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노세 호나미의 일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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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칸자키, 좀 물어볼 게 있는데 괜찮아?”
12월 중순, 페이퍼 셔플의 결과가 나온 이 날, 나는 칸자키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 A클래스는 다들 머리가 좋네. 이기지 못했어.”
“졌다고는 해도, 그 차이는 고작 2점이었다. 만회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어.”
근소한 차이이기에 졌을 때의 쇼크도 큰 편이지만 말이야.
하지만, 우리 클래스는 그런 걸로 주눅이 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체육제의 순위도 대충이지만 알고 있어. D클래스의 종합력은 C클래스 이상이라고 봐도 틀린 게 아냐. 이번 결과에서 D클래스가 부상해 올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겠지.”
좋건 안 좋건 C클래스는 류자키의 행동에 크게 좌우되는 클래스이다.
그가 하나의 작전을 실수하면 그 만큼 크게 클래스는 후퇴하게 된다….
“언젠가, C클래스로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도 빨랐으려나.
“그러게. 1년 안에 올라온 건 의외였다. 그 만큼의 차이가 있었으니까.”
D클래스는 입학 후인 1월에 모든 반 포인트를 한 번 잃었다. 거기에서 시작했다고 보면 경이적인 추격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 C클래스의 실속도 크지만.
하지만 류자키는 뭘 생각하고 있는 지 모르는 부분이 있으니까. 클래스 포인트를 희생해 뒤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 오기도 하고 있고 말이야. D클래스로 떨어졌다고 해서 그걸로 끝일 리가 없지. 긴장을 풀 수는 없어.
입학 당초에 그가 B클래스에 위험한 폭탄을 가져온 것을 잊어선 안돼.
“그런데, 앞으로 호리키타와의 협력 관계는 어쩔 셈이지? C클래스를 잡으면, 다음은 당연히 B클래스인 우리와의 싸움이 시작돼.”
“보통이라면, 말이야. 하지만 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싶고, 이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A클래스를 잡을 때까지 현상 유지를 하고 싶다는 거군?”
“응. 마지막으로 우리랑 호리키타네 반과의 일대 일 승부가 되는 게 이상적이려나. 사카야나기나 류자키네 반과의 싸움은 매번 체력 소모가 심하기도 하니까.”
“좋건 안 좋건 간에, D클래스는 우리랑 비슷하니까 말이지. 작전도 세우기 쉽다고 말하는 거군.”
“그런 셈이야.”
물론, 호리키타가 있는 D클래스는 예측을 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부분도 있다.
예로 든 사카야나기나 류자키와 같은 강렬하면서도 강한 리더가 없으면서도 상위 클래스를 추격해 오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녀를 지탱해주는 히라타나 쿠시다는 물론, 아야노코지에게도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게 좋겠지. 체육제에서 보여준 아야노코지의 릴레이는, 그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도 동시에 D클래스의 높은 포텐셜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뭐…. 아야노코지의 발이 빠르다는 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만. D클래스의 사쿠라 아이리가 습격을 당할 뻔했을 때, 그와 같이 현장까지 뛰어갔었던 적이 있다. 옛날에 육상을 했었던 난 그럭저럭 달리기에 자신이 있었지만, 그 때 그의 달리는 폼이나 흐트러짐이 없는 호흡에 내심 놀랐었다. 지금은 눈에 띄지 않을 뿐이지, 그 밖에도 비슷한 학생이 있을지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이후에 만날 사람이 있어.”
“헤에, 칸자키가? 드문 일이네.”
“이 반이 A클래스에 오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해 두고 싶으니까 말이지.”
“무리는 하지 마.”
“당연하지.”
옅게 웃은 칸자키는 그렇게 말하며 짐을 챙겨 교실을 나갔다.
“저기~ 이치노세. 잠깐 괜찮을까?”
칸자키와의 대화가 끝나고 막 혼자가 되었을 때, 시바타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니?”
“아니……, 칸자키하고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앞으로의 B반의 자세, 라고 해야 하나. 작전을 생각해 둬야 하니까.”
이 대화에서 시바타는 페이퍼 셔플의 결과를 생각해 냈던 것 같다.
“시험에서는 미안했어. 좀 더 점수를 땄다면 이겼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말은 하기 없기. 나도 그런 걸.”
누구라도 좀 더 포인트를 땄었다면, 하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후 다같이 놀자고 하는 것 같은데, 어때?”
시바타가 돌아본 곳에는 치히로와 아사코의 모습도 있었다.
“그러네. 졌을 때야 말로, 다 같이 확하고 떠들어 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네.”
나는 찬성하고, 반에 남아 있는 애들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결국엔 10명 정도로 늘어난 B반의 멤버를 데리고 느티나무 쇼핑몰로 향한다.
그러던 도중, 우리는 A클래스의 주요 멤버 셋과 만났다.
사카야나기에 하시모토, 그리고 카무로다.
“안녕. 사카야나기.”
졌을 때야 말로 밝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어머, 꽤나 많은 사람들이랑, 즐거워 보이네요. 이치노세씨.”
“그게, 축하회를 할 수는 없었으니까. 유감회라도 할까해서.”
“그랬군요. 솔직히 B클래스의 총점에는 놀랐어요. 한 문제라고 틀렸었다면, 우리가 졌을지도 모르겠는 걸요. 실력은 거의 호각이었어요.”
“고마워. 다음엔 안 질 거니까.”
“네, 다음에 싸울 때를 기대하고 있겠어요. 그리고, 여기서 이치노세씨와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실은 조만간, 이치노세씨에게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상담?”
뜻밖의 말이 사카야나기로부터 나왔다.
“네, 해결할 수 없는 고민과 직면했기에,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아래로 향하곤, 조금 무거운 한숨을 내 쉬었다.
그녀는 무엇이든 혼자서 해결하고 말 것 같은 사람. 그렇기에 의외였다. 항상 자신감에 넘쳐 있는 사카야나기답지 않은 태도이다. 그 정도로 곤란한 일인거려나.
“그래서요……. 만약 괜찮으시다면 추후 상담에 응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어, 나 같은 걸로 괜찮아?”
“제 고민은, A클래스의 분들과는 조금 상담하기가 어려운 것이라서요. 이치노세씨가 싫다고 하지 않으신다면….”
“하나도 안 싫어. 응. 언제든지 연락해줬으면 하는데. 얼마나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습니다. 분명 당신은 제게 도움이 되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사카야나기의 연락처를 모른다. 지금 물어보는 게 좋으려나.
그렇게 생각한 직후, 사카야나기는 생긋이 웃으며 연락처로 보이는 종이를 내밀었다.
“더 이상 시간을 뺏으면 기다리는 분들께 죄송하기도 하고, 오늘은 이만 실례하도록 할게요.”
“아, 응. 그럼 나중에 연락처 보내 둘게.”
언제나 자신의 연락처를 메모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일까.
받은 종이에 적힌 주소화 번호에 시선을 떨구곤, 주머니에 넣는다.
뭔가 약간 걸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나는 사카야나기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있지, 이치노세. 오지랖인 거 알지만 조심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며 시바타가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 주었다.
아사코와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인지 사카야나기의 상담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냥 그녀의 상담을 듣는다, 는 것 뿐이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카야나기라고?”
시바타의 걱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이야기해 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정말로 곤란해하고 있다면 도와주고 싶어.
난 누구에게라도 전력으로 답해주기 위해 자신에게 가능한 최선을 것을 할 거니까.
그것이 설령, 언젠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일이 되어버린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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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군, 상을 무조건 씨로 옮기면 미묘하고....일본 소설이니까 그냥 써도 취미용 번역이니 무방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이치노세의 말투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고, 사카야나기는 아가씨같은 미화어가 많이 들어간, 혹은 존경 표현이 가득한 어투. 이거 이대로 옮기면 우리말은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 같은데...뭐. 아무렴 다들 적당히 걸러서 읽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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