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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이 마음을 알고 싶어 (4/6)

나에+ 2015. 3. 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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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상황을 파악해봐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좀처럼 알 수 가 없다.

 

“이거라던가 좋을 것 같은데? 자, 어울리는데. 역시 나라니까.”


칠흑의 정장을 대어보면서, 방긋이 미소 짓는 하루노씨는 그대로 계산대까지 가지고 가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보라니까요.

 

“그거, 사는 건가요?”

 

“그래. 그걸 위한 쇼핑인걸”

 

“저기, 유키노시타씨. 그런 걸 받을 의리도 빚도 없을 건데요….”


“에, 그게 앞으로 갈 곳이 정장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으니까.”

 

“어디로 데려가실 생각이신가요….”

 

물어보아도, 방긋이 웃기만 할 뿐, 대답해 주지 않는다. 어떤 의미로는 가장 무섭지만, 계산을 금세 끝낸 하루노씨는 옷을 나에게 건낸다.

 

“자! 갈아입고 가자!”

 

“이제, 아무래도 좋아요”

 

아까의 게임에서 진 후로부터, 완전히 하루노씨의 페이스다.
내가 산 옷을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오자, 어째선지 신발이 없다.

 

“어라? 내 신발은….”

 

“자, 이거.”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말하듯이, 사각에서 불쑥 하루노씨가 한 손에 구두를 가지고 왔다.
그걸 보자 비쌀 것 같은 검은 가죽으로, 보는 것조차 주저될 정도다.

 

“이것도 사셨나요?”

 

“응. 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건 히키가야의 취직을 축하하는 걸로 해.”

 

“………아뇨, 미안하니까요.”

 

“그럼, 거기에 더해서 오늘 사귀어준 거에 대한 감사로.”

 

윽, 뭐야 그, 악의가 없는 듯한 얼굴은, 반대로 악의를 느낀다고. 악의가 없는 것이 악의에 가득 차 있어서, 악의 밖에 느끼지 않는다. 뭐야 이거. 의미 모르겠어.

 

“…………감사합니다.”

 

“흐음, 훌륭해.”


머리를 툭툭, 하고 두드려진다.
어째설까 예전이라면 확실하게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그녀와의 만남이.
어째선지 싫지 않게 되어버린 나 자신이 있었다.

 

~~~~~~~~~~~~~~~~~~~~~~~~~~~~~~~~~~

 

높다………. 이 빌딩은 몇 층인 거지. 치바에 이런 높은 빌딩이 있었던 거야?
창문에서 바라보는 치바의 야경을 차분히 즐길 수 있다.
낯선 공기, 낯선 장소, 낯선 모습으로 웨이터가 당겨주는 의자에 난 딱딱하게 떨리는 움직임으로 의자에 앉혀졌다.
그런 모습을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하루노씨가, 상냥하게 이야기를 걸어온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뇨, 당연히 긴장한다니까요.”

 

이런 주위의 사람들이 명품족 같이 보이는 장소에 와 본 적 없다고요. 엔젤 레더?하고 비교하는 것도 실례일 정도.

 

“저기, 왜 이런 곳에”

 

“응? 보렴, 히키가야가 점심을 사 줬으니까, 저녁은 내가 살까 하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슬쩍 메뉴를 들고는, 살짝 들여다본다.

 

“금액이 한 자리는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요”

 

“뭐, 마음의 문제야.”

 

“그걸로 넘어갈 수준이 아닌데요”

 

부르주아에도 정도가 있다. 여기에서의 한끼가 한 달 분의 아르바이트 급료 정도인데….
하루노씨가 테이블 위에 있는 뭔가를 들었다. 뭐야 그거 카우벨?
그리곤 그걸 흔들자, 따랑-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가 난 후에 근처의 웨이터가 곧장 여기로 다가왔다. 아, 그거 웨이터를 부르는 종이구나.

 

“무엇을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이 코스를 2개 부탁 드려요. 와인은 이걸로”

 

“알겠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하루노씨는 책상에 팔꿈치를 올리고는, 손가락을 끼며 거기에 턱을 올리며 미소 짓는다.

 

“어쨌든 오늘은 즐거웠어-”


“………정말, 어째서 이런 평범한 데이트를 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

 

“응-. 그야 평범한 데이트니까.”

 

“이제 적당히 말씀해주지 않으시겠어요? 오늘은 왜 저를 초대한 건가요?”

 

“말 했잖니. 널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구. 확인하러 온 거야.”

 

은근 슬쩍 말을 들어서, 난 한숨이 흘러 나온다.

 

“확인하러 왔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요”

 

“그랬나? 뭐, 신경 안 써도 돼.”

 

무리거든요. 신경 쓰지 말라니.
확인하러………라. 그 호의가 애매한 형태이기 때문인지, 솔직히 현실감이 생기지 않는다.
의자에 깊숙이 앉자, 문득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닌 것 같애.”

 

하루노씨는 내가 돌아가려고 했을 때의, 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아쉽네요.”

 

“거짓말이지? 생각도 안 하면서.”

 

메마른 웃음이 어딘가 서글프다. 그렇기에 언제나처럼 진심을 측정하기가 어렵다.
나는 그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진심으로 말하면, 뭔가 바뀌는 건가요?”

 

“………어떠려나.”


그 눈동자는 치바의 야경으로 향했다. 내게서 얼굴을 돌린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더 이상 묻지마. 그런 의미인 걸까?
행동을 한 이유를 물어도, 그 이유에 이른 경위를 모른다.
오전의 언동에서 보자면, 내가 뭔가를 했다는 건 확실하다고 하는 데, 짐작이 가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빠져 드는 일도, 빠져 들게 하는 것도 하지 않았던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나에게 관심을 보였는가.


결국, 그 답을 나는 끝까지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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