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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이 마음을 알고 싶어 (6/6)

나에+ 2015. 3. 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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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무척이나 재미있었던 변장을 했던 날. 주위 사람들은 갑자기 차가워지고,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하는 껍질을 벗어버리면, 자신은 이렇게까지 비하되는 거구나라고 하는 당연한 것을 실감했다.
그걸 느끼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는데도, 어딘가 지독하게 허무해졌다. 나는 그 모습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 말고는 구원받을 수 없는 존재였기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에, 변장 때문에 붙이고 있는 이런저런 것들 때문인지, 나는 길에서 넘어져 짐을 전부 놓쳐버리고 말았다. 쏟아져버리고 만 물건을 주워서 다가온 사람은, 한 명뿐.

 

‘이걸로 전부 인가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 때 나는 이상한 냄새 같은 것도 나고 있었고, 다가오는 것조차 주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리크루트 가방에서 반창고를 꺼내서는, 내 무릎에 붙여 주었다.

 

‘집에 돌아가면 상처는 꼭 씻는 게 좋아. 그럼’

 

‘아, 히, 히키’

 

정체를 알려줄까, 하고 했던 그 때, 히키가야는 이미 한 손에 전화를 들고는 달려가고 있었다.
그 때, 마음이……처음으로 활기를 띤 느낌이 들었어.


“유키노시타씨!”

 

“히, 히키가야?”

 

발코니에서 밤하늘을 상대로 땅거미가 지자 큰 소리가 났다. 그러고 어째선지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던 그가, 숨을 헐떡이며 집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서둘러서 코트를 걸치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자 그는 수위에 구속을 당하려고 하고 있었다.

 

“자, 잠깐. 그 애는 내 지인이니까.”

 

수위에 이렇게 말하자, 마지못해 히키가야에게서 떨어진다.


나는 히키가야한테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아뇨, 하고 싶은 말이………있어서요”

 

그는 조금씩 호흡을 정돈하면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저요, 유키노시타씨는 거북해요.”


“………네?”

 

갑자기 눈 앞에서 미움 받고 있다는 선언을 받는다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눈을 희번덕거리고 말았다.

 

“그보다 하나도 안 좋아하거든요”

 

“호호오-………. 말해 두지만, 딱히 나도 히키가야 같은 건 좋아하지도 아무렇지--------”

 

“전 아마도 그런 기분으로부터 계속 도망쳤으니까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갑자기 내 말을 끊어버린다.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절대로 당신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던가 하는 일이 있을 수가 없어요”

 

논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만은 생각이 났다.
그는 거짓말쟁이라는 것이.

 

“그런 말을 하려고 일부러 온 거니?”

 

가능한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을 하자, 그는 고개를 젓는다.

 

“내가 알고 있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하는 사람은, 우리한테 거짓말은 해도, 자신의 마음에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에요.”

 

진지한 얼굴에, 무심코 빨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난 이런 진지한 그의 얼굴을 몰랐다.
여유를 보여도 사실은 내심 두려워하고 있는 표정, 의욕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듯한 표정.
여러 가지 표정을 봐왔다. 하지만, 나를 진지하게 응시하는 이 얼굴은 처음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맞선 같은 건, 거절해 주세요.”


“………뭐야 그거. 히키가야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고 들을 일이 아니잖아?”


냉담하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사랑이란 감정을 키워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오늘 너와 만나서 알게 되었으니까.
가슴이 고조되거나, 몸이 뜨거워지는 듯한, 그 때의 기분은 이젠 없다.

그 때 느꼈던 흥분은 가짜였다고, 나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

 

“물론,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할 게 아니에요…………하지만………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지만, 곧장 나를 다시 눈에 담는다.

 

“당신의 괴로운 듯한 얼굴을 보는 건 싫다고요!”

 

바람이 한바탕 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에 맞춰 마음에도 뭔가 지나가는 게 있었다. 깨달았을 땐 눈동자가 뜨거웠다.

 

“왜?”


“아뇨, 왜, 왜라고 해도”


“안 좋아하는 거잖아? 나. 근데 어째서?”


“아뇨, 그러니까 잘 모르겠다고 말했잖아요.”

 

“그래……. 그럼, 알게 해 줄게.”

 

“네?”

 

달려가서 그를 꼭 껴안는다. 두 개의 고동이 닮은 듯이 겹쳐진다.

 

“봐, 히키가야의 심장소리를 알 수 있어. 이렇게나 빠른걸.”


“………뛰어 왔으니까요.”


“아니지. 나를 좋아하니까 그런 거야.”

 

 

“……아니에요.”

 

“……아닌 게 아냐.”

 

좀 더 세게 꼬옥 껴안는 힘을 주자, 살포시 그의 몸에서 힘이 빠진다.

 

“……………그럼, 그런 걸로 해 둘게요.”


“좋아. 그렇게 선처하도록 해.”

 

“어째서 그쪽이 우위인건가요.”

 

“이런 미인 누나가 사귀어 주는 거니까, 감사하도록 하렴.”


“또 우위인가요….”


그의 말에 생각지도 못하게 터뜨리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심장이 고조되어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그를, 좋아할 수 있게 되었는걸.
다행이야. 고마워. 히키가야.
조금 더 이렇게 있다가 히키가야를 놓자,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손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이런 저런 준비를 해야겠지.”

 

“맞선은 거절하는 거죠?”

 

“아-응. 그것도 그렇지만”

 

히키가야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나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퇴사 축하 준비”

 

“네!? 이런 저런 거 빨라……읍”

 

밤 하늘에 처음으로 생긴 좋아하는 사람의 절규가 울려 퍼진다.
그 입을, 난 부드러운 키스로 막는다.
끝나는 일 없을 가슴의 설레임.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냐. 이게 시작인 거야.
나는 그와 서로서로 계속 행복을 나누어 갈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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