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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듯, 무심한 듯 잇시키 이로하는 미래를 엮는다

나에+ 2020. 7. 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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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듯, 무심한 듯 잇시키 이로하는 미래를 엮는다.

- https://www.i-lohas.jp/products/tennen/eco/vol2/

 

체크는 5월에했는데; 바빠서 주말에야 번역을 해봄. 오랜만의 이로하스. 와타리 와타루가 집필한 내청코x이로하스 콜라보 소설.


교내 뜰 한쪽에 벌꽃잎이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다.

 

때마침 4월도 반환점을 지난 참이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의 색도 바뀌어 간다. 살랑거리는 훈풍에 흔들릴 때마다 눈부실 정도로 선명한 초록색이 스쳐지나가는 계절에게 손짓한다.

 

완전히 꽃이 져 버린 가지 끝을 바라보며, 나는 자판기 버튼을 누른다.

 

구태여 손에 시선을 주지 않아도 손 끝은 자연스럽게 평소와 다름없는 상표가 붙여진 캔 커피로 뻗어 있다. 덜컥하고 떨어진 그것을 손에 들고, 망설임 없이 교사 내 안뜰 벤치로 향했다.

 

수업과 수업 틈새 시간, 10분 정도에 불과한 휴식 시간 때문에 일부러 밖으로 나오는 녀석은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안뜰은 나만의 것, 히키가야 하치만의 개인 공간이다. 너무나도 나만의 공간 인 것 같아서 하마터면 히키가야 하치만 명의로 재산세가 부과될 정도. 정말이지 세금 너무 비싸잖아. 진짜.... 하다못해 소비세 줄여주거나하진 않을려나?

 

라는 둥, 정치 경제로의 흥미와 관심을 어필하는 것으로 장래에 치바현 지사의 자리를 노리면서 난 맥스 커피를 꽉 쥔다.

 

인생이 쓰니까, 커피 정도는 달아도 돼.......

 

이후에 마음대로 스스로를 망상으로 치켜세우는 기쁨에 전율하며 벤치 중앙에 의젓하게 혼자 앉아 있자 꺄꺄거리며 떠드는 소리가 가까워져 왔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내 개인 공간 안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 어이, 진짜냐고. 어떤 녀석이야. 재산세 내게 만든다? 하고 수상쩍게 생각하며 그쪽을 쳐다본다.

 

시선의 끝에는 복도를 걷는 여학생이 몇명이 있었다. 이동 수업에서 돌아가는 걸까. 꽤나 떠들썩하게 잡담을 하면서 본교사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간다.

 

그 몇 명의 학생 중에서, 황갈색 머리가 문득 눈길을 끌었다.

 

뽀송뽀송한 머리는 큐티클도 더불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커다랗고 동그란 눈동자는 작은 동물처럼 사랑스럽다. 교복도 조금은 변화를 줘 살짝 삐져 나온 카디건 소매를 가볍게 쥔 그 모습은, 익숙해져 있다고 해도 귀엽다고 생각해 버리게 된다.

 

, 행동 만이 아니라 원래 귀엽지만.

 

잇시키 이로하라고 하는 여자는 말이다.

 

부실이나 학생회실에서의 무뚝뚝한 태도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무심코 잊고 있었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다.

 

의외로 새로운 반에서는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다행이네. 다행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친척 삼촌 같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던 탓인지, 난 너무 대놓고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저쪽에서도 내 존재를 눈치채곤 흘깃하고 시선이 마주쳤다.

 

잇시키가 아무런 말없이 ''하고 입을 연다. 아니, 어쩌면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표정에 놀라움이 번진 건 그 한 순간뿐이었고, 잇시키는 곧장 수습하려는 듯이 옅게 웃으며 손가락이 살짝 보일 정도로 소매를 남긴 카디건으로 가슴 앞에서 작게 손을 흔들었다.

 

조심스럽게, 주위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듯한 그 비밀스런 손짓과 미소는 애인 사이의 싸인 같아서 괜히 부끄러워졌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고개를 끄덕인다고도, 끄덕여 인사를 했다고도 할 수 없는 정도의 목례로 돌려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에 잇시키는 친구와의 잡담으로 되돌아 가 버리고, 그대로 본 교사 쪽으로 사라져 갔다.

 

그걸 바라보면서 나는 무겁게 젖은 한숨을 내쉬곤 하늘을 바라본다.

 

방금, 어떻게 반응해야 했지? 뭔가 무시한 것처럼 된 거 아냐? 손을 흔들었어야 했나? 아니, 그것도 기분 나쁜데, 알아차릴 정도로 끄덕였어야 했나? 그랬나? 잇시키 혼자였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행동은 좀 달라진다. 아님 하품하는 척하며 못 본 척했어야 했나?

 

어느 쪽이든 의식해버리고 마는 게 기분 나쁘거든요! 안 돼! 아마 처음부터 막혀 있었던 거야!

 

다시 내 개인 공간으로 돌아온 안뜰에서 눈꺼풀을 닫고 혼자서 반성회를 반복했다.

 

입 안 댄 채 쥐고 있기만 했던 맥스 커피도 기분 탓인지 미지근해지기 시작했을 때, 사부작하고 모래를 밟는 소리가 났다.

 

~

 

달콤한 목소리로 경쾌하게 말을 걸어왔기에, 그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순간, 서늘한 감각이 뺨에 와 닿았다. 놀라서 몸을 젖히자 거기엔 좀 전에 지나갔을 터인 잇시키 이로하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 물병을 손에 쥐고, 빙긋하고 장난스런 미소를 띄우며. 흐으음, 그러고보니 이 녀석, 캠페인 걸이지? 그정도로 귀여운데요. 뭐야 이 귀여운 건.

 

, 어어…. 뭐야, 무슨 일인데?”

 

동요를 가라앉히면서 교실로 돌아간 게 아니었냐고 둘러서 물어본다. 그러자 잇시키는 탈싹하고 벤치에 앉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학생회실 들른다고 하고 빠져나왔어요.”

 

-….”

 

그렇게 말한 것 치고는, 잇시키가 학생회실에 가려는 기색은 없다. 대신, 손에 들고 있던 페트병을 이마에 대며 후~하고 지친 듯한 한숨을 토했다.

 

화장실이라든가, 마실 거 사러간다고 하면, 다들 우르르 몰려 따라오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잇시키는 손에 들고 있던 페트 병을 흔들어 보인다. 아무래도 그 ....’는 친구들과 헤어질 구실로 산 듯하다.

 

, 새학기는 특히 더 그런 걸지도. 뭔가 집단으로 행동하게 되고 말이야.”

 

흐음, 하고 내가 맞장구를 치자 잇시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그러면서 아주 약간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쵸~, 그러니까 학생회에 간다고 하면, 편리하거든요. ……이럴 땐 말이에요.”

 

확실히, 그럴 때에 쓸 수 있는 변명이군. 음음. 알고말고.”

 

이 학교에서 학생회장이라는 특성은 잇시키 이로하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혼자 있고 싶을 때엔 그걸 꺼내기만 하면 된다. 과연. 편리하네.

 

응응, 하면서 수긍하고 있자 잇시키는 싸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정말 알고 계신 거에요?”

 

안다니깐. 협의하고 돌아오는 길이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 방향이 같다든가 할 때 어색한 나머지 , 이후에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여기서….”하며, 터무니없는 거짓말 내뱉고는 따돌리는 거랑 같은 거잖아.”

 

하아, 완전 다른데요…….”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잇시키는 옅은 한숨을 내쉰다. 가슴에 살짝 손을 올리곤 약간 몸을 기울여 내 얼굴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그런 게 아니라요…….”

 

잇시키는 거기서 말을 자르고,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내 귓가에 입술을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럴 때말이에요.”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새삼스레 비밀처럼 이야기하는 가련한 목소리가 한 순간 귓전을 장난스레 깨물었다.

 

, 그렇군. 그거 말이지. 이럴 때, . 그런데, 결국, 무슨 일이야, 볼 일 있어?”

 

플로럴한 향기와 멋쩍음으로부터 도망치듯이 내가 상체를 젖히면서 빠른 말로 적당한 말을 늘어놓자, 잇시키도 확하고 떨어졌다.

 

딱히 볼일은 없는데요……. 그렇다기 보단, 선배가 이쪽을 보고 계셨잖아요. 그래서 오라고 하는 건 줄. 손 흔들어도 무시하고.”

 

거기서 뭔가 반응하는 것도 무리지…. 이상하게 반응한 거 보여서, 친구 사이에 소문이라도 나면 부끄럽고….”

 

?”

 

왕년의 명작 게임 히로인을 흉내내 깜찍하게 수줍어하는 포즈까지 취했건만 잇시키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으음, 세대가 달라서 안 통하는 건가-. 선배 친구 없으시잖아요-? 같은 돌아오는 말도 없고 완전 정색.

 

예전에도 이런 대화를 했었지하고 갑자기 그리워져 내가 미소를 띈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잇시키는 기가 막힌 것처럼 한숨을 내 쉬었다.

 

, 그래도 있긴 하죠. 볼일이 없으면 말 안 하는 남자. 반대로 말하면 말 걸기 위해 억지로 볼일을 만들어 뭔가 얽혀오려고 하는 남자 말에요.”

 

, 그만해. 계기가 있으면 잘 할 수 있는 녀석도 있다고. 그만.”

 

멈추려고 했지만 잇시키는 듣지 않는다.

 

시험 범위 같은 거 일부러 내게 묻지 말고 주위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으면 거기서부터 무한하게 LINE 메시지 이어가려고 하니까, 바로 자는 척하게 되버리는 거 있죠-?”

 

그만, 그만, 그만해. 나를 비록한 중고생 남자들의 약한 곳을 찌르는 건 그만 둬 줘. 작은 행동이 세계를 바꾸는 일도 있다고……, 난 그렇게 믿고 있어…….”

 

무슨 일이나 그렇다. 매일 하는 트위스트로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세계를 바꾸게 해달라고…. 미라클을 너와 일으키고 싶어요….

 

먼 곳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불평의 기도문을 읊어대는 나를 잇시키는 시큰둥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지만, 곧바로 어쩔 수 없구나,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교실에서도 그런 느낌이세요? 반 바뀐 지 얼마 안 됐는데요.”

 

뭐어, 그렇지. 그렇다기 보단 나만 그런게 아니라 원래 3학년이 되면 어느 정도는 얼굴 아는 애들이니까 적극적으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축하려는 분위기는 안되다고. 그러니 딱히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필요가 없지.”

 

어디까지나 옆에서 보고 있는 감상에 지나지 않지만, 내 소견을 말하자 잇시키는 흠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그렇구나……. , 이제 3학년이니까요.”

 

그러게 말이다. 3학년이라고. ……그러니까, 이번엔 다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지.”

 

이상하리만치 무거운 어조로 덧붙이자 잇시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엽게 목을 구부리자 황갈색의 머리카락 또한 따라 살짝 흔들려 새하얀 목에 걸린다. 컬러 립이 발린 입술에 닿은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집어 올리며 잇시키는 조용히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나는 천천히 팔짱을 끼며 이상하리만큼 무거운 어조로 이어갔다.

 

이것저것 할 것 없이 고등학교 마지막이라고 다니는 녀석이 있어서, 그게 좀 짜증 나…….”

 

이런 식의 언설이 귀찮은 건 반드시 잘못된 건 아니라는 거다. 확실히, 지금 이 순간조차 내게 있어서는 고등학교 생활의 마지막 무언가 라고도 할 수 있다.

 

뭐든지 고등학교 마지막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싶어하는 마음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런 걸 말하고 있으면 매일이 기념일이 되어버린다. 완전 타와라 마치(일본의 시인)라고. .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진절머리가 난 뉘앙스가 상당히 강하게 배어 있었던 것 같다. 듣고 있던 잇시키도 뺨을 찡그리며 쓴 표정을 짓고 있다.

 

-, 막 사귄 커플이 무슨무슨 기념, 하는 것 같은….”

 

그치그치.”

 

그러게 좀 짜증나네요……. 그런 거 SNS에 올려도 , 짜증나네. 그런 거 내 알 바야? 하고 생각하면서도 좋아요 누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 그치….”

 

순조롭게 맞장구를 치고 있었을 터인 나지만, 갑자기 막혀 버렸다. 그렇구나. 이로하스는 내심 싫어하면서도 착실하게 좋아요! 눌러주는 아이구나. 상냥해…. 기념일 운운하는 것에 SNS에 투고할 예정은 전혀 없지만, 나도 다른 사람을 불쾌하지 않게 하도록 조심하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라고 해도, 사람. 기념일을 소중하게 다루는 감각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한두가지 기억하고 싶은 날짜는 있는 법이다. 하찮은 하루라도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둘도 없는 기념일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생일이라는 건 그 중에서도 제일가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이르자 나는 옆의, 벤치에 두었던 맥스 커피를 집어 들고 잇시키를 향해 쑥 내밀었다.

 

이거 마실래?”

 

? 아뇨, 갑자기 마시던 걸 건내 준다든가 범죄 그 자체인데요.”

 

잇시키는 스스스슷, 하고 벤치 끝까지 미끄러지듯 멀어지면서 양손을 가슴 앞에 들고 완전 방어 자세에 들어갔다.

 

아직 안 마셨거든……. ? 이 신품 탭. 이쁘지? 이거 미개봉이라고?”

 

증거라는 듯 캔을 흔들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다. 그러자 잇시키도 납득했는지 조금씩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흠칫거리며 내게서 맥스커피를 받으려 손을 뻗었다.

 

하아, , 감사합니다…. 그럼, 잘 받을게요. 마실 수 있을지 없을지는 좀 자신 없지만요….”

 

엄청 정직한 아이네 이 녀석…. 하지만, 마지못해 하면서도 남의 후의 무시하지 않는 점, 좋아도 생각한다고.

 

생일, 축하해.”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 잇시키의 손에 맥스커피를 쥐여주었다.

 

하지만, 잇시키로부터의 응답이 없다. 그녀는 양손으로 감싸 쥐듯이 든 맥스 커피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놀란 듯 눈만 끔뻑이곤, 소리 없는 한숨만이 흘러나온다.

 

왜 그래? 라는 시선으로 묻자, 잇시키는 곧장 제정신으로 돌아와 앞머리를 바지런히 만지기 시작했다.

 

“……, 기억하고 계셨네요. 아무 말도 안 하셔서 분명히 잊어버리셨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말 할 타이밍이 없었으니까…….”

 

잇시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땐 거리가 너무 멀었고, 말을 주고받을 때에는 깜짝 페트병 공격으로 그럴 상황이 아니었고…….

 

애당초, 잇시키 이로하의 생일을 잊을 수가 없다. 이전부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넌지시 어필을 해댔고, 무엇보다 요 며칠 내가 속한 봉사부에서는 그 화제로 떠들썩했다. 그리고 오늘 방과 후 부원이 모여서 서프라이즈로 축하할 거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고 한들, 얼굴을 맞대었을 때도 생일 관련 화제를 말하지 않는 것도 좀 부자연스럽다. 나 정도의 민감 선수권 챔피언쯤 되면 이상하네…. 내 생일인데 아무도 축하한다고 말해주지 않아…. 아하, 그럼 이거 서프라이즈 예정이 있는 거구나?’하고 즉시 간파한 끝에 그대로 아무 일도 없이 하루를 끝낸 적도 있다.

 

여기서 앞서 축하를 해주면 잇시키의 의식을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나 의심으로부터 돌릴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서프라이즈 효과는 배가 된다는 계획이다. 나이지만 내게 반해버릴 것 같은 명지휘….

 

하고 혼자서 기뻐하고 있자, 꾸욱하고 소매가 잡아당겨졌다. 뭐지? 하고 보면 잇시키가 입술을 뾰족이 내밀면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

 

, 캔커피 하나면 되는 쉬운 애가 아니라고요.”

 

토라진 듯한 어조로 잇시키는 살짝 망서리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런 거 알고 있어. 일단 난 나대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걸 꾹 누른다. 그건 방과후 서프라이즈로 남겨 둬야 하니까.

 

싼 여자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잇시키는 맥 캔을 돌려주는 기색은 없고, 맥 캔은 재킷 주머니에 그대로 있었다.

 

대신 다른 물건이 쑥하고 내밀어졌다.

 

“……저기, 이거, 드릴게요.”

 

, 고마워.”

 

감사합니다. 얻어 먹어서요…. 하고 내가 반사적으로 인사하고 받은 건 아까 전부터 잇시키가 들고 있던 ....’.

 

“……? ?”

 

손끝에서 시선을 올려 잇시키를 본다. 여전히 잇시키는 고개를 돌린 채 그대로 였지만 내 질문에 의외로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교환이에요……. 커피랑, 교환요.”

 

그렇구나. 모르겠어. 왜 이 녀석. ‘....’ 준 거야? 내가 맥 캔을 준건 생일이라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내가 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흐음….”

 

그럼 와라시베장인(볏대 한 줄기로 물물교환을 시작해 점점 더 고가의 물건을 교환해 가는 이야기)인가? 하고, 수중의 ....’를 찬찬히 바라보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흠흠! 하고 잇시키가 헛기침을 크게 했다.

 

그리고, 단호하게 나를 가리키며 빨개진 뺨을 얼버무리듯 뿌웃, 뺨을 부풀렸다.

 

“………교환이니까요! 그러니까 좀 전의 선물은 무효예요!”

 

에엣….”

 

선물이라는 게 그런 룰이 있었던가? 상대도 선물하면 없었던 일처럼 되는 거야? 당황한 나를 무시하고, 잇시키는 착착 이야기를 진행해가고 있다.

 

그러니까요, 선물은 다음 준다는 걸로 하고…. 이번 주말은 어때요? , 한가하다구요-?”

 

, , 아니, 선물은 일단 다른 것도 준비를 검토하고 있는데….”

 

뭣하면 방과 후에 건네 줄 생각이지만…. 라고 말하고 싶지만, 서프라이즈이기에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는 딜레마!

 

끄으, 하고 말문이 막혀 있자 그것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잇시키는 생긋 웃으며 벤치에서 몸을 일으켰다.

 

선물은 핑계라구요.”

 

내 어깨에 살짝 손을 얹으면서, 다른 한 손은 입가에. 그리고 달콤하게 녹아내릴 듯한 목소리로 잇시키 이로하는 입술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무엇에 대한 변명이냐고 냉정하게 시치미 때고 되묻는 것보다 빨리, 잇시키는 재빨리 물러나선 아무 일도 없었다는 생긋이 미소를 짓는다.

 

내 한숨은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에 섞이고, 그와 동시에 잇시키가 일어난다. 그 기세 그대로 발길을 되돌려 몇 걸음 걸어가다가 살랑, 스커트를 휘날리며 돌아본다.

 

그럼, 주말 기대할게요-!”

 

이쪽의 대답 따위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그렇게 말하곤, 잇시키는 교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 어어….”

 

난 닿을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멀어지는 등을 향해 당황 섞인 수긍을 되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가랑비 젖듯, 주말 일정이 정해져 버렸다.

 

아니, 역시 이로하스.

 

산 페트병을 100% 재활용해 한층 더 앞으로 이어가다니, 두 손 두발 다 들었다. 손 안에 두기는커녕, 트위스트 당해버렸어….

 

평소와 같은 이야기는 벌써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이전과 동일한 수법일 터이지만, 한층 더 진보한 느낌마저 있다. 전보다 더 영악하고, 귀엽고, 스마트하게.

 

아무것도 아닌 듯, 무심한 듯 평소와 같은 이야기. 그 한 행동이 확실히 마음을 흔들고, 앞으로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러니까. 역시.

 

이로하스, 최고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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