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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노처럼!(II)
Pipipipipipipi---------
“……어?”
나를 깨우는 알람 시계 소리에 깨어나 시간을 보니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버렸다.
그렇다고 할까 나, 알람 시계 소리에 깬 적은 진짜 오랜만이네.
흐음, 뭔가 아침 일찍 일어나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 같기도….. 아니, 없나. 응. 절대로 없다.
커튼을 열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나 내린다면 버스로 학교에 가야겠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끓여도 조금 여유가 있었다. 그거지, 가끔은 아침 일찍 일어나면 텐션이 오르는거.
……..아니, 알고 있다니까? 그래도 뭐냐, 마음의 준비라는 걸 해야 하잖아?
“……하아, 하루노씨를 깨우러 가볼까.”
그래. 나는 이런저런 일로 하루노씨의 집사가 되어버린 거였다.
똑똑
“유키노시타씨? 슬슬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하는데요-?”
코마치 방에서 자고 있는 하루노씨한테 말을 걸어보지만 전혀 일어나려는 기색이 없다. 그 사람, 아침에 약한건가? 완벽 초인에 강화외골격을 두른 하루노씨에게도 약한 건 있는 거구나.
“유키노시타씨? 들어갈게요?”
방에 들어가자 잠자는 공주처럼 자고 있는 하루노씨가 있었다. 일어나 있을 땐 안 귀여운데, 자는 얼굴은 천사라니. 그거 거짓말이 아니었던 거냐고. 이 사람, 깨어나 있을 때엔 프레데터 정도로 무서운데, 자고 있는 표정은 천사라고 할까, 아니 여신 그 자체로 보인다. 뭐, 깨어있을 때도 외관은 예쁘지만….
꿀꺽하는, 자신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야, 진정해. 서두르지 마라. 나 자신. 상대는 하루노씨라고? 이상한 생각이라도 하려고 하면, 야쿠자한테 팔려나가는 것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거다.
“유키노시타씨, 아침입니다. 일어나세요.”
귓가에 대고 이야기해도, 몸을 흔들어도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뭐야? 이 사람 자고 있을 땐 외부의 소리를 전부 반사시키고 있는 거야?
[아침엔 굿모닝 키스로 깨워줘!]
갑자기 어제 밤에 하루노씨가 했던 말이 뇌리에 떠오른다.
자, 그럼 내버려두고 학교 갈까?
“유키노시타씨? 저 학교 가야니까요, 가 볼게요.”
뭐, 아직 여유가 있긴 하지만 버스로 가야 한다면 빨리 나온다고 해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일어나서 방을 나가려고 U턴을 하자,
꽈악
“꽈악…? 어, 오앗!?”
자고 있었을 하루노씨가 뒤에서 나를 힘껏 붙잡고는 끌어당겼다.
뭐하는 거야 이 사람은!?
틈을 허락한 나는 하루노씨를 덮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이거 이젠 잠버릇이 나쁘다는 수준이 아니지? 완전히 무술동작이지?
그보다 이거, 내가 하루노씨를 덮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 아냐? 도, 도망가야 해….
당황해서 도망가려고 하는 나를 허리에 손을 감으면서 방해하는 하루노씨. 옆에서 본다면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처럼 보여버린다.
“………유키노시타씨? 완전히 일어나 있는 거죠? 눈 감고 있는 정도로 속일 수 있는 수준은 훨씬 넘어버린 행동하고 있는데요?”
이 사람, 아직까지 자는 척 하고 있는 거야? 떨어지려고 발버둥치는 나를 억누르면서 여신 같은 잠자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설마, 이사람 키스 해줄 때까지 안 일어날 생각이냐고요….
“응!”
하루노씨가 눈을 감은 채 입술을 내민다. 아, 잠깐만 나. 바보. 그만 둬.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데도 얼굴이 빨려 들어간다. 뭐야? 하루노씨의 입술은 블랙홀이야?
…라니 그런 바보 같은 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버텨라! 내 이성….
머릿속에서 천사의 모습을 한 토츠카와 악마의 모습을 한 하루노씨가 싸우고 있다. 어라? 보통 이럴 때는 악마도 천사도 전부 자신이잖아?
잠시 하루노씨의 얼굴 위를 오가고 있는 동안, 머리 속에서 천사가 서서히 이기기 시작했다. 좋아. 앞으로 조금
“……응-----------!?”
느닷없이 수수께기의 손이 나타나, 하루노씨의 팔에 뒤통수를 잡혀선 안긴 채로 끌어당겨졌다.
그 결과,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루노씨의 얼굴이 눈 앞에 있고,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머릿속의 악마가 갑자기 미사을을 쏴댄다. 큭, 내 천사, 무사한거야!?
반응이 없다. 그냥 시체인 것 같다.
“아핫! 좋은 아침, 히키가야!”
“좋은 아침 아니거든요! 갑자기 뭐 하는 겁니까!?”
그 상태로 천천히, 5분은 키스를 한 후, 만면의 미소로 하루노씨가 말을 걸어온다.
하아, 하아, 주, 죽는 줄 알았어.
“그게-, 히키가야가 좀처럼 굿모닝키스 안 해주니까-.”
살짝 올려다보며 나를 보는 하루노씨. 아니, 이렇게까지 나오면 약삭빠르다기보단 상쾌한데. 어느 정도냐고하면 잇시키는 아직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내일부턴 히키가야가 먼저 키스해야 해!”
“……이제, 두 번 다시 방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 괜찮습니다.”
“정마알-, 히키가야! 여자애랑 키스하고 그런 반응은 아니지 않아? 나, 그렇게 매력이 없는 걸까나….”
쓸쓸한 듯이 고개를 숙이는 하루노씨. 이 이상 뭘 한다고 해도 안 속는다구요?
그보다, 하루노씨는 매력이 넘쳐흘러서 곤란하다니까….”
“우엣!!?”
개구리라도 본 듯이 소리를 지르는 하루노씨. 어? 내 얼굴, 그렇게나 기분 나쁜거야?
“흐-응…. 그렇구나.”
“……뭐가 말이에요?”
“모르는 거야? 목소리로 나왔는데? 좀 전에.”
좀 전이라고 하면….
“매력이…. 라고 한 거.”
끄으으으으으윽
에헤헷-하고 웃는 하루노씨. 차라리 죽여 줘….
“참, 히키가야. 오늘은 비오니까 학교까지 데려다 줄게.”
“아뇨, 버스로 갈 거니까 괜찮아요. 미안하기도 하고요.”
“버스? 아직 그럴 시간 있어?”
시간이라니, 아까 확인 했을 땐 아직 여유가……어엇!? 진짜냐고. 이미 버스 가버렸잖아.
“자! 데려다 줄게. 어서어서, 매력 넘치는 누나와 드라이브라구? 횡재잖아?”
“……부탁드릴게요.”
그러니까 그 미소는 반칙이라니까.
“그럼 학교 끝나면 다시 데리러 올게~.”
부웅-하는 소리를 내며 떠나가는 하루노씨. 주위사람들이 엄청나게 여길 보고 있다. 그도 그럴게, 스포츠카로 등교라니, 나도 본적 없구나.
“얏하로-!”
“어어.”
그 인사, 시간에 관계없는 거구나. 아침에도 점심에도 변함없는 인사를 하는 유이가하마를 보면 어제오늘의 일 따윈 잊어버릴 것 같다.
이 녀석의 바보 같음에 구원받는 일이 올 줄이야.
“힛키. 차로 등교하다니, 별일이네?”
“아-, 뭐, 그게 좀.”
“흐-응? 아, 유미코다! 그럼 나중에 봐 힛키! 유미코-! 여-기!”
달려가는 유이가하마. 왠지모르게 푸딩이 먹고 싶어지는데, 그게 뭐냐, 눈 앞에서 두 개가 흔들거리고 있으면 먹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럼,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끝까지 정신을 놓지 말도록. 이상.”
수학시간에 푹 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일도 없이 평화롭게 하루가 지나갔다. 이대로 평화로운 시간이 계속된다면 좋을 텐데….
이렇게까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니, 내 인생에서 처음일지도 모른다. 결국 내 근로 의욕이 각성 한
건가…!
아니, 집이 직장이니까 지금까지와 별 차이 없는 건가. 뭐, 부활동갈까.
“여어”
드르륵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유키노시타는 이미 와 있었다. 유키노시타는 살짝 여기를 보고는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기요? 사람을 자연스럽게 무시하는 거 그만 두지 않을래? 매도라도 해주지 않으면 외롭잖아?
뭐, 이 녀석도 책에 빠져있었던 거겠지. 나도 평소의 내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도록 하자.
“얏하로-!”
“어서 와. 유이가하마.”
“어? 뭔가 이상하지 않냐? 뭔가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거 아냐?”
“어머 히키가야. 왔었니? 틀림없이 음식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폭언을 내뱉는 구나. 이 녀석은. 그리고, 조금 전엔 매도라도 해주지 않으면..이라던가 하고 생각했었지만 정정한다. 안 해주는 것 보다 지금까지 그대로의 일상을 느낄 수 있어서 기쁘기까지 하다.
“어째서 너는 조금 기뻐 보이는 거니? 마조히스트? 유이가하마, 110번을 눌러주겠니?”
“아니 마조 아니거든. 나한테 그런 이상한 취미는 없으니까. 너랑 일년 가까이 같이 있으면 이 정도는 평범하게 익숙해지거든. 오히려 오늘은 상냥한 거 아냐?”
“아하하….”
“유이가하마? 뭐가 재미있는 거니?”
“유, 유키농? 눈이 안 웃고 있는데?”
유키노시타가 이런 얼굴을 할 때엔 하루노씨를 닮았다니까. 얼굴뿐만 아니라 가슴도 닮았다면 좋았을 텐데, 불쌍한 녀석….
“히키가야?”
“히익….”
이 녀석 어째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걸 알고 있는 거냐고….
“아, 유키농! 노트북에 메일 온 것 같아!”
나이스 유이가하마! 다행히 화제가 그거군.
“어디보자아-, 있지 유키농, 이거 말야.”
“……이거, 읽지 않아도 되지 않겠니?”
“어디어디…우와….”
화면에 비치고 있던 건….
[PN: 언니에요- 님으로부터의 상담]
유키노, 가하마, 햣하로-!
요즘은 좀 어때? 두 사람 모두 너무 신중하게 있으면, 언니가 옆에서 튀김 가져가 버릴 거다~?*
(* 솔개한테 튀김을 빼앗기다 = 중요하게 여기던걸 남이 가로채다)
아무튼 힘내!
“하다못해 상담을 하라고…”
“정말이지, 언니는 매번….”
“아하하…”
3인 3색의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유키노시타가 문장을 다시 읽고는 뭔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뭐지? 이 문구에서 생각해 볼게 있는 건가?
“히키가야, 최근에, 언니하고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어? 아니, 딱히 아무 일도 없었는데?”
위험해애애애애! 그 문장의 어디에서 그런 명추리를 한 거야? 자칫하면 집사 된 걸 들켜버리는 줄 알았다고!
그거야? 겉 모습은 여고생, 두뇌는 홈즈, 라던가 그런 거야?
“아니, 그렇지만….”
뭔가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다고 이 녀석. 그보다 하루노씨? 자기가 말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왜 까발리려고 하는 거냐고요!?
이대로라면 야쿠자한테 팔려 나갈 거야…!!
“아, 뭐어, 하루노씨이기도 하고,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시간 낭비지 않겠냐?”
“……하아, 그것도 그렇구나. 이제 그만 끝내도록 하자.”
후우, 어떻게든 헤쳐 나온 것 같다.
“아, 비 그쳤구나! 힛키랑 유키농은 버스?”
“그래”
“아- 그게, 난 말이지….”
아무래도 하루노씨한가 데리러 와준다고 했다고는 말할 수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있을 때
빵빵-
“히키가야, 여기야 여기!”
최악의 타이밍에 하루노씨가 데리러 왔다.
어째서냐고! 이거 완전히 노렸다고 밖엔 생각할 수 없는 타이밍이잖아!
정말 이 사람 숨겨두려는 생각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요?
“아-, 그런 거니까. 그럼.”
여기선 도망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하치만은 도망쳤다. 하지만, 주위를 봉쇄당해버렸다.
“히키가야? 이건 어떻게 된 거니?”
“힛키-!?”
“지지지지지구해!”
“우선 네가 먼저 진정하도록 하렴.”
“힛키-, 아침에도 저 차로 왔었지? 그렇다고 하는 건…아침에도 하루노 언니랑?.....설명, 해 줄 거지?”
유키노시타는 이미 몇 번이나 본 얼음 같은 미소로, 유이가하마는 빛이 사라진 눈으로 이쪽을 응시한다.
저기요 두분? 무서운데요?
유키노시타는 하루노씨가 관련되어 있으니 알겠지만, 유이가하씨? 넌 왜 그렇게 화내고 있는 건데….
“아- 이건 말이지….”
“빨리 히키가야! 빨리 안타면 뒤차에 민폐라구!”
“언니, 대체 무슨 짓인데?”
“글쎄에-? 정말로 원하는 거라면, 확실하게 붙잡지 않으면 안 된단다. 유키노?”
“………무슨 말이야?”
“모르겠다면 별로 상관없지만서도-. 자, 히키가야. 어서 타!”
“히키가야. 내일 확실하게 이유를 들을 테니까….”
원망스럽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는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에 이르러선 무슨 표정인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이 순간, 나의 내일 예정은 감기에 걸려서 들어 눕는 거라고 정했다. 너무 무서워서 학교, 올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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