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가 되자 링크. 연재본 번역은 안되어 있는 것 같길래 시작해보려고 함. 잘 될려지는 잘 모르겠다.... 단편은 번역도 되어 있는 듯. 내용의 큰 차이는 없다고 함. 시간 나는대로 찬찬히 번역해 볼게요. 대게 주말에나 가능하지 않나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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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회가 열리는 곳, 천장에서 내려온 샹들리에가 중앙이 텅 빈 홀을 비춘다. 잘 차려입은 방청객들 사이에서 나는 홀로 이 단죄극의 피고인이 되어 서 있었다.
내 맞은 편에 적대하는 듯이 서있는 백금발(플래티넘 블론드)의 청년은, 내 주장이 변함이 없음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후 슬픈 표정으로 한 번 눈을 감는다.
".....유감이군. 레미. 그리 고집스럽게도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보호해 줄 수 없어...... 레미리아 로제 그라우프너!! ......너 같은 자를 미래의 여왕으로 맞이할 수는 없다. 왕태자 윌리어드 아크 크라이젠의 이름으로 이 약혼을 파기하겠다!"
10년이나 유지되었던 약혼을, 10년 동안 쌓아왔던 신뢰 관계를.......파기한다고 큰 소리로 선언한 윌리어드는 나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그 고귀한 푸른 빛 속에 경멸의 빛이 서려있다. 팔에 매달려 있는 옅은 쉬폰 브라운 색을 띈 푹신해 보이는 머리결을 가진 , 딸기빛 핑크색 눈동자의 사랑스러운 소녀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불안한 표정으로 강아지처럼 떨고 있다가, 지금은 고개를 숙인 채 얼굴에 옅은 승리의 미소를 띄고 있다. 숙녀라고 하긴 거리가 멀고, 경박스럽게 윌리어드의 몸에 엉겨 붙어 있는 그녀의 조소가 보인 건 정면에 있는 나 뿐일 것이다.
......아아, 안 됐어. 그렇게나 노력했는데, 윌님도, 귀여운 의붓 동생 클로드도, 소꿉친구인 데이빗, 스테판도. 역겨운 것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모두, 모두가 나를 믿어주지조차 않았다. 그런 일은 안했다고. 증거로 들이민 것도 본 적이 없다고 아무리 호소해도 받아주는 일은 없었다.
레미리아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어. 뭔가가 잘못된 거야. 하며 끝까지 믿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신뢰 관계를 쌓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적의 가득 찬 주위의 시선.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난 거짓말을 했다고 여겨지며 죄를 뒤집어 써야만 할 만큼 원망 받았던 거야?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일을 꾸며낼 정도로.....
그리고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 내가......마음이 통해 서로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윌리어드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윌님만이 아니라, 클로드도, 데이빗도, 스테판도........ 다들...날......
절망에 눈 앞이 캄캄해지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쳐 오른다. 희미한 부유감과 함께 내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의식이 명료해진다. 아, 오랜만에 느끼는 몸의 무게. ....그래. 에미의 지식 속에 있었지. 이게 중력이라는 거겠네.
내 뜻대로 움직이는 몸. 거의 11년만의 일이라 헤멜 것 같다. 하지만 추태를 보일 순 없어. 왕태자와 약혼을 맺은, 숙녀로 유명한 '공작부인 레미리아 로제 그라우프너는 그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슬퍼 보이도록, 그러나 고귀함을 잃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이 상황을 만들어낸, 지금은 윌리어드의 팔에 매달려 우월감을 얼굴에 드러낸 여자를 노려볼 뻔한 것을 이성으로 막는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냐.
자신의 약혼자를 믿지 않고 다른 여자에게 휘둘린 어리석은 남자. 가족으로 지낸 시간도 잊어버린 냉정한 남자, 마음의 어둠을 걷어낸 상대를 배신한 괘씸한 소꿉친구들에게, 악의에 찬 거짓과 속임수로 '에미'에게 상처를 입힌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년. 그들과 마주한 나는 에미가 쌓아 올린 '레미리아 로즈 그라우프너'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도록 허리를 펴고 앞을 향했다.
난 너희를 용서하지 않아. 에미가 너희의 태도에 얼마나 슬퍼했는지, 그 여자가 퍼뜨린 근거 없는 소문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최근 한동안은 그 여자가 항상 학원에서 윌리어드 일행과 함께 있어 약혼자로서의 시간따위는 조금도 보내지 못했다. 별의 처녀라고 불리는 그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그 거리감과 대하는 태도에 에미가 몇 번이나 불안을 호소해도 들어주지 않았고.
오늘 이 야회도, 에미는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에스코트하러 온 윌리어드를 보고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르겠지.
나는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보고만 있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희가 에미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은 것도, 그 별의 처녀라고 하는 게 혼자 있을 때면 흉측한 얼굴로 타인을 욕하는 것도, 약혼자의 총애를 잃은 공작 부인이 왕태자의 새 연인을 질투해 가혹한 괴롭힘을 가하고 있다며 주위에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도.
보고만 있을 뿐, 여태까지 단 한 번 조차,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 자신의 무능함과..... 눈 앞의 배신자와 만악의 근원인 '별의 처녀'에 대한 격렬한 분노가 내 몸속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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