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긴?”
눈을 뜨니 어두운 방이었다. 캄캄해서 주위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뭐지? 머리가 아프다. 좀 전까지의 기억이 없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탈칵, 하는 스위치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리곤, 방안에 불이 켜졌다.
“아, 좋은 아침. 히키가야.”
“당신은, 유키노시타 씨?”
목소리가 들려서, 얼굴을 돌리자 거기에는 알고 있는 얼굴이랄까, 별로 만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얼굴이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나는 학교가 끝난 후 자전거를 타려고 했는데….그 후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응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구나-.”
“……하루노씨가 한 일입니까?”
하루노씨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팔짱을 끼는 건 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시선이 끌리니까. 그보다 진짜 자매야? 몸의 일부분이 차이가 너무 나잖아. 어디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이야기 하자면 길어지는데, 어떡할래?”
“간단하게 부탁 드릴게요. …가능하면 제가 묶여 있는 이유도요.”
이제서야 눈치 챈 거냐고. 나는. 왠지 뭐랄까 야쿠자한테 붙잡힌 것 같은 상황이다. 그거야? 빚 때문에팔아 넘겨져 버린 거야?
설마, 그건 아닌…….
“히키가야는, 빛 대신에 팔려버린 거야!”
게 아닌 거였냐! 뭐야 그거. 요즘 그런 이런 걸 하는 야쿠자가 있는 거야? 그보다 어째서 하루노씨가?
확실히 하루노씨는 무섭지만, 설마 야쿠자인거야?
“저기, 길어져도 괜찮으니까, 처음부터 부탁 드려요.”
“료-카이! 사실은, 히키가야의 아버지가, 거액의 빚이 있어서 말야.”
그 빌어먹을 아버지…. 결국 도박에 손을 댄 건가. 뭐가 도박은 하지 않는다. 냐고. 장난 치고 있어….
“아, 말해 두는데, 도박은 아냐? 뭐라고 할까 속았다고 할까, 함정에 빠졌달까, 그런 느낌.”
미안. 아버지. 의심 해버렸어! 테헷페로! 아니, 진짜 의심해서 미안해요. 아버지. 아무리 아버지라도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그래서, 그 빛을 진 상대가 내 지인? 이라고 할까, ‘야’로 시작하는 세 글자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어서 말야. 히키가야의 아버지가 빚을 전부 히키가야한테 떠넘기곤 코마치하고 어머니를 데리고 도망갔어.”
젠장! 쓰레기보다 더 한 짓을 하잖아! 보통 자신의 몸을 팔고 아이들은 지키잖아? 왜 장남을 재물로 삼는 거냐고.
그리고, 하루노 씨? 그거 완전히 야쿠자죠? 숨길 필요도 없고, 숨기려고 조차도 하지 않는다.
“아마 지금쯤 싱가폴 같은 데 있는 게 아닐까나? 아, 걱정하지 말렴. 모두 무사하다는 건, 내가 보장 할 테니까!”
아버지의 안전은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손으로 죽이고 싶기까지 하니까요.
“그래서, 이대로라면 내장이라던가 전부 가져가 버릴 것 같았던 걸, 우연히 내가 발견하고는 아버지한테 무리하게 말해서 돈을 빌려서, 갚아준 거야. 이야-, 위험했다구. 히키가야.”
“……솔직히 실감나지는 않습니다만, 그럼, 전 왜 묶여있는 건가요?”
“어? 돈 받아내는 것 같잖아, 이런 건! 학교에서 돌아오는 히키가야를 기절시켜서 여기까지 데려온 거야. 놀랬어?”
깜짝 놀라고고 뭐든 전혀 상황 정리가 안 된다. 클라이맥스 직전의 애니메이션을 한 화 놓친 것 같다. 왠지 잘 모르는 신 캐릭터라던가, 설정 같은 게 설명도 없이 나와버린 그런 느낌이다.
에헤헤- 하고 웃는 하루노씨. 이런 상황에서도 그 미소는 빛나 보인다.
“참고로 묻겠습니다만, 빚은 어느 정도 인가요?”
“7천만엔 정도 일려나? 아, 집이라던가 땅이라던가 전부 제외하고 7천만엔이니까!”
원래의 금액을 상상하니 한기가 든다. 어떻게 속아넘어갔기에 그런 빚이 생기는 거야? 7천만엔을 한번에 낼 수 있는 유키노시타가도 무섭다.
그보다는,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나 즐거워 보이지?
“그럼. 지금 히키가야의 목숨은 내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걸, 알지?”
문제는 그거다. 하루노씨가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건, 내가 죽고 사는 건 하루노씨가 쥐고 있다는 것. 맘에 들지 않는다면 본래의 야쿠자에게 채권을 팔아 넘기면 내 목숨은 끝이라는 거다.
어라-? 이상하잖아. 나, 어제까진 평소와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 코마치의 시험도 무사히 끝났고, 모두 모여서 축하하자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완전히 바뀌어서 목숨의 핀치라니.
……랄까, 빚이라니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닌 거지? 어제까지의 아버진 이미 빚 덩어리였냐고요….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목적이 뭔가요?”
이 사람은 목적이 없이 이런 일은 하지 않는다. 대가 없는 선의로 나를 도와주는, 그런 사람은 아닐 것이다.
“역시 히키가야. 그런 의심하는 태도. 누난 좋아해-!”
콕콕 뺨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하루노씨. 어, 얼굴이 가까워….
만족했는지 하루노씨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서 이제부터가 본론이야. 라고 말하여 진지한 얼굴을 했다. 어떤 감당하기 힘든 요구를 하려나…. 꿀꺽.
“그래서 말야, 히키가야. 내 집사 안 할래?”
“네?”
이 사람 갑자기 무슨 말을 한 거야? 만화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아니 그보다, 나기 아가씨라고 하기엔 여러 가지 엄청나게 성장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뎁쇼?
“무슨 농담인가요?”
한껏 냉소를 담아 내가 말하자, 하루노씨는 무웃, 하는 표정을 짓는다.
“진지하고도 진지해! 엄청 진지하다구! 빚을 갚기 위해선 일해야만 하지? 하지만 고등학생이라면 제대로 된 일자리도 없잖아? 그럼 내 집사 말곤 다른 선택지가 없지이!”
아니, 마지막만 좀 이상한데요. 논리가 너무 비약적라서. 너무 비약적이라 대기권 정도라면 뚫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아, 선택지는 내 집사가 되던지, 나와 약혼해서 빚과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한다 던지 하는 게 있는데….”
“기쁜 마음으로 집사를 하겠습니다.”
뭐냐고 그거, 선택지가 있다고도 할만한 게 아니잖아.
“진짜-, 이런 미인 누나한테 구혼되는 건데, 뭐가 불만이야?”
입술을 내밀며 항의하는 하루노씨. 이 사람은, 일부러 그러는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당황해 버리게 된다.
크, 그렇게 귀여운 몸짓을 해도 안 속는다고. 나를 근처에 있는 인기 없는 남자와 똑같이 취급해선 곤란하지. 백전 연마 외톨이인 나는 그 정도엔 굴복하지 않는다.
“치-, 히키가야 심술궂어. ……그럼 이 계약서에 싸인 해.”
줄에서 풀려난 나는 건네 받은 계약서를 바라본다.
1. 졸업할 때까지 고등학교는 지금처럼 다녀도 좋다.
2. 가사는 전부 히키가야가 할 것.
3. 이 일은 유키노한테는 물론이고,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 것.
4. 기본적으로 내 말에는 절대복종.
그리고, 마지막은…….
“이제부터 집에 있을 때엔 나를 아가씨라고 불러!”
뭐야 그거. 그보다 이거, 사실은 4번만 있으면 되는 거 아냐?
그리고 4번은 집사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거든요, 그냥 몸 좋은 노예거든요.
하지만, 나에겐 선택할 권리는 없다. 거절했다간 야쿠자한테 팔려갈 뿐. 오히려 일하게 해준다면 빚을 갚는 것도 언젠간 가능할 거고, 파격적인 대우인 것이다.
“알겠습니다아….”
싸인을 끝내자, 하루노씨는 일어서며,
“그럼, 가자!”
“어딜 가는 건가요?”
그러고 보니 여긴 어디지? 하루노씨의 방인 건가?
“히키가야네 집인걸? 익숙히 알고 있는 곳이, 집안 일 하기도 편하잖아? 그리고 히키가야는 내일도 학교, 가야 하지?”
아-, 이 사람. 집도 땅도 몰수했다고 했었지.
하루노씨의 차로 히키가야가에 돌아왔을 때엔 이미 11시를 넘고 있었다.
아가씨한테 차 운전을 시키고, 거기에 태워주기까지 하다니……이런 집사라니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있는 거야?
나도 졸업하면 면허 따야겠는데-, 라던가 이런걸 생각하고 있자,
“이제 잘까? 아, 나, 아침은 안 먹는 파니까, 커피만 부탁해.”
하루노씨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느낌으로 말을 걸어온다. 이 사람 적응력 높네….
나? 난 어짜피 꿈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내 일상이 갑자기 이런 전개가 될 리가 없잖아?
“그리고, 난 코마치의 방을 쓸 거니까, 아침에는 굿모닝 키스로 깨워줘!”
이제 난 잠든다면 일어나고 싶지 않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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