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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 'LINE?' 유이 '응! 다 같이 하자!'

나에+ 2014. 8.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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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스레드

- http://ex14.vip2ch.com/test/read.cgi/news4ssnip/1407071918/


[유키노 "LINE?" 유이 "응! 다 같이 하자!"]

 


사람과의 연이라는 건, 공허한 것이다.

 


본심을 숨기고 말을 주고받고, 표정을 숨긴 채 LINE을 사용한다.

 


자신의 본심만을 말하게 된다면, 사람과의 관계따윈 금새 부셔저 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걸 뛰어넘어서는 것이야 말로 우정이라는고 부를 수 있는게 아닐까.

 


내 주변 사람들의 대화는 전혀 본심이 느껴지지 않는 것 투성이다. 본심을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자는 단 한명도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관계를 추구한다. 비록 공허한 것이라고 해도, 친목을 도모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이 세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필요하다고 여겨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

 


그러기에 집에서도, 지하철 역의 플랫폼에서도, 그리고 학교에서도 LINE 알람이 오는 걸 마음 졸이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LINE따윈 하지 않고 학교에서도 떠드는 일도 없는 외톨이야말로, 자신의 힘만으로 자신을 확립할 수 있는 강자가 아닌가.

 


결론을 말하겠다.

 


적어도 학교에서만은  LINE 알람은 좀 꺼놔라. 씨끄럽다고.

 

 

 

 


평소와 다름없는 한가한 봉사부.

 


가뜩이나 할 일 없는 부활동인데, 의뢰자가 올 리 없는 겨울 방학에도 착실하게 부활동 하고 있는게 질리지도 않냐.

 


거기에 얌전히 참석하고 있는 나도 그렇지만 말이지.

 


나는 이 한가한 시간을 활용해서 겨울 방학 국어 과제인 작문을 쓰고 있었다.

 


내 작문의 제목은 '최근의 휴대폰 이용상황에 대하여'이다.

 


진짜, 뭐냐고 그 LINE 알람. 수업시간마다 하나하나 끌거라면 애초에 꺼두면 돼잖냐. 핑퐁핑퐁하고 소리나는게 무슨 울트라맨이냐..

 


하고 LINE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 바로 그 때, 유이가하마가 LINE이야기를 했다.

 


나는 깜짝 놀란 나머지,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를 쳐다봐 버렸다.

 


유이가하마는 내가 시선을 돌린게 대화에 관심이 있다고 착각해버렸는지,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하며 이야기를 했다.

 


유이 "힛키도 유키농도 하자! 메일 주고 받는 것 보다 쉽고, 재밌어!"

 


하치만 ".......하지만 LINE은, 그렇잖아? 개인 정보나 주소록에 있는 전번 유출되거나 하잖아?"

 


유이 "그, 그건 옛날 이야기인걸! 확실하게 뭔가를 OFF로 하면 괜찮다고 인터넷에서 봤어!"

 


유키노 "네가 유출되서 곤란할 정도로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을 리가 없잖니. 애초에 등록시킬 상대가 없으니까."

 


유이가하마의 도움이 되지 않는 설명에 대해 도와주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키노시타가 내 휴대폰엔 마치 누구의 전번조차 들어있지 않은 것 같은 어조로 독설을 해온다.

 


바보냐 넌! 이 안엔 무려 코마치와 토츠카의 전번이 들어있다고! 이것만으로도 이미 국보급이잖냐!

 


그런 뜻을 담아서 쳐다보았지만, 유키노시타는 더 이상 이쪽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유이가하마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고 있는지 하얗고 가는 손가락을 턱에 대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엄청나네... 이런 흔한 포즈도 유키노시타가 하니까 한 폭의 그림이 되는구나.....

 

 

 

 


유키노 "히키가야. 그 기분 나쁜 시선을 나에게 향하는 건 그만 두지 않겠니? 성희롱이니까."

 


하치만 "쳐다보는 것만으로 성희롱이라니, 엄청난 자의식 과잉이잖냐."

 


유이 "보고 있었다는건 부정 안하는 구나...."

 


유이가하마가 내 말에 태클을 걸어온다. 뭐야 너, 이런 머리 좋은 것도 할 수 있었냐. 깜짝 놀랐네.

 


유키노 "......그 남자의 처벌에 대해선 나중에 논의하도록 하자."

 


하치만 "잠깐만, 어째서 보고 있었을 뿐인데 형벌에 처해지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이 부실에선 네가 법인거야?"

 


유키노 "LINE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일지도 모르겠네"

 


하치만 "내 말은 무시냐......아니, 응? 너 지금 LINE 할거라고 했어?"

 


유키노 "정확히는,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일지도 모르겠네, 야. 한다고는 한마디도 안 했는걸. 너는 국어만이 유일한 장점이니까, 제대로 대화에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도록 하렴."

 


하치만 "국어만이 유일한 장점이라니... 슬프구나.."

 


나라도 다른 장점 많이 있는데? 예를 들면 프리큐어 전원을 말 할 수 있다거나, 어? 이거 장점인가?

 


유이 "이왕 이렇게 된거, 하자! 유키농!"

 


유키노시타가 LINE을 사용하는 것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유이가하마가 이래도 안할거야? 하는 기세로 유키노시타에게 들러붙는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압박받는 유키노시타를 보다 못해, 나는 작은 구조선을 보내주기로 했다.

 


하치만 "네가 LINE을 하고 싶어 하다니, 의외네. 무슨 이유라도 있어?"

 


유키노 "별로, 특별한 이유는 아니야. 업무 연락을 하기 쉬울 것 같았을 뿐."

 


아.......... 이 녀석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나는 유키노시타의 전화번호와 메일 주소를 모른다. 마찬가지도 유키노시타도 내 전화번호와 메일 주소를 모른다.

 


필연적으로 내가 개인적인 일로 부활동을 쉬거나, 반대로 부활동이 없을 때엔 유이가하마의 연락이 생명줄이다. 그렇기에 이런게 잘 안되면 귀찮게 된다.

 


쉰다고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려 유키노시타한테 영혼이 탈곡되거나, 부활동이 없는걸 모르고 부활동하러 와서, 부실 문 앞에서 아무도 올 사람이 없는데도 줄곧 기다리고 있거나 하게 되버린다.

 


올 사람이 없는데 기다리는건 힘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라면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해버렸을 레벨.

 

 

 

같이 가자고 하니 기뻐하던 히라츠카 선생님은 귀여웠지만.

하치만 "하긴.... 확실히, 업무연락이라면 좋을지도 모르겠네."

 


내 말을 듣곤, 마침내 유이가하마의 텐션이 MAX에 도달했다.

 


콩콩 뛰면서 기뻐하는 유이가하마. 그런 그녀의 어떤 부분에 시선을 빼앗겨버려, 정신을 차려 보니 내 마음도 콩콩 하고 뛰고 있다.

 


유키노 "................"

 


아, 위험해. 쓰레기를 보는듯한 눈으로 보고 있어.

 


나는 헛기침을 한 후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앱을 설치한다.

 


아무래도 내 마음이 콩콩 뛰고 있던걸 유이가하마는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LINE을 시작하려고 하는 나를 보면서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다.

 


뭘까, 이 죄책감은....

 

 

 

 


하치만 "인스톨 완료다. 그럼 이제 부터 뭐하면 돼? 언인스톨?"

 


유이 "빨라! 음...아, 나, 피쳐폰여서 잘 모르겠어..."

 


아... 뭐지 이 엉성한 기분. 시작부터 휘청대는게 이거 불안하기 짝이 없는데... 언인스톨하면 안되냐?

 


하치만 " 뭐, 물어보지 않아도 대충 알고 있지만."

 


유이 "그럼, 왜 물어본거야!? 힛키 기분 나빠!"

 


하치만 "기분 나쁘지는 안찮냐.."

 


기분 안 나쁘지? 이렇게나 기분 나빠, 기분 나빠하는 소리를 들으면 진심으로 불안해지긴 하지만... 나는 잘생겼으니까. 응.

 


마음속의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적당히 등록을 끝내고 있다. 등록이 끝나고 '홈 화면'인가 하는 데 가니 곰 같은 생물이 혼자서 앉아 있었다.

 


친구가 아직 없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런 일러스트를 사용했다는건 알고 있지만, 마치 미래의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복잡한 기분이 든다.

 

 

 

 


유이 "유키농은 어때?"

 


유이가하마가 시선을 향하자, 유키노시타는 이미 휴대폰에서 손을 때고 있었다.

 


유키노 "다 했어."

 


유이 "빨라!"

 


어째서 등록하는 것도 이렇게 빠른거냐고. 너 혼자만 언제나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있는거냐? 오버클럭이라도 했어?

 


나는 조금 서둘러서, '아는 사람일지도?'라는 탭에서 유이가하마의 계정을 찾아본다.

 


찾을 필요도 없이, 별이나 동그라미로 이름을 꾸민 유이가하마의 계정을 발견했다. 잠깐 잠깐 주저했지만, 친구로 추가했다.

 


후우, 임무 완료다. 이제 업무 연락도 쉽게 할 수 있겠지.

 


하치만 "친구 신청 했어. 나머진 네 휴대폰에서 해야 하는거지?"

 


유이 "응! 유키농도 나한테 신청 해뒀어?"

 


유키노 "벌써 해놨단다."

 


유이 "얏호-! 그럼 당장...?"

 


응? 휴대폰 화면을 본 순간 얼어버렸는데, 괜찮을까? 이 녀석.

 


그녀가 골똘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기에, 유키노시타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렇지만, 이쪽을 한 번 본 것 말고는 어떤 리액션도 보이지 않고 다시 유이가하마에게로 시선을 되돌렸다.

 


이녀석이 아무런 말도 없는 건, 짐작가는게 아무것도 없어서거나, 아니면 나랑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겠지. 참고로 확률은 후자가 압도적으로 높다.

유이 "저기....말야, 여기 'HH'하구 'YY'라고 적힌게, 힛키랑 유키농?"

 


하치만 "어"

 


유키노 "그래"

 


유이 "어째서 이니셜인데!? 이름으로 하자아~"

 


하치만 "인터넷에서 본명을 적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잖냐."

 


요즘은 어디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될 지 모르는 시대다. 그렇다면 어디에도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는 게 가장 손쉬운 대책이다.

 


유키노시타도 비슷한 이유로 이니셜로 한 거겠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해버렸다는게 꽤나 분했는지 방금 전부터 이쪽을 힐끔 힐끔 노려보고 있다.

 


뭐 여자애들이 힐끔 힐끔 쳐다봐서 무서웠던 건 익숙하다. 볼 때마다 나를 비웃는 건 아닌가하고 무서워 하곤 했다. 지금도 무섭긴 하지만.

 


유이 "본명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적어도 친구가 보면 한번에 알아 볼 수 있는 이름으로 하자구!"

 


하치만 "나는 친구가 없으니까 무린데."

 


유키노 "나, 나는.....없는건 아니지만 저기, 그....친구는 내 계정이라고 알아 줄 테니까 문제 없잖니."

 


유이 "유키농......"

 


네에, 시작되었습니다. 봉사부 주최 진성백합(가치유리). 이렇게 되면 이제 난 그저 배경 역활에 충실 할 수 밖에 없다.

 


누구냐? 너는 항상 배경 역할이라고 말한 녀석은? 그런 기정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유이 "아니, 그게 아니구!"

 


내가 배경과 마음을 하나로 하려고 하는 순간, 진성백합의 문턱에서 겨우 도망쳐 나온 유이가하마가 다시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이 "유키농이 귀여워서 깜빡할 뻔 했지만, 그게 아니라구! 이름. 좀 더 제대로 된 걸로 하자아~!"

 


유키노 "그렇게 말해도....."

 


유이 "아, 그럼 '힛키'랑 '유키농'으로 등록하자!"

 


하치만 "어쩔 수 없네, 본명으로 할까....."

 


유키노 "그럴 수 밖에 없겠네."

 


유이 "어,어라?"

 


당황한 유이가하마는 내벼두고, 설정 화면으로 간다. 이름 변경방법을 배운건 아니지만, 적당히 눌러보는 것만으로도 어떻게든 바꿀 수 있었다.

 


'HH'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지.... 점프에서 장기간 휴재하고 있는 것 같은 이름이잖냐.

 


하치만 "자, 이러면 됐지?"

 


유이가하마는 휴대폰을 보면서 만족스럽게 끄덕이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째서 이 녀석은 이런 자그마한 걸로도 이렇게까지 웃을 수 있는지.

 


그녀의 순수함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있으면, 나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 더럽혀 져 있는건 아닐까 하고 초조함에 까칠해진다.

 


휴대폰을 격하게 가방에 집에 넣는 것으로 이 기분을 감춰본다. 아무래도 두 사람 모두 내 이변을 눈치채진 못 한 것 같다. 뭐, 평소에도 워낙에 이상했으니까.

 


하치만 "됐다. 그럼 이제 부활동 쉬기도 쉬워지겠네. 집에 갈까."

 


유이 "아직 돌아가기 없기! LINE에 재밌는 게임같은거도 있구, 좀 더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어!"

 


하치만 ".........너말야, 피쳐폰이잖아."

 


유이 "읏......"

 


아픈 곳을 찔렸는지 말을 잇지 못하는 유이가하마를 보아선지, 유키노시타가 한숨을 쉬면서 차분히 입을 연다.

 


유키노 "히키가야의 뜻대로 되버리는건 무척 분하지만, 시간도 시간이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는게 어떻겠니?"

 


밖을 바라보면 붉은 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이제 막 해가 지기 시작했지만 겨울 방학의 부활동이라는걸 감안하면, 딱 좋은 시간이다.

 


하치만 "어째서 그런 걸로 무척 분하다고 생각하는거냐..... 뭐, 끝났다면 먼저 가보도록 하마."

 


유이 "바이바-이! 집에 가면 LINE 봐야 해!"

 


유키노 "내일 보자."

 


복도를 걸어서 교사를 나온다. 계절은 완전한 겨울이다. 짙은 색상으로 물든 하늘을 보면서, 하얀 숨을 내쉬어 본다.

 


지금까진 누구하고도 관계되는 일 없던 내가, 봉사부에 들어가선 상당히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LINE같은걸 시작했다고 하는게 그 좋은 예다.

 


옛날의 나라면 비록 업무연락을 위해서라고해도 이딴걸 사용하는걸 용납하지 않았겠지.  이유같은건 없다. 생리적으로 무리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그것을 허용했다. 이건 좋은 변화일까.

 


확실하게 그걸 알 수 있는 건 좀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좀 더 많은 것을 얻고 나서일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는건 그만 두자.

 


하다 못해, 지금만큼은 이 시간을.

 

 

 

 

 

 

 


>> 1. 이렇게 그와 그녀들은 이어져간다. (끝)

 

['실수투성이(헤타레)']

 


하치만 (그때부터 고민을 품은 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하치만 (네? 내 변화에 대해서? 아,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하치만 ('아는 사람일지도?'라는 곳에 토츠카와 코마치가 있는데, 어쩌지....)

 


하치만 (그게 말이죠? 좀 전에 봉사부에서 봤을 때 당연히 발견했다구요. 곧장 친추하려고도 생각했다구요?)

 


하치만 (하지만, 그, 친구 신청해서 성가시다고 여겨지면 어쩌나...하고...)

 


하치만 (그럴 리 없다고 알고 있어. 하지만 내 인간관계에 대한 트라우마가 그 불안을 떨쳐 내늘 걸 허락하지 않는다.)

 


하치만 (이런저런걸로 벌써 몇시간째 고민하고 있다.)

 


하치만 "..........배고프네"

 


하치만 (이제 슬슬 저녁밥......고민하는 건 밥 먹고 해도 괜찮겠지. 그럼, 이제 1층으로...)

 


핑퐁♪

 


하치만 (......아아, 내 휴대폰에서 울린건가. 처음이라서 순간 내껀줄 몰랐다고.)

 


하치만 (뭐, 어짜피 유이가하마겠지. 유이가하마말곤 등록되어 있지 않으니까......!?)

 


하치만 (토, 토츠카.....라니....!?)

 


from 토츠카 사이카

 


토츠카 [얏하로-!]

 


토츠카 [하치만도 LINE 시작했구나!]

 


토츠카 [기뻐서 친추해버렸는데, 실례되지 않았을려나?]

 


하치만 (........이게 바로 천사인가!)

 


하치만 [그럴 리 없잖아]

 


토츠카 [다행이야('▽`)]

 


토츠카 [LINE에서도 잘 부탁해!]

 


하치만 [어, 오래도록 잘 부탁해]

 

 

 

다음날 아침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가 나와 이녀석의 유대를 깊게 한다.

 


끄는 걸 잊어버린 자명종이 나에게서 이녀석을 끌어내려고 하지만, 나의 강인한 의지 앞에서는 씨끄럽게 우는 소음조차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

 


나와 너는 평생 함께다......

 


절대로 놓지 않겠어.......이불.

 


코마치 "오빠 알람 시계 빨리 꺼! 씨끄러워!"

 


하치만 ".....네에"

 


서로 사랑하는 연인인 나와 이불은 동생에 의해, 너무나도 쉽게 찢겨져 버렸다.

 


뭐, 나는 이불보다 코마치를 사랑하니까. 딱히 문제는 없지만서도.

 


하치만 "추워....."

 

 

 

부활동은 오후부터니까 이대로 자고 있어도 되지만, 나는 이불을 조금 밀어내곤, 왠지 모르게 휴대폰으로 손을 뻗었다.

 

 

 


나의 첫 LINE, 그러니까, 토츠카하고의 LINE은 토츠카가 빨리 잠들었기에 10시 이전에 끝나 있었다.

 


순간, 자는 척하고 답장 메일을 주지 않았던 트라우마가 뇌리를 스쳐지나가기도 했지만, 토츠카가 빨리 자는건 테니스 연습을 하기 위해서 인 듯 하다.  너무 늦게까지 안자고 있으면 다음날 연습이 힘들다던가.

 


토츠카하고의 LINE이 끝난걸 기회로, 자버렸기 때문에 오늘을 수면시간이 꽤 길었다. 매일 날 괴롭히던 졸음도, 오늘은 그림자를 보이지 않는다.

 


평소보다 개운한 두뇌로 토츠카가 테니스를 하는 망상을 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돌린다. 잠금화면에 LINE알람이 와 있었다.

 


거기에 표시되어있는건 유이가하마 계정의 이름.

 


오오, 이거 아이콘을 슬라이드하면 바로 앱이 실행되는건가. 편리하네.

 


from: 유이가하마

 


유이가하마 [얏하로-!]

 


유이가하마 [LINE은 어때? 재밌어? (≧∇≦)b]

 


유이가하마 [어라? 혹시 잠든거야? (゜ロ゜;ノ)ノ]

 


유이가하마 [힛키?]

 


유이가하마 [사실은 일어나있는 거지?]

 


유이가하마 [저기]

 


유이가하마 [답장 해 줘]

 


하치만 "우와...."

 


무서워, 진짜 무섭다고.

 


이 녀석, 어째서 LINE에선 이렇게 얀데레 같은거지?

 


보낸 시간은 대략 10시 반 무렵. 이런거 실시간으로 보고 있으면 잠들지 못하게 될거라고!

 


뭐, 이렇게 얀데레스럽게 된건 이녀석이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아서겠지.

 


메일 주고 받을 적에 이모티콘에 대해서 불평만 잔뜩 했으니까, LINE에선 자중한 것 같다.

 


..................그게 원인인거지? 원래 성격이 이런건 아닌거지?

 


우선은 [미안, 잤어]라고 답장해두고, 휴대폰을 침대에 두었다.

 


그대로 무거운 몸을 무리하게 움직여서, 1층으로 내려간다. 얀데레가하마때문에 다시 잠들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긴 하루가 될 것 같은데.........

유이 "........안녕"

 


하치만 "....으응....."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신발장에서 갑자기 로우 텐션 인사를 받았다. 누구지? 하고 생각하며 뒤돌아보니, 거기에 있던건 얀데레가하마인 유이가하마였다.

 


얼마나 텐션 낮은거냐. 나냐고요.

 


여기서 '무슨 일이야?'하고 물으면 유이가하마가 나한테 불만을 늘어놓을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평화롭게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 화제를 돌리기만 하면된다.

 


하치만 "그러고보니----"

 


유이 "어제! 왜 답장 안 해 준거야?!"

 


나의 화려한 분쟁 회피법은 너무나도 쉽사리 깨져버렸다.

 


이렇게 피할 수 있는 싸움에 발발하니까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거라고. 확실하게 도망치자고. 분쟁에서도, 현실에서도.

 


하치만 "그러니까, 자고 있었다고 답장 했잖냐"

 


유이 "그 힛키가 그렇게 빨리 자고 있을리가 없는데!?"

 


하치만 "난 의외로 빨리 자는 타입이라고"

 


내 커밍 아웃에 멍한 표정을 짓는 유이가하마. 그렇게 까지 놀랄건 없잖냐.

 


유이 "일찍 자는데도 그렇게나 눈이 썩어있는거야....?"

 


하치만 "너 사실은 나 싫어하지.....?"

 

 

물론 이 썩은 눈은 수면 부족이라고 설명하는 게 가장 납득하기 쉬울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나 놀라지 말라고. 상처입으니까.

 


유이 "따, 딱히 싫어하는건 아닌데....우-"

 


하치만 "어째서 우-하는건데. 그렇지만 뭐, 어젠 확실히 평소보다 빨리 자긴 했어."

 


유이 "그, 그럼 오늘은..... 답장 해 주는 거야?"

 


...........그 순간 머릿속이 핑크색이 되었습니다.

 


이 녀석 뭐지? 눈을 반짝 뜨고 남자에게 그런말을 하다니, 빗치인거야? 나도 모르게 좋아하게 돼버리면 어쩔꺼냐고.

 

 

하치만 "아, 안자고 있으면 말이지"

 


어떻게든 동요를 숨기고 대답한다. 눈이 요동치고 있지만, 비교적 평소에도 그러고 있기에 의심하거나 하진 않겠지.

 


유이 "확실히 일어나 있어야 해!......근데 왜 어젠 일찍 자버린 거야?"

 


하치만 "LINE 하는데 상대가 자고 있으니까, 나도 잤어. 역시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면 피곤해."

 


어제 토츠카와 계속 LINE하고 있었기에 상당히 익숙해질 수 있었다. 아마 오늘 유이가하마가 LINE을 해와도 피곤해지지 않고 할 수 있겠지.

 


응? 상대가 토츠카인데도 피곤하다니 나답지 않다구?

 


바보냐, 넌. 문자로만 의사소통하려고 하면 오해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많다고. 출처는 나.

 


그렇기때문에 토츠카같은 천사와 LINE을 할 때엔, '정말로 이 단어를 써도 괜찮을까'던가 '이상한 오해나 미움사는건 아닐까'하고 불안을 안고 LINE하고 있으니까, 꽤 피곤하다고!

 


상대가 토츠카이기에 피곤해져..... 그것이 LINE의 운명.

 

 

 


......어? 나 지금 꽤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유이가하마가 이야기하거나 하지 않는거지?

 


그것을 궁금하게 여겨, 생각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눈 앞에 있는 유이가하마는 당혹감과 충격이 뒤섞인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하치만 "무, 무슨 일이라도 있어?"

 


무심코 걱정해버렸다. 그 정도로 유이가하마의 표정은 평소와는 다른 표정이 되어 있었기에.

 


내 말을 듣자마자, 유이가하마는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유이 "아-, 그...저기, 음..아하하... 조금 의외였으니까."

 


하치만 "? 뭐가?"

 


유이 "두 사람이 그렇게 금방 LINE을 시작하다니...."

 


하치만 "그렇게 까지 생각할건 아니라고 보는데."

 


토츠카와 내가 LINE을 하는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확실히 서로 맘이 맞는 사이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서도, 아까같은 눈을 할 정도로 의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응? 나 이녀석한테 LINE 상대가 토츠카라고 말했던가?

 


하치만 "유이가하마, 너 혹시---"

 


유이 "벼, 별로 신경 쓰거나 하지 않으니까! 두 사람이 사이 좋게 지내주는건 나도 기쁘기도 한데...?"

 


어째서 의문형이냐. 그보다 눈 보면서 이야기 하라고.

 


뭔가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내게서 도망치듯이 유이가하마가 부실에 가버렸기 때문에 그걸 확인 할 수는 없었다.

 


또 뭔가 귀찮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실수투성이(헤타레) II']


하치만 (토츠카하고 친구라니....왠지 그 사실로만으로도 하루 세끼 따위 안먹어도 될 것 같다.)

 


하치만 (그럼 코마치만 남았나...)

 


하치만 (......그 외에도 몇몇 표시된 게 있었는데 신경쓰지 않는게 좋을려나? 이거.)

 


하치만 (이게 전화번호를 사용해 랜덤으로 표시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건 괜찮은데....)

 


하치만 (어째서 전화번호 알려주지 않은 사람이 아는 사람으로 뜨는거냐고. 스토컨가?)

 


하치만 (......이 녀석들은 일단 그냥 두자.)

 


하치만 (코마치 어떡하지......)

 


하치만 (그냥 신청한다고 해도 별 거 아니잖아.)

 


하치만 (......아니, 잠깐)

 


하치만 (코마치 나이대의 여자애는 대게 한창 반항기잖아....?)

 


하치만 (만약 마음 속으론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는거면....)

 


하치만 (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럴 리 없어!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으니까. 괜찮겠지!)

 


하치만 (아니.....그치만.....혹시.....분명히....)

 


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

 


딸칵

 


코마치 "오빠, 좀 전에  LINE 친추 신청 했으니까, 확인 해 둬-)

 


하치만 "코. 마.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코마치 "엣? 뭐야?! 왜 울면서 다가오는거야!? 기분 나뻐!, 오빠가 기분 나쁘다구요오오오오오오!"

 

[화면 너머]

 


히라츠카 [오랜만 입니다. 겨울 방학이니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만, 잘 지내시나요? 늘 불안했기에 이렇게 안부를 확인 할 수 있는 앱을 사용해줘서 안심하고 있습니다(웃음)]

 


하치만 [선생님]

 


하치만 [긴데요]

 


히라츠카 [그렇네요(웃음)]

 


히라츠카 [메일 보내는 것처럼 한번에 전부 보내야 하는건 아니니까, 길게 할 필요는 없군요(웃음)]

 


히라츠카 [그건 그렇고, 히키가야가 LINE을 시작한다고는 생각지 못했네요.]

 


하치만 [유이가하마가 하자고 했거든요]

 


히라츠카 [과연, 그렇군요]

 


히라츠카 [히키가야는 그녀에게 약한거군요(웃음)]

 


하치만 [그런거 아니거든요]

 


하치만 [저로써는 선생님이 LINE쓰고 있는게 의외였슴다]

 


히라츠카 [그런가요?]

 


하치만 [그게, 선생님이 LINE써도 친구해주는 사람 없을 것 같았으니까요(웃음)]

 


히라츠카 [제 눈앞에 없는게 다행이네요]

 


하치만 [그렇네요, 눈 앞에 있었다면 확실히 퍼스트 블릿 맞았을 것 같구요]

 


히라츠카 [그런게 아니라]

 


히라츠카 [아라사의 우는 얼굴같은거 보이지 않았던게 좋았다는 말이에요(웃음)]

 


하치만 [죄송합니다!!]

 


하치만 (그렇게나 풀 죽어있었기에,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을 살며시 친구 추가 해 두었다.)

 


하치만 (어서! 어서! 누구라도 데려가 줘! 아니면 친구에서 남편으로 레벨 업 할 것 같으니까!)

 


// 여기서부턴 본편~

 


코끝을 간질거리는 홍차의 향기를 음미하며, 평소처럼 서로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었다.

 


나와 유키노시타는 독서. 유이가하마는 휴대폰을 만지작대면서 나와 유키노시타를 힐끔 힐끔 본다.

 


그러니까, 사람을 힐끔 힐끔 쳐다보지 마. 과거의 트라우마가 되살아 나 버리잖냐.

 


하치만 "하아... 무슨 일이야 유이가하마?"

 


시선이 신경쓰여서 말을 걸은거지, 딱히 불안해 보이는 유이가하마가 신경쓰여서 그런건 아니니까. 진짜라구?

 


유이 "그, 그냥. 아무것도 아냐..."

 


좀 더 물어봐야 할지, 적당히 말하게 해야 할지...

 


나와 유이가하마의 거리감을 잡을 수 없기에 어떤걸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대충 납득한 듯한 말을 해서 이야기를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유키노시타가 입을 열었다.

 


유키노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다면 이야기 하렴. 그렇지 않으면 저 남자는 성희롱을 멈추지 않을 것 같으니."

 


하치만 "어째서 내가 성희롱하고 있다는 전제인거냐."

 


유키노 "매일 유이가하마를 빤히 보고 있잖니."

 


유이 "힛키, 진짜 기분 나빠!"

 


대체 뭐때메 유이가하마한테 질문 한 것 뿐인데 이런 취급 당하지 않으면 안되는거냐고. 입을 연 것만으로 저주받는다니, 이런거 인권침해라고.

 


하치만 "내 이야기는 냅두고, 지금은 유이가하마의 시선이 꺼림직하다는 이야기잖냐."

 


유키노 "꺼림직하다고는 안했는걸....."

 


유키노시타의 거침없는 지원은 역효과였던 거겠지. 유이가하마는 머리를 둥글게 말면서 고민하고 있다.

 


잠시 그 상태로 있더니, 각오한 듯 크게 심호흡을 하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이 "그...게....나랑 LINE하는건 두 사람 모두 답장 하나도 안해주면서....두 사람은 사이 좋게 LINE하고 있는걸.... 그게...좀...."

 


하치만 "맘에 안드는거야?"

 


유이 "마음에 안든다던가 하는게 아니구... 외롭다...?고 할까..."

 


즉, 따돌리지 말아줘, 라는 건가. 그 기분은 알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외톨이는 쓸쓸한 법이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곤란해 하고 있는  유키노시타를 대신해서, 내가 유이가하마를 도와주기로 한다.

 


아니, 도와준다기보단 이 지레짐작씨의 오해를 푸는 것 뿐이지만.

 


하치만 "유이가하마, 말해두지만, 나는 유키노시타하고 LINE같은거 안했는데?"

 


유이 "........어?"

 


하치만 "내가 LINE하고 있던 상대는, 토츠카라고. 애초에 유키노시타는 친구목록에도 없다고."

 


유이 "에.......에에에에에엣!?"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나와 유키노시타의 어깨가 움찔했다. 나에게 그 모습을 보여진 유키노시타가 부끄러운지 헛기침을 하고는 유이가하마를 향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유키노 "어째서 내가 이 남자와 LINE같은 걸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니? 어떻게 하면 그런 착각을 할 수 있는건지..."

 


유이 "그, 그게, 힛키의 친구라니, 나하고 유키농뿐일거라고 생각했는걸....그것 보다, 아직 친구가 아니라니 무슨 소리야!? 어제 친추 신청 한 거 아니었어!?"

 


얼굴이 약간 붉어진 걸 보면, 어쩌면 자신이 이상한 망상을 해버렸다는걸 얼버무리려고 화제를 바꿨는지도 모르지.

 


내가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게 이 상황을 만든 요인인 것 같고.... 나도 이 화제에 동참할까.

 


하치만 "잘 생각해 봐. 유이가하마. LINE에서 친구란에 표시되는 건 어떤 녀석들이지?"

 


유이 "으음-....전화번호 알고 있는 사람?"

 


하치만 "그렇지. 그러니까, 서로 전번 모르는 우리들이 친구가 되었을 리가 없잖냐."

 


나와 유키노시타가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않았다는건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유이가하마에게 이 상식은 없었던 것 같다. 멍한 표정을 하곤, 또 큰 소리를 냈다.

 


유이 "자, 잠깐만! 그럼 LINE 시작한 의미가 없잖아!?"

 


유키노 "그건 그렇지만...."

 


드물게 유키노시타가 말 끝을 흐린다. 언제나 필요 이상으로 똑하고 잘라버리면서 말야. 오히려 내게 관해서는 말로써 두동강이 나있을 정도다.

 


유이 "전화번호 교환하자고까진 안할테니까.... 적어도 LINE 정도는 제대로 하자아~"

 


안그래도 약세던 유키노시타를 추격하는 것 처럼 유이가하마가 달라붙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렇게 되면, 유키노시타에게 승산은 없다.

 


유키노 "알았어. 알겠으니까. 끌어안지 말아주렴."

 


유이 "얏호!"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유이가하마에 비해, 유키노시타는 등골이 오싹해 질 것 같은 시선을 나에게 향했다.

 


하치만 "뭐, 뭐야...."

 


유키노 "......아무것도 아니야. 자, 어서 휴대폰을 꺼내렴."

 


명령조로 지시를 받으면 말이죠, 의욕이 없어진다니까. 그러니까 이제 휴대폰 꺼내지 않아도 되는거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유키노시타의 겨울의 훗카이도 이상의 냉기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훗카이도 가본적도 없지만.

 


하치만 "하아....알겠어."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앱을 실행하곤 그럴 듯한 것을 누르니 QR코드를 인식하는 화면이 나타난다.

 


거기서부터 또 적당히 조작하길 몇 분, 익숙하지 않은 걸 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나는 유키노시타와 친구가 되었다.

 


유키노시타와 친구...? 이상한 기분이다.

 


유키노 "이걸로 된 거니?"

 


유이 "응! 이제 세 명 모두 친구인거네!"

 


하치만 "그러네"

 


내 친구들은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토츠카, 코마치.......아, 그리고 히라츠카 선생님. 이렇게 다섯 명이다. 어쩌면 현실의 친구들보다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유이가하마는 나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거고,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아마 나와 유이가하마, 이렇게 단 두명이겠지.

 


그렇지만 친구의 수가 대체 뭐가 대단한 거냐고.

 


LINE으로 이어진 인연은 그저 거짓이다. 그런 것들의 갯수로, 무엇을 알 수있는지. 예를 들어 LINE에서 친구가 100명이 넘는다고 해도, 그것이 진실된 것이라고는......

 


아, 이 이상 생각하는건 관두자. 내 흑역사를 되살려버릴 것 같으니까.

 


지금의 나에게 있어 '진실 된 것'이라는건 NG 단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그 순간이 떠올라서 무심결에 외쳐버릴 것 같다.

 


내 사고가 흑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삼켜질려는 직전에, 유이가하마의 너무나도 활기찬 목소리가 울렸다.

 


유이 "이제 다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거네!"

 


하치만 "업무연락용으로 사용하는 거잖냐."

 


유이 "조, 조금정도는 괜찮잖아!"

 


하치만 ".....뭐, 조금이라면 말이지.."

 


이렇게 우리들 세 사람은 모두 LINE 친구가 되었다.

 


솔직히, 어짜피 곧 질려서 앱을 열어보지도 않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화면을 바라보는 유키노시타의 표정이 너무나도 덧없어 보여서,

 


그 모습만이 내 마음에 막연한 예감을 남기고 있었다.

 

 

 

 

 

>>2. 오늘도 유이가하마 유이는 바보다. (끝)

 

 

하치만 "으음......."

 


다음날 밤. 나는 까만 휴대폰 화면을 보면서 혼자 끙끙대고 있다.

 


나는 내일, 동아리 활동을 쉬어야만 한다.

 


일딴 말해두지만 사보타지(땡땡이)가 아니라 확실히 볼 일이 있다. 정확히는 겨울 강습에 가야하니까.

 


그런데, 고작 겨울 방학에 부활동을 쉬는걸로 어째서 이렇게 고민하고 있냐....하면, 그건 솔직히 누구한테 업무 연락을 해야할지 모르겠으니까.

 


평소라면 유이가하마한테 이야기하면 되지만, 내 안에 어렴풋이 잠들어있던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악마가 속닥속닥 귓속말을 해온다.

 


또다른 한명에게 말하라...며.

 


어디에 말을 하더라도, 결과는 그다지 바뀔게 없다.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흐음....

 


이럴때 봉사부 그룹같은거라도 있다면 편하겠지만, 유키노시타도 유이가마하도 잊어버린 것 같고, 내가 먼저 말을 꺼내는건 왠지 싫다.

 


하치만 ".....그렇다면"

 


고민을 해봐도 답이 안나온다면, 운에 맡기면 된다.

 


방 구석에 던져놨던 통학용 가방에서 지갑을 찾아서 그 안에서 반짝이는 백원짜리 동전을 꺼낸다.

 

 

 

포켓몬스터에서 말했었다. 곤란할 때엔 동전 던지기라고.

 

 

 

 


앞이 나오면 유키노시타, 뒤가 나오면 유이가하마.

 


참고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백 원짜리동전에서 앞은 이순신 장군님 얼굴이 있는 면이다. 100이란 숫자가 있는 면이 아니다.

 


하치만 "자, 그럼"

 


어딘가의 초전자포를 생각하면서 엄지 손가락으로 백원짜리 동전을 튕긴다. 빙글빙글 회전하며 떨어지는 백원짜리 동전을 향해 손을 내민다.

 


 


하치만 "으윽!"

 


타이밍이 조금 빨랐는지 집게 손가락 관절에 부딪쳐서는, 백원짜리 동전은 싱겁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프네.... 진짜 아프다... 게다가 꼴사나워.......

 


증오를 담아서 백원짜리 동전을 내려다 봤다. 바닥에 떨어진 백 원짜리 동전이 내놓은 결과는........

 


하치만 "앞......"

 


그러니까, 유키노시타다.

 


다시 한번 할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했다간 결국 답이 나오질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이젠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로 앱을 실행해서 유키노시타와의 대화방으로 이동했다.

 


조금 전에 친구로 추가된 이 녀석은, 당연하지만 한번도 LINE을 사용한 대화 같은건 하고 있지 않다. 지금도 대화방 화면에는 텅 빈 배경화면만 비추고 있다.

 


비었다고 해도, 패배라는 두 글자가 존재하지 않는게 아니라 하늘(SKY)이라고.

 


이제부터 이 하늘 배경화면에 대화를 새겨나가야만 하는거지만.....

 


뭐라고 보내면 좋을까?

 


구태여 친한척 '여어 유키노'하고 보낼까? 아니, 그랬다간 또 다른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얏하로-'면 될려나? 아니, 그것도 아냐. 이거 사용했다간 진다. 무슨 승부를 하고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평상시처럼 하자.

 


to 유키노시타

 


하치만 [여어] 확인10:40

 


유키노 [무슨 일이니?] 10:41

 


생각했던 것보다 답장이 빠르네......뭐, 어짜피 유이가하마랑 LINE하고 있었으니까 휴대폰 손에 들고 있었던 거겠지만.

 


그래도 유키노시타니까, 확인만하고 무시한다던가 평소처럼 그럴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튼, 빨리 답장을 해주는 것에 불만은 없다. 나는 가능한 간결하게 내일 부활동을 쉰다는 의사를 적었다.

 


유키노 [그러니]

 


유키노 [알았어]

 


하치만 [굉장히 시원스럽게 허락해주는구나]

 


하치만 [조금, 의왼데]

 


유키노 [쉬지 말라고 붙잡아줬으면 했니? 자의식가야.]

 


하치만 [너니까 말이지, 불평 한마디 정도는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하치만 [그리고 자의식가야는 넣어둬]

 


하치만 [트라우마 되살아난다고]

 


답장을 하고나서야 눈치 챈다. 어라? 화제가 어긋나기 시작한거 같은데?

 


나로서는 쉴거라고 말하고, 곧장 잘 생각이었기에 평소처럼 대화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에 조금 놀라버렸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끝낼 방법을 찾아보고 있자니, 바로 그 때 유키노시타한테서 대답이 왔다.

 


유키노 [안심하렴]

 


유키노 [불만이라면 모레 말할게]

 


유키노 [그리고 네 그 셀 수 없는 트라우마 같은건 하나하나 신경써서 대화하려고 하면]

 


유키노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잖니]

 


하치만 [어째서 모레 말하는건데?]

 


하치만 [그냥 그대로 잊어버리고 말 안해도 되잖냐]

 


하치만 [그리고 내 트라우마는 대화를 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양은 아니라고]

 


하치만 [아니지?]

 


.......아, 위험해. 이거 위험한 플래그다.

 


유이가하마와 메일 주고 받을 때 종종 있던 현상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그건, 대화의 분열이다.

 


한 개의 화제가 두개로, 두 개의 화제가 세개로 늘어난다. 그 결과 어떤 하나의 대화를 끝내고도 다른 대화가 남아있기에 대화 자체를 끝낼 수 없게 되어버린다.

 


최악이다. 남아있던 대화가 또 분열하기 시작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대화는 '잠깐 부모님이 불러서 말이야~'라던가, '이제 잘래-'같은 적당한 이유를 들이대면서 강제로 종료해버리는게 상책이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이유를 찾아야만 끝낼 수 있다는 거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메일을 무시하고 답장하지 않는다고 하는, 리얼충들에겐 따라하기조차 힘든 방법으로 끝내고 있는거지만.

 


다음날 유이가하마가 엄청나게 시무룩해지니까 그렇게 자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유키노 [네게 하고싶은 말은 잊어버려도 다시 생각나 버리는걸]

 


유키노 [그런걸 참고 있으면 몸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잖니?]

 


유키노 [네 트라우마의 양따윈, 내가 모르는게 당연하잖니?]

 


.....이 대화, 끝내는게 가능할까......?

 


불안해서 잠이 깨어버린 나는, 그대로 좀 더 유키노시타와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

 


조금만 더, 앞으로 조금만, 적당히 끝낼 수 있을 때까지.

 


그만두려고 했다면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어가며 스스로를 속이며, 깨달았을 땐 시간가는 줄 모르고 LINE에 몰두 하고 있었다.

 


하치만 "흐아암....지금 몇시지...."

 


누구에게 말을 걸려고도 하는 것도 아닌데, 무심코 생각한게 바로 입 밖으로 나와버린다. 이 버릇, 슬슬 어떻게든 해야만 하겠는데...

 


나는 시간을 확인려고 유키노시타의 답장에 눈길을 돌렸다.

 


유키노 [그러네, 당신과 동등하게 취급하다니, 개코 원숭이에게 실례인걸] 3:56

 


......내가 생각해봐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나..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걱정해야만 하는 걸 발견했다.

 


3시? 아니 좀만 더 있으면 4시 잖아. 졸린게 당연하다.

 


하치만 [저기, 유키노시타]

 


하치만 [시간를 봐바]

 


지금까지 핑퐁핑퐁하며 리드미컬하게 오던 대답이 잠시동안 오지 않는다.

 


아까보다 몇 템포 늦게 온 대답은 매우 간단하고, 알기 쉬웠다.

 


유키노 [잘 자렴]

 


이걸 신호로, 유키노시타와의 LINE, 일명 미지와의 조우는 마지막을 고했다.

 


합계 약 다섯 시간. 서로 그동안 한번도 시간을 확인하지 않은 채 몰두 해 버린 거였다.

 


엄청나네. 마치 러브러브 커플인 것 같다.

 


하치만 ".....핫"

 


자신이 생각하던걸 무심코 콧웃음 쳐 버렸다. 이런 생각을 해버리다니, 상당히 졸린가 보구나. 나.

 


자자.

 


전등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순간 엄청난 졸음이 닥쳐왔지만, 그 전에 하나 해야만 할 일을 잊고 있었다.

 


하치만 [잘 자]

 


읽었다는 표시가 나타나지 않은걸 확인하고 나서, 나는 수마에 따라 깊은 잠에 빠졌다.

 

 

 

 


>>3. 이렇게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변해가고 있다. (끝)


코마치 "아, 오빠 좋은 아침-. 점심밥은 식탁위에 놔뒀어-."

눈이 떠졌을 때는 이미 정오를 지나있었다. 코마치가 준비해둔 점심을 조금은 서둘러서 위에 집어넣는다. 천천히 먹었다간 학원에 지각해 버릴 것 같았기에.

수험생인 코마치한테 점심밥 하게 하고 자신은 늦게까지 자버리다니, 어찌 할 도리가 없는 녀석이구나 나.

오늘 저녁밥 정도는 내가 만들어야겠다.

 

 

 

하치만 "후아암...."

코마치 "오빠, 겨울 방학이라고해서 밤샘같은거 하면, 몸에 안 좋아. 눈도 썩구."

하치만 "그 말, 연휴때마다 하고있잖아......."

 

 


올해 여름 방학에도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반드시 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수면 부족하고 눈이 썩어있는거 하곤 관계없다고. 아마도.

 

 


코마치 "그정도로 오빠의 생활 리듬이 엉망진창인 거라구. 그런 생활로 몸을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거야. 아, 방금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앗!"

하치만 "그래 그래."

 

 


마지막 말만 없었다면 진짜 귀여운데 말이지..... 뭐, 있어도 귀엽지만!

 

 


코마치 "그래서, 어젠 뭐때메 밤 늦게 잔거야? 독서? 게임? 책상 뒤에 있는 벽에 은근슬적 숨겨둔 DVD감상?"

하치만 "........야, 잠깐만."

코마치 "웅?"

 

 


무서워, 이 아이!, 어째서 그렇게 당연한 듯이 내 프라이버시 잘 알고 있는거야? 스토커?

 

 


하치만 "아, 아무것도 아냐. 그런거 아니니까. 그리고 DVD같은거 모르거든."

코마치 "흐-응....... 뭐 아무렴. 그게 아니라면..... 아! LINE인가!"

하치만 ".........."

 

 


갑자기 정곡을 찔려서 무심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 반응으로 뭔가를 짐작했는지, 코마치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코마치 "호오오........ 오빠가 LINE으로 밤샘이라니......"

하치만 "무슨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대는 토츠카였으니까 말야."

 

 


제일 그럴듯한 답을 제시해서 이 대화를 끝내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코마치의 눈동자에 떠오른 이채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코마치 "......진짜로 토츠카 오빠?"

하치만 "어, 또 누가 있겠냐."

코마치 "흐음.... 헤에-, 호오-"

하치만 "씨꺼"

 

 


코마치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어딘가 따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보고 있는지 물어 볼 시간은 나에겐 없을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지나있었다. 서둘러서 학원에 갈 준비를 해야만 한다.

접시에 있던 음식을 급하게 입안으로 밀어넣고는, 곧장 커피를 흘려 넣는다. 잘먹었어하고 코마치한테 말하곤 방으로 돌아와, 나는 학원 갈 준비를 1분 남짓한 시간만에 끝냈다.

이대로 자전거로 날아가면 늦지 않겠지.

......추워.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데......하아....

 

 

 

하치만 "그럼, 다녀올게....."

 

 

 

방에서 현관까지의 짧은 거리를, 발을 끌면서 걸어나와 신발을 신는다.

손잡이에 손을 대려던 그 때에, 평소라면 거실에서 손을 흔드는 것 정도밖에 하지않던 코마치가 일부러 현관까지 배웅을 나왔다.

뭐야, 데레 타임인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딱히 기분 나쁜건 아니고, 오히려 기쁘다.

조금은 들떠서 문을 여는 나에게, 한 층 더 들뜬 코마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코마치 "토츠카 오빤 동아리가 있는 날이든 없는 날이든 항상 일찍 자는 타입이니까, 밤 늦게까지 LINE같은거 안하니깐-. 그럼, 잘 다녀와!"

 

 


내 심장소리가 한층 크게 들렸던 것과,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건 거의 동시에 였다.

 

 


하치만 "내, 내 동생이 이렇게 무서울 리가 없어...."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와버렸다. 때마침 옆에 지나가던 주부한테 기분 나쁠 것 같이 보여졌겠지만, 이제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분명히, 지금쯤 코마치는 내 LINE상대를 기쁜 듯이 찾고 있겠지. 그 녀석이기도 하고, 상대가 유키노시타였다는 것 정도는 금방 알아챌 게 뻔하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질문 공새를 받고, 내일은 봉사부에서 유키노시타한테 엄청나게 매도당하겠지. 하고,

이런 싫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지할 수 있는 능력 따윈 필요없다고...... 기왕이면 로또 번호를 예지하게 해 줘.

이런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나는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불어오는 바람과 싸우면서 자전거 타기를 수십 분, 어떻게든 지각은 하지 않고 학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런 건물에 들어가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학교에서처럼 신발장을 찾게 된단 말이지...

주위를 바라보니 나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 듯한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포니테일을 흔들면서 주위를 둘러보더니, 뭔가 깨달았단 듯이 움직임이 멈췄다.

정확히 나하고 같은 행동이다. 의외로 저녀석하곤 마음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건 아닐려나.

나와 마음이 맞다고 하는건, 반대로 말하면 세상과는 맞지 않다는 게 된다. 그런 녀석은 틀림없이 외톨이다.

......그러고 보니, 저 뒷모습, 어디선가 본 적 있는데.....

누구지......카, 카와 고에.....?

 

 

 

하치만 "아, 카와사키였나."

카와사키 "후에엣!?"

 

 


눈 앞에서 나하고 같은 행동을 하고 있던 여자애가 이쪽으로 기세좋게 돌아본다.

누군가 했더니 카와사키 본인이잖아.

..........응? 그렇다는건, 방금 '후에엣!?'하고, 이녀석이 말한거야? 뭐야 그거 귀엽잖아.

 

 

 

카와사키 "어, 어째서 네가 여기에.....!"

하치만 "이런 곳에 공부하는거 말고 무슨 용무가 있겠냐."

 

 

 

 

내 냉정한 대답을 듣고 카와사키도 평소의 상태로 돌아갔다. 다소 어색함을 남겨 둔 채로, 어중간하게 미묘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같은 교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하치만 "......아, 참. 학생회 선거 때, 고마웠어."

 

 

 

 

말을 꺼낼 기회가 없어 하지 못했던 감사의 말을 전했다. 단지 그 뿐이었는데, 카와사키는 뺨을 붉게 물들이곤 시선을 돌려버리고 만다.

그런 반응은 안하면 안되냐? 착각해 버릴 것 같으니까.

 

 

 

 

카와사키 "별로, 널 위해서 한 것도 아니니까....."

 

 

 

 

전형적인 츤데레 대사도 이녀석이 말하니까, 순수하게 본심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거라면 왜 도와준거지하고 생각하지만, 그렇게까지 꼬치꼬치 물어보는건 실례겠지.

그러니까 실례가 아니라 고맙다고 하자.

 

 

 

 

하치만 "그렇지만 진짜 고마웠으니까.  답례는 이번에 뭔가로 갚을게."

카와사키 "뭔가라니?"

하치만 ".......아직 안 정했어."

 

 

 

 

여자애한테 답례로 뭘해야 하는지를 그렇게 빨리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내 남자력은 높지 않으니까.

 


그보다 남자력이라니 뭐냐고.

 

 

 

 

카와사키 "............그 답례란거, 내가 정해도 돼?"

하치만 "아, 으응. 오히려 그렇게 해주는게 나로서는 고맙........아, 고통을 동반하는건 피해줬으면 하는데....?"

카와사키 "너,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건데....."

 

 


양아치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라곤 입이 찢어지더라도 말 할 수 없다. 그랬다간 그 순간에 내 몸까지 찢겨질 것 같다.

그렇다면, 양아치같은거 말고 이녀석에 대한 인상이라..

 

 

 

 

하치만 '브라콘인데"

카와사키 "뭐?"

하치만 "아, 아뇨, 암것도 아니에요."

 

 


뭐야 방금 목소리! 어디로 소리를 내면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건데!?

날이 서린 듯한 위압감 있는 목소리를 낸 카와사키였지만, 왠지 그 직후에 시선을 마주치진 못하면서 이쪽을 쳐다본다.

그 행동의 의미를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까, 카와사키가 평소보다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와사키 "나한테 답례하는건 됐으니까.....저기, 타이시의 공부를 봐주면 좋겠어."


뭔가 저쪽을 쳐다보는 것 같았는데, 들려오는 말은 실로 브라콘 같은 부탁이었다.

......하긴, 눈 돌릴만도 하네. 브라콘이라고 말하자마자 동생이야기 하고있으니까.

중증이잖냐. 나라도 그정도까진.............아니겠지.

 

 

 

하치만 "그런거 정도는 별로 상관없는데, 그럼 너한테 답례는...."

카와사키 "나는 됐어. 스칼라쉽건으로 쌤쌤이잖아."

하치만 "뭐, 그렇긴 한데....."

카와사키 "...........너 말야, 의외로 의리파구나."

 

 

 

 

이제서야 시선을 되돌린 카와사키는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표정은, 내 시선을 사로잡기에 과분할 만큼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카와사키 ".....왜?"

하치만 ".....헤? 아, 아아, 음, 암것도 아냐. 그렇지. 나는 이래뵈도 의리파라고. 빌려온건 대체로 갚아주지만, 빌려준건 반드시 돌려 받으니까."

카와사키 "그거, 의리라고 하지 않으니까."

 

 


그 표정에선 조금 전의 미소는 사라져 있고, 대신 질린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설마 내가 조금 전의 미소를 한번 더 보여달라는 말 같은건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하치만 "내가 가르쳐 주는건 상관없는데...... 말해두지만, 국어 말고는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줄만큼은 아닌데? 수학같은건 오히려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고."

카와사키 "그런 건 기대하고 있지 않았어. 단지말야, 그, 저번처럼 동기부여를 해줬으면 한다고 할까...."

하치만 "아......아니, 그렇지만 나같은 거로 괜찮냐? 나보다 그런거 잘하는 녀석은 얼마든지......"

 

 


여기까지 말하고선 눈치챈다. 그렇다. 이 녀석도 나와 같은 외톨이였다.

나에게 의지하려는게 아니라, 나같은 거 말곤 의지 할 녀석이 없다.

나를 선택한게 아니라, 나 말곤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던 거다.

외톨이는 인간 관계가 좁다. 아니, 오히려 인간관계같은게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선택지가 한정되어 있다.

나처럼.

나는 이렇게 예상하고 이 녀석의 요구를 받아들일려고 했지만, 내 예상은 조금 빗나갔던 것 같다.

 

 

 

 

카와사키 "나는 다른 녀석들보단 네가 좋을 것 같았으니까 부탁했을 뿐이야. 타이시는 너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하고, 나도.......너라면 타이시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으니까......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하치만 "맡겨져도 곤란하다만.... 그게, 뭐냐. 그렇게까지 말하면 거절 할 수 없잖냐."

카와사키 "그럼, 부탁해도 될까?"

하치만 "아아, 접수했어."

 

 


이쯤에서 딱 맞게 우리들이 가고 있는 교실이 보였다. 혼자서 가는 것에 비해 꽤나 시간이 걸린건 그만큼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그렇겠지.

 

 


카와사키 "아, 참. 이거, 내 LINE ID."

하치만 "응?"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내민건 숫자가 적혀있는 메모지였다.

 

 


카와사키 "너도 시작했지? 그렇다면 이게 좀 더 쉽게 연락 할 수 있으니까."

하치만 "에, 아, 응......"

 

 


여자애한테서 LINE ID를 받았다! 하치만은 리얼충 포인트가 2 올랐다!

 

 

우와앗. 이런. 너무 놀래서 뇌속이 포켓 몬스터처럼 되어 버렸다.

히죽히죽 웃어버릴 것 같은 얼굴을 필사적으로 참아가면서, 메모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은 부들부들하고 떨고 있어서 내가 보기에도 꼴사나웠다.

 

 


카와사키 "앗......."

 

 


메모를 집을 때, 나와 카와사키의 손이 닿아버렸다. 내가 메모지를 잡은걸 보자마자, 무서운 기세로 손을 떼어 내버린다.

여자애한테서 기분 나쁘다고 여겨졌다! 하치만은 리얼충 포인트가 5 하락했다!

 

 


하치만 "아, 미안."

 

 


뭐가 미안한건진 잘 모른 채로 사과해버렸다. 그게, 카와사키의 얼굴이 새빨간 걸. 그저 면목없사와요.

 

 


카와사키 "아닛, 따, 딱히....."

 

 


카와사키는 상기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곤, 빠른 걸음으로 교실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남겨진 나는 잠시 메모지를 바라보고서는, 천천히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하치만 "다녀왔어-"

 


코마치 "어서와-!"

 


학원에서 돌아온 나를, 거실에서 들려오는 코마치의 목소리와 온기가 맞이해 주었다.
추웠어.......이런 시기에 집 밖에 나가서 뭔가 한다던가 하는거 이해 할 수 없다고....

 


코마치 "오빠아-, 아침에 하던 이야기 차근히 이야기 하자-."

 


하치만 "우와아...."

 


집에서 나가려고 하는 녀석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버렸다.

집에 있을 곳이 없는거구나....

 


하치만 "하아....."

 


코마치에게 들리게끔, 일부러 큰 한숨을 내뱉곤, 거실의 문을 연다.

소파에 달라붙어 있으면서도 만면의 미소로 이쪽을 보는 코마치의 모습은....뭐랄까....음....앞으로가 불안하다.

 


코마치 "훗 훗 훗....오빠, 수수께기는 전부 풀렸다구!"

 


하치만 "그 수수께끼를 풀어서, 어쩔려고."

 


코마치 "음-,그야....후후후"

 


내가 던진 질문을 수상한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그 웃음엔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지 물어보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코마치 "그치만 유키노 언니하고 밤늦게가지 LINE이라니...... 코마치 기뻐!"

 


하치만 "뭐가 기쁜거냐...... 그보단 LINE하고있다고는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둘 다 LINE엔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그만둬야 하는지 잘 몰랐을 뿐이라고. 마지막엔 개코 원숭이 이야기 하고 있었으니까."

 


코마치 "개코 원숭이....."

 


역시, 이런 이야기엔 좀 아니었는지, 코마치는 이마에 손을 댄다.

 


코마치 '조금 만 더 하면 시언니가 생길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뭐가 부족한 걸까."

 


하치만 "내 의지겠지."

 


코마치 "쪼옴! 오빠는 여친있었으면...하곤 생각하지 않아?"

 


여자친구.....말이지.

속마음을 말하자면, 있으면 좋겠다. 목에서 손이 나와 잡아챌 정도로 원해. 그렇지만, 내 성격으로 생각컨데 한 명의 여성과 장기간.......혹은 평생을 같이 사는건 무리다.

 


일단 전업주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몸으로서는 이런 곳에서 포기 할 수는 없다. 이 부분은 대학교 가서 열심히 할 거니까.

대학교가면 진짜로 열심히 할거라고.

 

 

 

하치만 "지금 당장은 바란다곤 생각할 수 없겠는데, 그리고 나한텐 코마치가 있어주니까."

 


이렇쿵저렇쿵 말하지만, 나를 보살펴주는 귀여운 여동생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굉장히 행복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코마치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다.

 


코마치 "우-, 이러니가 오레기는........치사해."

 


하치만 "치사하다니.... 머리를 쓰다듬는 건 반칙행위라도 되는거야? 나 퇴장이라도 당하는거냐?"

 


코마치 "어떤 의미론 초 반칙 행위라구."

 


하치만 "그랬냐....."

 


코마치의 머리에서 급히 손을 땐다. 내 손을 코마치가 아쉬운 듯이 보고 있었던 건 분명 착각이겠지.

 


하치마 "그럼 난 방에 가 보마."

 


코마치 "응-."

 


공부 열심히 해라, 라던가 말해주고 싶지만, 그게 역효과인건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오늘 같은 날 정도는, 오빠답게 지켜봐줘야겠지.

 


하치만 "아, 그렇지."

 


사실은, 코마치한테 LINE에 관해서 심문되기 전에 재빨리 어떻게든 얼버무리려고 했던 거지만, 한가지 물어봐야 했던게 있다.

 


하치만 '저기 코마치, 내가 LINE시작한거, 누구한테 말한 적 있냐?"

 


내가 LINE을 시작 했단걸, 그걸 카와사키가 알고 있던 이유가 있다고 하면, 이녀석이 누군가에게 말했다고 밖에, 달리 생각할 수 없다.

일단, 코마치는 상식을 갖추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만약을 위해선 말했는지를 확인해 둔다고 해서 손해는 없을 거다.

 


코마치 "말했어-. 단 둘 뿐이지만. 오빠가 아는 사람중에서 코마치가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기도 하고, 그렇다기보단 오빠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하치만 "마지막 한 문장은 필요없지 않냐? 다시 한번 현실을 확인시켜주는거, 그만 둬."

 


코마치 "네이네이, 그러니까 알려준건 타이시랑...."

 


타이시.....그렇군. 카와사키는 타이시를 통해서 알았던 건다. 그런거라면 납득.......?

 


어? 어째서 그녀석들 남매 사이에 이야기하는데 내 이야기하고 있는거냐? 무서운데.

카와사키집안의 대화에 내 안의 경종이 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건 코마치의 다음 발언으로 깔끔하게 날아가 버렸다.

 


코마치 "그리고 하루노 언니."

 


하치만 "뭐?"


코마치 "그러니까, 하루노 언니라니까. 유키노 언니의 언니말야."

 


방금 뭔가 말로 해선 안되는 마왕의 이름이 들린 것 같습니다만..... 거짓말이지?  거짓말이라고 해줘!

 


코마치 "좀전에 편의점에 갔을 때 우연히 만났으니까. 이야기 해 버렸어. 그러고보니, 하루노 언닌 왜 거기 있었던거지?"

 


이야기 해버렸어가 아니잖냐! 이 애 상식이라는게 하나도 없어! 그리고 하루노씨하고 만나게 된건 아마 우연히 아니라 필연이라고!

 


하치만 "진짜....냐... 하루노씨한테 말한거구나......"

 


코마치 "응! 힘내!"

 


노력하고 있는 사람에게 힘내라곤 말해선 안되잖냐.

그건 수험생에게도, 마왕의 눈에 띈 불쌍한 마을 사람 A에게도 마찬가지다.

하루노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한건지, 알고 한건지 모르겠지만, 코마치는 미묘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면서, 마을 사람 A는 조용히 자기 방에 틀어박히러 갔다.

 


하치만 "아.....저녁밥 내가 해야 하는데......"

 


틀어박힌다고는 했지만, 나는 나와 코마치의 저녁밥을 만들어야 하기에 방에서 나와야만 한다.

역시 일한다던가 이런거 내 하고는 궁합이 안좋구나. 먹여주고 재워달라고 하자.

빠른 손놀림으로 옷을 갈아입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만들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서, 코마치와 같이 먹는다.

완전히 익숙해져버린 둘 만의 식사 풍경. 평소라면 내 러블리 시스터 코마치와의 훈훈한 다이닝 타임이겠지만.....

 


코마치 "그래서? 유키노 언니하고 유이 언니하고의 LINE은 재밌어?"

 


흐에에... 여동생이 성가셔.......

 


하치만 "그런 대화 할 리가 없잖냐. 유이가하마하곤 대충 적당한 선에서 대화 끝내고 있고, 유키노시타하곤 어제 그게 처음이라고. 어쩌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일지도 모르지."

 


코마치 "아니 그게, 그런 말 한대도-, .......아, 그렇지만 오빠라면 진짜 그럴지도....."

 


하치만 '그찮냐? 현실에서조차 그런 말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화면 너머라고 그런 쓸대없는 얘기 안한다고."

 


실제로 그녀석하곤 업무 연락외에 LINE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그 업무연락도 유이가하마한테 이야기 할 수 잇다는 점에서 문제 없다.

그러니까, 진짜로 저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뭐, 개코원숭이의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 LINE이라니 딱히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서도.

개코 원숭이 애호가 여러분, 죄송해요.

 


코마치 "안타깝네에-. 오빠 지금 피크인데말야."

 


하치만 "앞으로의 내 인생은 내리막길 뿐이냐."

 


코마치 "......진짜 그럴지도?"

 


당연히 웃을거라고 생각했던 코마치이지만, 전혀 웃지 않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당황한 나를 코마치의 시선이 놓아주지 않는다.

 


코마치 "정하는건 오빠지만, 너무 삐줍대서 여자를 울리거나 하면 안되니까말야."

 


하치만 "알고있으니까."

 


사실은 알고있다던가 한게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코마치에게 말할 수도 없지.

그러니까, 하다못해, 답변으로 나답게 냉소와 조소로 되돌려 주마.

 


하치만 "다른 사람 걱정할 여유가 있으면 자신의 걱정이나 해. 수험생."

 


코마치 "아-! 코마치한테 해선 안 될 말 랭킹 톱 10위의 말 했어!"

 


하치만 "의외로 낮구나."

 


틀림없이 상위 3위정도엔 랭크되어있다고 생각했다. 이게 10이라면 1위는 뭔지 궁금하다.

 


코마치 "흥! 내일 아침밥 오빠가 싫어하는 토마토로만 요리 만들거야!"

 


하치만 "야,야, 나를 죽일 생각이냐. 겨울 방학인데 아침밥 먹을 때 나를 깨운다던가 너무 가혹하잖냐."

 


코마치 "그게 문제인거구나......."

 


코마치가 나를 불쌍한 아이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보고 있다. 괴로워요.

 


하치만 "뭐 그런거니까, 시언니라던가 이런거 기대하는건 그만 둬."

 


코마치 "응......시언니가 무리라면 차라리 시오빠가 생기기라도 기대할게."

 


하치만 "진짜 그만 둬."

 


최근 에비나의 시선이 묘하게 신경쓰인다고. 나하고 하야마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지지 않는 그건, 진짜 야수의 눈이다. 레알 무서워.

저녁 식사시간의 마지막 한 입을, 코피를 내며 쓰러지는 에비나를 떠올리며 먹는다. 왠지 식사가 지저분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차를 단숨에 들이키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치만 "그럼, 이번에야말로 틀어박힐 거니까, ........뭔가 모르는게 있으면 물어보러 와라. 다만."

 


코마치 "수학은 빼고 말이지? 의지하고 있어. 오빠."

 


하치만 "응."

 


이유를 모르지만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자기 방으로 향한다.

지금은 왜인지 침대가 그리웠다.

하치만 "무뭇...."

 


침대에 누워서 어딘가의 라쿠텐 카드맨의 흉내를 내본다. 하지만 그런걸 해본다한들, ID검색을 해볼 용기는 나오지 않는다.

어째서 나는, 검색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거냐고....?

 


아, 그런가. 아까부터 검색하면 친추신청해야만한다던가, 이런거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검색할 수 없었던 거구나.

검색해 봤다고 해도, 싫다면 친추신청 안하면 된다. 단지 그 뿐인 이야기잖아.

 


좋아. 오케이-오케이-, 그런거라면 괜찮아.

 


자, 검색을 시작하자.

 


하치만 "으-음....K.....A...."

 


로마자만으로 입력하는건, PC에서도 iPhone에서도 아직 익숙하지 않다. 거기에 이녀석 ID 쓸대없이 길어서 쓸대없이 귀찮다.

투덜투덜대면서도 어떻게든 입력을 끝낸다. 그리곤 떨리는 손가락으로 검색버튼을 눌렀다.

 


친추신청을 할지 말지는 나중에 일이고, 생각해보니 내가 스스로 먼저 친추신청을 한다고 하는건 처음이잖아?

우와, 그렇게 생각하니 긴장된다. 그런가.... 나의 처음은 카와사키 인가.......

 


아무튼 길었던 고뇌도 이제서야 끝난---

 


[카와사키 타이시]

 


하치만 "너였냐!!"

 


내가 고심하던건 뭐였던거냐고! 확실히 이거라면 연락하기 쉽겠지....하지만!!

 


하치만 "후우....후우....!"

 


쏟아져 나오는 분노의 화살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모르겠어서 짜증이난다. 타이시한테 화풀이하려고 해도 이녀석이 나쁜건 아니니까....

그보단 지레짐작해버린 내가 나쁜거고....... 자신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란게 괴롭다. 누구를 책망하면 좋을지도 잘 모르겠다.

 


나중이 무서우니까 일딴 타이시를 친구목록에 추가해 두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개운 한 것도 아니다.

이럴 때엔 책을 읽어도 진정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가까운 곳에 놓여져 있던 책에 손을 내밀려고 할 때였다.

 


핑퐁, 하며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이 소리는 LINE의 알람소린데, 대체 누구지?

자동으로 환해진 휴대폰 화면을 본다. 물론 표시된 알람은 LINE이었다. 확실하게 계정명도 있다.

그 이름은, 이제 다신 LINE할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계정이었다.

 

 

 


>> 4.생각했던 것보다 카와사키 사키는 합리적이다. (끝)

 

 

 

[둘이서 한사람의]

 


from: 카와사키 타이시

 


타이시 [오랜만입니다. 형님!]

 


하치만 [누구]

 


타이시 [카와사키 타이시임다! 풀 네임으로 적혀있잔습니까!?]

 


하치만 [텐션 너무 높다고. 밤이니까 텐션 낮춰. 그래서 누구?]

 


타이시 [히키가야의 동급생 카와사키 타이시임다]

 


하치만 [그래, 이정도 텐션이면 딱 좋다. 그래서 누구라고?]

 


타이시 [카와사키 타이시임다!!! 아, 이야길 바꾸겠습니다만 누나ID 필요한가요?]

 


하치만 [필엾서. 귀찮아.]

 


타이시 [나랑 이야기하는거 싫어?]

 


하치만 [너희들 어째서 메일도 LINE도 둘이서 하나인거냐]

 


타이시 [죄송함다! 누나가 이 LINE 본 순간 갑자기 휴대폰 빼앗았슴다]

 


타이시 [딱히 빼앗은거 아니니까. 조금 걱정이 되었을 뿐. 그정도로 신경쓰고 있는건 아니야.]

 


타이시 [이렇게 말하곤 있습니다만, 평소보다 텐션 낮으니 친추해주시면 안되겠슴까?]

 


하치만 [할게. 친추할테니까. 그러니까 둘이서 LINE계정 하나로 쓰지마.]

 


타이시 [감사함닷! 누나의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하치만 [그런거 일일이 말안해도 돼]

 


하치만 [그럼 이만]

 


타이시 [네! 좋은밤 되십셔 형님!]

 


하치만 [형이라고 말하지마라. 죽인다.]

 


하치만 [잘 자라]

 


타이시 [잘 자]

 


하치만 [으, 으응]

 


하치만 (그러니까 둘이서 쓰지말라고! 이 남매 귀찮다고오!)


[유키노시타 유키노]

 


라고 표시되어있는 화면을 몇번이고 바라보게 된다.

 


그녀석이 먼저 나한테.......? 오늘 부활동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런 자신없는 예상을 해보고 나서, LINE을 켠다.

 

 

하치만 "아아....."

 

 

거기에 적혀있는건 나에 대한 불만. 주로 코마치에게 LINE 한 걸 말해버린거에 대해서였다.


확실히 이거라면 그녀석이 먼저 LINE해온게 납득이 간다.

 


코마치이.......

 

 

 

하치만 "흠... 답장 안 해도 될려나? 아니, 그건 좀 무서운데...."

 

 

 

혼잣말은 머릿속을 정리하기에 딱 좋다. 이야기 하고있는게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대화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혼잣말 레알 만능. 문부 과학성은 회화의 중요성보다도 혼잣말의 편리함을 더 널리 알려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혼잣말이 내놓은 결론은.

 

 

 

하치만 "적당한 곳에서 마무리 짓고 대충 끊고 자자."

 

 

 

확실하게 어제의 반성을 살려본다. 제대로 시간을 보면서 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럼, 읽음 표시도 생겼있으니까. 어서 답장을 해야갰지.

 

 

 

 

 

 

 


to.유키노시타 유키노

 


하치만 - [미안]

 


하치만 - [코마치는 그런거에 이상할 정도로 민감해서 말야.]

 


                                                                                                  [네가 둔감한 것 뿐이잖니.] - 유키노

 


하치만 - [무슨소리야. 난 피부가 거칠어질 정도로 민감하다고.]

 


                                                                                   [네 피부같은건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 유키노

 


                                                           [그것보단, 이후로는 코마치에겐 들키지 않도록 하렴.] - 유키노


하치만 - [내 피부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거든.]

 


하치만 -  [남자도 조금은 신경쓴다고.]

 


하치만 - [왜 코마치한텐 비밀로 해야하는데?]

   

                                                                          [네 피부를 봐주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잖니?] - 유키노

 


                                            [남자라도. 라고해도 여자인 나는 그렇게 신경써 본 적이 없는걸?] - 유키노

 


                               [코마치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는건 오늘 같은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야.] - 유키노

 


하치만 - [있거든? 토츠카라던가 엄청나게 봐주고 있을거거든?]

 


하치만 - [그래? 여자애는 모두 피부상태 같은것만 잔뜩 생각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치만 -  [코마치가 그렇개나 끈질기게 물어본거야?]

 

 

 

 

 

 

 


하고, 이제서야 깨달았다.

 


화제가 3개로 나뉘었어.....!

 


어제의 반성같은건, 어디에 있는거냐고. 오히려 악화되었잖냐. 이거 끝나는거야? 나 잘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걸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유키노시타한테서 LINE은 와 버린고만다.

 

 

 

 

 

 

 


                                           [정말 둔하구나. 이쯤이면 토츠카도 애정이 없어져 버리지 않겠니.] - 유키노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는건 아니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걸] - 유키노

 


                                                    [나같은 경우엔,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문제 없으니까.] - 유키노

 


                                                       [코마치의 질문은 그렇게까지 끈질길건 아니었지만서도...] - 유키노

 


                                                                                          [내일 부실에 와 보면 알게 될거야.] - 유키노

 

 

 

하치만 - [토츠카가 애정이 식게 되버릴 정도라면 더 이상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

 


하치만 - [너말야, 그거 유이가하마한테 말하면 아마 화낼걸]

 


하치만 - [부활동이라고 하니 생각난건데, 연말연시에도 부활동 하는거야?]

 

 

 

 

 

 

 


우리들은 크리스마스 파티 다음날부터 매일 부활동을 하고 있다.

 


그 덕분에 '내일도 부활동이 있는게 당연하겠지'라는 생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연말연시인데도라고는 했지만, 여유롭기 그지없다는 예정 밖에 없기에 문제될 건 없다. 책을 집에서 읽느냐, 학교에서 읽느냐정도의 차이다.

 


하지만, 집에서 이런저런걸 하고 있을 것 같은 유키노시타나, 친구와 놀러 갈 것 같은 유이가하마는 연말연시에도 부활동을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일부터 5일까진 부활동은 없단다] - 유키노

 

 

 

 

 

 

 


내 질문에 유키노시타는 타당한 대답을 해온다. 아무래도 내일이 올해의 마지막 봉사부 활동인 것 같다.

 


좀 더 빨리 알려줬으면 했는데....라던가 이런 생각을 했지만, 그런건 말로도 하지 않고, 문자로도 하지 않는다.

 

 

 

 

 

 

 


하치만 -  [생각보다 쉬는날이 많네]

 


하치만 - [네가 하는 일이기도 하고, 매일 할거야. 라던가 할거라고 생각했었다고]

 


                                                                                                                   [그럴 리가 없잖니] - 유키노

 


                                                                                                                              [그것 보단] - 유키노

하치만 -  [왜?]

 


                                                                       [유이가하마가 화를 낼거라는 거에 대해선데....] - 유키노

 


                                              [혹시 내가 눈치채지 못한 채로 뭔가 심한 말이라도 해버린거니?] - 유키노

 

 

 

 

 

 

 


.............너 말야, 유이가하마를 너무 좋아하는거 아니냐 . 이정도로 다른 사람의 호감도에 신경쓴다니, 평소의 네 캐릭터는 어디로 가버린건데?

 

 

 

 

 

 

 


하치만 - [그런 뜻이 아니라]

 


하치만 -  [그녀석도 화장이라던가 이런거 신경쓰고 있을 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그렇게나 귀엽다는걸 알게 되면 화내지 않겠냐? 라는 뜻이다.]

 

 

 

 

 

 

 


아, 큰일났다. 대화의 흐름때메 귀엽다던가 말해 버렸어.

 


죽음조차 각오한 나 엿지만, 유키노시타는 이거에 관해선 딱히 반응한다던가 하는거 없이, 평소처럼 답장해왔다.

 

 

 

 

 

 

 


                                                                                                                             [그런 거구나] - 유키노

 


                                                                                            [그녀가 그런걸로 화낼 리가 없잖니] - 유키노

 


하치만 - [뭐, 그럴지도]

 

 

 

 

 

 

 


물론 나도 진심으로 그녀석이 화낸다던가 할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단순한 농담.....응?

 


그러고보니 대화의 화제가 다시 하나로 돌아왔다.

 


그런가.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를 좋아하기에 나머지 화제는 전부 버려버린건가.

 


그럼, 남은건 이제 이 대화를 끝내기만 하면, 저번처럼 되는 일은 없겠지!

 


오늘은 일찍 잘 수 있겠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서.....

 

 

 

 

 

 

 


                                                      [딱히 호러 영화를 못본다던가 하는게 아닌걸. 좋아하지 않을 뿐이야.] 5:37

 

 

 

 

 

 

 


......어라? 이상한데-? 이거, 시간 고장난건가?

 


아니아니, 그런게 아니지. 현실도피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어째서 이렇게 된거지.... 뭐, 원인은 또 시간을 잊은 채로 몰두 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아니, 그, 솔직히 좀 전부터 눈꺼풀이 무겁다고는 생각했다구요? 그렇지만, 그, 뭐냐, 대화의 화제를 하나로 만들었다던가, 개코원숭이같은 왜 했는지 모를 대화같은게 없었기에 그만 방심해버렸던 거라고......!

 


한번이라도 시간을 봤다면 이런 사태에 빠지진 않았을 건데, 어째서 이렇게나 대화에 집중해버리는걸까. 나 스스로를 한시간정도 추궁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그보다 우선, 해야 할 일이 있다.

 

 

 

 

 

 

 


하치만 - [야, 유키노시타]

 


하치만 - [시간 봐바]

 

 

 

 

 

 

 


저번처럼 유키노시타에게 애둘러서 끝낼것을 강요한다. 이제 유키노시타가 대화를 끝내주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치만, 유키노시타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너하고 이야기 하고 있으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리는구나] - 유키노

 


                                                                                                                                   [어째설까] - 유키노

 


하치만 - [나한테 물어봐도 곤란해]

 


하치만 - [나도 똑같은 걸로 고민하고 있으니까]

 


                                                                                                                     [무슨 의미인거니?] - 유키노

 

 

 

 

 

 

 


흐릿해진 머리로 이 말에 대답을 하려는.....순간 멈췄다.

 


졸음이란건 이렇게나 무서운거구나. 평소의 나라면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을 쉽게 말하려고 하게 되 버린다.

 


얼굴을 보지 않고 문자만으로 주고받고 있었기에, 말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까지 말해버리게 되는 LINE과는 최고의 궁합이다.

 


내 시선으로 보자면 최악의 조합이지만서도.

 


이 조합은 숨기고 있는 본심을 시원스럽게 보이려고 해버린다. 본심같은건 설령 상대가 코마치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보여 줄 수 없는데도.

 

 

 

 

 

 

 


하치만 - [암것도 아냐]

 


하치만 - [역시 난 잘래]

 


하치만 - [잘 자]

 

 

 

 

 

 

 


유키노시타가 대화를 끝내주지 않는다면, 내가 끝내면 된다.

 


배터리가 거진 닪아버린 휴대폰의 전원을 누르고 침의 머리에 놓아둔다.

 


핑퐁, 하고 한번의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왠지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침대에 쓰러졌다.

[Counter Stop(측정 불능)]

 


코마치 "......zzz"

 


하치만 "코마치, 자냐?"

 


코마치 "zzz"

 


하치만 (이런 계절에 거실에서 자지말라고... 감기걸리면 어쩔려고그래)

 


하치만 (공부하느라 힘든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몸을 망치면 본전도 못찾잖냐... 정말.)

 


하치만 "어-이, 코마치, 자려거든 네 방에 가서 자-"

 


코마치 ".....우응...."

 


하치만 "코마치이-"

 


코마치 "응-..... 후아아....."

 


하치만 "이제 일어난거냐.... 어서, 감기걸리니까--"

 


코마치 "하치만 안아줘-"

 


하치만 ".......뭐?"

 


코마치 "꼬옥(하고 안아)-해줘 하치만....."

 


하치만 "코, 코마치...?"

 


코마치 "으으...응....응...? 오, 오빠..............!?"

 


하치만 "이, 이번에야 말로 일어난거냐?"

 


코마치 "에, 아, 아........../////" 화아아아끈

 


하치만 "그러니까..... 방금건...."

 


코마치 "바, 방금건 이....일부러 그런거라구!! 이이이....이.컥! 코마지적으로, 포, 포인트 노, 높, 노옾, 높아!!"

 


하치만 "그, 그래...... 너무 귀여운 나머지 포인트 측정 불능 될 뻔했다고. 근데 왜 날 이름으로...."

 


코마치 "시, 신경쓰면 안 돼!, 이제 잘거야!!"

 


하치만 "그래.... 확실하게 방에서 자도록 해."

 


코마치 "자, 잘좌!"

 


하치만 "잘 자라"

 


하치만 (코마치 진짜 천사같잖아. 나도 이대로 코마치 루트로 괜찮지 않을까..)

다음날, 동아리. 내가 부실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본건 볼을 부풀리며 뾰루퉁해 있는 유이가하마의 얼굴이었다.

 


유이 "무-!"

 


내 얼굴을 보자마자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사브레 흉낸가? 닮았잖아.

 


하치만 "안녕"

 


그런 유이가하마하는 일딴 무시하고, 평소처럼 인사를 하곤 자리에 앉느나. 그리곤 가방에서 읽다 만 라노베를 꺼냈다.

그럼, 읽어볼까.

 


유이 "진짜 히키-! 이렇게나 어필하는데도 무시야!?"

 


책을 펼치려고하자마자, 유이가하마가 사브레흉내를 그만두곤 뭔가를 외치면서 말했다.

 


하치만 "갑자기 뭐냐. 사브레 흉내를 무시한게 그렇게 싫었어? 확실히 닮았었다고."

 


유이 "사브레 흉내같은거 하고 있던거 아니거든! 그보단 닮았다고 말해도 하나두 안기쁘거든!"

 


하치만 "그럼, 뭐 흉내내고 있었는데?"

 


유이 "흉내낸거아니라구! 사실은 알고있으면서...!"

 


유이가하마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곤 화내고 있다. 하치만 좀전의 유이가하마의 기묘한 행동에 대한 이유라니, 짐작초자 못하겠다.

 


유이 ".........어라? 진짜루 모르는거야?"

 


하치만 "으응..."

 


내가 당황하자 유이가하마도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걸 알아챈 것 같다.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유이 "......LINE"

 


하치만 "?"

 


유이 "그저께, 유키농이랑 밤늦게까지 LINE했지? 내가 착각했다던가 한게 아니구."

 


하치만 "....확실히, 그랬어."

 


밤늦게까지랄까, 거진 아침이었지만. 그거 여름이었다면 태양,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유이 ".....게다가 어제도 자기 전까지 했다구.. 유키농이 말했어."

 


하치만 "뭐, 그렇긴 한데... 그래서 왜그러는거야? 또 외로워진거냐?"

 


이녀석의 지난번 행동이 수상했던 이유는, 외롭다는게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런건가..하고...생각하는데..

내 육감은 확실히 안 좋은 것 가타. 예상은 또 빗나가버렸다.

 


유이 "나두...어제 LINE 보냈는데에....."

 


아니 설마, 뭐? 하면서 주머니에 쳐박아뒀던 휴대폰을 꺼내 확인한다.

 


거기엔 물론, 유이가하마한테서 LINE이....

 


하치만 "너..... 30번이나 보냈던거야....?"

 


유이 "그도 그럴게, 힛키가 답장 해주지 않는걸.....그렇지만 좀 심했나...하곤 생각했었어."

 


저번부터 생각했었는데, 이녀석 말이지, 혹시 얀데레화 하는거 아냐? 이왕 이렇게 된거 지금 당장 거리 좀 두고 떨어질까...

 


하치만 "뭐, LINE온거 몰랐던건 나이기도 하고, 미안해. 오늘 또 LINE할거면 귀찮지만 확실하게 답잘 할테니까."

 


유이 "귀찮다던가 말하는거 아냐! 그치만...응.....알았어."

 


하지만 그렇게 말한 유이가하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곤, 흥, 하면서 시선을 돌리고만다.

어이, 뭐냐고 그 행동은, 아무리봐도 납득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조금 반해버릴뻔 했잖아. 어떻게 책임 져 줄거냐고.

 


하치만 "하아....아직 뭔가 있는거냐고."

 


유이 "이, 이젠 없어!"

 


하치만 "그렇게 말 할거면 좀 더 표정좀 어떻게든 해봐."

 


유이 "..엇....얼굴에 나타났었어?"

 


하치만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었냐...."

 


얼마만큼이나 바보같은 앤거지. 이녀석은. 바보의 신한테라던가 사랑받고 있는거 아냐?

 


유이 "어, 어쨌든! 나는 괜찮으니까 어제 보낸거 확실히 읽어봐야해!"

 


하치만 "어제? 오늘 보내오는게 아니라?"

 


유이 "그것도 읽어야 하지만, 어제것두 읽어!"

 


의미를 모르겠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어째서 어제꺼로 한정하는거지?

아무튼, 여기서 또 물어보면 또 이야기가 어지러워 질 것 같고, 일단은 납득했다는 척이라도 할까나.

 


하치만 "알았다고. 어제 온거 읽고, 답장 착실하게 하면 되는거지?"

 


유이 "응!"

 


유이가하마한테서 조금 전까지 있던 불만 가득한 표정은 사라지고, 평소처럼 쓸대없이 명랑한 미소가 돌아왔다.

.

.
역시, 이녀석은 웃는 얼굴이 어울려.

.

.
그러고보니 올해는 이걸로 두 명의 얼굴 보는 것도 마지막이네.

두 사람의 얼굴을 보기 위해, 눈치채지 못하게 시선을 옮겨 둘러본다.

 


우리들의 대화에 전혀 끼어드는 일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독서중이던 유키노시타.

 


내 얼굴을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화답하는 유이가하마.

...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이런 저런걸 생각해버게 된다.

 


올해는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너무 많았다.봉사부에 들어오고부터 너무 힘들어서 그 전에 있었던 일 같은건 잊어버리고 있을 정도로.

 


하지만 내가 곤란할 때에, 이 두 사람은 늘 곁에 있다.

 


.....곤란하게 되는 원인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오히려 이녀석들이 없었다면 곤란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을지도 모르지.

 


그렇긴 해도, 없는게 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게, 난 이 3명 뿐인 봉사부라는 공간을 의외로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유키노 "........우리들의 얼굴을 보면서 기분 나쁜 미소를 띄우는건 그만 두지 않겠니?"

 


유이 "우리들 보면서 히죽대고 있었어!? 힛키 진짜 밥맛!"

 

 

 

 

 

 

 


.........전언 철회다.

 


역시 난 혼자있는게 좋다.

 

<겨울의 괴담 스페셜! "링" 오늘 밤 9시 방송!>

 


밤, 소파에 누워서 만지작 대던 휴대폰에서 시선을 때곤, 때아닌 CM에 주목한다.

 


흐음, 이런 겨울의 한 가운데에서 링인가...세계에 역하려는 이 느낌, 싫지 않은걸!

 

 

 

하치만 "라곤 해도 말이지..."

 

 

 

<링>은 확실히 재밌고, 무엇보다 무서웠다. 처음 봤을 때엔 나도 코마치도 완전히 쫄아서, 며칠 씩이나 같이 잤을 정도니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아버지한테 살해당할지도 모르는데 잘도 그런게 가능했구나..하고 생각한다. 사다코보다 그게 훨씬 무섭잖아.

 


그런 <링>은 공포영화중에선 꽤 메이져이기도 하고, 벌써 몇 번이나 방송했었다.

 


그 때문에 처음 느꼈던 그 공포감, 두근대던 느낌을 맛 볼 수는 없게 되어버렸다. 거기에 사다코는 이미 까발려진 느낌이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아니게 되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오늘하는 <링>은------

 


핑퐁

 


from: 토츠카 사이카

 


토츠카 [오늘 <링> 한데 (*´∀`*)]

 


토츠카 [하치마은 <링> 좋아해?]

 


하치만 [좋아해]

 


하치만 [당연히 오늘도 볼거야]

 


토츠카 [얏호-!]

 


토츠카 [다 보고 나서 서로 <링> 감상 이야기하자]

 


하치만 [그래]

 

 

그러니까 오늘하는 <링>은------ 본다. 본다는 거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토츠카가 본다면 나도 봐야만 한다. 이건 당연한 자연의 섭리라고.

 


게가다 그....몇 시간이나 이야기해도 질리지 않는 녀석이 있는 것처럼, 몇 번이나 봐도 질리지 않는 좋아하는 영화라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덧붙이자면 몇 시간이나 이야기해도 질리지 않는게 누구나면, 누구냐고 말 할 필요도 없이, 토츠카다.

 


대화와 LINE을 같은 선에 둬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그녀석은 포함되지 않을 터.

 

 

 

 


그런거, 겠지.

 


핑퐁, 하고 다시 알림음이 울린다. 토츠카라고 생각하고 광속으로 휴대폰 화면을 봤지만, LINE은 유이가하마였다.

 

 

 

LINE.....유이가하마....

 

 

 

앗, 어제보내온 LINE 안 봤어.

 


조금의 조바심을 느끼면서, LINE을 가동한다. 좀 전에 온 LINE은, 어제 보낸걸 봤는지 아닌지에 대한 확인 메시지였다.

 


화면을 스크롤해서, 서둘러 어제 보내온 LINE을 확인한다.

 

 

from. 유이가하마 유이

 


유이 [힛키]

 


유이 [모레 시간 있어?]

 


유이 [둘이서 쇼핑가고 싶은데....]

 


유이 [안될려나?]

 


유이 [전에 말했던 유키농 생일선물이라던가, 이것저것 사고싶은걸]

 


유이 [힛키?]

 


유이 [보고 있어?]

 


유이 [또 유키농이랑 LINE하구 있어?]

 


유이 [(`Д´)]

 


..............하고, 이런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거, 꽤나 용기내서 보낸거겠지. 그렇다면 기분 나빠지긴 하겠네.....

 


차라리 도망쳐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했다간 더 성가신 일이 될게 눈에 뻔하다.

 


어쩔 수 없나......

 


하치만 [내일이라면 시간 있어]

 


유이 [그럼, 내일 같이 가주는거야!?]

 


하치만 [어]

 


유이 [얏호-!]

 


유이 [그치만 힛키가 이렇게 시원스럽게 가주는거, 의외일지두]

 


나도 설마 여자애가 같이 가자고 하는걸 쉽게 받아들일 날이 올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제대로된 이유는 있긴하지만서도.

 


하치만 [선물 사러 간다고 약속했었으니까]

 


유이 [(*´▽`*)]

 


하치만 [잘 자]

 


유이 [이 타이밍에서 자버리는거야!?]

 


유이가하마의 불만에,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해준다.

정말이지, 사람이 이야기를 자르려고 하고 있는데도 자꾸 대화를 계속하려고 하다니, 중학교때의 나도 아니고.

 


하치만 [아니 안잘건데]

 


하치만 [토츠카하고 이야기 하기 위해 <링> 봐야만 하니까]

 


유이 [사이를 너무 좋아한다니까!]

 


유이 [진짜루 요기서 끝내는거야?]

 


하치만 [내일 만날 거잖아]

 


유이 [그렇긴 해두.......]

 


.........하아

 


하치만 [<링>시작하기 전까지만]

 


유이 [응!]

 


유키노시타와의 기나긴 LINE은, 시간을 신경쓰게 되는 버릇을 나에게 생기게 한 것 같다.

 


시계를 보니, <링>이 시작하기까지 앞으로 5분이 채 안남아있었다.

 


하치만 [<링>시작하니까, 이제 끝낸다]

 


유이 [우-]

 


하치만 [내일 보자]

 


유이 [아]

 


하치만 [아?]

 


유이 [내일 만나는거랄까, 아무것도 정한거 없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 만나는 약속은 커녕 어디로 간다는 것 조차 안정했잖습니까요.

 


하치만 [장소나 시간같은건 편한데로 정하면 되니까, 나중에 정해서 메일 보내줘]

 


유이 [메일!]

 


하치만 [왜그래]

 


유이 [LINE쓰고부펀 메일 전혀 안썼으니까]

 


유이 [왠지 그리워서(*^^*)]

 


하치만 [그렇네]

 


LINE을 쓰면, 메일을 써야 할 의미는 거의 없어진다.

 


그저 의사소통을 할 뿐이라면 메일이든 LINE이든 상관없다. 다만, 메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라는게 있다.

 


내 경우엔 긴장감이라기보단 두려움이 더 쌨고, 중학교를 졸업할 쯔음엔 이미 포기로 변해있었지만.

 

 

 

하치만 [그럼, 메일로 부탁해]

 


유이 [응!(・∀・)]

 


하치만 [이번에야 말로 잘 자라]

 


유이 [잘 자!]

 


유이 [좀 있다봐!]

 


모순이 있는 인사를 한 후 LINE을 종료한다. 휴대폰을 닫는 순간, 때마침 코마치가 거실로 들어온다.

 


아무래도 상관없는거지만, 피쳐폰쓰던 습관에서 휴대폰 화면을 끄는걸 '휴대폰을 닫는다'고 말해버렸지만, 스마트폰은 어떻게 말하는게 정답인걸까.

 


코마치 "오빠가 이 시간에 거실에 있다니 드무네. <링>보는거야?"

 


하치만 "어. 오랜만에 보고싶어져서. 너도?"

 


코마치 "응. 공부하다 기분전환. 이미 몇시간이나 공부하고 있었으니까."

 


하치만 "고생이 많다. 커피라도 마실래?"

 


코마치 "당근! 오빠가 타주는 커피는 맛있으니까! 아, 이거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하치만 "그래그래"

 


대충 받아넘기면서 다가오는 시험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동생을 위해 격려의 커피를 탄다. 타는김에 내 것도 타 둔다.

 


TV에선 이미 <링>이 시작되고 있다. 뭐, 처음 몇분정도는 못 본다고 해서 문제 될건 없고, 나도 커피마시면서 보고 싶다.

 


코마치껀 조금, 내껀 듬뿍 설탕을 넣고 커피타기를 끝낸다. 사실은 치밧슈(커피에 연유나 설탕을 넣어 MAX커피 풍으로 마시는 것)하고 싶지만, 역시 그렇게까지 할만큼의 시간은 없을 것 같다.

 


코마치 "벌써 시작했어-"

 


하치만 "지금 갈게"

 


커피를 책상위에 두고, 코마치 옆에 앉는다.

 


오랜만에 보는거기에 약간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링>과 그 속에서 확약 할 사다코를 기대하며, 나는 마침내 TV시청을 할 수 있었다.

 

하치만 "오랜만에 보니까 무섭네....."

 


코마치 "으, 으응..."

 


<링>을 다 보고 난 뒤 제일 처음 나온 말이 이거였다.

 


TV에서 다음주 영화의 CM이 비치고 있었지만, 우리들은 다음 주 영화보단 지금 하고 있었던 영화에 말고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링>을 얕보고 있었다. 엄청 무서워.

 


처음에는 나도 코마치도 담소도 나누면서 보고 있었지만, 점차 그럴 여유가 없어졌다. 마지막엔 둘이서 서로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라고 할까 지금도 쥐고 있다. 코마치 손이 땀으로 축축하다. 아마 내 손은 더 심하겠지.

 


하치만 "..........너, 이거 보고 나서, 혼자서 공부같은거 할 수 있겠냐?"

 


코마치 "오늘은 이제 잘려고 했으니까 괜찮지만....."

 


하치만 "내일이면 공포는 좀 누그러 들겠지. 분명히."

 


솔직히 지금의 정신 상태로 혼자있어라던가 그런 소리를 듣게 되면 그땐 정말로 자는 것 말곤 할 수 있는게 없다.

 


자그마한 소리에도 반응해버리게 되고, 시야의 구석진 곳에 있는게 사람처럼 보여서 놀라버리고 만다.

 


웃음소리가 들리면 날 보면서 웃는 것처럼 생각되고, 자신에게 대한 시선이 신경쓰여........아, 도중부턴 외톨이의 습성이 되었네.

 


코마치 "만약에 내일도 무서워하고 있으면, 함께 있어줘야 해! 아, 이거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하치만 "미안, 내일은 무리다."

 


코마치 "응?"

 


하치만 "실은 유이가하마하고-"

 


코마치 "데이트!?"

 


내 말을 가로막곤 맘대로 결론을 지어버린다.

 


아니라니까요. 진짜로 데이트는 아니라고?

 


코마치 "아직인가...아직인가...하고 생각했엇지만.....이제서야 이 날이 왔구나..."

 


하치만 "기뻐하고 있는중에 미안한데, 아니거든."

 


코마치 "역시나?"

 


"알고 있었다구?"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조금 짜증난다. 하지만 그런 얼굴도 귀엽다고. 젠장.

 


코마치 "유키노 언니의 생일 선물 사러 가는거지? 좀 전에 유이 언니한테서 LINE와서 알고 있었어."

 


하치만 "알고 있었다면 먼저 말을 해.......뭐 아무렴. 그 편이 이야기가 빠르고."

 


코마치 "?"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코마치. 잇시키가 같은 동작을 하면 약삭빠를 뿐이겠지만, 코마치가 하면 귀엽다. 역시 내 여동생.

 


하치만 "유키노시타의 생일 선물이라니, 뭘 사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일 쇼핑에 코마치도 같이 가주지 않겠냐?"

 


코마치 "하아아아아아아...................."

 


코마치는 일부러 숨을 힘껏 들이마시고 나서, 폐 속의 공기를 모두 뱉어 낼 기세로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한숨쉬는데 그렇게까지 전력으로 해버리는거냐고. 좀 지쳐있잖냐. 너.

 


코마치 "오빠."

 


하치만 "왜?"

 


코마치 ".....코마치가 하고 싶은 말, 알고 있지?"

 


목소리 톤이 명백하게 낮아져있다. 엄청나게 저기압이야.

 


설령 그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고 해도, 코마치한테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오라를 본 것만으로도 얼마나 저기압인지 알게 되 버린다.

 


얼마만큼이나 오라를 뿜고 있냐고요. 뭔데? 그대로 곤이라도 되어버리는거야? 머리카락 엄청나게 길어져버리는거야?

 


코마치 "지금 아무 상관없는거 생각하고 있지?"

 


하치만 "ㅇㅏㄴㅣㅇㅏㄴㄱㅡㄹㅐ"

 


어째서 내가 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한 게 들킨거지.....!

 


코마치 "......그래서, 어떤데?"

 


하치만 "...........뭐, 네가 말하고 싶은건 알고 있어."

 


코마치 "알고 있으면 됐어. 그럼 코마치의 대답도 알겠네?"

 


방긋, 웃으며 미소를 보이는 코마치. 그 미소는 천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악마의 미소다.

 


악마라곤해도 소악마이지만서도.

 


하치만 "그렇다고 해도, 같이 가 줘. 여자애와 둘이서 쇼핑이라니 좀 그렇고..."

 


코마치 "어째서 이럴때에만 헤타레가 되는걸까아....."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정도로 지금까지의 트라우마가 마음 속 깊히 박혀있다는 거잖냐. 그도 그럴게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도로로니까.

 


코마치 "이럴 때에 긴장해버리는건, 뭔가를 기대하고 있으니까 그런거 아냐?"

 


하치만 "기대? 핫, 차이기 선수권 대회 우승자인 내가 여자애한테 그런걸 기대할 리가 없잖냐."

 


코마치 "방금 뭔가 엄청나게 슬픈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이건 슬프다던가 한 그런게 아니다. 그저 사실일 뿐이다. 뭐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부턴 아예 고백같은거도 안하게 되었으니 선수 은퇴.... 아니, 수학 여행에서 차였었지. 나. 뭐야. 아직 현역이잖아. 하나도 안기쁘지만.

 


코마치 "아무튼, 코마치는 안 갈거야. 유이 언니한테 방해되고 싶지 않으니까. 공부도 해야 하니까."

 


하치만 "그 말을 들으면 아무런 말도 못하지......"

 


깜빡하고 있었지만 코마치는 수험생이다. 그런 코마치한테 공부한다는 말을 듣게 되면, 이젠 아무것도 요구 할 수 없다. 오히려 부탁을 받아야 마땅하기도 하다. 푸딩 사오라던가. 뭐 그런걸로.

 


하치만 "하아.... 알아어. 혼자서 다녀올게."

 


코마치 "어째서 그렇게 텐션이 낮은 걸까나. 진심으로 싫어하는건 아니지?"

 


하치만 "아니....뭐.....싫어한다던가 하는게 아냐."

 


코마치 "그럼 즐겁게 다녀와. 오빠가 여자애와 노는 걸 순순히 즐길 수 있게 되면 코마치는 기쁘니까. 아, 이거 코마지적으로 포인트 높아!"

 


그 말을 끝으로 코마치는 일어섰다. 대화는 이제 그만이라는거다.

 


코마치 "그럼, 이제 슬슬 잘게. 내일 늦거나하면 안 돼! 늦으면 일주일간 이야기 안 할 거니까!"

 


하치만 "알았어. 하나님께 맹새코, 지각하지 않을게."

 


코마치 "훌륭해! 잘 자-"

 


하치만 "그래, 잘 자라."

나도 자야겠다. 이대로 여기에 있다한들 무서워질 뿐이다.

 


방으로 돌아가면서 벽에 스위치를 닥치는대로 켜면서 방으로 귀환했다. 쓸대없이 예민해진 감각 덕분에 시야의 구석에 있는 물건이나 작은 소리에도 비정상적으로 반응해버리고 만다.

 


오랜만이네. 이 감각. 다신 맛보고 싶지 않다고.....

 


하치만 "겨우 도착했다......"

 


거실에서 여기까진, 빨리 걸으면 10초도 채 안걸린다. 하지만, 오늘은 그 10초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

 


방문을 열려고 했을 때,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에서 이상한 음악이 흘러나와다. 무슨 일일까...하고 생각했지면 별거 아니다. 그냥 메일이 왔을 뿐이었다.

 


보낸 사람같은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타이밍에 보내왔다는 말은, 그 녀석도 <링>을 보고 있었던걸지도 모르겠다.

 


답장으로 돌려줄 말은 '확인'이라는 두 글자면 충분할려나.

 


어떻게 대답을 해야 오랜만의 메일로 긴장하고 있다는걸 숨길 수 있을지 심각하게 생각하며, 문 손잡이를 돌린다.

 


핑퐁. 하는 소리가 난 건 바로 그 때였다.

 


하치만 ".......설마."

 


문을 열고는 즉시 불을 켠다. 그대로 침대에 앉아서 휴대폰 화면을 본다.

 


[유키노시타 유키노]

 


머릿속이 의문으로 가득찬다. 이미지화해보면, 내 머리 위에 몇개의 ?표시가 떠있는 느낌이다.

 


오늘은 뭐지? 코마치 때문인가?

 


유이가하마한테서 온 메일의 답장을 우선 하고 나서, LINE을 실핸한다. 답장은 결국 '확인'이라고만 적어보내고 끝냈다.

 


from: 유키노시타 유키노

 


유키노시타 [히키가야]

 


유키노시타 [일어나 있니?]

 


하치만 [어]

 


하치만 [아직은 아슬아슬하게 안자고 있다.]

 


하치만 [무슨 일있냐?]

 


유키노 [딱히 무슨 일이 있다거나 한 건 아니야]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도 유키노시타가 나한테 LINE? 뭐야 그거 레알 무서워.

 


간단히 번역해보면, "네 목소리가 듣고싶어서 전화했어"같은거겠지. 그런거 유키노시타가 한다고 해도 위화과 공포심 밖엔 생기지 않는데.

 


토츠카....가 해준다면........아니, 그것도 충분히 무서운데. 내가 토츠카의 부모님께 인사를 하러 가버리고 말 것 같아서 무서워.

 


하치만 [볼 일도 없는데 LINE이라니 나 좋아하냐?]

 


유키노 [기분 나뻐]

 


하치만 [한마디로 끝내지말라고]

 


하치만 [농담인게 당연하잖냐]

 


가능한 단어를 총 동원해서 표현한 말보다 마음을 담은 평범한 한마디가 상대에게 더 전달이 잘 되기도 한다.

 


바로 지금처럼말이지. 꽤나 마음이 깍였다고.

 


하치만 [그럼 왜 LINE해온건데?]

 


유키노 [네가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지 걱정되서 LINE해준거잖니"

 


.......소름끼쳤다. 유키노시타 같지 않아서.

 


확실히 이전에, 주위의 사람들에게 환상을 강요하는건 그만두겠다고 결심했다. 그렇지만 그것에도 역시, 한계는 있다.

 


예를 들자면 가면라이더가 프리큐어로 변신하는 느낌. 위화감이 엄청나서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Blu-ray 사 버릴 것 같다.

 


문득, 내 머리속에서 한 개의 가설이 완성되었다. 유키노시타하고 이전에 이야기한 것과 이 수수께끼같은 LINE을 대조해보면, 자연스레 도출되는 대답이다. 가능성은 낮지 않다.

 


하치만 [저기]

 


유키노 [무슨 일이니]

 


하치만 [혹시 <링>이 무서워서 못 자는거냐?]

 


2분인가의 시간이 지나, 유키노시타한테서 답장이 왔다.

 


유키노 [근거없는망언은그만두지않겠니확실히<링>은유명한만큼그럭저럭스릴감은있었지만그때문에어째서내가잠들수없을정도로무서워하고있다고하는결론에이를수있었던거니그렇게나적당히말을하거나하면명예훼손과성희롱으로감옥에가게될거야]

 


하치만 [알겠으니까 띄워쓰기 정돈 해라]

 


100% 무서웠구나.... 어쩔 수 없네. 이번엔 구태여 물어보지 말고, 조금 정도라면 대화에 어울려주자.

 


......따, 딱히 지금 이대로 자면 악몽을 꿀 것 같다던가해서 무서워서 그런거 아니거든. 떠, 떨고있는거 아니니까!


하치만 [그래서?]

 


유키노 [그래서? 라니 무슨 뜻이니?]

 


유키노 [주어는 고사하고 술어조차 없다니, 역시 만년 국어 3위구나]

 


하치만 [너 방금 나보다 국어 성적 안 좋은 애들 전부 적으로 돌렸다]

 


유키노 [딱히 문제 될 건 없어]

 


유키노 [이기려고 하긴 커녕, 나를 끌어내려서만 승부를 지으려고 하는 인간들을 무서워 할 필욘 없어]

 


하치만 [잘도 말하는 구나]

 


하치만 [대게 상대를 끌어내리거나 하는 건 보통이잖아]

 


하치만 [이 세상의 대부분의 녀석들은 서로 발목을 잡으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유키노 [그런 점에서 너는 좋겠구나]

 


유키노 [그 대부분에서 당연하게 제외되어 있잖니]

 


하치만 [그래 그 말대로다]

 


하치만 [그러니까 누구한테도 발목 잡힐 일 없이, 자기 갈 길을 갈 수 있는 외톨이야 말로 가장 우수하단거지]

 


유키노 [어떻게 오류 투성이인 이론을 그렇게 까지나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거니......?]

 


하치만 [난 이 이론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하치만 [그렇다기 보단 너도 비슷하잖아]

 


유키노 [나는 평소처럼 있어도 주위가 적이 되어 가고 있는걸]

 


하치만 [그렇겠지]

 


하치만 [우리 처음에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냐?]

 


사실은 처음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대화 창을 위로 올려 확인하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탈선해가면서 가속하기 시작하는 폭주 기관차 같은 대화를 끝내기 위해서, 일부러 유키노시타에게 물어본다.

 


나의 의도를 짐작 한 것이지, 유키노시타는 탈선하는 일 없이,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렸다.

 


유키노 [네가 나한테 주어와 술어가 빠진 질문을 했잖니?]

 


하치만 [거기서부터 탈선 시킨 건 너잖아]

 


하치만 [아무래도 좋아, 또 탈선 할라]

 


하치만 [그래서? 의 의미는 네가 내 생활을 걱정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데? 를 줄인 말이다]

 


유키노 [그건 이미 줄였다고 말 할 수 있는 게 아니잖니]

 


유키노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거지만]

 


유키노 [그러니까]

 


유키노 [유이가하마하고는 어떠니?]

 


하치만 [어?]

 


유키노 [역시 방금 질문은 없었던 걸로 해주겠니]

 


유키노 [다른 이야기를 하자]

 


하치만 [상관은 없지만.....]

 


유키노 [없지만, 무슨 문제니?]

 


하치만 [별 거 아니다]

 


하치만 [그래서, 다른 이야기라니 무슨 이야기를 할건데?]

 


당연한 듯이 대화를 이어가자는 요구를 하는 자신에게 조금 놀란다. 뭐, <링>이 무서워서 자고 싶지 않은 거겟지만..... ㄴ, 내가 아니라 유키노시타가!

 


그렇긴 해도, 영화가 무서워서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과 대화를 계속하려고 하다니, 나도 꽤나 변한 것 같다. 뭐, 좋다. 지금 내가 머리를 써야 하는 건 내 변화에 대해서가 아니다.

 


유키노 [너의 그 토이저러스에 대한 집념은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서도]

 


유키노 [그런데 코마치의 공부는 잘 되고 있는 거니?]

 


………또 다시 대화가 분열하기 시작했다. LINE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가, 내가 고민해야 할 최우선과제다.

 

 

 

이거 절대로 안 끝난다니까…….

‘헤이 죠니! 지금 몇 시지?’


‘야 마이클, 거기 시계 있잖아? 왜 나한테 일부러 물어보는 건데?’


‘실제로 시간을 알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게 당연하잖아.’


‘과연 그렇구나’


‘핫핫하!!’

 

 

 

 


……내 머리 속에서 4번째 인격 마이클과 5번째 인격 죠니가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아메리칸 조크를 흉내 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센스 없는데.

 


응? 2번째, 3번째 인격? 그 녀석들이라면 중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마음의 감옥에 가뒀다.

 

 

 

하치만 “지금은……4신가.”

 

 

 

방금, ‘어? 이제 4시?’하고 생각한 내가 있다는 게 무섭다.


지금까지와 비교하면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지만, 사실은 오늘이 가장 위험하기도 하다.

 


나 같은 경우에, 내일 유이가하마하고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도 위험하기도 하지만, 하지만 더 위험한 건 졸음이다.


나도 유키노시타도 요 며칠 계속 밤늦게……라고 할까 거의 아침까지 깨어있다. 그런 생활이 며칠씩이나 계속되면 졸음은 심해지기만 할 뿐이다. 그렇기에 나도 유키노시타도 오타가 늘어나 있기도 했고.

 


어쩔 수 없다. 사람과의 연을 끊는 거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내가, 평소처럼 빨리 LINE을 끝내주지. 엄청나게 졸리니까.

 

 

 


하치만 [유키노시타, 시간을 봐라]

 

 

 

화려한 솜씨로 대화를 끝낸다. 토이저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야만 하는 건 아쉽지만, 어차피 이 녀석이 토이저러스 이야기로 고조될 거라곤 생각이 되지 않는다.

 


이제 이쯤 해서 끝내자고 생각하자마자, 지금까지 이상으로 졸음이 덮쳐온다.

 


눈꺼풀이 무거워……. 아차하는 순간에 잘 것 같아….

 

 

 

유키노 [전에도 말했었지만]

 


유키노 [너와 대화하고 있으면 정말이지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구나]

 


하치만 [확실히 저번에도 그랬었지]

 


유키노 [어째설까]

 


하치만 [몰라]

 

 

유키노시타한테의 답장도 다소 대충하게 된다. 그 정도로 졸린다.

 

 

 

유키노 [내 추측이지만]

 

 

 

뭐야……. 아직 답장하는 거냐…. 졸립지만 답장할까….

 

 

 

유키노 [네가 지금까지 이야기 했던 남자와는 달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줘서 그렇겠구나]

 

 

 

읽음표시 사라졌……어도 괜찮겠지……아냐…우선은 답장을 하자….

 

 

 

유키노 [나에게 말을 거는 남자는, 나를 좋아하거나 특별하게 여기고 있었으니까]

 


유키노 [평소처럼 대해주는 너와의 대화는 신선해서, 재밌다고 느껴버리는 걸]

 


유키노 [졸려서 이상한 말을 해버렸구나]

 


유키노 [방금 이야기는 잊어주겠니]

 


유키노 [잘 자렴]

 

 

 

유키노시타의 계속되는 대화에, 나는 무시하고 잠들어 버렸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졸음이 한계를 넘으면 몸은커녕 머리까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답장하지 않아도 되는 LINE에,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로 답장을 해 버렸다.

 


불행히도 어떤 문구를 보냈는지는……기억이 나지 않는다.

 

 

코마치 “오빠 일어나.”

 

 

 

코마치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내 의식은 아직 꿈 속에 있는지 그 소리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

 

 

 

코마치 “오빠! 일어나!”

 

 

 

코마치의 목소리가 커졌다. 평상시라면 이쯤에서 마지 못해 일어나지만, 오늘은 아직 이불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 조금 만 더 이 잠의 천국을…….

 

 

 

코마치 “일어나라구 오빠!!”

 


하치만 “크헉!?”

 

 

 

배에 갑자기 충격이! 아퍼!!

 

 

 

하치만 “쿨럭, ……코, 마치……?”

 

 

 

아무래도 조금 전 충격은 코마치의 주먹이 내 배에 just meet 한 게 원인 인 것 같다. 명치에 맞은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하지만 드문 일인데. 코마치는 아무리 화나도 폭력을 휘두르거나 하진 않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나를 깨워야만 했었나?

 

 

 

코마치 “……오빠, 코마치가 어제 말했지? 늦으면 안 된다고.”

 

 

코마치한테서 다시 불쾌함 오라가 보인다. 하지만 그건 어제와 비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코마치 포인트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게 손에 잡힐 정로도 알 수 있다.

 

 

……아니 잠깐만. 코마치도 소중하지만 지금은……이라고 할까 오늘은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하치만 “……지금 몇 시지?”

 

 

 

코마치는 턱을 휙 하고, 침대 옆에 있는 시계를 내가 직접 볼 것을 재촉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지각을 할지 아닐 지가 정해지기 직전. 아직 지각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그래도 꽤나 위험하다.

 

 

 

하치만 “코마치, 사과나 도게자는 돌아와서 네 기분이 풀릴 때까지 할 테니까, 지금은 갈아 입을 옷 좀 준비해주지 않을래?”

 

 

 

코마치가 옷을 준비하곤, 그 사이에 나는 이를 닦고 세수를 한다. 그렇게 하면 내가 혼자서 하는 것보단 몇 분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코마치도 알았다는 듯이, 내 옷을 꺼내면서 코디를 이리저리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대답조차 없이, 시종 무언이었지만.

 


……말 조차 하기 싫은 건가. 진짜 화났구나. 학생회 선거 때보다 훨씬 더 화가 난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변명이라고 하면 그렇지만서도, ‘유이가하마와 만나기로 했는데 늦잠잤다’정도로 화가 난 걸까?

 


물론 이 일에 대해서 화내고 있는 게 당연하다는 건 알고 있다. 내가 전면적으로 잘못했으니까. 좀 전에 맞은 거도 이러쿵 저러쿵 쫑알댈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코마치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이유론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는 건, 이번에 유이가하마와 쇼핑하는 데 뭔가 다른 게 있다는 건가……?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서 옷을 입어야겠다.

 

 

 

코마치의 도움으로 놀라운 속도로 옷을 입은 나는 당연히 아침밥 같은 건 먹지도 못하고 부지런히 신발을 신고 있었다.

 

 

 

코마치 “있지, 오빠.”

 

 

 

코마치가 겨우 말을 걸어주었다. 기쁜 나머지 신발을 던져 버릴 것 같았지만, 목소리부터가 기분이 좋아진 게 아닌 것 같아서 자중한다.

 

 

 

코마치 “어제, 유키노 언니한테 무슨 말 했어?”

 


하치만 “유키노시타한테? 아니, 딱히…… 아.”

 


한가지 짐작이 가는 게 있었다. 어제……라기보단 거진 오늘이지만, 그 때 했던 LINE에서,나는 마지막에 뭐라고 해서 답장했을 거다.

 


좀 전에 휴대폰을 확인 했었지만, 화면을 켜 둔 채로 잠들어버렸기에 배터리가 0%여서, 내용을 확인 할 순 없었다.

 


하치만 “어제 LINE하면서 잠결에 무슨 뜻인지 모를 답장을 했을 가능성이 없지도 않은데.”

 


코마치 “뜻 모를…? 뭐 심한 말 한 게 아니라면 아무래도 괜찮지만”

 


말의 하나하나마다, 날이 서 있다……. 역시 아직까지 기분이 좋아진 것 같진 않다.

 


하치만 “심한 말이라던가 그런 거 아냐………잠 결에 생각한걸 그대로 답장했다고 생각하니까, 어쩌면……”


코마치 “……………”


하치만 “아, 아니 농담이다. 아무래도 신경 쓰인다면 유키노시타한테 물어 봐줘.”

 


코마치 “응”

 


코마치의 퉁명스러운 대답은, 내 HP게이지를 계속해서 깎아내려 가는구나…. 이거, 절대로 유이가하마와의 약속에 늦어서는 안되겠는데.

 


하치만 “다녀올게”

 


코마치 “……다녀 와. 늦었다가는 진짜로 말 안 할거니까.”

 


하치만 “걱정 마. 죽어도 늦지 않을 테니까.”

 


멋지게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연다. 얼굴에 나부끼는 바람이 몹시 맵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머플러를 입가에까지 끌어 올리곤 한 걸음, 발을 땐다.

 


그대로 역을 향해 전력으로 달린다. 평소보다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건 유이가하마와의 쇼핑을 기대하고 있었던 내가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이런 러브 코미디 같은 일이 있어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어딘가에서 생겨나 있었다.

 


나한테 러브 코미디라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내 청춘 러브 코미디는 잘 못 돼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집에서 약속장소인 역까지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한지 몇 분이나 지난 걸까.


시야의 먼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곳에서 따듯해 보이는 코트를 입은 유이가하마처럼 보이는 사람이, 초조하게 시계를 보고 있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시간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간조차 아깝다. 아니 그럴 시간 따윈 없다. 워낙 약속 시간에 아슬아슬할 때까지 전력질주를 하고 있으니까!

 


희미하게 윤곽이 보이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들 속을 뛰어다니고 있는 내가 어지간히도 눈에 띄었는지, 유이가하마도 나를 찾아냈다.

 

 

 

유이 “얏하…..”

 

 

 

나를 발견한 그 순간에 미소를 짓는 유이가하마도, 필사적으로 달리는 내 얼굴을 보고 말을 거둔다. 움직임은 멈춰서 손을 중간쯤 올린 상태로 멈춰있다.

 


그런 유이가하마 앞으로 스퍼트를 내어, 간신히………도착!

 

 

 

하치만 “흐어-……하아……여, 여어 유이가하마……기다렸……콜록 콜록”

 


유이 “힛키!?”

 

 

 

여러 가지로 굉장한 모습이 된 나를 보며, 유이가하마가 비명을 닮은 소리를 지른다. 주위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서 시선을 여기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한테 그런 건 상관없어. 손목시계를 확인했더니 지금이 약속했던 시간 정확히 1분전이었던게, 나에겐 가장 중요하다.

 

 

 

유이 “자, 히, 힛키 괜찮아? 라구 할까 무슨 일이야?”

 


하치만 “딱히……아무런……일도…없어…. 조금 전력소년 하고 있었을 뿐이야.”

 


유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나도 잘 모르겠다. 뇌에 산소가 부족해설까.


자기가 말하고 있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하치만 “자, 그럼 가자.”

 


유이 “설명 안 해주는 거야!?”

 


하치만 “……늦잠, 대시, 이걸로 알아줘.”

 


유이 “아, 웅.”

 

 

 

설명을 듣고, 유이가하마는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얼굴은 왠지 빨갛다.


화가 난 걸까? 코마치도 꽤나 화내고 있었고…. 그럴 수도 있겠는데….

 

 

 

유이 “뛰어와 준거구나…….”

 

 

 

중얼거리는 그 한마디가 내 체온을 올린다. 분명 내 얼굴도 뛴 탓도 있겠지만 새빨갛게 되어 있겠지.

 


오늘이 겨울이라 다행이다. 여름이었다면 열사병으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얼어붙을 들 찬 바람에 몸을 식히면서 오늘 쇼핑할 장소로 향한다.

 

 

 

하치만 “후우……하아…. 갈 데는 어딘데? 라라포트? 사이제? 집?”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고른다. 입으로 들어간 대량의 냉기 덕분에 체온도 막 좋아진 참이다. 거짓말이에요. 추워.

 

 

 

유이 “라라포트 아니구, 사이제도 아닌데……저기, 집엔 다음에 가자….”

 


하치만 “그런 뜻으로 집이라고 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할까 집이라니 누구 집이냐고. 유이가하마네 집에 가는 건 절대로 싫어. 어떤 흑역사를 만들지 모르는 게 아니다.

 

 

 

유이 “오늘은 이온 몰. 신도심에 있어.”

 


하치만 “아, 거기”

 

 

 

마쿠하리 신도심의 이온몰은 좋다. 넓은데다 대체로 있을 건 다 있고, 푸드 코트도 있다.거기에, 토에이 히어로 월드까지 있으니까 불평할 맘도 안 생긴다.

 


이런걸 만들 수 있으니까 역시 우리 치바 과학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일!! 이 상태라면 치바의 건담 줄여서 치반담이 개발되는 것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그곳에 세운 회사는, 확실히 치바가 아니지만.

 

 

 

하치만 “……춥기도 하고, 빨리 가자”

 


유이 “응!”

 

 

 

역을 향해 걸어가자, 타타타탓하는 발소리와 함께 유이가하마가 내 옆으로 뛰어 온다.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미소를 짓는 유이가하마한테서 시선을 돌리고 뺨을 긁적인다.

 


전력 질주했던 피로는 이제서야 침착해졌는데도, 심장은 지금도 여전히 격렬하게 뛰고 있다.


심장 박동이 안정되기까진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하치만 “사람 많네….”

 

 

 

전철을 타고 몇 분인가 지나, 이온몰에 도착한 나의 첫마디엔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연말 연시의 연휴다. 물론 어느 정도 혼잡할 거라곤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상태를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일이라고 해서 절망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하치만 “이래선 토에이 히어로 월드는 포기해야만 하려나….”

 


유이 “거기 갈 생각 없었는걸!”

 


하치만 “암튼,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난 저쪽 돌아볼 테니까, 넌 어디 돌아볼 거냐?”

 


유이 “같이 찾아보는 게 아닌 거야!?”

 

 

 

아연 실색한 표정의 유이가하마. 어째서 함께 돈다는 걸로 전제했던 걸까. 함께 찾아본다니, 부끄럽잖아.

 

 

 

하치만 “둘이서 왔으니까 둘로 나눠서 찾아보는 게 효율적이잖냐.”

 


유이 “유키농하고는 둘이서 쇼핑하고 있었으면서…….”

 

 

 

유이가하마가 말하고 있는 건 6월에 있었던 일일 것이다. 나와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의 생일 선물을 고르고 있을 때에 유이가하마와 만나버린 그 사건.

 


그러고 보니 하루노씨와의 첫 만남도 그 때였구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까지 생각해버렸다고.

 

 

 

하치만 “그때는 원래 코마치도 같이 있었어. 그래서 셋이서 각각 찾아보려고 했었는데… 코마치가 말이지.”

 


유이 “아….”

 


하치만 “뭐, 그런 일이었으니까.”

 

 

 

가능한 멋진 얼굴로 엄지를 세우곤, 근처의 가게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유이가하마가 내 팔에 달라붙으면서 저지되었다.

 


가까워 가까워 부드러워 가까워 부드러워 부드럽고 가까워!

 

 

 

유이 “뭐 어때- 같이 찾아보자-!”

 


하치만 “아이냐……. 아-으- 알았다고! 알았으니까 일단 떨어져!”

 


유이 “얏호-!”

 


기쁜 듯이 깡총깡총 뛰는 유이가하마의 한 부분이, 내 마음을 깡총깡총하게………전에도 있었지 이런 흐름. 얼마나 간단한 거냐. 내 사고는.

 

 

 

뭐, 남자애니까 어쩔 수 없지!

 

 

 

하치만 “그래서, 어디서 살펴볼 건데? 여긴 잘 안 오니까 잘 모르겠는데”

 


유이 “……어랏, 나도 잘 모르는걸…….”

 


하치만 “근데 왜 여길 고른 건데…….”

 

 

나는 코마치와 함께 쇼핑 할 적엔 기본적으로 라라포트다. 거기가 익숙하니까, 다른 곳엔 가고 싶어지지 않는데.

 

 

 

유이 “그렇구나…. 치바인데도 힛키가 모르는 건 있는 거구나….”

 


하치만 “그 말은 좀 열 받는데”

 


유이 “그치만 모르는 거지?”

 

 

 

유이가하마의 말투는 왜인지 잘난 척하는 것 같다. 내가 모르는 게 있다고 해서 네가 똑똑해진 건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이곳은 잘 모른다. 내가 알고 있을 것으로 믿고 왔을 유이가하마한테 안내를 맡기는 것도 불안하다.

 


어쩔 수 없지. 여긴 나의 외톨이 후각을 살려서 여기저기 돌아다녀볼까.

 

 

 

유이 “푸트 코트! 여기 푸트 코트잖아!!”

 


하치만 “두 번 말 안해도 전해지니까.”

 

 

 

엘리트 외톨이인 내가 후각을 최대한 활용해서 도착한 곳은 뱃속의 거지를 눈뜨게 하는 향기가 감도는 푸드 코트였다.

 


사실은 배가 고팠을 뿐이지만.

 

 

 

하치만 “배가 고파선 싸울 수도 없다고 하기도 하고, 일단 배부터 채워두기로 하자. 응?”

 


유이 “배가 고팠을 뿐이잖아! 먼저 유키농 선물부터---“

 

 

 

꼬르륵---……….

 

 

 

수수께끼의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유이가하마의 말이 끊겼다. 뭐야 방금 그 소린.


그 소리는…그래…. 마치 배가 고팠을 때 나는, 그런 소리다.

 

 

 

하치만 “좀 전에 뭐였지. 꽤나 큰 소리였는데”

 


유이 “……우우”

 


하치만 “근데 좀 전부터 배 누르면서 왜 그래? 얼굴도 새빨간데 어디 컨디션 안 좋아?”

 


유이 “우우!”

 

 

 

부끄러워 하는 유이가하마가 귀여워…재미 있어서 장난쳐 버렸지만 이제 가엽기도 하고 그만 두자. 주위 시선이 따갑기도 하고.

객관적으로 보면 눈이 썩은 남자가 여자애한테 치욕을 주고 있는 것처럼 밖엔 안보이겠네. 뭐냐고 그거. 야한 책 내용이잖아.

 

하치만 “그래서, 먹을래? 아님 나중에 먹는다면 따르겠지만”

 


유이 “머, 먹을래….”


하치만 “그럼, 자리잡으러 가자”

 


유이 “……힛키 도S”

 

 

 

실례되는 소릴.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지 않기 위해 누구와도 관계를 맺으려고 하지 않는 나의 어디가 S지?

오히려 자상하다 못해 M이기도 하자. ……아니 실수, 난 M이 아냐.

 

 

 

하치만 “그건 됐고, 뭐 먹을래? 과자(웃음)이라도 먹을래?”

 


유이 “어쩐지 말투가 짜증나는데. 그래도 과자보단 햄버거 같은 거 먹고 싶어.”

 


하치만 “흐음- 의외로 똑 부러지네”

 

 

 

확실히 과자(웃음)은 바보취급 한 것도 있지만, 이 녀석이니까 정말로 과자나 사탕이라고 먹으러 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빵이랑 파르페 조합 같은 거.

 

 

 

유이 “으응-, 전부터 생각했지만, 힛키말야, 아직 여자한테 이상한 환상 가지구 있지? 뭐라고 하더라…음…색눈(일본어로 색눈(이로메)는 추파라는 뜻)을 쓴다?"

 


하치만 “색안경이거든. 내가 추파를 흘렸다간 경찰들이 할 일이 늘어날걸.”

 

 

 

내가 말해놓고도 슬퍼진다. 그런데 여자한테 추파를 흘려도 괜찮은 남자 따위 있을 리가.

아, 하야마가 있었군. 그 녀석이라면 오히려 기뻐하겠네.

 

 

 


유이 “추파를 던진다던가 하구 말하구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하는 걸까?”

 


하치만 “올려다 본다던가 하는 거 아냐?”

 


유이 “그거, 힛키의 취미 아냐?”

 


하치만 “아아아아니거든!”

 

 

 

아차! 정곡을 찔리는 바람에 중학생처럼 부정해버렸어!

 


현역 중학생일 때도 이렇게까지 당황한 적은 없었는데…. 뭐 여하튼 넘어오는 녀석은 없었으니까.

 

 

 

유이 “아! 그치! 힛키-! 나한테 추파 흘려봐!”

 


하치만 “……뭐어?”

 

 

 

무심코 복식 호흡을 해서 배에서부터 소리가 나와버렸다. 뭐야 내 배, 하면 되잖아.

 

 

 

하치만 “어째서 내가 추파 흘려야만 하는데? 그것도 올려다보기로.”

 


유이 “에에- 그럼, 추파 흘려주면……말야…….”

 


하치만 “흘리면?”

 


유이 “유키농이랑 LINE하느라 지각할 뻔 한 거, 없던 일로 해줄게.”

 

 

 

……………………유이가하마님. 눈이 웃고 있지 않으신데요.


확실히 입가는 웃고 있다. 그러나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뜬 눈에 광채가 없고, 그 눈동자는 반론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다.

 


………그보다 누군데. 내가 LINE때문에 지각할 뻔 한걸 말한 건. 아니 뭐 코마치겠지만.


그러고 보니 코마치는 어째서 유키노시타의 상태가 이상했던 걸 알고 있었지? 내가 자고 있는 동안 LINE했던거야?

 


그렇다고 한다면 유이가하마하고도 동시에 LINE하고 있었고, 그 때 전해줬을 가능성이 높군. 코마치도 정말, 내 정보 따윈 쉽게 넘겨준다니까☆

 


돌아가면 한 소리 해야겠는데.

 

 

 

하치만 “하아…… 알았어. 하면 되잖아. 그 대신에, 불평이라던가 하지마.”

 


유이 “응. 당연하지”

 

 

 

지각 안 했으니까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알고는 있지만 그렇게 간단히 마음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내 마음은 솔직하지 못하다.

 


쾌활하게 대답한 유이가하마의 대답을 믿고, 나는 가능한 추파를 흘려보았다. 추파라고 하는 건 이렇게 피폐해져 가면서까지 흘리는 건 아니겠지.

 

 

 

하치만 “……이런 걸려나.”

 

 

 

무릎과 허리를 굽혀 얼굴을 낮춘 후, 유이가하마의 얼굴을 올려다 본다. 이 녀석의 얼굴을 아래에서 보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니까 조금 신선하게 보인다.

 

 

 

유이 “뭐라구 할까……트집잡고 있는 양키 같아.”

 


하치만 “감상이 너무 신랄하잖아.”

 

 

 

설마 이런 곳에서 흑역사를 늘릴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추파를 흘리는 녀석은 그냥 비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 녀석들은 이 기술을 손에 넣기 위해서, 분명, 셀 수 없을 정도의 실패와 노력을 거듭해왔을 것이다. 비치 굉장해.

 

 

유이 “추파가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힛키가 말했던 올려다보기는…….”

 

 

 

유이가하마가 나와의 거리를 조금 더 줄였다. 무심코 반보 물러나려는 내 가슴에 유이가하마가 살며시 손을 댄다.

 

 

유이 “이런 걸려나?”

 

 

나와 유이가하마의 거리는 거진 0 이다. 그 타이밍에 얼굴을 아래에서 쳐다보면, 내 안의 수컷으로서의 본능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전혀 그런 걸 눈치채지 못했을 유이가하마는 얼굴을 붉히며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치만 “……그, 으, 래. 그런……느낌…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귀에 닿는 소리는 몹시 작아서, 듣기만해도 부끄럽다.

 

 

 

 


나는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른 채로, 유이가하마의 눈을 계속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어라? 나 지금 호흡하고 있나? 지금 들이마셨어? 내셨나? 아, 잘못해서 이산화탄소 마셔버렸어!

 


아니아니아니, 진정하자. 나. 쿨하게 가자. 구체적으로는 동경 근처, 라니 구울은 아니고.

 

 

 

유이 “힛키-?”

 


하치만 “……왜?”

 

 

 

이번엔 반보가 아니라 확실하게 한 걸음 물러난다. 유이가하마는 약간 거리를 좁혀왔지만, 아까보다는 두 사람의 사이가 넓어졌다.

 


두근거려서 터져버릴 것 같은 1000% 러브였다. 제로 거리라는 공간에서 해방 된 덕분에 머릿속은 겨우 진정되기 시작했다.

 

 

 

하치만 “이, 이제 그만 떨어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주위 둘러봐.”

 


유이 “주위?”

 

 

 

빙글, 돌면서 주위를 살펴본 유이가하마는 주위의 시선이 꽤나 따갑다는 걸 알아챘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유이가하마가 이제서야 떨어져 준다.

 


딱히 아쉽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 부드럽다던가 생각하지 않으니까.

하치만 “하아….. 귀중품은 들고 있어.”


유이 “후후…왠지 선생님 같애”


하치만 “너 같은 문제아가 상대라면 누구라도 이렇게 된다고.”


유이 “너무해!”

 


그래, 이 느낌. 오늘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나빴으니까, 기어가 맞물려왔다.
내 뇌세포가 중립이라고!.......그냥 범인인가.


유이 “힛키는 뭐 먹을 거야?”

 


유이가하마는 끊임없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무리도 아니지. 푸드코트는 꽤나 크고, 가게의 종류도 다양하다.

라면, 카레, 햄버거, 생선회, 등등…..뭘 먹을지 고민하는 게 당연할 정도로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다.

 


하치만 “나는 라면. 넌? 햄버거라면 저쪽에 있을 걸.”


저기, 하고 턱으로 가게를 가리킨다. 하지만 유이가하마는 팔짱을 끼고 아직도 고민중이다.

 


유이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니까, 좀 더 보고 나서 정하자.”

 


하치만 “뭐, 보는 거라면.”

 


앉을 곳의 위치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확실히 기억하고 나서, 유이가하마 옆에 선다. 여기 꽤나 넓으니까, 아마 유이가하마의 기억력으론 자리로 돌아 올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어쩐지 나. 선생님이라고 할까 보호자 같은 게 돼버렸는데. 바보 같은 아이를 가진 부몬 고생하는 법이구나. 외톨이를 아이로 가진 부모는 더 고생했겠지.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유이가하마처럼 여기저기 밝은 아이로 키우자.

머리와 관련해선 나 정도가 좋겠다. 역시 유키노시타 정도를 바라면 너무 바라는 게 높은 허황된 바램이라고 해도 지나칠 게 없다.

자리를 떠나 가게를 한 채 한 채 둘러본다. 특별한 메뉴를 찾아 낼 때마다 유이가하마는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나는 그에 반응해 완벽한 맞장구를 친다.

 


유이” 힛키-! 굉장해. 생선회야!”


하치만 “어어. 그렇네”

 


유이 “아, 햄버거 엄청나게 풍부해 보여! 우응-, 역시 햄버거로 할까아…..”

 


하치만 “어어, 그렇네”


유이 “하지만 고기네…….요즘 조금 과식했을지두….”


하치만 “어어, 그러---“


유이 “힛키, 적당히 하는 거 완전 티나!!!”


약속대로 음식을 둘러보고, 맞장구까지 치고 있다고 하는데도, 유이가하마는 꽤나 기분이 나쁜 듯 하다. 어째서지. 이렇게나 완벽한 대답을 하고 있는데도.

 


유이 “아까부터 ‘어어, 그렇네’라고 밖에 말 안 하잖아! 대충 대답하는 데에도 정도가 있다구!”


하치만 “아니아니, ‘어어, 그렇네’도 확실하게 억양을 바꾸거나 해서 바리에이션 풍부하게 하고 있었잖아. 내가 상관없는 거 생각하고 있는 거 안 들키게.”


유이 “다른 거 생각하고 있었구나!”

 


앗, 입이 미끌어졌다.

외톨이는 리얼충보다도 혼자서 생각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많다. 그렇기에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과의 대화보다도 생각하는 데 빠지게 돼버려서, 결과 한층 더 외톨이를 가속화시킨다.

이런 곳에서도 외톨이의 버릇이 나와버리고 마는 게, 자신의 외톨이 재능에 무서움을 느낀다.
………진짜 무섭다. 여러 가지 의미로.

 

 

하치만 “안심해. 딱히 네 이야기가 지루하다는 건 아니고, 어휘가 빈곤한 나머지 전하고 싶었던 게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도 아냐. 하물며 빨리 라면이 먹고 싶다는 것도 아니니까.”

 


유이 “완전 지루했다는 거지!?”

 


하치만 “지루했다던가 한 거 아냐. 그저 라면이 먹고 싶었을 뿐.”


이상적인 빤히 쳐다보는 눈으로 나를 보는 유이가하마한테서 무심코 시선을 돌리고 만다.

 


하치만 “……외톨이의 습성이라고. 사람과 대화하고 있을 때에 다른 걸 생각해선 대화에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건. 방금도 착실하게 장래에 대해서라던가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유이 “흐-응…..예를 들면?”

 


내 말을 의아하게 여긴 유이가하마가 구체적인 예를 물어본다. 일단은 진짜로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그와 같을 정도로 토츠카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하치만 “예를 들면….그렇네. 아이들은 나하고 네 좋은 점을 지닌 애 라는 느낌으로 기르고 싶다던가.”


유이 “……………후에?”

 


눈을 점처럼 만들어선, 거기에 입을 단정치 못하게 벌린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보다 ‘후에?’라니 무진장 약삭빠르잖아. 잇시키 흉내냐.

 


하치만 “뭔데, 왜 그래? 너한테 잇시키 흉내는 안 어울려.”

 


유이 “으, 응. 그렇네…..”

 


뭔가 한마디 반박하거나 태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 진짜 잇시키 흉내였어?

 

 

유이 “저, 저기…..힛키는, 전업주부라는 꿈이 이루어진다면, 아…….아이 만들기, 하고 싶어?”

 


하치만 “……………후에?”

 


놀란 나머지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잇시키 흉내를 낸 것 같아서 부끄럽다. 그리고 이 녀석은 무슨 말을 하는 건데.

 


하치만 “왜 그래 유이가하마, 열이라도 있어? 너 방금 엄청난 거 말했는데.”

 


유이 “먼저 말한 건 히키잖아…..”

 


하치만 “어? 내가?”

 


그런 기억은 없다. 하지만 유이가하마는 짐작이 간 듯이, 시선을 돌리며 입술을 조금 뾰족하게 만들면서 중얼거렸다.

 


유이 “나, 나하구 아이를……하고 말한 거”

 


순간 뇌가 새하얗게 된다. 하지만, 역시 나에게 그런 기억은 없다. 이 흑역사 마스터인 내가 여자와 아이를 낳았을 때의 이야기 같은 걸 할 리도 없을텐데.

……..아이를 낳은 무렵? 어라, 뭔가 직접적으론 아니라곤 해도 그런 것 같은 느낌의 이야기는 분명히 했다. 아이를 나와 유이가하마의 좋은 점을 지닌 애로 하고 싶다던가…..하는 그런걸…..!?

 


하치만 “바보! …….너, 아냐! 그, 그런 뜨,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그냥 평범하게 아이는 그런 느낌으로 키우고 싶다는….그런 뜻이…..”

 


유이 “……..그럼 아내는 누구라도 상관없어?”

 


하치만 “그런 건 아니지만…………아아! 그만! 이 이야기는 끝! 끝내자!”

 


이야기의 흐름을 무리하게 바꾸기 위해서, 다른 가게로 걸어간다. 뒤에서는 유이가하마의 발소리와…….희미하게 한숨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치만 “햄버거는 그만뒀나보네.”

 


어색한 분위기가 싫다고 할 정도의 풍미, 우리들은 이제서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처음 예정과 변함없이 라면이었지만, 유이가하마는 햄버거에서 카레로 예정을 바꾼 것 같다.


유이 “엄청 좋은 냄새였는걸.”

 


하치만 “뭐, 그렇네.”


그 기분은 잘 안다. 나도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았으니까.
유이가하마는 뜨거운 카레에 후-후- 하고 입김을 불며 맛있게 먹고 있다.

 


유이 “으응……..먹고 싶어?”

 


하치만 “에, 아, 아니…..”

 


카레에 향한 시선을 눈치 챈듯한 유이가하마가 신경을 써주며 묻는다. 물론 정중하게 거절은 하겠지만 사실은 먹고 싶다.

누구냐 라면 먹자던가 하고 했던 녀석은. 뭐 라면은 라면만으로 맛있긴 하지만.

 


하치만 “아니 괜찮---“


거절의 말을 하려고 하는 내 앞에 카레가 담긴 숟가락이 내밀어져 있었다. 그걸 쥐고 있는 유이가하마와 숟가락을 무심코 번갈아 봐버리고 만다.

어, 뭐야 이거? 이 녀석, 나한테 뭘 시킬려고 하려는 거야?

 


유이 “자, 아~”


하치만 “…….아니아니아니”

 


놀라서 이상한 리액션을 하고 말았다. 이 말만으로도 지금의 감정이 전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기에 추가로 눈 도 마주쳐두자.
‘이 녀석 뭐하고 있는 거야?’같은 눈빛을 느꼈지만, 몇 초 지나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이해 한 듯하다.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허둥댄 결과, 야무지지 못하게 벌리고 있던 내 입에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아니아니아니!!

 


하치만 “흐허워! 흐허!”


유이 “와와와왓, 미안!”

 


유이가하만 꽤나 당황하면서 나한테 컵을 주었다. 물을 단숨에 마신 후 거친 숨이 남은 채로 빨개진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치만 “너, 너말이다…. 나한테 뭔가 원한이라도 있냐……..”


유이 “어, 없어! 조금 정신 없어서 어, 어떻….청진기력? 하고 있었을 뿐이야!”


하치만 “터무니 없는 말 실수 하지마. 정확히는 청천벽력이겠지.”

 


크게 한숨을 쉬곤 우선 라면을 홀짝인다. 입안에 퍼지는 면과 국물이 맛이 약간의 안정을 되찾아줬다.
유이가하마는 다시 카레를 먹고 있다. 그녀도 조금은 진정된 것 같다.

어라, 그 숟가락……아니, 말하지 말자. 그거 내 입에 들이밀었던 숟가락 아냐? 라던가 하고 말해봤자, 아무도 구원받지 못할 것 같으니까.

 


유이 “후아- 행복해-“

 


얼굴을 두드리며 유이가하마는 자신의 컵에 입을 댄다. 그러나 아무리 컵을 기울여도 입에 물이 흘러 들어오는 일은 없다.

당연하지. 왜냐면 그 컵의 내용물은 아까 유이가하마가 나한테 마시게 했으니까.

그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유이가하마의 어깨가 흠칫, 하고 움직였다. 컵의 가장자리, 아까 사용한 숟가락, 그리고 나의 얼굴을 천천히 본다. 그리고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하치만 “자폭이 심하잖아…….”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사람도 말려들게 되니까, 자폭은 정말이지 성가시다.

부탁이니까 대폭발만은 배우지 말아줘.

라면을 다 먹고 러브 코미디 같은 분위기를 삼키고서는, 그럼 슬슬 선물을 사러 가려고 했는데 벌써부터 좌절하고 있었다.

 


뭘 사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다.

 


여자한테 생일 선물을 준다고 하는 경험은 코마치 말고는 해본 적이 없다. 아, 유이가하마한테도 줬었나.

 


……뭐 중학교 시절에도 전해준 적은 있지만, 그건 준 걸로 치고 싶지는 않아. 선물을 건네 받았던 여자애의 첫말이 “어……어떻게 생일인걸 알고 있는 거야……?”였는걸.

 


아니거든. 스토커 아니라니까. 반에서 이야기 하고 있던 걸 엿들었을 뿐이라고.


이런 느낌으로 여자한테 선물을 한 경험이 나에게는 없다. 있는 건 스토커의 재능 정도지.

 


이럴 줄 알았다면 유키노시타에 대해서 좀 더 스토킹 해뒀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아니, 그건 아니구나.

 

 

 

하치만 “넌 뭘 살지 정해뒀었냐?”

 

 

 

유이가하마한테서 어떻게든 후보만이라도 알아내려고 했는데, 하지만….

 

 

 

유이 “으, 응……뭐어, 일단은…아마두?”

 

 

 

그녀는 내게서 시선을 돌리곤 대답을 얼버무릴 뿐이었다. 아니 얼버무리지 마. 그거 틀림없이 안 정한 거지?

 

 

 

하치만 “이것저것 둘러보는 수 밖엔 없나….”

 


유이 “그, 그렇네”

 

 

 

아무래도 조금 전의 점심때부터 유이가하마의 상태가 이상하다. 얼굴을 붉은데다 행동은 수상하고. 이상하다고 할까 유별나다.

 


이유는……알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걸 명확하게 할 생각은 없다. 거기에 명확하게 하는 순간에 러브 코미디 경험치 0인 내겐 해결책 따위는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해야 할 건 단 한가지.

 


좀 전의 일을 말 속에 섞고 공기에 녹여 과거 속으로 흩어지게 하는 거다. 그렇게 없었던 것으로 만든다. 이게 최상의 방책일 것이다.

 


다행히도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선물 사기]라고 하는 명목이 있으니까 거기로 의식을 돌려버리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

 


………둘이 모여서 선물 후보조차 정하지 못했으니까 핀치이긴 하지만.

 


우선은 행동을 일으켜야겠다 싶어서 적당히 근처에 있는 가게에 들어간다.

 


외톨이라고 하는 건 의외로 행동력이 넘치기도 한다. 리얼충 녀석들이 저기 가자, 여기 가자 하면서 쫑알쫑알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우리들 외톨이는 거침없이 행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거다.

 


그렇기에 가게 주인의 얼굴이 험상궂은 라면 가게에도 세련된 카페에도 나는 발을 내딛는 것이 가능하다 내딛는 게 불가능 한 건 인간관계정도일뿐. 아니 그거 말고도 잔뜩 있지만.

 

 

 

유이 “아, 힛키! 이 머리핀 귀엽다!”

 


하치만 “어, 어어….”

 

 

 

왜 여자애는 이런 걸로 텐션을 올릴 수 있는 거야? 오빠 좀 무섭다고.

 


뭐 여러 가지 잡화를 손에 들고는 “와아-“라던가 “꺄아-“라던가 “어라 유미코?”라던가 말하고 있다는 건 조금 전의 갈팡질팡 했던 일은 무사히 없었던 일이 되었다는 거겠지. 단순해서 다행이다.

 


………잠깐, 유미코?

 

 

분명히 그 이름은 화염의 여왕 미우라의 본명…….자이모쿠자 같으니까 그만두자.

 


아무튼 미우라가 있는 거야? 최악이잖아. 뭐 그 녀석이라면 저번의 불꽃 놀이에서의 사가미 같은 반응은 안 할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이가하마가 보고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긴다. 거기에는 금발 드릴의 여왕과……상쾌한 오러를 두르고 있는 하야마의 모습이 있었다.

 

 

하치만 “………너도 있었던 거냐.”

 


하야마 “여어, 우연이네”

 

 

 

우연이다 정말이지 우연. 너무나도 우연스러워서 신을 저주할 레벨이다.


내가 마음 속으로 신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는 줄도 모르고, 즐거운 듯이 유이가하마와 이야기를 시작한 하야마와 미우라.

 


겁나 있기 껄끄럽거든요…….

 


이렇게 상위 카스트끼리 이야기 하고 있으면, 나와 유이가하마가 함께 쇼핑을 하고 있다는 게 우습게까지 생각된다.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한다면, 역시 (구역이 다른 상태로 섞이지 않고)공존하는 것은 완벽하게 되어있지 않으면 안되지. 평화롭게 살기 위해선 그게 최선일 것이다.

 

 

 

 


미우라 “이런 곳에서 뭐 하는…?........아, 데이트?”

 

 

 

미우라는 능글능글 웃는 얼굴을 띄우면서 유이가하마한테 다가간다. 그건, 비유한다면 먹이를 발견한 뱀 같았다.

 


이런 사나운 미소를 본다면 저번에 사가미가 보였던 냉소 같은 건 귀엽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가미 레알 귀요미-.

 

 

 

유이 “데이트라니, 그런 거!......그, 그런 게 아니라, 둘이서 유키농 생일 선물을 말야……그치?”

 


하치만 “아, 엣, 어어.”

 


갑자기 날 대화에 끌고 오지 말라고. 놀라서 꽤나 더듬대고 말았잖아.

 


유이가하마의 입에서 유키노시타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대화에 참여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미우라와 하야마의 움직임이 잠시 멈춘다.

 

 

 

하치만 “그럼, 난 저쪽 보고 있을 테니까.”

 

 

 

대화에 생겨난 찰나의 틈을 노려서 나는 입을 땐다. 내 말은 노린 대로 순조롭게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성공했다.

 


완벽하다. 퍼펙트다.

 


가능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빠르게. 나와 유이가하마의 거리를 두어간다. 설마 저기서 하야마와 미우라 둘로부터 유이가하마를 떼어낼 수 도 없으니까.

 


그 녀석이 함께 있어야만 하는 건, 내가 아닐 터.

 


셋의 이야기 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간다. 앞으로 몇 걸음만 더 벗어나면 이제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것 같은 곳에서, 마지막으로 내게로 와서 닿은 목소리는.

 

 

 

유이 “나두 이제 그만 가 볼게-. 나중에 또 놀자-.”

 


하치만 “……뭐?”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고 말았다. 그렇게 해 버리면 당연히 이쪽으로 오고 있는 유이가하마와 눈이 마주쳐 버린다. 그러자 어딘가 유이가하마는 기쁜 듯이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유이 “자, 그럼 가자-!”

 


하치만 “어어………자, 잠깐, 잠깐만. 너 이쪽으로 와도 괜찮은 거야?”

 

 

 

완벽한 타이밍을 노려 자연스럽게 빠져 나온 나에 비해서 유이가하마는 대화를 자르고 이쪽으로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미우라한테 이런 걸 해서 괜찮냐, 하고 불안해하는 나를 유이가하마는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유이 “괜찮냐니, 뭐가?”

 


하치만 “모처럼 톱 카스트녀석들이랑 만났는데도, 나한테 와서 괜찮냐는 거다. 미우라던가 너하고 같이 쇼핑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는데.”

 


유이 “유미코는 하야토랑 단 둘이서 있는 걸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걸?”

 


그런 말을 들으니까 확실히 그렇군. 미우라는 하야마를 좋아하니까 단 둘이 있는 걸 방해 받고 싶지는 않은 건가.


역시 유이가하마. 분위기를 확실히 파악하고 있군.

 

 

 

유이 “그리구 난 힛키랑 있는 게 좋으니까”

 


하치만 “………그렇습니까요.”

 

 

 

그거, 일부러 말 할 필요가 있었냐…. 앞으로 몇 분 동안은 네 쪽으로 얼굴 돌릴 수 없게 되어버렸는데.


마음을 가다듬고 선물 고르기 재개.

 

 

 

하치만 “분명 막연하게 고르려고 하고 있으니까 아무것도 정할 수 없는 거야. 그 녀석이 가지고 싶어할 것 같은 걸 우선 고르자.”

 


유이 “히, 힛키가 선물 고르는 거에 익숙해져 있는 것처럼 보여….”

 


하치만 “……안 익숙해.”

 

 

 

그렇다. 내가 중학교 시절에 혼자 들떠 건넨 그것도 선물이 아니다. 그런 건 아무도 기뻐하지 않는 자기만족일 뿐이다. 그렇기에 난 선물을 고르는 건, 익숙하지 않다.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사실 유이가하마에게 선물을 전해줄 때 심장이 두근댔었다. 본인한텐 절대로 말 안 할거지만.

 

 

 

유이 “응-, 유키농이 가지고 싶어할만한 거……책이라던가?”

 


하치만 “그런 건 자기가 사겠지.”

 


유이 “그치이……그치만 그렇게 되면, 다른 것도 전부 그렇게 되어버리잖아? 유키농은 정말로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반드시 손에 넣는 성격이구.”

 


하치만 “뭐어, 그렇지.”

 

 

 

너무나도 쉽게 전도다난. 전혀 후보가 없다.

 

 

 

유이 “ㄴ, 내 선물 고를 때에는……어떻게 골랐었어?”

 

 

 

내게로부터 조금 시선을 돌리며 유이가하마가 묻는다. 반년 가까이 전의 일이기에 기억이 흐릿한 부분도 많지만, 어떻게든 기억해 낼 수 있었다.

 

 

 

하치만 “난 처음부터 대충 이런 거 사려고 했었으니까, 유키노시타는…약점을 찌르려고 했었지.”

 


유이 “약점, 찔렸었던 거구나….”

 

 

 

반 년 후에 알게 된 사실에 유이가하마는 살짝 쇼크를 받고 있었다.


아니, 그다지 그렇게 나쁜 의미에서의 약점이란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하치만 “이번에도 그걸로 찾아볼까. 힌트 정도는 발견될지도 모르잖아.”

 


유이 “유키농의 약점……. 아! 유키농 말야, 등을 잡아당겨지는 거, 약했어!”

 


하치만 “그걸 나한테 말해서 어쩌란거냐….”

 

 

 

하라고 하는 거야? 무리무리무리 죽어. 죽는다고. 어떤 의미로 살해 된다.

 

 

 

유이 “으, 으-응…. 남은 건, 졸음에 조금 약한……걸지두?”

 


하치만 “졸음, 말이지….”

 

 

 

그렇다고 한다면 커피일까. 아니 홍차에 카페인 풍부하다고 하고….


역시 여기선, 무난하게 MAX 커피로 할까?

 

 

 

유이 “그렇지!”


하치만 “오옷, 뭐냐 갑자기 큰 소리 내지마….”

 


유이 “흐흥, 발상의 역전이라구, 힛키! 졸음에 약하다면……잔다!”

 


하치만 “………………”

 


유이 “그렇게 보는 거 하지마!”

 

 

 

내 시선을 온 몸으로 받고 있는 유이가하마는, 허둥지둥 당황한 모습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유이 “수면은 질과 양이라고도 하잖아? 그러니까 졸음에 약하다면 졸립지 않도록…. 예를 들면 지금보다도 더 푹 잘 수 있다면 좋겠지~ 싶어서.”

 


하치만 “너 치곤 좋은 생각이네.”

 

 

 

유이가하마는 분명, 지금의 영감을 무척이나 마음에 든 것 같아서, 평상시라면 화낼 것 같은 나의 말에도 뽐내는 듯한 표정으로 흘려 듣고 있었다.

 

 

 

하치만 “………그럼, 잠 관련 상품 같은 거라도 살 거냐?”

 


유이 “응, 선물은 베개로 할래.”

 

 

 

어떻게든 살 게 정해진 유이가하마는, 마치 귀신이라도 씐 것처럼 웃으면서 곧장 지도를 보러 가고 있었다.

 


여기에 베개를 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선물이 정해지기만 한다면야, 나머진 어떻게든 되겠지.

 

 

 

유이 “힛키, 위층에 가자~”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내게 손을 흔들고 있는 그녀 곁으로, 조금 걸음을 재촉하여 걸어 간다.

 


…………그래서, 난 뭘 사면 좋지?

 

 

 

하치만 “다행이네. 바로 괜찮은 게 보여서.”

 


유이 “응!”

 

 

 

정성스럽게 포장 된, 가방에 담긴 베개를 유이가하마는 소중한 듯이 끌어안고 있었다.

 


유키노시타가 “나, 항상 쓰고 있는 베개가 아니면 못 자”라던가 하고 말하는 무리라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은 있었다.

 


하지만 수학 여행에서 그런 이야기가 없었던 건, 그런 방면에서는 괜찮은 거겠지. 아마.

 

 

 

유이 “힛키는 살 거 정했어? 고르는 거 도움 받기도 했으니까, 나도 선물 고르는 거 도와 줄게?”

 


하치만 “일단 살 건 정했어. 다만, 자신의 센스에 자신이 없으니까, 그 쪽으로는…부탁할게.”

 


유이 “맡겨 줘!”

 

 

 

유이가하마의 말을 믿고, 나는 서점으로 발길을 돌린다. 목적은 책 표지이다.

 


베개에 비하면 저려함이 눈에 띄지만, 뭐, 여러 종류를 살 거니까, 괜찮겠지.

 


유이가하마의 조언 덕분에 책 표지(북 커버)고르기는 의외로 빨리 끝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판씨 북 커버를 발견할 줄이야……놀란 나머지 둘이서 소리를 질러버리고 말았다. 미안해요. 점원씨.

 

 

 

유이 “됐다~아, 힛키도 샀지. 이걸로 목표 달성!”

 


하치만 “그럼, 돌아갈까.”

 


유이 “에-, 놀자아~”

 

 

 

내 말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유이가하마가 표정을 바꿔 불만을 입에 담는다.

 


허나 무르다. 나도 그 불만을 말할 것을 읽고 있었다. 유이가하마가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엔 이미 엄청나게 싫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유이 “바, 밤까지! 밖이 좀 더 어두워 질 때까지 놀자!”

 


그 얼굴을 정면에서 보고 있는데도 유이가하마는 좀처럼 물러나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꽤나 기분 나쁜 표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밤에 뭔가 있는 거냐고.

 


뭐 좋다. 이미 마음의 셔터는 내렸다. 설령 유이가하마가 유키노시타처럼 이론 무장을 하고 온다고 한들, 나는 그걸 부정하고 집에 돌아간다. 집이 나를 부르고 있단 말이다.

 


거기에 뭐냐, 여자와 너무 오랫동안 같이 있는 건 그거잖아. 그러니까 돌아간다.

 


이런 내게 유이가하마가 한 행동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유이 “힛키…….”

 

 

 

요염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내 옷자락을 잡는다.

 


물기를 띈 눈동자로, 올려다보면서

 


그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유이 “…………안 돼?”

 


하치만 “자, 잠깐……이라면”

 

 

 

아무래도 내 마음의 셔터는 스티로폼 수준으로 약한 것 같다.

 

 

좀 더 힘내자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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