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 무슨 생각이신가요?
“응-? 뭐가?”
집에 돌아 온 후, 아까 있었던 일을 따지는 나를 보며 빼죽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루노씨.
매료매료 열매라도 먹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 매력적인 표정에 나도 모르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면서 경례를 하고 싶어졌지만, 이번에는 어정쩡하게 넘어갈 수는 없다.
아무튼, 나한텐 목숨이 걸린 문제다. 죽어버리면 토츠카와도 코마치와도 더 이상은 만날 수 없으니까.
그리고, 그…..뭐냐, 그 녀석들도 조금은 슬퍼할 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아까 일 말입니다. 다른 사람한테 발설하지 말래 놓고 자기가 이상한 행동하고는, 대체 무슨 생각인가요?”
“아니- 그래도 이대로는 페어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해서 말야.”
“? 무슨 뭐가 말이에요?”
“이쪽의 이야기니까! 아, 유키노와 유이가하마한테는 사실을 말하지 말고 잘 넘어가야 해!!”
만화였다면 방긋~이라는 효과음이 날 정도의 미소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는 하루노씨.
유이가하한테만이라면 모르겠지만 유키노시타를 속인다니 그거, 무진장 어려운 요구잖아요.
동대에 들어가는 게 더 쉬운 거 아냐?
“그것보단 히키가야. 나, 배고파아-“
시간은 7시,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지.
고민은 일단 나중에 하도록 하고 저녁 준비를 하자. 이렇긴 해도 일단 집사고.
“그럼, 이제부터 만들 테니까요, 유키노시타씨는 먼저 목욕하러 가주세요.”
“히기카야! 아침부터 신경 쓰였는데 말야~ 집에서는 나를 뭐라고 부르라고 했지?”
“……먼저 목욕하러 가 주십시오. 아가씨.”
“그래”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목욕탕으로 향하는 하루노씨.
“아, 함께 들어갈래?”
좀 봐주라니까.
“잘 먹었습니다!”
“변변치 못했어요.”
“그게, 히키가야는 생각보다 요리 잘하는구나.”
요 녀석 요 녀석하면서 팔꿈치로 쿡쿡 찌르는 하루노씨.
그보다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 어째서 두 명 밖에 없는데도 내 옆에 앉아있는 거야?
대게 맞은 편에 앉지 않아?
“제 꿈은 전업주부니까요, 요리는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흐-응, 그렇지만 말야, 그 꿈, 지금 거의 이루어 진 거 아냐?”
어라?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은데?
뭐야 내가 바라고 있던 게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있었던 건가….
아니
“아뇨, 다르니까요. 전업 주부는 함께 사는 사람에게 절대 복종이라던가 하지 않으니까요.’
지금의 상황은 집사라기보다는 오히려, 노예에 가까운 거게지.
뭐, 하루노씨의 노예가 되고 싶어하는 녀석들은 꽤나 있을 것 같지만….
“그러엄, 만약 내가 길러 줄 테니까 나하구 결혼해서 계속 옆에 있어달라고 한다면, 어떡할래?”
똑바로 나를 바라보는 하루노씨의 표정을 지금까지 내가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농담이라고 해도 하지 마세요. 덜컥 좋아해 버릴 것 같으니까요.”
나에게 가능한 것은, 외면한 채로 대답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아니, 진짜 그건 아니잖아.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정말이지 노예라도 상관없어라던가 하고 생각해버리게 된다고.
마술이나 초능력 같은 거라도 들었다간 믿어버릴 정도로.
“꽤나 진심인데 말이야….”
뒤에서 뭐라고 중얼대는 하루노씨.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지금도 그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식후에 커피는 어떠신지요? 이걸 치우고 난 후에라도 괜찮으시다면 준비하겠습니다만.”
“오, 마음이 통하네. 그럼, 부탁할까나.”
일어나서 옆을 보자,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노씨가 거기에 있었다.
“후우”
오늘도 어떻게든 하루를 헤쳐 나왔다. 침대에서 하루를 되돌아 본다.
[만약 내가 길러 줄 테니까 나하구 결혼해서 계속 옆에 있어달라고 한다면, 어떡할래?]
문득 뇌리에 조금 전에 하루노씨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째서 그 사람은 그런 표정을 지은 걸까? 어째서 그렇게나 쓸쓸하게 보였던 걸까?
[이상하게도 우수한 사람일수록 살아가기가 힘들단다. 이 세상은.]
언젠가 그렇게 말했던 소녀를 떠올렸다.
그녀는 나처럼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혼자였다.
지금 그녀는 유이가하마라고 하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주고 있는 상대가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어떨까? 완벽한 외면, 그리고 그걸 눈치챈 사람조차도 사로잡는 카리스마, 그걸 겸비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다고 생각이 든다. 정말 그런 거겠지.
하지만, 그 사람을 진실로 이해해주는 사람은 있는 걸까?
“우수한 사람일수록 살아가기가 힘들…,단가.”
실제로 그건 일면의 진리일 것이다.
어? 그 이론으로 본다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어져 버리는 게 아냐?
나, 엄청나게 살아가기 힘들고.
뭐, 나 같은 경우에는 자업자득이지만서도.
“바보 같다…. 자자.”
내일은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한테 통할만한 그럴듯한 변명을 해야만 하니까.
“그럼,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지 않겠니?”
방과후 부실, 나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한테서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설명을 요구당하고 있다.
아무래도 상관없긴 한데, 어째서 나는 정좌를 해야만 하는 건데?
하룻밤이 지나고도 두 사람의 분노는 멎지 않은 것 같다.
여기선 내가 실력 발휘를 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아니, 하루노씨가 불필요한 짓만 안 했다면 이런 일 할 필요는 없지만서도.
“아니, 그건 말이지. 약간 약점을 잡혀서 말야, 어제 하루만 말하는 걸 듣겠다고 약속했거든.”
거짓말을 해야 할 때엔 85%의 진실과 15%의 거짓말을 섞으면 좋은 것 같다.
그 출처는 내가 읽고 있는 소설. 나루미씨가 말했다. 나도 그런 귀여운 탐정의 조수라면 기꺼이 할텐데.
“그래서, 무슨 약점을 잡혔다고 하는 거니?”
“아니, 그걸 말했다간 어제 하루노씨한테 맞춰준 의미가 없잖아. 협박하는 사람이 달라질 뿐이니까 말이지?”
“……그럼, 언니는 무슨 목적으로 그런 짓을 한 거니?”
“글쎄. 아마도 괴롭히기라던가 그런 게 아니겠냐?”
“확실히, 그럴 수도 있는 이야기긴 하구나….”
정말이지, 언니는…. 하면서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 어떻게든 빠져 나온 건가….
“힛키, 진짜 그것뿐이야?”
아직 납득이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의 유이가하마가 걱정스러운 듯이 묻는다.
“힛키, 곤란한 게 있으면 우리들을 의지해줘야만 해?”
“유이가하마, <우리>라고 하지 말아주겠니? 나는 딱히 아무런 것도 하지 않을 거니까. ……뭐, 제발 부탁한다고 하면 이야기 정도는 들어줘도 상관 없지만서도….”
“딱히 곤란하다던가 그런 거 아니니까. ………그냥, 그, 뭐냐, 고마워.”
“……응.”
“……흥.”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어떻게든 속일 수 있었군….
정말이지 살얼음판 위를 뛰어다닌 느낌이다.
잘도 안 빠졌는데. 나.
뭐, 알아채지 못했다기 보다는 배려를 해 줬다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부활동이 끝났음을 평소처럼 유키노시타가 말하곤, 드디어 길고도 길었던 하루도 끝났……진 않았군.
하물며 돌아가면 보스가 기다리고 있고.
“그럼 낼봐-!”
“잘 가렴.”
“어어”
둘과 헤어져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삼월의 바람은 아직은 조금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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