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부터 몇 년이나 지난 걸까.
-반드시,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다음에 만나면 확실하게 본명을 알려 줄게. 그렇지. 백마라도 타고 갈 테니까 착실하게 친구 만들어서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어.
정말이지,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생각이야?
“후아-, 홍차 맛있네.”
“그렇구나”
“의뢰가 없으니까 평화로워서 좋은데”
요 며칠은 외로 없고, 봉사부 부실은 그저 찻집 같은 느낌이다.
추운 계절에 따듯한 방에서 책을 읽으면서 차와 음료를 마신다. 이 이상의 행복이라는 게 있을까?
물론 음료는 MAX 커피. 액체와 액체의 기적같은 콜라보레이션이다.
“실례하마”
“선생님, 들어 오실 적엔 노크를 하라고 매번 말씀 드리지 않습니까….”
“뭐, 세세한 건 신경 쓰지 마라. 유키노시타, 나도 홍차를 부탁하마”
“………여긴 찻집이 아닙니다만”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면서 갑자기 등장한 아라사(웃음) 국어 교사가 가져온 컵에 홍차를 따라주는 유키노시타.
그보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부실에 차를 마시러 오다니, 처음 아냐? 무슨 일이야? 갑자기?
“응? 아아, 아니 뭐냐, 오늘은 오랜만에 일이 빨리 끝나서 말이다, 어딘가의 음악 교사처럼 부실에서 방과후 티타임을 할까 해서.”
“저녁 식사에 초대 해 주는 사람도 없고 말이죠 “흣!” 으억!?”
아팟!? 경찰 아저씨! 여기 폭력 교사가 있어요!
“아- 하지만, 선생님, 겉보기엔 미인이시구 고르지만 않는다면 그런 상대는 많지 않으셔요?”
야, 유이가하마, 겉보기엔, 하고 말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거 도움이 안되거든?
하지만 뭐, 그런 말 들으니까 그렇네. 히라츠카 선생님은 외형만은 초절정 미인이지. 말 걸어 오는 남자도 적잖이 있을 거고.
“뭐어, 나름대로 있다고 한다면 있었는데…. 안 웃을거냐?”
“네!”
유이가하마씨 즐거워 보이네요. 여자 애란 사랑 이야기 좋아하는 구나. 참고로 또 한 명의 여자 애는 전혀 관심이 없는지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야, 조금은 관심 좀 가져 주라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우우- 하면서 고민한 후, 귀 끝까지 새빨개져서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사랑이 있었어, 그 사람이 반드시 언젠가 데리러 온다고 약속 했으니까….”
“””푸흡!”””
“너, 너희들 안 웃는다고 했잖냐! 아니 유키노시타까지!?”
어? 뭐라고 했어 이사람?
첫 사랑? 데리러 와?
크흐흣…안돼, 웃음이 멈추질 않아….
“크흡……아-, 저기 선생님? 그거 몇 살 때 이야기에요?”
“내가 열 다섯 살 때의 이야기다.”
큭큭, 안되겠어…. 배 아퍼 죽을 것 같애….
“……히키가야, 그렇게 진급하기 싫다면 상관없다만?”
아, 이건 위험하다. 선생님의 눈빛이 무서워.
“그럼, 히라츠카 선생님. 그 이야기 좀 더 자세하게 말씀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느 샌가 여기에 온 유키노시타가 말한다.
아무래도 이 녀석도 관심이 생긴 것 같다.
뭐, 난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무래도 좋지만.
선생님의 사랑이야기라니, 수학 수업보다도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하물며 자이모쿠자의 소설보다……는 낫네. 응.
“그렇구나, 분명히, 그 날엔 눈이 내리고 있었고….”
어쩐지 졸리는데….
“……어라?”
부활동은 그새 끝난 건가?
아- 어쩐지 졸려서 기억이 없으니까, 분명 동아리가 끝날 때까지 자다가 좀 전까진 잠이 덜 깼던 거였군.
오래간만이기도 하고, 새로 나온 책이라도 사 갈까? 응?
“……세요.”
“……하면……무섭다고….”
누가 무슨 일에 시비라도 걸린 건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보자, 여자애 한 명이 뭐랄까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달르다고? 라는 느낌의 전형적인 양아치한테 헌팅 당하고 있었다.
그보다 요즘 저런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는 거냐?
패션은 수십 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것 같으니까 한 바퀴를 돌아, 역으로 새로운 건가?
“하, 하지 마세요!”
“에이- 뭐 어때? 따로 일행도 없잖아?”
불쌍하게도 여자애는 이제 울 것 같다.
나이는 고등학생 정도려나? 아니면 한,두 살 어릴지도 모르겠다.
……하아, 이대로 모른 척 지나가는 것도 나중에 잠자리가 불편할거고, 최악의 경우엔 큰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든 되겠지.
“미안, 기다렸지!”
“엇…?”
“제 일행에 무슨 용무라도?”
“뭐야 이 자식은?”
“한번 해보자는 거냐?”
우와-, 이렇게까지 틀에 박힌 대사를 하면 반대로 감탄한다니까.
“야 기다려. 이 녀석 눈이 위험해! 저쪽 애들 아냐? 빨리 튀자.”
저기요? 거기 세 번째, the 옛날 양아치씨?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 실례되는 말이거든요?
“””죄, 죄송합니다-!!!”””
왠지 도망쳤다….
뭐야? 로켓단?
그럼, 서점 갔다가 집에 가자.
“저기!”
소매를 잡아당기길래 돌아보자 좀 전의 여자애가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드래곤 퀘스트라면 동료가 되는 플래그지. 뭐, 이 여자애는 분명 전력이 되지 않겠지만.
“감사합니다. 저기, 답례라고 하긴 그렇습니다만, 괜찮으시다면 차라도 한잔 사드리고 싶습니다!”
“아니, 답례라던가 괜찮으니까. 그보다 혼자야? 또 그런 일에 얽히지 않게 빨리 집에 가는 게 좋을걸?”
이런 일에 관련되지 않는 게 좋다.
귀찮은 일이 돼버리면 나중에 힘들고.
“그게…. 어머니와 함께 왔었지만 급한 일이 생겨버린 나머지, 잠시 동안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만 해서 말이에요….”
이 여자애 말투 공손하구나….
조금 전의 모습이나 말투로 미루어보면 아가씨처럼 자란 거겠지. 또 혼자서 남아있어도 얽히기 쉬울 듯하니까.
……하아, 조금 전까지의 나라면 분명, 무시하고 돌아갔을 텐데…. 역시 나도 그 녀석들하고 만난 후 변한 걸까?
“그럼, 네 어머니가 돌아오실 때까지만이라도 괜찮다면 같이 있을게.”
“네! 부탁 드릴게요.”
다시 보니까 엄청나게 미인이구나.
유키노시타한테서 독을 빼고, 대신 어떤 부분을 부풀린 느낌.
이거, 주위 사람들이 신고 하는 거 아냐?
그 때 난 뭐라고 대답했었지?
아아, 그래. 백마 같은걸 타고 오면 주위 사람들한테 폐를 끼친다던가 하고 말했던 기억이 든다.
그랬더니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래? 그럼 오늘처럼 자전거 타고 올게. 이 부근은 하교 길에 자주 들르니까, 그리 멀지 않은 날에 만날 수 있을걸.
라고 했다.
뭐가 자주 들르니까. 야?
그로부터 몇 번이나 그 장소에 갔다고 생각해…? 몇 번이나 그 가게에 갔다고 생각하는데!
몇 번이나,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생각하냐고….
“그래서, 너, 이름은?”
우리는 근처의 복고풍 카페에 들어갔다.
시대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인데도, 어딘가 새로 지은 것 같고, 재미있는 가게네.
“미나모토 시즈카라고 해요. 당신의 이름도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도라에몽이냐고! 아니 그보다 시즈카? 내가 아는 사람인 시즈카 선생님도 이 정도로 정숙하다면 인기 있을 텐데.
뭐랄까 그, 가렵네.
평소 같으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물어 볼 때는 우선 자신부터 해야 한다고 못 배웠니? 초등학교부터 다시 하는 게 어떠니?” 하고 말할 거니까.
하지만 뭐, 더 이상은 관련 될 일도 없을 거고, 나중에 유키노시타한테 발견 돼서 신고한다던가 하고 말하면 어쩔 수 없으니까.
이름은 대충 얼버무리자.
“루팡 3세야”
“루팡? 특별한 이름이시네요. 외국인이신가요?”
……설마 믿어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죄책감 엄청나….
그보다 이 여자애, 너무 순수하잖아?
“뭐, 그런 셈이지. 그런데 아까처럼 헌팅 당하는 건 처음인 거야?”
“네. 항상 어머니와 함께 있으니까요.”
“친구들하고 놀러 갈 때라던지 이럴 땐 그런 일 없어?”
“……”
어라? 혹시 나 지뢰 밟은 거야?
“……………그게, 저 말이에요, 보시는 대로 내성적인데다, 겁쟁이기에 친구라던가 그다지….”
Oh-….완전히 지뢰 밟았네.
뭐, 말을 들어보면, 왠지 납득이 갈 지도 모르겠다.
교실 구석에서 혼자서 점심 먹고 있는 그런, 조용한 여자애라는 느낌.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있다.
“하지만 나하고는 처음 보는 사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고 있잖아?”
“그건, 루팡씨가 제가 곤란 할 적에 도와주셨으니까요……믿을 수 있는 사람 일려나- 하구요.”
그러니까 너무 순진하다니까. 이 여자애 분명히 미래에 사기에 넘어갈걸. 그리고, 매춘부 같은 데에도 끌려갈 것 같아.
내가 기막혀 하고 있자 미나모토?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 저기….친구라고 하는 건 어떻게 해야 생기는 건가요?”
그걸 알고 있다면 이런 고생 안 하는데요.
생각해보면 이상한 남자였다.
어째서 나를 도와줬는지, 어째서 상담에 응해주었는지, 어째서 그렇게나 상냥했던 건지.
주위 사람들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지만, 누구보다도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처럼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이끌어 줄 수 있을까.
그걸 알기 위해서, 나는 교사를 목표로 한 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순수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아니-나도 친구 없어. 테헷’이라고는 말 못해….
어떻게 해야 할까.
음….일단은 반의 리얼충(웃음)들의 생태를 말해보자.
이런 고상한 여자애라면 아무리 그래도 리얼충(웃음)처럼 그런 얼빠진 녀석은 되지 않겠지.
오히려 딱 알맞게 낙담할지도 모르겠는데.
“우선은 반 애들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것부터 이려나. 책이라던가 읽어?”
“별로 읽지 않아요. 문학은 좋아하지 않아서요….”
“아-, 그런 게 아니라, 만화 같은 건, 봐?”
“만화?”
안돼. 이 여자애. 너무 고상해서 이야기가 안 통해.
만화를 모르는 사람도 있구나.
“너…미안, 미나모토는 몇 살이야?”
“……여성에게 나이를 묻어보는 건 매너 위반인데요?”
뭐야 이거 귀여워.
히라츠카 선생님도 본받았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귀여운 반격이었다.
집게 손가락을 세우곤, 욘석!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모습은 진짜로 천사.
코마치, 토츠카에 이은 천사일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그렇다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여자라니, 나이가 아니잖아? 됐으니까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해.”
“바보 취급….열 다섯 살, 중학교 3학년 이에요.”
부웃- 하고 뺨을 부풀린다.
미안 코마치, 오빠 더 이상은 무릴지도 모르겠다.
포기 하지 마라 하치만! 아무리 그래도 중학생한테 손을 대다니, 유키노시타한테 무슨 말을 들을지….
“그렇다면 역시 순수 문학보단 만화 같은 게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쉽겠지. 내가 추천하는 건 드래곤 볼이랑 슬램 덩크, 나머진 명탐정 코난 같은 걸려나.”
뭐, 왕도라고 하면 왕도지.
“만화, 인가요…. 다음에 어머니께 부탁 드려 볼게요!”
“그거하고, 조금 더 밝게 행동해보면 어때? 아마 평소엔 지금보다 훨씬 조용하고 어둡지?”
“하지만, 부끄러워서요….”
머뭇머뭇 하면서 붉어지는 미나모토.
왠지, 나까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잖아.
“아니, 하지만 이렇게나 귀여운 얼굴이니까, 안 웃으면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엇?”
확-하고 얼굴을 드는 미나모토.
어라? 허둥댄 나머지 이상한 말이라도 한 건가?
“아-그게, ……뭐냐 “귀여운, 건가요?” 어? 뭐가?”
“그, 그게 저기, 제가 귀엽다고….”
“아, 아아, 어, 귀,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에헤헤…. 남자한테서 귀엽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에요. 그렇구나, 내 처음은 루팡씨구나아….”
아니, 행복한 듯한 표정으로 무서운 말 했지? 터무니없는 오해를 불러오는 건 아니라고!
주위의 시선이 찌르는 걸 느낀다. 뭐냐고오! 내가 뭘 했다고 그러는데….
“뭐, 뭐어, 정리하자면 좀 더 밝고 적극적으로 해내가면 좋다고 생각해. 때에 따라선 반 애들이 멍한 소리를 하면 태클을 거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는데?”
“태클?”
“뭐랄까 장난스러운 거라던가 그런 말을 한 녀석을 살짝 눈치 준다는 느낌? 이렇게, 뭐라카는데? 같은 거.”
“그렇군요! 장난 친 사람을 응징하면 되는 거네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장난을 응징한다니, 그거 이미 태클이 아니라 폭력 같은 느낌이 드는데.
뭐, 아무렴. 이 여자애라면 진심으로 때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고.
“감사합니다! 저, 노력해 볼게요!”
“어, 힘내라.”
뭐, 이런 잘난 듯 한 걸 말해놓고도 난 친구가 없지만서도.
-또 고민이 있으면, 언제라도 말해.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는 못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정도라면 해 줄게.
정말 귀찮다는 듯이 있으면서도, 그는 그런 말을 한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농담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사실은 그 때 그가 양아치들한테 얽혀있던 나를 구해주었고, 친구가 없었던 내 상담에도 응해주었다. 그리고 확실하게, 심각한 고민도 해결해 주었다.
그와 같은 사람은 없겠지. 아마.
그런 그에게 내가 바랬던 건 단 하나,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 만나서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그것뿐이었다.
아아, 그거면 두 개잖아. 하고 말할게 눈에 선하다.
그런 평범한 대화를 하는 것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
“그래서, 사실은 왜 혼자서 그런 곳에 있었는데? 아, 말 안하고 싶으면 무리하게 안 물어볼 테니까.”
“어……어째서 제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안거에요?”
“간단해. 보통 누구라도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다른 사람, 것도 처음 본 놈이랑 카페에 들어가려고는 하지 않거든.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미나모토를 본 느낌으로, 부모님께서 소중하게 키우셨다는 걸 알 수 있어. 그런 부모님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해서 그런 곳에 딸을 방치하거나 하지는 않을 거잖아?”
“보기와는 달리 감이 좋네요….”
야! 보기와는 다르다니 뭐냐고!
이 여자애의 경우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만큼, 더욱 상처 받는다.
하아, 하고 한숨을 한번 쉬고는 미나모토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조금, 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제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자 마자 돌아가버리셨다고 해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부유한 집안이어서, 살아가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요.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계속 어머니와 둘이서 살아왔습니다만, 어머니가 재혼하시게 되셔서, 오늘은 새 아버지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불안해서, 그러다가 어머니가 저를 버리고,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무서워져서, 만나기 전에 레스토랑에서 도망쳐버렸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있는데 조금 전의 그 사람들이 말을 걸곤…. 뒤에는 보셨던 그대로에요.”
의, 의외로 무거운 이야기였다.
큰일이네, 이건 물어보지 않았던 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책임한 일을 말할 순 없고, 어떡해야 좋을지….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아, 그런 얼굴 하지 말아줘.
그런 얼굴을 해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고,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
나한테는 뭐가 올바른 길이라던가, 그런 건 모른다. 조금 전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하지만,
“나는 네 미래에 책임을 질 수 없어.”
하다못해 등을 밀어주고 싶은 건, 역시 이 1년간 그 녀석이 누군가에게 계속 손을 내미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겠지.
“그렇기에, 간단하게 새 아버지와 사이 좋게 지내라고도,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고도 말 할 수 없어. 하지만, 이것만은 말 할 수 있어.새 아버지는 네 어머니가 선택한 사람이지?
처음 보는 내 말 따위보단, 엄마를 믿어 주라고. 그래도 또 고민이 생기면,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는 못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정도라면 해 줄게.
“……아, 그 말대로네요. 저, 어떻게 되어있었나봐요. 어머니가 저를 생각해주시지 않으셨을 리가 없는데….”
“잠, 야, 울지마!”
내가 울린 것처럼 보이잖아!
점원씨? 그 수화기에 뻗은 손을 내려주시지 않을래요?
“저, 가 볼게요. 돌아가서 어머니가 선택한 사람과 만나 볼래요.”
“그래, 뭐, 힘내라.”
~~~~~~~~~~~~
“눈, 이네요.”
“아아”
가게 앞으로 나오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제 점점 주위도 어두워졌고, 책은 다음에 사고 빨리 집에 가자.
“결국 마지막까지 이름은 안 가르쳐 주는 거에요?”
“가명이라고 알고 있었던 거냐”
“당연하죠. 왜냐면 외국인은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진 않으니까요.”
그 부분이냐!
그 뭐냐 좀더, 머리 색 이라던가, 이런, 여러 가지 있잖아?
역시 이 여자애는 순수하기 짝이 없구나.
“또, 만날 수 있을까요…?”
하아, 진짜. 여자라는 건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만날 수 있다고 밖엔, 말할 수 없잖아.
“반드시,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다음에 만나면 확실하게 본명을 알려 줄게. 그렇지. 백마라도 타고 갈 테니까 착실하게 친구 만들어서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어.”
?왠지 얼굴이 새빨간데?
열이라도 있는 거야? 이 녀석?
“……배, 백마 같은걸 타고 오면 주위 사람들한테 폐를 끼쳐요.”
틀리지 않구나.
정말로 순수하다고 할까, 농담이 통하지 않는데. 뭐, 분명 이 여자애의 장점인 것이다.
“그래? 그럼 오늘처럼 자전거 타고 올게. 이 부근은 하교 길에 자주 들르니까, 그리 멀지 않은 날에 만날 수 있을걸.”
“정말이에요? 약속이에요?”
“그래, 약속.”
“에헤헤…. 다음에 만나면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요, 꼭이에요?”
“알았다니까. 자, 빨리 가봐. 기다리시잖아.”
“네! 그럼 담에 뵈요!”
“응”
소녀와 헤어져서 집으로 가는 길에 오른다.
그 여자애는 분명 괜찮을 것이다.
“응?”
뭔가 위에 있는 건가? 발 밑에 그림자가….
“뭣!?”
위를 쳐다보니 거대한 눈사람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로 크냐면 자이모쿠자의 10배정도.
그 보단 도망쳐야….
“푸헙”
넘어졌다. 아, 이거 끝났다고 하는 그거다….
“……키! 힛키!”
“…응? 여긴?”
분명히 나는 눈사람한테 깔려서….
“무슨 잠꼬대를 하고 있는 거니…. 부실인게 당연하잖아.”
“히라츠카 선생님의 첫사랑 에피소드를 듣구 있었잖아!”
아, 좀 전까진 꿈인가.
“아- 그러고보니”
“진짜, 힛키도 참! 그럼 선생님, 계속 해 주세요!”
“계, 계속 얘기 해야 하나? 이제 됐잖냐….”
“그 사람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 후 사귀셨다던지?”
“아니, 사귀는 것도 뭐도 그것뿐. 다시 만나지 못했어.”
““어…?””
“그때 이후로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결국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럼, 선생님은 그 사람을 계속해서?”
무슨 이야긴지 전혀 모르겠지만 짐작하기에 히라츠카 선생님의 첫사랑 상대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약속을 어긴 것 같다.
쓰레기 같은 놈이네. 나와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이 사람 그 첫사랑을 계속 품고 있어서, 아직까지 결혼하지 못한 거야?
뭐야 이 순수…응? 순수한 녀석? 또 만나? 약속?
설마.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해보면 건방진 녀석이었지만.”
“어떤 사람이었나요?”
“가르쳐 주세요.”
두 사람 모두 흥미진진해 보이네요.
“흐음, 외관은 그럭저럭 멋있었는데? 다만, 아, 그래. 히키가야 같은 눈을 하고 있었구나.”
“선생님, 그런 썩은 눈을 한 사람이 달리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잠깐만? 방금 흐름에서 어째서 내가 매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불합리한 거에도 정도가 있잖아.
“그리곤, 소년 만화를 읽기 시작한 것도 그가 권유해서 그렇구나……. 맞아맞아, 절정인 건 그 남자애, 자기의 이름을 루팡 3세라고 했던 거지!”
““우와아….””
설마, 그런 일이.
“……선생님? 혹시 선생님의 부모님, 재혼 하시지 않으셨나요?”
“응? 아아, 하셨어. 내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것 같고, 마침 그 애와 만났을 때 재혼하셨지.”
“참고로 묻겠습니다만, 원래 성함은요?”
“이상한 녀석이군…. 왜 그런걸 물어보는 거냐?”
“부탁 드릴게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 리가….
“뭐, 별로 상관은 없지만 “힛키 힛키! 밖에 봐바! 눈이라구!”
유이가하마…!!
뭐, 아무래도.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고, 그저 우연이겠지.
창 밖에 내민 손바닥 위에 내리는 눈은 왠지 따듯했다.
“시즈카! 어디 갔던거니? 찾아 다녔단다?”
“죄송해요. 어머니.”
“아아, 시즈카를 찾았구나, 진짜, 정말 다행이야.”
“어머니, 이 분이?”
“그래”
“처음 뵙겠습니다. 히라츠카 타케히토입니다. 오늘부터 당신의 가족이 됩니다. 잘 부탁해요. 시즈카!”
'Game.Life > Transla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로하 “선배 기분 나빠요.” 유키노 “히카가야, 기분 나쁜데” (1) | 2015.01.10 |
---|---|
하루노처럼!(IV) (2) | 2015.01.04 |
하루노처럼!(III) (1) | 2015.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