 함께 목적지인 15층까지 조용히 데려다 준다.


“무슨 일이니, 갑자기 찾아오곤”
“아니, 뭐, 그게 좀”

문을 열어주는 유키노시타는 완전하게 편안한 모습이었다. 짙은 감색의 긴 스커트와 은은한 색상의 스웨터, 긴 머리는 분홍색 슈슈에 하나로 묶여 어깨부터 가슴에까지 늘어뜨려져 있다. 간접 조명과, 창밖의 테크노 가든의 야경.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의 방향제의 향기가 나와는 동떨어졌다는 느낌이 엄청나다.


“저기, 낮에는 미안해. 언니가 폐를 끼쳐서.”

“아, 아니, 나도 간단히 잡혔으니까, 잘 못했어. 미안.”

소파에 앉으라고 재촉하는 유키노시타, 정면에는 커다란 눈동자로 바라보는 유키노시타가. 테이블 위를 살펴 보아도 예의 그 포장된 선물은 보이지 않는다. 최악이네. 벌써 개봉하고는, 그러면서도 내 반응을 시험해 보고 있는 건가?

“후후, 언니로부터 도망가다니, 처음부터 무리 였잖니? …그리고.”


“응? 그리고 뭐가?”


“히키가야는, 언니의 마음에 든 것 같으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하루노씨는 그냥 재미있어 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럴까? 우리 부모님과 식사하는 동안에도 계속 히키가야의 이야기를 했는걸?”


“거짓말이라고 해줘.”


“거짓말 같은 게 아니야, 반드시 손에 넣겠다고 큰소리 쳤는걸.”


“어, 진짜로 좀 봐줘.”



참아주세요. 도련님. 마음에 들었다니 그거, ‘체육회계’같은 마음에 든 거지? 빵 사오라던가 뛰어보라던가. 그건 아닌가. 쿡쿡대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가련한 동급생과 단 둘 이서는 좋은 분위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쪽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라니 뭐니?”

“그러니까, 생일 선물 말인데.”

“아, 그건…. 저기, 고마워, 정말 기뻤어.”

움찔하고, 어깨가 흔들리고 그 대로 테이블 위의 한 곳을 응시한 채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옆에서 봐도 그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빨갛게 붉게 상기되는 뺨. 스커트 위에서 천천히 다시 움직이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그 약지에는 아직 끼고 있지 않는 것 같지만.



“엇, 저기, 벌써 열어본 거야?”


“돌아와서 바로…. 열면 안 됐던 거니?”


“아니, 그런 건 아냐…. 다만,”



늦었다아아아아아! 꿀꺽하는, 소리를 내고는 촉촉한 눈빛으로 이쪽을 이따금씩 바라보는 그 모습은, 아마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는 거다. 애초에 동년배 여자애한테 약혼 반지, 사랑의 증표를 건네주고는 착각이라던가 이런 거 하지 말라곤 할 순 없겠지.


“히키가야, 그건 역시…. 그런 의미…, 인 거지?”


“아, 유키노시타, 아니, 그게, 사실은….”

아, 안돼! 여기서 어서 사정을 설명하고 엎드려 사과하고 사과해서 어떻게든 물건을 회수, 신속하게 전선을 이탈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여러 가지 의미로.


“히키가야, 나, 정말 기뻤어…. 평생, 소중히 간직 할 테니까/////”

목표물의 회수 및 전선 이탈에 실패!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듯한 눈부신 미소를 보여주거나 하면, 지금와서 ‘그거, 실수가 있었던 건데요.’ 하고 말할 수 없게 되잖아. 에,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 좋은 거냐고요. 이 상황. 이 대로 유키노시타한테 장가들어 버리는 거야? 하루노씨가 예상한 대로?

“뭐냐, 그, 나도 유키노시타가 좋게 받아줘서 기뻐."


“히키가야, 그, 그거, 비쌌던 거 아니니?”


“에, 뭐, 뭐어, 그럭저럭….”


“무리 하지 않아도 됐었는데….”


“모처럼 유키노시타의 생일이니까, 조금은 무리도 하는 거지, 신경 쓰지마.”


“우후후…. 기뻐.”

그렇지-, 보통은 월급 3개월 분 정도는 하는 게 일반적이지. 애초에 누가 말한 거냐고 그런 룰. 누가 어떻게 생각해봐도 남성한테 불리하게 되어 있잖아. 그리고, 어떤 타이밍에 이야길 꺼내면 좋냐고요. 본인 왈, ‘기뻐’ 라던지 말하곤 뺨을 붉혀버리잖아.


“그렇다고 해도 히키가야는, 내 취미를 잘 알고 있었구나.”


“…라는 말은…?”

“색상이라던가, 마감 상태, 그리고 나한테 딱 맞으니까.”


“어, 그거, 껴봤다는, 거지?”


“그래. 히키가야가 올 때까지 끼고 있었는걸, 아직은 부끄러우니까 벗어놨지만.”

이 무슨 우연. 반지 같은 인연이 먼 물건과는 그다지 심각하게 본 적은 없지만, 색상이나 디자인이라고 해도 다양하고, 그런 것 중에서 유키노시타의 취향에 맞다니, 기적이라는 말 말고는 알맞은 말이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조금 보여 줄 수 있겠냐?”


“어, 여기서?”


“어떤지 보고 싶은데.”


“시, 싫어, 아직 조금은 부끄럽다고 했잖니?”



현물을 앞에 두고 ‘실은 미안하지만’하면서 자르는 작전 실패. 이거라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사정을 설명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진정이 되지 않는 듯이 입을 살짝 내밀곤, 슈슈로 묶은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다.


“방학이 끝나면, 말이야….”


“응? 방학이 끝나면 뭐?”


“방학이 끝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낄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렴.”

그것만은 참아주세요! 유키노시타, 네 용기랄까 기개는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약혼반지를 낀다던가 하는 거, 어떻게든 생각을 물려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런 상황을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보여진다거나 하면, 뭔가 불합리한 제재가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니까.


“뭔가 따듯한 차라도 가져 올 테니, 조금 기다리렴.”

“아…, 알았어.”

지금이라도 춤출 듯한 발걸음으로 부엌으로 향하는 유키노시타. 초봄에 봉사부에 강제로 입부 되고 지금까지, 거의 매일같이 이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지만, 이렇게나 기분 좋은 좋은 것 같은 얼굴은 본 적이 없다. 라곤 해도 이대로 있을 순 없으니까.


“저기, 유키노시타,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냐?”

 

“응, 뭐니?”


주방 안쪽에서 들리는 들뜬 목소리, 주전자를 한 손에 들고는 얼굴을 살짝 내비친다.


“솔직한 말을 들어 줬으면 하는데.”


“어머, 왜 그러는 거니? 갑자기?”


“생일 선물로 그런 걸 보낸다는 건, 역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응…. 이상하다는 의미를 잘 모르겠는걸?”



자그마한 머리를 귀엽게 갸웃거리며 물음표 표시를 띄우는 모습, 긴 스커트의 발 밑에서 유키노시타가 신고 있는 고양이 모양의 털 양말의 발가락 부분이 폭신폭신, 몽글몽글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공연히 긴장감이 치솟고 있는데요.


“그게 뭐냐, 그저 단순한 동아리의 부원인데, 갑자기 그런걸 보낸 다던지, 이상하잖아?”

“히키가야는…. 나를 그저 단순한 동아리의 부원이라고 생각했던 거니?”

“아니, 우리들 접점은, 동아리 말고는 없잖아?”

“그러니…. 나는 봉사부가 아니더라도, 적지 않게 히키가야를 의식하고 있단다.”

여기까지 말하곤 허둥지둥 주전자를 들고 부엌으로 돌아가 두 잔의 컵에 뜨거운 물을 붓는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조용히 가라앉은 방안. 유키노시타가 말한 ‘의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그러니까, 히키가야가 생일 축하를 해줘서, 무척, 기뻤는걸////”


낮은 테이블 위에 홍차가 타져 있는 컵. 그 중 한 개를 손을 반쯤 가린 소매로 감싸듯이 잡고 뜨거운 정도를 확인하는 듯이 연분홍색의 입술을 댄다. 부드러운 미소로 가느다래진 눈 빛, 가슴의 고동이 두근, 하는 소리와 함께 빨라지며 목 안쪽이 멋대로 말라간다.


정말이지 어떻게 해 줄 거냐고, 이 이후에. 이런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봐버려서는, 어쩔 수 없잖아.

“유키노시타…. 언젠가 내가 네 약지를 꾸며줄 테니까.”

“……엇!?////”



“그러니까, 오늘은 네게 준 약혼 반지, 돌려주지 않을래?”

“…, 약혼 반지라니, 무슨 이야기니? 히키가야?”

“오전에 너한테 준 선물은, 가계 점원이 실수했다고 해. 그러니까….”




“선물은…, 안경이었어, 히키가야.”















Xxx



“아, 역시 유키농 그거 어울리네!”


“그, 그러니?”


방학이 끝나고 봉사부의 부실. ‘치바현 횡당 고민 상담 메일’에 착수하기 위해 켜둔 노트북 앞에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을 쓴 유키노시타. 결국, 가게 점원이 포장을 잘 못 한 건 다른 사람이었고, 나와는 무관하게 날벼락을 맞았겠지만.


“유키노시타 선배, 안경 쓰셨어요?”


“……블루 라이트 차단용이야.”


“엄청 잘 어울리시네요.”



요즘 들어 자주 늘러 붙어 있는 학생회장 잇시키가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들여다보고는 ‘호오-.’라던가 ‘헤에-.’ 하고 애매한 관심을 보이면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칭찬한다. 그렇게 비행기 태우는 말에 있기 거북했는지 수줍은 듯이 상기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며, 하얗고 가냘픈 왼쪽 손등을 흔들면서 조그맣게 소근대는 한 마디.


“하지만, 나에겐 더 어울리는 게 있는 거지…. 그치? 히키가야////”

(끝, …유키농!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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