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거에도 방심하지 마. 익숙하지 않은 거엔 더더욱 방심하지 말고. - 카미시로 쿄스케
“보여?”
“보여요~?”
컴퓨터 화면 속에서 히가시라가 하늘하늘 양 손을 흔든다. 영상 통화앱이 집에 있는 히가시라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비추고 있다.
저쪽은 태블릿이라 그런지 화각이 약간 로우 앵글이지만 착실하게 책상에 앉아 있는 듯 상체만 보이고 있다. 익숙한 파커(후드)를 셔츠 위에 걸친 모습이었다.
“왠지 신기하네요, 밤에 미즈토랑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다니.”
“항상 넌 저녁엔 돌아가고, 밤에도 보통은 통화로 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난 히가시라의 등 뒤로 시선을 향한다. 하얀 벽지와, 아래에 보이는 건 침대려나?
“처음 보는 거지만, 의외로 방이 깨끗하네, 너.”
“엇?”
“어?”
“아, 아아~ 그, 그쵸…? 의, 의외로 깨끗하죠오오…..”
“…….카메라를 바닥을 향하게 해봐.”
“과, 관찰하지 않는 한, 모든 가능성이 있을 수 있죠. 슈뢰딩거의 방이라고요.”
“슈뢰딩거 박사도 하늘에서 내다보고 울고 있는데”
뭐, 방이 지저분한 거에 대해선 내가 뭐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인 건 아니다.
“그래서? 뭘 보여주고 싶다는 게 뭔데? 이렇게 영통까지하면서 말이야.”
“아, 그쵸.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가져올게요.”
그 때,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응-?”
“지금 시간 돼?”
“어, 괜찮아.”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유메였다.
이제 막 목욕이 끝난 듯, 잠옷을 입고 머리를 묶은 모습이다.
유메는 프린트물 한 장을 손에 들고서는,
“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엣?”
갑자기 굳어졌다.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꽉 깨문 채, 호흡조차 멈추고는.
갑자기 왜 그러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자 이번엔 얼굴이 끓어오르는 듯이 붉게 달아올랐다.
“바, 방금 괜찮다…..고 했었잖아!?”
“뭐? 그게 왜.”
“뭐가 그렇게 당당한 건데!? 그, 그, 그런 건 몰래 보는 거 아니야!?”
“그런 거….?”
무슨 소리지, 이 녀석은?
유메는 부들부들 떨면서 힐끔거리며 눈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가 아니라, 보고 있나? 내 앞에 있는…..컴퓨터?
난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으으음….. 분명히, 여기 쯤에……”
화면 속에.
침대 밑을 들여다보며 하늘하늘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팬티를 훤히 드러낸 여자가 있었다.
“히가시….!?”
히가시라아! 이 자식이! 상체만 카메라에 찍힐거니 아랜 아무것도 안 입고 있었던 거였냐!
카메라는 하늘색 민무늬 천이 엉덩이 살을 파고드는 모습까지 선명하게 비추고 있다. 약간 왼쪽으로 쏠려 있는 건 방금 전까지 의자에 앉아 있었다는 증거다.
그 모습은 AV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걸 컴퓨터 화면에 띄우고 있는 나는, 아무리 봐도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아, 아무튼….!”
유메가 조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얘기는 언제라도 상관 없으니깟…..! 볼일 다 보고 나서라도……. 아, 아니 역시 내일 이야기 해!”
“자, 잠깐만, 야, 기다려봐!”
“실례했습니다앗!”
내 말도 무시한 채 유메는 방을 뛰쳐나가며 쾅하는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아버렸다.
젠장! 저 년 또 지 혼자 달아올랐네!
“무슨 일 있었어요?”
히가시라가 태연하게 말하며 카메라 앞으로 돌아왔다.
방어력 0의 하반신이 화면 밖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모니터가 전연령 버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늦었다.
난 한숨을 참으며 말한다.
“히가시라……. 네게 꼭 해야만 하는 말이 있어.”
“네?”
“우선, 보이지 않는 곳도 방심하지 말 것.”
“네? 또 방 이야기에요? 미즈토도 지저분하면서 잘도…..”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거엔 더더욱 방심하지 말 것”
“?”
히가시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통화가 끝난 후, 그녀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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