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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셋이서

나에+ 2014. 7. 2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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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브 츠카사님의 작품. 허락은 받았고,

원 주소는: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3403056



[셋이서]

"모두 무사히 대학교 합격하면, 셋이서 함께 살자!!"

고등학교 3학년인 12월 중순.
이젠 익숙해져 버린 봉사부 부실에서 일과가 되어가고 있는 스터디의 휴식시간에, 유이가마하가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다.
뭐지? 모두 합격하면 다 같이 여행가자 같은 걸 말하려다 잘못 말했던 건가?
아니, 그런 거라고 해줘.
안 그러면 네 머릿속이 이상하다고 밖엔 생각 할 수 없잖냐.

"저기, 유이가하마?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니? 혹시 수험의 압박감 때문에 정신질환이라도......"

"에에엣?! 나, 괜찮다구!?"

"아니, 안 괜찮잖아. 리얼충들이 말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졸업여행 안 갈래?"같은 이야기라면 거절하는걸 전제로 들어주겠지만, 대학에 합격하면 셋이서 살자고? 잠꼬대는 자면서 해. 멍청이."

"머, 멍청이라고 하기 없기!!"

"어째서 우리 셋이서 살자는 이야기가 되는 거니? 유이가하마와 룸쉐어를 하는 거면 모를까, 저기 사람 모습을 한 쓰레기 같은 것과 의식주를 같이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걸"

"어이, 이봐. 쓰레기는 뭐냐. 쓰레긴. 나에게도 인권 이라는 게 있다고."

"어머, 미안해. 쓰레기는 말을 못했었지. 사회의 쓰레기라고 했어야 했구나"

눈부신 미소를 띄우는 유키노시타.
변함없이 웃는 얼굴로 사람을 매도해 주는군.
뭐, 이런 미소로 매도하는 유키노시타도 앞으로 3개월 정도면 볼 일이 없어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화가 안 나는게 신기한 기분이다.

"그래서 유이가하마, 어째서 셋이서 살자는 제안을 한 거니?"

"그게... 이대로 졸업하면, 모두 뿔뿔이 흩어져 버릴 것 같은걸. 나, 그런 거 정말 싫어. 좀 더 유키농이랑 힛키랑 함께 있고 싶어!"

“.... 뭐냐. 그런 거라면, 일단 우리들 모두 여기 대학 지망이잖아? 가끔씩 마주치는 일 정도는 있지 않겠냐?"

"힛키 거짓말! 어차피 히키니까 문자 보내도 답도 안 해주고 계속 혼자서 지내려고 하고 있으면서!"

어, 어째서 나의 대학 진학후의 첫 계획을 알고 있는 거냐?
유이가하마, 너 초능력이라도 깨우친거야!?

"유이가하마, 히키가야는 냅두고서라도, 나는 유이가하마와 교제를 끊을 생각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번 생에서의 헤어짐처럼 과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걸"

"아냐! 나는 우리 셋이서 살고 싶어! 유키농, 대학에 진학하면, 힛키와 안 만날 거잖아? 유키농 고집 센 편이니까, 분명히 그럴 거라고 생각해. ...나, 유키농이랑 안지 2년 밖에 안됐지만, 힛키보다 친하게 지내는 남자는 본적이 없는걸? 힛키한테 험한 말 잔뜩 하고 있지만, 사실은 힛키를 좋아하는 거지?"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유이가하마는..."

얼굴을 붉어졌다고 생각했더니, 바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저기, 잠깐만. 뭐냐 그 반응은?
진짜로 유이가하마 말하고 있던 게 사실인 것 같잖냐.
거기선 코웃음을 쳐야 하는 부분이잖아?
착각해버리면 어쩌려고 그러냐.

"힛키도, 사실은 헤어지고 싶지 않지? 그랬다면 2학년 때 이런 관계를 끝내려고 했을 거니까."

"..........."

생각지도 못한 말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확실히, 나는 이 봉사부라는 공간을 좋아한다.
아니, 처음에는 귀찮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어느 샌가 좋아하게 돼버렸다.
하지만 봉사부라고 하는 존재는 어디까지나 고등학교 한정이다.
서로 다른 대학에 가게 되면 봉사부의 존재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와의 관계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속에 외로움과 슬픔을 몰래 묻어두고는.

"....라고 해도, 갑자기 셋이서 살자는 건 이상하잖냐. 가령, 한 달에 한번은 반드시 만난다던가 하는 약속으로는 안되는거야?"

"그런건 어느샌가 만나지 않게 될 거잖아. 그러니까, 안 돼."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말야. 두 사람 모두 이상하다구. 서로 좋아하는데도 헤어지는게 당연하다는 것 같은걸.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는건 당연하잖아? 두 사람 모두 솔직해졌으면 해"


""..........""

나도 유키노시타도 침묵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유이가하마가 우리들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무엇보다, 유이가하마의 말에 예상 외로 충격을 받은 나 자신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결국 나는, 이 두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외톨이 최고!! 라든지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어쩌면 유키노시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게 대한 감정은 어쨌든 간에, 마음 속에선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헤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며,
그렇지 않다면, 지난번에 문화제가 끝났을 적에 히라츠카 선생님의 "봉사부는 어떡할거냐? 그만두려는 거냐?"라는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졸업 할 때까진 계속 하고 싶어요"라곤 대답하지 않았을 거다.
매사에 구별이 확실한 유키노시타가 그런걸 생각해놓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까.
여기 봉사부라는 장소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그만두는걸 미뤘던 건 아닐까?
그 때엔 아무런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유키농. 저번에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들은 거지만 말야, 힛키가 입부 했을 때에 히라츠카 선생님이 힛키의 갱생을 요구했었잖아? 힛키는 아직 삐줍이 그대로인데?"

움찔 하고,
유키노시타가 반응했다.
유이가하마는 계속해서 타는 불에 기름을 붇는 것처럼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는 건, 의뢰가 완수되지 않았다는 거잖아? 이대로 모두 뿔뿔이 흩어져버리면 평생 의뢰가 완수되지 않게 되어버리는 건데도? 유키농은 그래도 괜찮아?"

"잠깐만 유이가하마, 넌 무슨 말..."

"조용히 하렴. 히키가야. ...확실히 유이가하마가 말한 대로 의뢰는 아직 완수되지 않았어. 완수되었다기보다는 히키가야의 성격이 악화된 것 같은걸. 그런 히키가야를 이대로 사회에 던져 놓는다니, 도심에 핵무기를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네"

"아니, 너말야,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냐."

"한 번 시작한 건, 끝까지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한다고 유이가하마는 말하고 싶은거지?"

"응, 그래. 그런 말이야."

"저기, 무시하지마."

"......알았어. 유이가하마의 말처럼 셋이서 살도록 하자. 이런저런 준비는 내가 할 테니까, 유이가하마는 부모님께 제대로 설명을 드리도록 하렴"

"알았어!"

"저기, 잠깐만 너희들"

"아, 그런데 힛키네 집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코마치에게 이야기를 하면 반드시 도와줄 거라고 생각해. 게다가 히키가야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히키가야의 부모님께서 만류하시는 일은 없지 않겠니?"

"그렇구나. 그럼 문제 없는 거네! 그럼 나는 아빠하고 엄마한테 얘기하고 올게!"

"그래. 건투를 빌게"

"응! 잘 가  유키농! 힛키! 낼 봐~!!"

"내일 보자"

드르르르륵


"........."

"그럼, 나도 다시 한 번 친가에 돌아가서.... 아, 히키가야. 오늘은 부활동 끝내려고 하는데,  집에 갈 준비를 해주지 않겠니?"

"아니, 저기..."

"왜?"

"......암것도 아냐"


- 2달하고도 2주 후 -


"유키~농, 이거 어디다 두면 되?"

"그건 내 방에 놓아 두지 않겠니? 나중에 정리 할 테니까, 상자는 열지 않아도 돼."

"료-카이!"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히키가야. 미안하지만 이 골판지를 부엌으로 옮겨주지 않겠니?"

"아, 으응, 알았어"

무사히 대학에 합격한 우리들은, 새로 살게 된 3LDK 아파트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입시 시험에서 차라리 일부러 시험을 망쳐 떨어질까 하고도 생각했었지만, "합격하지 못하면, 알고 있겠지?"라는 유키노시타의 무서운 말이 떠올라
성실하게 시험을 쳤다.
그게, 아직 죽고 싶지 않으니까.

근데 이 두 사람의 부모님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까?
유이가하마네 부모님은 비교적 시원스럽게 OK해주셨다고 하고,
유키노시타네 부모님도 1주일정도만에 허가가 떨어졌다.
도대체 그 어려운 집안에 어떤 협상을 한 걸까...
응? 나?
"오빠는 수험생이니까, 짐 정리는 코마치가 해 둘게~"라는 상냥한 여동생의 배려와 함께 시원스럽게 집에서 쫓겨나버렸다고.
덧붙이자면 부모님은 두 팔 벌려 대 찬성.
아버지는 코마치와 어머니를 독차지 할 수 있다는 걸 기뻐하며, 어머니는 '이렇게 귀여운 소녀 중 한 명이 시집오다니!'라며 기뻐하셨다.
뭐,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같은 미소녀가 정중하게 '아드님과 동거하게 해주셔요.'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기쁜 걸까.

어쨌든, 내 방어벽은 빛의 속도로 무너져 갔다.

"그럼, 오늘은 이사한 기념으로 다 같이 川 글자처럼 해서 자자!"

저녁밥을 먹고 목욕을 끝낸 후, 유이가하마가 당당하게 얼빠진 발언을 했다.
이 녀석한테 정조관념이란 건 없는 걸까......

"......그러게, 오늘 정도는 괜찮겠구나. 짐 정리가 아직 다 안됐으니까, 거실에 이불을 깔아야겠구나."

"뭐? 진짜로?"

유키노시타씨, 진심인가요?
유이가하마에게 물들어서 비치화된 거 아닌가요...?

"자자, 힛키, 빨리 이불 깔자~"

".... 그래 그래"

두 명이 깐 이불에서 가급적 떨어진 곳에 이불을 깐다.
이 정도면 안심하고 잘 수 있겠지. 내가.

"뭐 해, 힛키?"

"히키가야. 똑바로 나란히 깔도록 하렴"

"...별로 상관없잖아."


"안 돼! 꼭 川 글자 모양으로 해야 해!"

"각오를 다지렴. 히키가야. 미소녀 두 명에게 둘러싸여 자는 거니까, 오히려 감사해야 하지 않겠니?"

"아니 둘러싸여 라니.......어?"

""엣?""

"나, 설마 중간은 아니지?"

"무슨 말을 하는 거니?"

"그, 그렇지. 그럼 난 창가 쪽에서..."

"히키는 가운덴데?"

"뭐?"

"히키가야를 끝에 두면, 몰래 도망가려고 하지 않겠니? 그런 건 허락하지 않겠어"

"아니 아니, 너희들 이상하다고. 안 그래도 남녀가 같이 잔다는 것부터가 이상한데도, 남자가 여자 사이에 끼어서 잔다니..."

"히키가야. 무슨 이상한 상상을 하고 있는 거니?"

"힛키 저질"

"엣.."

"그럼, 농담은 이 정도로 해 두도록 하고,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두고 얌전히 가운데서 자도록 하렴. 원래 남녀 셋이서 살고 있는 시점에서 이상하니까 말이야."

"알고 있었잖냐..."

"왜?"

"......하아, 알았어"

저항하는 건 포기하고, 둘 사이에 이불을 깐다.
그냥 빨리 자자.
둘의 존재를 무시하고 숙면한다면 문제없다.

"잘 자~"

"잘 자렴"

"잘 자"

핏-

리모컨으로 인해 조명의 불빛이 사라지고, 거실이 어둠에 휩싸인다.
아파트의 방음이 잘 되어있는지 작은 신음소리 같은 냉장고 소리 말고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잠시 동안 현자모드로 눈을 감고 잠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지만, 조금도 졸리지 않는다.
뭐, 이런 상태에서 잠이 오는 게 이상한 거니까.

꾸욱

문득, 오른팔에 뭔가가 휘감겨오는 걸 느꼈다.
오른쪽으로 얼굴을 돌려보니, 눈앞에 유이가하마의 얼굴이 있었다.
아무래도 오른팔에 (엉겨)붙어있는 건 유이가하마인 듯 하다.
나도 모르게 굳어 버렸다.

"에헤헤..."

수줍은 얼굴로 이쪽을 본다.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곧장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꼬옥

이번에는 왼팔에 뭔가가 휘감겼다.
조심해서 살며시 보니,

"히키가야...."

유키노시타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
유이가하마처럼, 왼팔에 (엉겨)붙어있는 것 같다.
역시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다시 천장으로 돌렸다.
대체 뭐냐고 이 상황은!?

""잘 자""



양 볼에, 무언가 부드러운 게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결국, 새벽이 돼서도 졸음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양 옆으로는 두 명이 새근 새근 온화한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다.
나, 이러다 수면 부족으로 죽는 게 아닐까...?

역시 내 대학생활은 시작하기 전부터 잘 못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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