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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하루노처럼!(VI)

나에+ 2015. 1. 2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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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일로서 내 집사는, 졸업이라는 거야.”

 

“잠, 잠깐만요. 빚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그렇다. 나는 빚을 갚기 위해 하루노씨의 집사를 하고 있다. 7천만엔을 전부 갚을 때까지 집사로 있을 거라고 약속했었을 터다.

 

“아, 말 안 했었나? 히키가야의 일당은 천만엔 이니까.”


“네에!?”


뭐야 그거. 무슨 말도 안 되는 급룐데. 내 일당이 아버지 연봉보다 많잖아.

 

“그건 농담으로 해 두고.”


농담이냐!


“사실 나, 다음주에 미국에 가…….”


“……설마요, 그런 거 몇 번이나 속았으니까요. 어차피 또 농담이잖아요?”


“히키가야…..”


“정말이지. 아무리 저라도 그렇게 뻔한 거짓말에 넘어갈 리가 없잖습니까.”


“히키가야!”


뭐냐고 그거, 농담인 거지? 그렇다고 해줘.


“전부 사실인걸. 나, 다음주부터 미국에 있을 테니까 네 역할은 내일로 끝.”


“……빚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출세해서 갚는 걸로 해서 빌려주는 걸로 해도 되지만, 이젠 괜찮아.”


“7천만엔도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없다구요!”


그렇다. 결국 난 이 일주일 동안 특별한 것을 한 적이 없다.

준다고 해서 네 그렇습니까, 하며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괜찮아. 왜냐면 난 돈 따위 보다 더 가치 있는 걸 받았으니까.”


“전 아무것도 드린 적이 없고, 아무 것도 안 했어요. 그저 가사일을 했을 뿐이죠.”

 


“으으응. 소중한 추억을 줬어. 그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보낼 수 있었으니까.”

 

 

그 눈동자의 색은, 어딘가 체념을 느끼게 하는, 쓸쓸한 빛이었다.


마치 잃어버리고 만 것을 그리워하는 듯한.


며칠 전에 본 하루노씨도 이런 눈을 하고 있었다.

 

“뭐, 고작 1주일 뿐이었지만.”


그렇게 말하며 웃는 하루노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 사람의 외면을 포함해, 많은 표정을 봤었지만, 눈물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언제까지 거기에 있는 건데요?”


하루노씨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럼…..”


“있지. 히키가야. 왜 그만 두지 않으려는 이유를 찾고 있는 거니?”

 

읏!?

 


“네게 있어선 빚도 없어지고, 마왕이라고 부르는 내게서부터도 해방되잖니. 좋은 일 밖에 없잖아. 어째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거야?”

 

그렇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빚도 없어지고, 귀찮은 일에서도 해방되고, 어쩌면 코마치도 돌아와선 평소와 같은 일상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라면 대게는 기뻐하겠지. 대체 무엇에, 나는 그렇게나 초초해하는 거지?

 

“게다가 나와 함께 있다는 건 유키노시타가의 여러 가지 일들에 휘말려 버리게 된다는 거란다? 그거야 말로 야쿠자 같은 건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무서운 사람들과 대면해야 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이 이후에 이어질 말을 모르겠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자신도 잘 모르지만, 뭔가를 말해야만 한다고, 그런 충동에 휩싸였다.

 

“그럼, 너는 나와 함께 지옥 끝까지 따라 와 줄 거니?”


그 미소는 이 이상은 다가오지마, 라고 말하고 있었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이 일주일보다 즐거웠던 시간은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신, 없을 거라고 생각해.”

 

사과를 받을 만한 일도, 하물며 감사의 말을 들을 일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난 평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앞에서 상처받은 여자한테 말을 걸 수 조차 없다.

 

“내일 최후의 만찬은 호화롭게 부탁할게!”


어떻게든 억지로 만든 미소가, 가슴에 박힌다.

그리고는 잘 자렴, 이라는 말을 남기며 멀어지는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루노씨는 이미 집을 나가고 없었다.
만찬이 어떻다던가 하고 말했으니까 그냥 아침 일찍 일이 있어서 그랬을 뿐, 저녁엔 돌아오겠지만 그래도 가슴이 쓰라렸다.

나는,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
하루노씨의 집사를 계속 하고 싶은 건가?
이대로 원래대로의 생활로 돌아 가고 싶은 건가?

 

“……..저…..치만….”

 

모르겠다.

 

“하치만!”


“우와!? …….토츠카. 왜 그래?”


“몇 번이나 말을 걸어도 알아 차리지 못했으니까. 벌써 방과후라구? 오늘 하루 종일 기운 없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아무래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등교하곤, 그대로 하루가 끝난 것 같다.

 

“………….조금 피곤 할 뿐. 아무 것도 아냐.”


“그렇구나. 이제 동아리 안 가도 괜찮아?”


“…..아, 이제 가려고. 그럼 내일 보자.”

 

 

 

 

 

 

 

 

 

~~~~~~~~~~~~~~~~~~~~~~~~~~~~~
하치만 괜찮으려나?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데, 역시 나한텐 이야기 해 주지 않는 구나.
분명 뭔가를 걱정하고 있는 거겠지. …….힘들 때 정도는 의지해 줘도 좋을 텐데.
하지만 그 두 사람이라면 분명 하치만을 기운 차리게 해 주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평소처럼 행동하는 것뿐.


“하치만, 내일은 공휴일이니까, 학교는 쉬는데?”

 

 

 

 

 

 

 

 


……….토츠카한테도 걱정을 끼쳐버렸군.

이제 생각하는 건 그만 두자. 설령 내가 어떻게 생각한들 이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내겐 그런 힘도 없고, 애초에 그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더 이상 주변에서 걱정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행동할 것만을 생각하자.

 

“웃-스”


“어머, 지각가야. 상당한 중역 출근이구나.”


“아니, 유이가하마도 안 왔잖아. 그보다 네가 오는 게 너무 빠르다고.”


“유이가하마라면 늦는다고 했어.”


“진짜냐.”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건가?
이럴 때엔 자연스럽게 하려고 너무 생각하면 반대로 부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고, 어렵네.


“그래서 말이야. 히키가야.”

 

유키노시타는 책에 책갈피를 끼우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고개를 숙인 채로 몸을 이쪽으로 돌렸다.
이 녀석이 온 몸을 이쪽으로 향하고 말하는 건 처음인데.

 

“저기, 나, 나말야, ……평소보다 썩은 눈을 하고 있구나.”


점점 얼굴을 들곤 내 눈을 보곤, 잠시 눈을 크게 뜬 후, 내뱉듯이 말했다.

 

“내 눈의 부패도는 변하는 거였냐?”


“무슨 일이 있었니?”


“아무 일도 없어.”


“거짓말도 적당히 하렴. 그런 썩은 눈을 하고선 아무런 일이 없을 리가 없잖니.”


“끈덕져. 내가 아무 일도 없다고 했으니까 그걸로 된 거잖아!”


나도 모르게 말투가 거세진다.
난 유키노시타한테 맞서고 있는 거야? 걱정해 주는 녀석한테?
………어디까지 최악인 거냐고. 난.
그런데도 유키노시타는 아무 것도 아닌 일처럼 대답한다.


“넌 나나 유이가하마가 틀림없이 고민하고 있는데도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면 물러 날거니?”


“……그래.”

 

“문화제 때 집에까지 들이닥친 사람이 잘도 말하는 구나.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요구하지 말아주겠니?”

 

“………”


“얘기해 주는 거지?”

 

[그 애는 상냥하니까]

 

그 때에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말의 의미를 몰랐지만,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역시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진정한 의미로 상냥한 녀석이다.

 

 

 


“…………그래. 언니 말이구나. 난 집에는 돌아가지 않으니까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미국에 간다고 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하구나.”


결국엔 전부, 유키노시타한테 말했다.
뭐, 이미 (집사) 해고 된 거나 마찬가지고, 상관없겠지.


“그래서, 넌 뭘 고민하고 있는 거니?”


“엇?”

 

“이미 대답은 나와있잖아. 언니가 정말로 사라져버리는 건 여기서 문제가 아니잖니?”


“무슨 뜻인데?”


하아, 하고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
그 모습도 익숙해졌네.

 

“너는, 어째서 다른 사람의 일이라면 소름 끼칠 정도로 감이 좋으면서 자신에 대한 것이라면 눈치를 못 채는 거니?”

 

“…….?”

 

“그러니까, 넌 언니와 함께 있고 싶은 거잖아? 그렇다면, 직접 말하면 되는 거잖니. 다른 사정 따윈 알 바 아니야.”

 

그런, 걸까?
나는 하루노씨와 함께 있고 싶은 건가?
하지만, 그런 힘든 추억만이 있을 뿐인데 어째서……

 

“사람의 감정이라고 하는 건 그런 거란다. 됐으니까 어서 가보렴.”


“아니아니, 잠시만 기다려보라니까. 뭘 그렇게 열을 올리고 있는 건데.”

 

“사람이 일대의 결심을 하려고 하는데 이런 시시한 걸로 망설이며 고민하고 있으면 화도 나는 법이란다.”

 

어딘가 토라진 것 같은 유키노시타.
조금 전까지 좋은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인거지?

 

“무슨 말인데?”

 

“입 다물어. 아직 결심이 서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러면 어떠니?”

 

 


짜악

 

 

 

아펏!?
뭐 하는 건데 이 여잔!? 힘 잔뜩 싫어서 쳤다고.

 

“조금은 기합이 들어갔니?”

 

“너 말이다, 이런 거 보통은 눈을 부릅뜨면서 어금니 꽉 깨물어, 라던가 하고 말한 후에 하는 거 아냐?”

 

“어머, 아직 부족 한 것 같네. 주님은 말씀하셨어. 오른 뺨을 맞으면 왼 뺨을 내밀어라며. 자, 히키가야 눈을 감고 어금니를 꽉 깨물도록 하렴.”

 

잠, 또 하려고!?
당황해서 눈을 감지, 만 충격은 기다려도 오지 않고, 대신 온 건 입술이 뺨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뭐, 너, 너어…..”

 

“자, 빨리 가렴. 유이가하마한텐 내가 말해 둘게.”

 

이렇게까지 하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눈치 챈다.
하지만, 여기서 그걸 말하는 건 그녀에 대한 모욕이겠지.
그렇기에 여기서 말해야만 하는 건

 

“고맙다. 유키노.”


“흥. 너한테서 이름으로 불려야 할 이유는 없어. …….힘내. 하치만.”

 

 

 

 

 

 

 

 

 

~~~~~~~~~~~~~~~~~~~~~~~~~~~~~~~~~~~~~~
드르륵


“유키농, 어땠어?”


그가 달려나가고 몇 분 뒤, 유이가하마가 부실에 왔다.


“……..미안해.”


“그렇구나.”


사실은 오늘은 내가 그녀에게 부탁해서, 늦게 오라고 했다.
뭐, 결국엔 소용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요구하지 말라]니, 나도 다른 사람한테 말할 만한 처지가 아니구나….”

 

“유키농……”

 

“나는 괜찮아. 그것보단 유이가하마. 미안해. 네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난…..”


“으으응. 괜찮아. 난 힛키 옆에 내가 있는 걸로 힛키가 괴로워할 거라면, 다른 누군가와 행복한 힛키를 멀리서 보고 있는 편이 훨씬 기뻐.”

 

정말이지, 넌……

웃는 얼굴로 그런 말을 하면, 내가 그릇이 작다는 게 더 드러나잖니.
난 지금이라도 울 것 같은데.

 

“하지만 힛키도 바보야. 이런 귀여운 여자애 둘을 차버리다니.”

 

히힛, 하면서 웃는 유이가하마.
하지만 그건 아닌걸. 왜냐면,

 

“둘 이 아니란다. 또 한 명이 있잖니.”


“…….그러네. 힛키, 확실하게 보고하러 갔을까?”


“분명히 괜찮을 거야. 히키가야를 믿자.”


“응. 그러네. 우리들이 좋아하게 된 남자애니까.”

 

 

 

 

 

 

 

 

 

 

 

 

 

 

똑똑


“……아무도 없나?”

 

학생회실에 불도 켜지 않고, 축구부에라도 간 건가?
하아, 운동장에 가볼까.
아무튼, 약속했으니까.

 

 

 

 

 

 

 


축구부는 마침 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잇시키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안 온 건가?
어, 저건….


“토베! 잠깐 괜찮냐?”

 

“응? 엉라-, 히키타니잖아! 왜왱 무승 일?”


정말이지 이 녀석은 성가시다니까. 내가 말을 걸어놓고 뭐하지만 그만 두는 게 좋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잇시키 있어?”

 

“이로하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못 봤는데….. 아, 하야토! 잠깐만-!”


여길 알아본 하야마가 다가온다.
큭, 땀과 석양이 어울리는데 이 녀석.

 

“히키타니? 무슨 일이야?”


“아니, 잇시키 안 왔을려나 해서, 학생회실엔 없었으니까.”

 

내 눈을 보고 살짝 눈을 가늘게 뜨는 하야마.
뭐지?

 

“토베, 돌아가서 연습 계속 하고 있어줘.”


“오케!”


“갈까.”


나한테 말하는 거야?
어디로 가는 건데….

 

 

 

 

 

 

 

 

 

 


덜커덕


“넌 뭐 마실래?”


자판기에서 스포츠 음료를 꺼내면서 묻는 하야마.
평소라면 사준다고 해서 받을 이유는 없지만, 지금은 순순히 따르자.

 

“그럼, MAX 커피로 부탁할게.”


덜커덕


“……넌 역시 대단하네.”

 

“딱히 대단하다 던가 한 게 아냐. 단지 너와는 다르게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으니까. 그리고 <모두>의 모수도 자릿수가 달라.”

 

무슨 말이냐곤 물어보지 않는다. 겨울 방학 끝날 무렵의 그 일 이후로, 조금은 하야마 하야토라는 인간을 봐 왔다.

이 상황에서 굳이 둘이서 이야기 해야 한다면 할 이야기는 정해져 있다.

 

“숫자는 문제가 아냐. 결국 난 선택할 수 없고, 너처럼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도 할 수 없어.”

 

“너희들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용서받아도 괜찮지 않냐?”


“……설마. 난 용서 받을 수 없는 짓을 했고, 그 후에도 같은 일을 반복해 왔어. 매번 너에게 악역을 하게 하면서.”

 

“딱히 네가 너 자신을 용서하든 안 하든 내 알 바 아니지만, 유키노시타한텐 제대로 이야기 했냐?”

 

“면목이 없어. 내가 한 건 그런 거니까.”


“그건 단지 도피잖아. 너는 스스로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게 아냐. 유키노시타가 눈 앞에서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무서운 것뿐인 거 아냐?”

 

“……….”


“네 녀석의 약함을 듣기 좋게 만들려는 게 아냐.”


“심한데.”


하야마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는다.

나도 알고 있다는 듯한 말을 하고는 있지만 유키노시타가 등을 밀어주지 않았다면 결국엔 계속 망설이고 있었을 거다.

 


“당연하지. 내가 너한테 상냥한 말 따윌 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뭐, 그 녀석이라면 해 주지 않겠냐?”

 

“어떨려나?”

 

“나하고도 1년 가까이 함께 있어 준 녀석이 상냥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큭, 아하하하…그러네.”

 


스스로 말하는 건 차치하고, 이 녀석이 웃으면 괜히 화가 난다니까.
조금 전까지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던가 하고 말할 듯이 쳐져 있었던 주제에.

 

“뭐가 이상한데.”

 

“아니, 미안. 넌 역시 대단해. ………그러네, 나도 이제 도망치지 말고 한 걸음 나아가볼까.”


“한 걸음만으로 될 리가 없잖아.”


“정….말이지! …..이로하라면 학생회 고문 선생님이 불러서 갔었으니까, 이제쯤이면 학생회실에 돌아와 있을걸?”

 

겨우 처음의 목적을 달성했군.
그럼. 학생회실인가.

 

“미안. 살았어. 그리고 잘 마셨다.”


“됐어. 주스 하나로 내 몇 년간의 고민을 해결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라면, 싼 거지.”

 

네 고민 따위보다 맥스커피가 더 가치 있는데 말이다.

 

 

 

 

 

 

 

 

 


똑똑

 

“들어오세요?”


“실례할게.”

 

안에는 잇시키가 마침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임원들은 이미 돌아갔는지, 혹은 오늘은 처음부터 잇시키 외에는 쉬는 날이었는지, 뭐, 지금은 어느 쪽이든 좋은 일이지만.

 


“선배? 무슨 일이에요?”


“잠깐만, 시간 괜찮냐?”

 

잇시키는 잠시 눈을 감고는, 눈을 뜨곤 나에게 등을 돌렸다.
창문에 잇시키의 얼굴이 비친다.

 

“…….감사합니다. 약속 잘 지켜주셔서.”


“어째서 그 이야기라고 안 거야?”


에스퍼?

 

이제 정말이지 여자란 마음을 읽는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할 정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 정도는 눈 보면 알 수 있어요. 적당히 앉아 주세요.”


“……그래.”


“말해주시겠어요?”


“그렇지…… 미안. 난 너하곤 사귈 수 없어.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런, 가요. 역시, 차여버린 거네요-.”


“잇시키…”


“괜찮아요. 선배, 아무 말 안 하셔도, …… 선배. 어째서 선배가 울고 있는 거에요!?”

 

“엇?”

 

울고 있어? 내가?

잠깐. 무슨 농담인데. 어? 진짜로 눈물이 나오고 있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사람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으며 이쪽으로 걸어온 잇시키는 의자에 앉아있는 나를 안으며

 

“괜찮아요. 선배. 저요, 선배와 달리 강하니까요.”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나에게 고백해 준 소녀.
약삭빠르고, 귀여운 내 소중한 후배.

여러 가지 생각이 복받쳐온다

 

“잇시키, 난……”

 

“알아요. 알고 있으니깐요. 자, 하루 선배한테 갈 거죠? 선배라면 분명 그 사람도 구해줄 수 있을 거에요. 그게, 선배는 제가 믿고 있는 남자니까요!”

 

 


                                   “그러니까 선배, 저를 위해서 흘리는 눈물은 이걸로 마지막이어야 해요?”

 


“아아, 알았어. 고마워 잇시키. 나, 갔다 올게.”


“네에! 힘내주셔요!”

 

 

 

 

 

 

 

 

 

 

 

~~~~~~~~~~~~~~~~~~~~~~~~
가지 마.

내 옆에 있어 줘.
지금이라도 그런 말을 해버릴 것 같은 자신을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억제한다.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자신을 고무시킨다.
아마 이사람은 내가 울어버리면 옆에 있어 주겠지.
그걸 알고 있으니까, 더욱 약한 자신은 보여줄 수 없어.
이제서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찾은 이 사람을 방해해선 안돼.
그래서 그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 사람이 울고 있는 건가요.
정말이지, 울고 싶은 건 나라고 하는데도.
그렇게 하면, 나라고 해도 미련 같은 게 남아버리잖아요.
마침내 선배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된 학생회실에, 그저, 자신의 오열만이 울려 퍼진다.

 

“……………..히끅, 선배, 어째서 저로는 안 되는 건가요…..어째서 옆에…..있어….주시지….않는건가요……….책임……..져 준다고 했잖아….요….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앙…싫어요…..선배……”

 

아아, 한심하다.
하지만, 혼자 울면서 불평하는 것 정도는, 괜찮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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