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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쿠시다 키쿄의 어느 휴일

나에+ 2019. 9. 2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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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icovideo.jp/watch/sm32905020

쿠시다 키쿄의 어느 휴일


“………으음……으읏……하아……”


기지개를 펴며, 난 천천히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졸린 눈을 비비며 그 상태로 욕실로 가 샤워를 한다.
이 학교는 정말이지 즐겁다. 부모님이나 이전 친구들, 아는 사람들과는 완전하게 격리되어 있으니까. 지금의 날 알고 있는 사람과만 함께 생활하는 게 가능하다. 이 이상 기쁜 건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하다. 단 한가지 좀 걸리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그건 자기 스스로 어떻게 하는 수 밖에 없다.

“그건 그렇고….”


난 시선을 바로 아래로 떨어뜨린다. 두 개의 커다랗게 부풀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요 몇 달간 꽤나 커졌단 말이지…. 기쁘다고 해야 할까…. 슬프다고 해야 할까…. 조금은 복잡한 기분이다. 너무 커져버리면 안 좋은 방향으로 주목을 받게 되니까. 

“하아~ 기분 좋다~”


따듯한 온수를 뒤집어 쓰며 난 황홀한 목소리를 흘린다. 샤워는 몸도 마음도 깨끗하게 해준다. 가슴에서 엉덩이, 치골에서 발가락까지 물방울이 튀며 떨어진다.

“…하아….”

난 나도 모르게 뜨거운 한숨을 내 뱉는다. 

“극락이네~”
“하아, 후련해.”


거의 매일 아침 나는 빼먹지 않고 샤워를 한다. 학교를 가야하는 날도 하 시간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한다. 그게 나의 룰. 소중한 휴일의 한 단락. 

“흥~흥~ 흐흥~”

“여보세요? 아, 응. 좀 있으면 준비 다 끝 나. 아, 응. 일어나 있어. 괜찮아. 샤워하고 있어서 전화 온 줄 몰랐었어. 미안. 응. 응. 그럼 나중에 보자.”

 

 

“—늦잠 같은 거 안 잤대도.”


“음, 그러고 보면, 오늘은 히라타나 B반의 남자애들도 온단 말이지. 그럼 이쪽 가벼운 느낌의 향수가 좋을 것 같은데 이걸로 해야겠다.”

중요한 건 청초함이다. 무거운 느낌의 향수는 좀 거북해하거나 하니까 말이지. 여기엔 여자친구인 카루이자와에게의 배려도 포함되어 있다. 그 애가 쓰고 있는 향수도 비슷한 경향이니까 겹치지 않게 해야지.


“오늘 오는 멤버는….”


난 빠짐없이 머릿속으로 재확인한다. 여자의 대화에는 지뢰가 무수히 숨어있다. 경솔하게 하나 밟으면 연이어 폭발해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니까 주의가 필요하다. 거기에 더 성가신 건 이제까지 괜찮았던 둘이 한 타이밍을 경계로 싸운다고하는 그런 경우가 자주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어제까지의 데이터를 과신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응. 괜찮아. 문제는…. 없을려나. 불안한 상담 내역 같은 것도 없고.”

그렇기에, 나는 매일 데이터를 모아 이런 정세를 놓치지 않게 체크하고 있다. 소소한 자랑거리다.

 

 

 

 


“헤헷, 안녕? 기다렸지? 오늘 기대되네.”
 
합류한 친구에게 미소를 보이며 난 절묘한 위치를 확보한다. 그리고 우선, 전원의 상태를 확인하며 내가 뭘 해야 할지 생각한다. 카루이자와는 벌써 히라타와의 대화에 푹 빠져 있으니까 신경 안 써도 되고………. 다른 애들도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한 명만 빼고.

‘으와…. 오늘 미쨩, 꽤나 기합 넣고 왔네.’
옷이나 머리에서 그게 전해져 온다. 왜냐면 미쨩은 히라타를 좋아하니까. 하지만 이미 커플이 성립되어 있는 곳에 끼어들어가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특히, 카루이자와처럼 반 내에서 높은 지위를 가진 확립한 여친이랑 싸우게 되면 손쓸 방도가 없어지게 된다.

‘뭐, 성격은 둘째 치고 외모에서 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 거리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잘 보조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일이 힘들어진다. 이미 카루이자와는 미쨩이 단단히 준비했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저기 미쨩~ 나중에 귀여운 여름 옷 보러 가자.”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을 걸며 히라타를 가리는 듯이 파고들어간다. 노골적으로 실망하는 미쨩을 보며 난 질색한다. 진심으로 히라타를 노리고 있다면 좀 더 꿋꿋하게, 재주껏 약삭빠르게 굴어야만 한다. 나라면 잘 해낼 자신이 있다, 고는 해도 난 요만큼도 히라타에 흥미가 없으니까 의미 없는 망상이지만서도.

그후로 우리들은 느티나무 몰로 향했다.

“어?”

난 느티나무 몰에서 돌아가려고 하는 호리키타를 발견하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미쨩이 궁금한 듯이 얼굴을 향한다.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다른 애들은 못 봤기에, 난 불필요하게 알리지 않기로 했다. 만약 내가 호리키타의 존재를 알려버리면, 히라타와 애들은 가볍게 이야기 정도는 걸겠지. 그렇게 되면 호리키타는 분명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을 것이다. 난 그 어떤 친구에게도, 그 어떤 동료에게도 평등하게 대할 것을 신념으로 삼고 있다. 그게 설령, 호리키타라고 해도 표면상으론 바뀌지 않는다. 바꾸지 않아. 느티나무 몰에서의 즐거운 하루, 하지만 이런 저런 곳에 신경을 쓰는 내게 있어 이건 지옥의 하루이기도 하다. 이런 걸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이게 나의 별 다를 것 없는 하루. 언제나 변할 일 없는, 자기 스스로를 위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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