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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 '떠나는 사람을 위한 노래'

나에+ 2014. 8. 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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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 '떠나는 사람을 위한 노래'


- 히키가야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히 지내는지요? 올해 6월,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

하치만 (고등학교때의 은사님으로부터 이렇게 적힌 연하장이 왔다.)

하치만 (히라츠카 시즈카라고 하는 이름 옆에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하치만 "누군가 빨리 데려가줘라고, 는 이제 더이상 할 수 없겠네."

하치만 "축하드려요. 히라츠카 선생님."


-----------히키가야 하치만, 고등학교 3학년때의 겨울, 졸업식 일주일 전

하치만 "선생님. 히라츠카 선생님. 일어나세요."

히라츠카 ".........응?"

하치만 "응?이 아니잖아요. 어째서 교실에서 당당하게 졸고 계신겁니까."

히라츠카 "그게, 요즘 그다지 잠을 못자서 말이지..... 미안하구나."

하치만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의 선생님은, 쓴웃음을 짓는다.)

히라츠카 "그래서 무슨 일이냐. 히키가야. 너희들은 이제 자율등교잖냐."

하치만 ".......아-, 집에 있어도 한가했으니까요."

히라츠카 "그래. 그렇지만 한가하다면 한가한 대로, 너는 귀찮게 학교에 오는 녀석은 아니지 않느냐."

하치만 ".........너무나도 그 말대로라 깜짝 놀랐네요. 코마치가 도시락을 깜박해서, 전해주러 왔을 뿐임다. 온 김에 얼굴은 보여두는게 어떨까해서요."

히라츠카 "역시 그렇구나. 그렇지만 좀 자주, 아무일이 없더라도 얼굴은 내밀도록 하려무나. 외롭잖느냐.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는 의외로 자주 온단다."

하치만 "그렇슴까.... 뭐, 선처하겠습니다. 한가하다면 말이죠."

히라츠카 "올 생각이 없는 녀석의 말투잖냐. 그건."

하치만 "역시 선생님, 멋진 통찰력이심다."

히라츠카 "하하하, 변함없이 귀여운 구석이 없는 녀석이구나. 뭐, 그런 점이 귀엽지만 말이다."

하치만 "........."

히라츠카 "그렇게 토라진 듯한 얼굴 하지 마려무나. 아니, 수줍어하고 있는건가?"

하치만 "몰라요. 그럼 선생님. 안녕히."

히라츠카 "그래."

하치만 (가볍게 손을 들고는, 나는 교무실을 나왔다.)

-------------------------

하치만 (교무실을 나와 복도를 걷고 있으니까, 코마치가 보인다. 1학년으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애와 함께 있다.)

하치만 "어이"

코마치 "어랏-, 오빠 왜 학교에 있어?"

하치만 "도시락 받아. 네가 현관에 두고 간거다. 자."

코마치 "와아- 고마워 오빠! 사랑해! 이거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보통이야."

하치만 "보통인거냐."

코마치 "응! 아, 참, 이쪽은 우리 오빠."

하치만 (1학년 여자애들이 고개를 꾸벅하며 인사한다.)

하치만 "........안녕. 그럼 가 볼게. 코마치."

코마치 "응. 나중에 봐. 오빠!"

-------- 그날 밤. 하치만의 방에서

하치만 (.......이제 졸업까지, 일주일인가)

하치만 (휴대폰을 손에 쥐며, 선생님이 보내 온 장문의 메일을 다시 읽어본다.)

하치만 (여유가 생기면 이런 일을 하곤 한다. 요즘의 나는.)

하치만 (어떻게 되어버린건가. 하고 생각한다.)

하치만 (대학교 합격을 보고하러 갔을 때, 울어버리셔서 조금은 질렸었다. 하지만, 역시 기뻤다.)

하치만 (학생 앞에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거나, 옛날 만화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거나, 비싸보이는 2인승 스포츠카같은 걸 타고 다니고, 그 나이대의 남자들보다 훨씬 멋있다.)

하치만 (딱히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어느새인가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하치만 (하지만, 말 할 수도 없고, 말 할 생각도 없다.)

하치만 (선생님께 폐를 끼치는 것 밖엔 되지 않는다는걸, 잘 알고 있으니까.)

하치만 (조금만 더 지나면, 이제 만나는 일도 없을 거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반드시 잊을 수도 있겠지.)

하치만 (간단하고도 쉬운 해결책이다. 시간의 흐름이란 최강의 무기니까 말이지.)

하치만 (앞으로, 일주일..)


---------다음날, 소부 고등학교

하치만 (딱히 어제 히라츠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은 아니지만, 오늘도 나는 고등학교에 와 있다.) 터벅터벅

하치만 (라기 보단, 빌려둔 채로 놔뒀던 도서관의 책을 반납하려고 왔을 뿐이지만) 터벅터벅

잇시키 "서언-배애~ 누구게~요?" 팟

하치만 ".......여전히 약아빠진 녀석이구나. 잇시키"

하치만 (갑자기 "누구게요?"같은 거 해오는 약아빠진 후배는 이녀석 말고는 없다. 그렇다기 보단 알고있는 후배라고 해봤자 이녀석밖엔 없는 거지만. 어떠냐. 내 고등학교생활.)

잇시키 "여전히 재미없는 반응하는 선배네요-. 그리고 딱히 약아빠지거나 한건 아니라구요."

하치만 "그런게 약아빠졌다는 거다. 바보."

잇시키 "우와. 바보라고 했어-. 바보라고 한 사람이 바보에요-."

하치만 "초딩이냐 넌. 그보다 뭐한다고 수업시간에 복도 걸어다니고 있냐. 양키냐?"

잇시키 "아니거든요-. 체육시간인데 체육복 깜빡해서 교실에 자습하러 돌아가고 있는거라구요-."

하치만 "역시 바보잖냐."

잇시키 "성가셔! 선배 성가셔!"

하치만 "그만 해. 상처받으니까."

하치만 (잇시키는 즐거운 듯이 하하하고 웃었다.)

잇시키 "하아-.... 선배하고 이런 바보같은 이야기 할 수 있는것도 이제 얼마 안남았네요."

하치만 ".......그러네"

하치만 (졸업하고나면 분명히, 만나는 일은 없을테니까.)

잇시키 ".......조금 이른 것 같지만, 선배. 여러가지로 고마웠습니다."

하치만 "으응. ......왠지 솔직하네. 뭔일있냐?"

잇시키 "전 언제나 솔직하다구요, 선배앞에선."

하치만 (잇시키가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본다.)

하치만 "약사빠른 녀석이네. 넌. .......나야 말로 조금 이르지만, 건강히 지내라. 추천한 내가 이런말 하는 것도 그렇지만, 최근엔 의외로 확실하게 학생회장일 하고 있다고 생각해."

잇시키 "자,잠ㄲ, 방금 이말, 꼬시려고 한거에요-? 순간 넘어갈 뻔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아요. 사겨버릴까요-?"

하치만 ".....브아보. 농담으로 그런 말 하지마라고. 진심으로 다가갔다가 차이는 순간까지 단숨에 상상했거든. 방금"

잇시키 "체엣-. 들킨건가요. 선배따위에.. ........유감이네요."

하치만 (그렇게 말하곤 잇시키는 쓸쓸한 듯이 웃었다.)

잇시키 "그럼 이제, 선배. 바이바이."

---------------방과후, 직원실에서

히라츠카 ".......놀랍구나. 진짜로 오늘도 올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치만 "선생님이 좀 더 얼굴 내밀어라고 하셨잖아요."

히라츠카 "말했다고 해서 순순히 얼굴을 내미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냐. 너는."

하치만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요."

히라츠카 "뭐, 아무튼 기쁘구나. 그러고보니, 대학교 다니면서 살 아파트 같은건 정했냐? 분명히, 혼자살거지? 히키가야는."

하치만 "일단은 정해놨어요. 이전에. 가능하면 집에서 다니고 싶지만 말이죠. 부모님이 한번은 경험해 보라고 하시니까요."

히라츠카 "부모님의 기분도 알겠구나.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한번쯤은 경험해봐도 손해볼건 없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너는 전업주부를 희망하고있으니말이지. 집안일을 단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잖냐."

하치만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눈동자는,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하치만 "그럴까요. 저로썬 코마치와 헤어지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에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히라츠카 "하하, 너 답구나. 뭐, 처음 한 달 정도는 향수병에 걸릴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곧장 익숙해질거다. 재밌는 곳이라니까. 대학교는. 여친이라도 만들어서 마음껏 즐기면 되는거다."

하치만 ".....여친이전에, 친구가 있을지 없을지도 수상한데 말이죠."

히라츠카 "그렇게 불안해 할 필요없다. 네 고등학교 생활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잖냐. 이리저리 너를 좋아해주는 사람은, 의외로 있는 법이란다."

하치만 "그렇다면 좋겠지만요. ......선생님은, 대학교 때 어떠셨나요?"

히라츠카 "응? 나 말이냐.... 그렇구나. 싫은 일이나 힘든 일도 많이 있었지만, 어째설까. 다시 한번 그 시절로 돌아가고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분명히, 특별한 시간이란거겠지."

하치만 (먼 곳을 바라보는 듯이 말하는 그 얼굴에, 석양이 비친다. 선생님이 평소엔 보여주지 않던 얼굴이었다.)

하치만 (무척이나 예쁜, 어른스런 여성의 얼굴이었다.)

히라츠카 ".......왜 그러냐. 그렇게나 이쪽을 바라보고. 얼굴, 빨간데?"

하치만 ".....글쎄요, 석양때문에 그런게 아닐까요."

히라츠카 "그럴지도 모르겠네. 밖은 아직 추운데도, 조금씩 해도 길어지고 있구나."

하치만 ".....그러네요."

하치만 (히라츠카 선생님이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마지막으로 만날 때에도, 이렇게 웃고 계셨으면 한다.)

----------------졸업식 전날, 그날 밤.

유이가하마 "그럼 힛키 바이바-이! 내일 봐!"

유키노시타 "히키가야. 내일 보자."

하치만 "어. 조심해서 가."

하치만 (유이가하마하가 제안한 봉사부에서의 작은 파티를 했다. 졸업전야제라는 거다. 내일은 내일 졸업식이 끝나면 반 별로 송별회같은게 있긴하지만)

하치만 (셋이서 이렇게 노는 것도, 분명히 이걸로 마지막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세 명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치만 "즐거웠어....."

하치만 (솔직하게, 그렇게 생각한다. 가슴을 매여오는 외로움은 있지만, 정말로 즐거웠다고 하는 이 마음 또한, 진심이다.)

하치만 (왜인지, 곧장 집에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고등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는 것도, 내일을 빼면 이걸로 마지막이다.)

하치만 (조금은 둘러서 갈까.....)

-------------도쿄만 하구에 있는 다리 위

하치만 (조금은 둘러서 갈까하고 생각했는데, 전혀 조금이 아니잖아.)

하치만 (그래도 두 다리는 자연스럽게 향하고 있었다. 당연한듯이, 여기로 와버렸다.)

하치만 (언제부터일까.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여기로 끌려 온 후로, 가끔씩 발길을 옮기게 되었다. 신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며 넋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

하치만 (선생님. 히라츠카 선생님. 내일은 졸업식이에요. 내일이면, 끝이다)

하치만 (이런 자신이 정말로 역겨운데도, 내 마음은 생각을 멈춰주지 않는다.)

하치만 (오늘 파티를 시작하기 전에, 학교에서 단 둘이 있게 되었을 때에 유이가하마가 말했던 것이 떠오른다.)

유이가하마 "힛키. .......힛키 말야, 선생님 좋아하는거지?"

하치만 (놀랐다. 절대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하치만 (하지만 유이가하마의 그 목소리엔 확신이 있었고, 나는 부정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하치만 "어어. ...........알고 있었냐. 눈치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유이가하마 "눈치 챈다구,  쭈욱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하치만 (유이가하마는 아하핫, 하고 쑥스러운듯이 웃었다.)

유이가하마 "........저기, 말 안할거야?"

하치만 "말 할 생각은 없어. 말 한다고 해서, 받아준다고도 생각하지 않아. 서로 어색하게 될거라면, 말하지 않는게 나아."

하치만 (종종 만화나 드라마에선,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건 무척이나 아름답고 멋진 것처럼 보이며,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그건 그거대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와 같을 정도로, 세상에는 전하지 않는게 좋은 마음도 많이 있다.)

하치만 ("말할 용기도 없는 겁쟁이일뿐이다", 라는건 제3자의 제멋대로인 이론일 뿐이다. 전하지 않는것이야 말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그런 마음과, 계속 살아가야 하는 용기가.)

유이가하마 ".......그럴지두 모르겠지만말야. 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치만 (유이가하마는 눈썹을 흐리며 곤란한 듯이 웃고 있었다.)

유이가하마 "나는, 그렇게 힛키가 괴로워 하는 거, 싫어....."

하치만 (괴로운, 건가)

하치만 (분명히, 지금은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시간이 지난 후엔, 사람은 그걸 추억이라고 부르며 무뎌지게 할 수 있다.)

하치만 (오리모토 때에도 그랬었고 말이지)

하치만 (나는 분명, 이렇게 살아가겠지. 앞으로도)

하치만 (이제 슬슬 돌아갈까, 하고 생각하며 허리를 펼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라츠카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나. 히키가야."

하치만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 히라츠카 선생님이 거기에 서 있었다.)

하치만 "서.............선생님이야 말로, 무슨 일이심까"

하치만 (나도 모르게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는걸 알게되었다.)

히라츠카 "아니, 나는 왠지 모르게 말이다. 바다가 보고싶어져서 왔을 뿐이다. .......내일이 오는게, 조금은 쓸쓸할지도 모르겠구나." 탁, 칙, 후읍-

하치만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변함없이 멋진모습이다. 손놀림이 익숙하다.)

히라츠카 "히키가야는, 무슨 일이냐."

하치만 "그게,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히라츠카 "그런가. 닮아있구나. 우리는."

하치만 "그런가요...."

히라츠카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저기, 히키가야.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게 아니냐?"

하치만 (심장이 두근하고 뛰었다. 어째서 아는걸까.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있었는데)

히라츠카 "너는 아닌척 하고 있는게 특기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있는것 같지만, 의외로 서투르니까 말이지. 알 수 있어. 지금은 봉사부의 선생님도, 담임선생님도 아니지만 역시 너는 나의 사랑스런 제자니까."

히라츠카 "말해보려무나."

하치만 (지금 히라츠카 선생님의 표정은, 역시 온화하게 웃고 계셨다. 평소처럼, 언제나, 가만히 지켜봐주시고 계셔서-)

하치만 (자신이 언제부터,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반해버렸는지는 모르겠다.)

하치만 (웨딩 드레스 모습을 보았을 때일까, 문화제 직후에 나를 일깨워 주셨을 때일까, 봉사부가 얼어붙어있던 때에 설교를 해주셨을 때일까)

하치만 (그때에도 선생님은 지금처럼 담배냄새가 나고있었다.)

하치만 (10년만 빨리 태어나서, 10년만 빨리 만났더라면, 나는 분명히, 당신에게 마음속 깊이 반해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엔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치만 (이렇게, 진심으로, 마음 속으로부터 당신에게 반해버릴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하치만 (자신의 목이 떨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눈동자에선 뜨거운 게 흘러넘칠 것같은걸 필사적으로 참고 있다.)

하치만 (부끄러워서, 지금 당장이라도 여기에서 사라져버리고 싶다. 그렇지만.)

하치만 (뜨거운 말이 목에서 넘쳐나오는걸, 이제 나는 막을 수가 없다.)

하치만 "선생님. .......히라츠카 선생님."

하치만 (선생님은 그런 나를, 조용히 보고 있다. 깜짝 놀란듯이, 뭔가를 알아챈 듯이, 알아버리고 만건가하는 슬픈 얼굴을 하며. 그렇지만 그저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

하치만 "저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하치만 (말해버렸다. 내 얼굴은 지금, 분명히 틀림없이 보기 흉하게 삐뚤어져 있을 것이다. 어째서, 꼬마인거냐고. 이런 어린애 같은 나 따윈, 이 사람한테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치만 (이런 애같은, 유치한 나따윈, 보여지기 싫었는데)

히라츠카 "고맙다. ......엄청 기쁘구나. 정말로."

하치만 (선생님은 몹시 슬픈 표정을 하곤, 그렇게 말했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듯 내밀어진 손은, 도중에 힘없이 내려갔다.)

히라츠카 "......미안하구나. 히키가야. 나는 네 마음에 응할 순 없다."

하치만 (방금, 사라져버렸다. 나와 선생님 사이에 있던 따듯하고 상냥했던 사제관계는 전부, 백지처럼 변해버렸다.)

하치만 (어째서, 어이가 없다. 말한마디에,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부서지기 쉬운 관계였던걸까)

하치만 ".....그렇슴까. 답변, 확실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치만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참을 수 있었다.)

하치만 (오히려, 선생님이 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계셨다.)

하치만 "그럼, 선생님. 낼 뵐게요."

히라츠카 ".......아아, 내일 보자꾸나."


-----------다음 날. 졸업식 직후


하치만 (마지막 SHR도 끝났고, 복도는 이런저런 표정을 서로서로 띄우고 있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하치만 (갑자기 그 안에서, 잘 알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하치만 "여어. 유키노시타. ......답사 고생했어."

유키노시타 "어머, 히키가야. 고마워."

하치만 "......꽤나, 좋았다고 생각해."

유키노시타 "흐음, 너에게도 그 답사가 좋았다고 생각할 정도의 감성은 있었구나. 의외인걸."

하치만 "아첨이라고 하는거다."

유키노시타 "그래. .....약간 눈물을 머금고 있던거, 보고 있었는걸." 쿡쿡

하치만 "바, 바보야, 아니거든. 그건, 토츠카가 울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감동한 나머지 울어버린거라고."

유키노시타 "그건 도대체 누구한테 무슨 변명을 하고 있는거니...? 정말, 너 답구나."

하치만 ".....그러냐."

하치만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침묵했다. 그 눈동자는 조용히 나를 보고 있다.)

유키노시타 "......히키가야. 졸업, 축하해."

하치만 "......아아, 유키노시타도 축하해. 뭐냐, 그......고마워. 2년간. 여러가지로."

유키노시타 "고맙다는 말을 할때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도록 하렴. 히키가야. ...........그렇지만."

하치만 "엉?"

유키노시타 ".......나도, 고마워. 히키가야."

하치만 (눈이 녹고, 봄이 온다. 그렇게 느껴지는 미소였다.)

하치만 (그럼 이만, 다음에 보자. 하고 말하며 유키노시타는 걸어갔다.)

하치만 (아무것도 하는거 없이 그저 복도를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옆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유이가하마 "......얏하로, 힛키."

하치만 ".......여어"

유이가하마 "힛키. 졸업 축하해."

하치만 "너도. 축하해."

하치만 (역시, 유이가하마였다. 좀 전까지 미우라네하고 안으면서 울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 눈은 조금 붉어져 있었다.)

유이가하마 "아하하, 고마워-. .....좋은 졸업식이었지."

하치만 "잘 모르겠지서도, 뭐, 좋지 않았냐."

유이가하마 "응. 이로하의 송사도, 유키농의 답사도, 감동해서 울어버렸어."

하치만 "어. 봤으니까."

유이가하마 "보, 보고 있었어!?"

하치만 "그게, 너말야. 당연한듯이 펑펑 울고 있었으니까. 볼 수 밖엔."

유이가하마 "진짜아... 맘대로 보지말라구! ......부끄러우니까."

하치만 "............어 그래."

유이가하마 "무뚝뚝하네에.... 힛키, 결국 마지막까지 그러네, 나한테는."

하치만 "그러냐? 뭐, 너니까 말이지. 이정돈 괜찮지 않을까하고."

유이가하마 "무슨 뜻인데! ......정말... ......저기, 힛키."

하치만 "왜?"

유이가하마 "선생님한테..... 말했구나."

하치만 "......참 나. 진짜 너 정말 잘 알고 있구나. 뭐야? 나 좋아하냐?"

유이가하마 "기분 나빠. 랄까 진짜 기분 나쁘니까."

하치만 "그렇다면 미안해."

하치만 (왜일까, 마지막날이라고 하는데도 저 말은 심하지 않냐. 아니, 내가 잘못한 거지만)

하치만 (유이가하마가 쏘아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내 귓가로 다가온다.)

유이가하마 "그치만..... 좋아해. 힛키."

하치만 "뭣.....!"

유이가하마 "에헤헤, 지금까진 말하지 못하게 도망쳤던 거지? 그렇지만, 이젠 말해버렸으니까!"

하치만 ".........너무 놀라서 죽는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임마."

유이가하마 "에헤헤헤헷.... .....지금 당장 대답해 달라고는 안 할게.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까. 힛키가 피하고 있었으니까 말하지 못 했지만, 이젠 기다릴 수 없게 되어버렸는걸. 미안해."

하치만 "........"

유이가하마 "어떻게든, 말해두고 싶었어. 그것 뿐! 그럼 나중에 봐!"

하치만 (유이가하마는 갑자기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다시 미우라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하치만 (정말, 전부 다 알고 있었던 거구나. ....유이가하마. 너, 역시 대단해.)

하치만 (유이가하마는 나에게 전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까지 이 마음을 구질구질하게 끌고 다닐 수는 없다. 분명 지금 이대로는, 그녀에 대해 제대로 생각조차 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하치만 (마지막까지 잘못된 채로는, 끝낼 수 없다.)

하치만 "선생님."

히라츠카 ".......여어. 히키가야. 아직 학교에 있었던거냐. .....졸업 축하한다."

하치만 "예압"

하치만 (히라츠카 선생님은 부실 창문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조금 전까지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이리저리 안기고 있었기 때문인지, 하얀 코트가 조금 흐트러져있었다.)

히라츠카 "............."

하치만 (선생님은 슬픈듯한 얼굴로 이쪽을 되돌아 보았다. 그런 표정을 짓게 하는게 나라고 생각하니, 정말 면목이 없다.)

하치만 "..............."

하치만 (하지만, 이렇게 슬픈 표정을 하고,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시면서도, 확실하게 깨우치게 해 주신 선생님이까. 그런 선생님이니까 분명, 나는 좋아하게 된 거겠지.)

하치만 (그렇다면, 우리들의 마지막은 이래선 안된다. 이런 마지막이라니, 은사님께 상처를 줄 뿐인 마지막이라니, 관계를 끊어버리고 끝내는 게 훨씬 낫잖아.)

하치만 (언제나,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을 선택해온 히키가야 하치만이지 않은가.)

하치만 (최후까지, 끝까지 나 답게. 그것이야 말로 분명히, 선생님께 대한 최소한의------)

하치만 "......그런데요, 선생님. 지금 몇 살 이셨죠?"

히라츠카 ".....뭐냐 갑자기. 무슨 일이냐?"

하치만 "그게, 선생님이 언젠간 후회하지 않을까-하는 이야긴데요. 저 스스로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하지만, 저 정도의 우량 물건은 분명 두 번 다신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선생님의 나이라면."

히라츠카 "뭐!? 이런 분위기에, 그런 이야기를 하냐? 보통!?"

하치만 "아뇨아뇨. 선생님 뭔가 착각하고 계신건 아닐까하고, 사실은 선생님이 저에게 부탁하시는게 좋을 정도인데요. 저 정도의 레벨이라면."

히라츠카 "......흥. 어린녀석이 건방진 말을 하는구나. 십년은 남자다움을 연마해서 새로 태어난 뒤에 와라!" 퍼억

하치만 "아야야....... 선생님의 철권제재. 언젠가 진짜 문제 생길거에요."

히라츠카 "나는 해도 괜찮은 녀석 밖엔 하지 않으니까. 문제 없잖냐."

하치만 "네이네이 그렇습니까. ......언젠가, 정말로 후회하게 만들거니까요."

히라츠카 "말은 잘하네."피식

하치만 (히라츠카 선생님은 호탕하게 웃으며, 봉사부 문을 열었다.)

히라츠카 "그럼, 잘 가려무나. 히키가야. .........건강해야 해."

하치만 ".........선생님도요. 건강히 지내세요."

하치만 (방금 말한 거, 반대라고요. 선생님. 당신같은 좋은 여자는, 아마 전 평생토록 만날 수 없겠지요.)

하치만 "안녕히 계세요. 히라츠카 선생님."

하치만 (아직, 생긴지 얼마 안된 추억은 아프다. 하지만, 이걸로 된거다. 이런식으로 나는 살아왔으니까.)

하치만 (앞으로도 분명히 이렇게 살아가겠지. 나는 그런 자신을 좋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치만 (봉사부 부실 창 밖에는, 한창 피어있는 벚꽃이 보인다.)

하치만 (그리고, 이제서야, 조금, 눈물이 흘러내렸다.)




FIN.










에필로그


----------- 현재. 하치만이 살고 있는 방.

하치만 (연하장에 프린트되어 있는 사진에는 변함없이 예쁜 히라츠카 선생님과 온화한 표정을 짓고있는 체격이 좋은 남성이 찍혀있었다.)

하치만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다, 고 생각한다.)

하치만 (행복한 듯이 웃고 있는 선생님이, 솔직히 기쁘다.)

하치만 (이걸로 됬다. 이걸로 된거다고 생각한다.)


prrrrr,  prrrr, prrrrrr

하치만 "네, 히키가야입니다."


유이가하마 "아, 힛키!? 오늘 데이트 말야, 암것도 먹지말구 와야 해! 나 도시락 가지고 갈테니까!"

하치만 (이상하게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다. 자신이 있는 걸까.)

하치만 "알씀다. 시간은 약속한 대로 가면 되냐?"

유이가하마 "응! 괜찮아! 기대하고 있어 줘!"

하치만 "그래."

하치만 (전화를 끊고나니, 자연스럽게 표정이 풀린다.)

하치만 (선생님. 저한테도 애인이 생겼습니다.)

하치만 (이번에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하자. 상대가 유이가하마라고 아시면, 놀라실까. 그리고, 선생님의 결혼을, 할수 있는 만큼, 최대한 축복하자)

하치만 (부디 당신이, 행복하게 그와 살아갈 수 있기를)

하치만 (이걸로 된거다. 이걸로, 됐어.)

하치만 (그건 그렇고, 오늘은 사귄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유이가하마한테 뭘 줄지는 이미 정해놨지만, 기뻐해 줄려나.)

하치만 (나는 가방에 반지가 들어있는 상자가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방을 나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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