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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노세 호나미의 일상

나에+ 2018. 6. 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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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youkosozitsuryoku.com/ss/01/

[이치노세 호나미의 일상]


“늦네, 선생님.”


종이 친 후에도 선생님이 오는 기색은 없었다.

우리 선생님은 가끔 지각을 하지만, 오늘 만큼 늦은 날은 없을지도 모른다.


“혹시 병결인가?”


“하지만 그랬다면 벌써 다른 선생님이 와 있었을 걸?”


이런저런 억측이 오가기 시작했을 때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 문이 열렸다.


“모두 안녕. 오늘 도 건강하지? 흐아아….”


아침 홈룸(HR)이 시작되고 나서 몇 분인가 지나 하품을 하면서 선생님이 들어왔다.


“졸려보이네요, 호시노미야 선생님.”


“으응, 좀. 어제 과음해버렸거든……하우….”


“우와, 술냄새! 선생님, 술냄새나요!”


앞 줄에 앉아 있던 치히로가 코를 쥐어 막고는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 괜찮아. 점심엔 냄새 안 날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말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약간 야무지지 못한 선생님이다.

하지만 이런 선생님이기에 B반은 밝은 분위기인 걸지도 모르겠다.


“아-, 벌써 시간이. 오늘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네.”


그건 선생님이 지각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반의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얼마 전, 여러분이 친 쪽지시험의 결과를 알려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향후의 흐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할 테니까 잘 못 듣는 일이 없도록 하렴.”


호시노미야 선생님 특유의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칠판에 붙어져 가는 테스트 결과.

그리고, 거기에는 각 개인이 몇 점이었는지, 낙제점 커트라인, 중간 고사 이후 낙제점을 받으면 즉시 퇴학이라는 것, 테스트 결과는 반 포인트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 등.

특이한 학교의 제도가 설명되어 있었다. 대략적인 설명을 끝낸 후 숙취의 영향이 다시 올라왔는지 타임이라고 말하며 일단 퇴실하는 선생님.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을 땐 좀 더 말쑥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 질문이 있습니다만, 괜찮을까요?”


(선생님의) 부재 동안 생각하고 있던 걸 말해보기로 한다.


“그래그래~. 뭐니? 이치노세.”


“이 학교가 실력 주의라는 것은 이해했고, 테스트를 바탕으로 향후 반 평가를 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쭙고 싶은 것은, 다른 반의 결과인데요. 원래라면 개인적인 점수를 묻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실제로 B반의 점수는 공개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경쟁을 하는 진학교와 같은 제도를 도입한 이 학교라면, 전부 공개해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역시 착안점이 샤…*(*샤프 광고 문구)…다르구나. 이치노세는. 물론 다른 반의 점수도 공개되어 있어. 개별 점수가 아니라 평균점만 나와있지만.”


그렇게 말한 호시노미야 선생님은 웃으며 또 한 장의 작은 종이를 붙였다.

우리 B반을 제외한 3개의 반의 평균점이 적혀있다.


“혹시, 누군가가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것일까요?”


“응 맞아. 왜냐면 가르쳐줘야 할 게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 질문을 받아 대답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알려줬을 뿐이라는 그런 느낌?”


덤덤하게 대답하는 그 모습은, 그게 일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학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복잡하다고 해야 하나, 골치 아플지도 모르겠다.

경쟁을 시킨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도 필요 최저한 이상의 정보를 주지 않는다.

자기가 직접 도출해 내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만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말이야, 우리들 꽤나 굉장한 반이네. B반이지만.”


반의 분위기 메이커인 시바타가 평균점을 비교해가며 말했다.

확실히, 쪽지 시험의 결과로만 보면 이 반의 평균 점수는 A반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아.

그 차이는 2점 정도밖에는 나지 않았고, 불시에 친 쪽지 시험이었다는 걸 고려해봐도 학력에 있어서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결과라는 걸 알 수 있다.

중간 고사를 대비해 착실하게 대책을 마련해 준비하면 점수에서는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선생님이 교실을 나간 뒤, 반의 학생들은 각각 나름대로 잡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역시 하위 반은 바보라는 거네. D반은 반 포인트 이미 0이고, 이번 쪽지시험에서도 단연 평균 점수 낮고 말이야.”


시바타의 의견에 일부 학생들이 찬성하며 동의한다.

확실히 학교측에서의 통지로부터는 그렇게 밖에 읽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확신은, 지금은 가져선 안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평균점이 높다는 걸 본 반 친구들은 들뜬 듯이 떠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지금은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정말로 그것뿐인 걸까?”


파문을 일으킬 각오로, 나는 돌 하나를 던지기로 했다.


“어? 무슨 말이야? 이치노세.”


“만약 정말 학력만으로 반이 나뉘어진 거라면, 하위 반의 경우엔 역전은 무리잖아? 모든 건 노력하기 나름이라곤 해도, 짊어지고 있는 핸디캡은 작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 걸. 우수한 사람만이 A반에 모여 있는 거라면 역전은 거의 불가능할 테니까. 기를 쓰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이 결과만으로 긴장을 풀기엔 이르지 않을까?”


“나도 동감이다. D와 A 사이에는 확실히 명확한 차이가 있어. 하지만, 학력만으로 판단된 건 아니겠지. 실제로, 이치노세는 입학 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했어. 점수만으로 분류하는 반을 나눈다면 틀림없이 A반이다.”


“그렇구나…… 확실히….”


“내게 뭔가 결점이나 실수가 있어서 B반이라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점수는 높지만 문제가 있어 D나 C에 들어간 애들도 상당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


즉, 학력=반 분배, 가 아니라 종합력으로 경쟁을 한다고 하면 시험 결과에 따라선 하위 반이 차이를 좁혀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우수한 인재가 있다면 지금은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가르치는 방법에 따라서 단숨에 성장해 올지도 모르는 법이다.

3년간 이라는 긴 싸움이지만, 포인트를 늘려 나가는 방법이 아직 명확한 게 아닌 이상, 늦지 않게 지금부터 차이를 좁혀 나가지 않는다면 멀어 지기만 할 뿐이겠지.


“지금으로서는 이 반에서 낙제점으로 퇴학 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중간 고사를 대비해 다같이 공부해서 평균점의 향상을 목표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떠려나.”


“찬성! 나, 좀 불안한 부분 있기도 하고……. 이치노세가 가르쳐 줄래?”


“물론이야.”


그렇게 대답하자, 잇달아 참가자가 모여들었다.


“와, 와. 생각했던 것보다 많네. 잠깐만 기다려 줘.”


인원을 세어보면 15명, 나 혼자서는 아무래도 손이 부족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협력을 부탁하려고 시선으로 도움을 구한다.


“내가 협력하지.”


거기에 응해준 건 지금까지 거의 얽힌 적이 없었던 칸자키였다.


“괜찮아? 칸자키.”


“그래. A반을 목표로 하는 한 사람으로서 협력할 수 있는 건 할 생각이야.”


과묵, 질실강건(꾸밈없지만 착실하고, 본질에 충실히 심신이 강건한 상태)한 인상의 그는, 평소 조용하고 얌전한 존재였다.

그런 칸자키가 말한 제안을 난 솔직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발표된 쪽지 시험의 결과도 나와 차이 없는 점수를 받았다는 것에서도 학력이 우수하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지도하는 역할로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고마워, 아무쪼록 잘 부탁해.”


칸자키의 협력이 있다곤 해도, 한 번에 15명은 너무 많았기에 우선은 점심 시간과 방과후 이렇게 2부로 참가자를 나누어 공부 모임을 열기로 했다. 점심 시간의 참가자는 7명.

낙제점 회피는 당연하고, 타도 A반이다. 뜻은 조금 높게 가지는 게 목표를 이루는 보람도 있는 법이다.


“이치노세는 입시 톱이었던 거지? 거기에 성실하고, 다른 사람도 잘 돌보고……. 어째서 B반이었던걸까. 나 궁금해.”


어째서? 그런 거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혹시 학교측의 실수가 아닐까?”


“으음, 학교에서 그런 실수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게다가 나는, 지금 B반의 모두를 좋아하니까. 어차피 A반이 된다면 지금 반으로 되고 싶은데.”


그건 본심이었다. 아직 만난지 채 몇 달 지나지 않았지만, 내게 있어 B반의 모두는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이다. 나만 A반에 간다는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이치노세………정말 좋아해!”


양 팔을 벌리며 치히로가 날 껴안기 시작했다. 그게 여동생과 겹쳐 보여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 버리고 만다. 싫어하는 기색 없이, 치히로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만들었다.


“나, B반이어서 다행이야”


“나도나도!”


나와 치히로에를 부둥켜 안는 듯이 아사코도 뛰어 들어왔다.


“우리도 뛰어 들어 보자고.”


“관 둬.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을 거다.”


여자의 고리에 가세하려는 시바타를 칸자기가 목덜미를 잡아 제지해 주었다.


“역시 꽤나 혼잡하네…….”


도서관은 생각보다 혼잡하고, 언뜻 보아도 여러 그룹이 공부에 힘쓰고 있었다. 1학년 만이 아니란 점에서 보면 여시 테스트는 중요한 존재겠지.

빈 공간에 자리를 확보하고, 선생님에게 배운 시험 범위를 착실하게 복습해 나간다. 기초가 되어 있는 아이들뿐이기에 딱히 문제는 없다.

묵묵히 공부하면서 때때로 날아오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자 주위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그룹이 충돌하고 있는 듯했다.

금방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조용히 되기는 커녕, 소란이 점점 커져 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안 되려나.


“이치노세, 다른 곳에서 공부 안 할래? 저쪽 남자가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 돼.”


조금은 너그럽게 봐주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른 아이들은 한계에 달한 것 같았다.


“민폐야. 정말.”


방금 전까지의 집중력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다들 지친 듯한 표정을 보인다.


“주의 좀 주고 올게.”


나는 일어나 다투기 시작하려고 하는 남자 곁으로 가려고 했다.


“잠깐만. 위험하다고 이치노세. 저기 있는 건 스도와 야마와키라구?”


야마와키라는 아이는 잘 모르겠지만, 스도라는 이름은 들은 적이 있다.

어디서부터 발생한 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폭력적인 성격이라고 했었나.


“대신 내가 가지.”


“괜찮아. 칸자키. 여긴 내게 맡겨줘.”


칸자키가 중재에 들어가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켜버릴 가능성이 있다.

남자의 프라이드란 묘하게 높으니까, 이상한 자극이 되버리면 귀찮기도 하고.


“자, 스톱, 스토옵!”


나는 다투고 있는 당사자들 사이에 억지로 끼어 들었다.




“뭐야 네년은? 제삼자는 빠져라.”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때릴 듯한 기세로 쳐다보는 남자 아이.

조바심에 고양되었는지 얼굴이 조금 붉다. 아마 이 아이가 스도겠네.

소문이 생길 정도의 굉장한 박력이지만, 그의 말에 따를 수는 없지.


“제삼자? 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학생 중 한 사람으로서 소란을 간과할 수는 없으니까. 혹시, 그래도 폭력 사태를 일으키고 싶다면 밖에서 해주지 않을래?”


많은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곤란해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많은 친구들이 있으니까. 나는 그들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리고 너희도, 도발이 좀 심한 게 아니니? 이 이상 계속한다면 학교 측에 이 일을 보고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괜찮아?”


스도의 박력에 밀려 침묵을 지키던 야마와키네에게도 주의를 준다.

포인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넌지시 비치면 그들의 화 역시 온순하게 거두어 줄 것이다.


“미, 미안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야. 이치노세”


야마와키는 날 알고 있었는지 그렇게 말하며 사과를 했다. 역시 솔직한게 제일이다.


“야, 가자. 이런 곳에서 공부하면 바보가 옮는다고.”


“그, 그러게”


그냥 물러나는 거라고 여겨지는 게 싫었는지, 그들은 그런 험담을 남겼다.

분명 저렇게 불씨를 남기니까 싸움이 끊이지 않는 거겠지.

어쨌든 이걸로 스도도 싸움 상대가 없어져 버렸고, 일단은 해결이려나.

그래도 폭력을 휘두르려고 한다면, 내키진 않지만 학교 측에 보고해야만 한다. 


“너희들도 여기서 계속 공부할 거라면, 얌전하게 있어. 이상이야.”


주제넘은 짓만은 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그렇게만 전한다.

스도는 아직 머리에 피가 몰려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친구들은 진정된 것 같았고, 분명 괜찮을 거야.

떠날 때, 일순간 한 명의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 저번에 교무실 앞에서 봤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로 돌아오자, 치히로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역시 이치노세야. 고몬(미토 고몬)님 같았어!”


“그래? 그냥 주의를 준 것뿐인데?”


“그치만 야마와키, 이치노세란 걸 알곤 꼬리 말고 도망쳤버렸고”


“왜 그랬던 거지?”


난 야마와키와는 모르는 사이일 텐데.


“그야 전에 C반이랑 우리반이랑 다툴 때, 이치노세가 해결했잖아? 분명 그래서라구. 엄청나게 무서워 했었으니까. C반 애들.”


“이치노세는 화나게 하면 무서울 것 같으니까.”


“어, 그, 그렇구나…….”


남자들이 무서워 한다니……. 뭐랄까 여자애로서 쇼크일지도.

불행히도 난 그 일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점심 시간은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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