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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연하 따위, 관심없어

나에+ 2015. 3. 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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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068783


[연하 따위, 관심없어]

“그래서, 그때 일은, 어떻게 됐어 하루노?”


“그러니까, 음, 뭐라고 할까”

좀처럼 없는 일이지만, 난 지금 절찬 몰리고 있다. 캠퍼스 근처의 세련된 스위트 카페, 어느 샌가 둘러싼 동성 친구들에게서 날라오는 규탄에 가까운 날카로운 시선. 팬케이크에 추가한 아이스크림도 녹아버려선 물컹해졌다.


“하루노가 맡겨달라고 했으니까, 우리들 시간 비워 뒀는데?”


“이제 와서 할 수 없었다니 너무하다구”

“그, 그렇지…. 아하하”

자진해서 국립 이공계의 길에 몸을 두고자 하는 의식이 높은 여자는, 살짝 남자와는 인연이 멀다. 뭐, 외모는 요즘으로 치면 나쁘다고 할 정도는 절대 아니지만, 어쩐지 이과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성으로부터 경원되는 부분이 있다.


“귀여운 ‘동생’ 남자애를, 소개시켜 준다고 했잖아.”

아니아니, 너무 필사적이지 않아? 너희들. 확실히 이야기의 흐름에서 ‘알고 있는 연하남이라면 있어’라던가 하고 말하긴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소개해준다거나 하고 말했던 기억이 없는데.

“저기, 하루노. 부탁이야. 우리, 매일 매일 실험에 실험으로 여유가 없는걸”


“이대로 간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최종 병기라던가 만들어 버릴 것 같으니까”


“저기, 너네,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런 건 됐으니까 어서 동생, 연하남을 소개시켜 줘.”

“엇-, 진짜?”

큰일이네, 이 애들 눈이 진심인걸. 나도 귀신은 아니니까 ‘동생 포지션’인 남자애 정도는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 정도로 재고(알고 있는 애)가 있는 것도 아닌 걸. 알고 있는 연하 남자애라….


“참. 하루노, 여동생이 소부고등학교에 있다고 했었지?”


“응. 있긴 한데…. 그게 왜?”

“동생의 동급생, 우리에게 소개해 줄 순 없니?”


“에-, 고딩인데?”


“그게 왜? 우리들, 완전 수비 범위 안이거든.”

모두 반짝이는 눈으로 몰아붙여 오지만, 애초에 3,4살 아래의 남자애를 연애대상으로 볼 수 있는 거냐구. 분명 제멋대로에 믿음직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 ‘연하 남자애’라구. 귀엽다거나 하진 않을걸. 지저분한 손수건이 주머니 안에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을 건데.

“어라라, 하루노는 연하남한테 관심 없는 거야?”


“전혀 없어. 건방진데다가 귀찮은걸.”

“좋잖아. 그게 좋은 거라구. 그러니까, 응? 소개해 줘. 부탁드려욥!”

그러니까 너무 필사적이라니까. 너희들. 그렇지만 뭐, 이대로 딱 잘라 말해서 실험실에서 이상한 무기를 개발해버리거나 하면 곤란하기도 하고, 조금 알아나 볼까. 거기에 괜찮은 심심풀이도 될 것 같은 예감.

“응. 마침 괜찮은 남자애가 생각났으니까, 소개시켜줄게.”

“우와, 얏호! 하루노는 역시 의지가 된다니까.”


“아하하, 맡겨 둬. 잘생기고 솔직한 녀석들로 골라 올 테니까.”



Xxx

“그래서, 히키가야. 예쁜 누나한테 관심은 있으려나?”

“아뇨, 없는데요.”

하교 길에 만난 미성년자를 느닷없이 검은색 자동차로 납치해놓고는, 웃는 얼굴로 ‘그래서’는 뭐냐고요. ‘그래서’는? 접속사, 완전히 잘못 쓰고 있거든요. 애초에 미성년자를 억지로 끌고 가다니 범죄거든요? 공직에 오르는 자의 딸로서 괜찮은 건가요. 이 소행 말입니다. 츠즈키씨도 거울 너머로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고.

“그래? 거짓말이지? 네 나이또래라면 연상의 여자한테 관심 만만 아니야?”

“어쩐지 최근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돼버려서요.”

“어? 왜? 누구한테 지독한 일이라도 당했어?”

“뭐, 지독한 짓을 했다는 자각도 없는 여성이긴 하지만요.”

“그런 여자는, 확실하게 말해주면 되잖아.”

“그게, 보복이 무서워서 할 수 없어요.”

“그럼 내가 대신 말 해 줄까?”

“그럼, 다음에 세수하러 갔을 적에 부탁 드려요. 꼭 좀.”

“응? 어째서 세수하러 갔을 때야?”


“글쎄요, 왤까요. 제가 묻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자각은 없는 것 같네. 실제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1mm도 모르겠고, 묘한 선문답을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동생의 진로를 알아보라고 한다던가 협박한다던가 하고는. 신출귀몰하며 방심했을 때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대체 어느 대학에 다니고 있는 거냐고.

“실은, 히키가야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왔어.”


“아마 저로는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매정하네. 정말. 히키가야면 완전 OK인걸?”

그렇게 말하면서 차가 커브에 들어서는 것과 맞춰 몸을 꾹 눌러온다.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싸여 엄청나게 두근두근 거리는 인간에어백 상태. 냄새도 기가 막힌다.

“그래서, 다시 물어보는 건데, 연상 여자는 싫어해?”

좀 비겁하잖아. 이건. 몸을 이용한 유도심문이잖아? 생글생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미소로 눈앞에서 응시하고 있으면 설령 무죄라도 억울한 판결을 감안하고 고백해버린다니까. 돈까스 덮밥을 먹여주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상대에 따라 다르겠죠.”


“후후, 그래야지. 역시 남자와 여자는 성격이 맞아야지.”


“뭐, 거기에 이론은 없습니다.”

“그치. 연상의 아내는 금 신을 신고 찾아라고도 하니까.”

쿡쿡하며 뭔가를 되씹는 듯한, 즐거운 듯한 소악마 같은 표정. 앞으로 위험한 일에 휩쓸릴 것 같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빠져 나갈 수 없는 남자의 본능. 이대로가면 나도 언젠가 이상한 그림을 속아서 사버리고 마는 그런 흐름인가?

“사실은 말야, 연하의 잘 나가는 남자애를 찾고 있는데”


“네에, 대체 무슨 목적으로요?”

“사귀려고 그러는 게 당연하잖아.”

“네에엣!?”

오늘은 대체 뭘 꾸미고 있냐…싶었는데, 또 터무니없이 의미 불명한 일을 벌이는 군. 콧노래를 부르면서 수첩을 넘기며 뭔가 리스트를 확인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 어딘가의 사무적인 냄새가 느껴지는 행동에 신용 할 수 없다.

“남녀교제 같은 거, 하려던 생각이 있었던 건가요?”


“당연하지. 여대생인걸? 한창때라구? 이런걸 바랄 때도 있는 법이잖니?

“뭔가…. 의외였어요.”

“실례되는 말을 해주는 걸. 정말이지.”

만화라면 =3 모양으로 화가 나 계신 여유가 없다고 생각이 드는 여대생을 태운 차량은 조용히 남부 프랑스풍의 찻집으로………라니, 대체 어디를 어떻게 달렸기에 이런 엄청난 찻집에 와 있는 거지?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영국식 가든 비슷하게 꾸며져 있고, 치바에 있어선 안 되는 거잖아?

“여긴 ‘팬케익’이 맛있어”


“자주 오시나봐요?”


“대학 친구들이랑 가끔. 아이스크림을 추가하는 걸 추천해.”



익숙한 느낌으로 카운터를 지나 익숙한 듯한 점원에게 가볍게 손을 들고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코너 자리로 간다. ‘매번 먹는 걸로 2개’라는 걸로 주문이 된다니, 엄청 멋있어서 사는 세계가 다르다. 점원도 다른 손님도 하루노씨의 막힘 없는 행동에 눈을 떼지 못한다. 역시 급이 다르게 예쁘니까 말이지.

“남친이 없는 외로움을 달콤한 걸로 잊는다던지 해서 말이야”


“외롭…습니까?”

“응. 이과 여자 같은 건, 실험에 실험으로 매일이 바쁘고 닳고 지쳐있으니까. 의외였어?”

“대학생은 좀 더 여유롭지 않을까 해서요.”


“음음…. 누굴 보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니?”


그야 물론, 지금 눈 앞에서 팬케이크에 포크를 찌르고 있는 분입니다만, 아니셨던 건가요? 하고, 무언으로 물어보는 것도, 작게 자른 빵 한 조각과 함께 고풍 있게 씹는 동작을 지나 하얀 목을 넘어가며 삼켜져 버렸다.


“애초에, 왜 이과로 진학한 건가요?”

“옷, 연상 이과계열 여자에게 관심이 생긴 거니?”

“조금은요.”

“좋은 경향이야. 너. 하지만, 나에 대해서는 간단히 알려줄 수 없는데?”

“최종 병기라던가 발명하려구요?”

“어디에 쓰는데, 그런 건?”

“아뇨, 하루노씨라면 국도 16호선의 정체에 빠지고 만다면 태연하게 사용할 것 같은데요.”

“실례네.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니?”

힐을 벗은 발끝으로 툭툭, 하며 테이블 아래를 공격한다. 저기, 저기요? 그런 두근두근하는 기술은 여자에 면역이 없는 남자 고등학생한텐 해서는 안 된다니까요. 그보다, 여자는 어디에서 이런 격투기 기술을 배워오는 거야? 코마치한테도 종종 코타츠에서 당하곤 하는데.

“진심으로 맞춰볼래?”

“저 같은 게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모험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는 법이란다. 만약 맞추면 살아있는 상태로 집으로 돌려보내줄게.”

“아라비안 나이트의 악마인가요?”

“후훗, 못 맞추면 잡아 먹을거라구.”

진짜인가요…. 저 부분적으로 유통기한 지나서 썩어있는데요. 요즘 세간에 유행하고 있는 숙성이라는 것과는 다른, 정말로 그냥 썩은 거니까요. 왠지 잘난 듯이 말했지만서도, 맛없다니까요.

“그럼, 어떡할래? 히키가야도 아이스크림 추가하면 은근히 맛있을지도.”

“좀 봐 주세요.”

“어차피 알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항복 하는 게 어때?”

아무튼, 뭐라고 할까, 하루노씨가 공정한 심판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쪽에 단연 불리한데 말이지. 태어난 것도 자란 환경도, 지니고 있는 것도, 모든 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낸다니, 무리인 게 당연하다.

“유키노나 하야토한테서도 알아냈잖니? 네 수완을 보여줬으면 해.”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했었지. 유키노시타는 하루노씨로부터, 하야마는 미우라한테서 의뢰를 받아 문과/이과 선택을 듣긴 했지만, 단지 대답을 끌어냈을 뿐, 그 목적은 수수깨끼인 상태인데. 타인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 따윈 없어. 상황으로 봐선 지금과 완전히 똑같다고 봐도 괜찮다. 아니, 조금은 다를려나.


“하루노씨,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뭐니? 능글맞게 웃으면서…. 설마 정답을 알아낸 거야?”

“아뇨, 그런 거 제가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 그렇지.”

순간 표정이 굳어졌었지만, 내 대답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뭐, 하루노씨가 이과 계열로 진학해서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지 같은 건 끝나봐야지 알 수 있는 거고, 본인도 중간에 목적이 바뀌거나 하는 일도 있겠지. 그렇다곤 해도, 또 다른 하나의 대답은 하루노씨가 알려주고 있다.

“정답의 ‘출구’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입구’라면 어떻게든.”

“의미를…, 모르겠는데?”

“반 쪽짜리 대답으로 용서해 주시려나요?”

“대답에 따라서.”

먹다 만 팬케이크에 포크를 찔러 둔 채로, 쏘아보는 눈동자는 이쪽을 놓치지 않는다. 돌이 되어버릴 정도로 무서워. 하지만 여기서는 사랑과 용기로 헤쳐나가는 거야. 힘내라 나.

“히키가야, 내가 이과로 진학한 이유의 ‘입구’라는 건 무슨 의미인 거니?”

“틀려도 화내지 말아 주세요.”

“됐으니까 말하렴.”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리는 다방의 한 편. 평소와는 다른 하루노씨의 분위기에 가게의 점원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주목한다. 접시에 추가된 아이스크림이 녹아 내리기 시작한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이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를 물어봐 줬으면 해서, 인 거죠?”



Xxx




[하루농 이미지] はるのん(挿絵用) / ぽてきち

“그래서, 저번의 이야기, 어떻게 된 거야 하루노?”


“어, 그러니까, 그게, 뭐라고 해야 할까.”


왠지 요즘은 궁지에 몰리는 일이 많구나아. 앞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인이라도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어려운 답변을 하는 연습을 하기엔 딱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리저리 도망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연하의 귀여운 남자애, 소개시켜 준다고 했잖아.”

“아하하, 나, 그런 말 했었어?”

“말 했어. ‘맡겨둬’라고 말했었어.”

정마알, 이 아이도 저 아이도 너무 필사적이라구. 그렇게 하면 여자의 가치를 낮춰버린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자연의 추세에 맡기는 게 어떠니. 그리고, 그 쓸데없이 우수한 기억력은 남자한테 미움 받을걸.

“소부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생의 동급생에 관한 이야기라구.”

“아, 그 애는 안 돼. 절대로 안 돼. 곧 다른 여자애하고 사귈지도 모르니까.”

“에엣-, 실망이야. 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그 여자애, 혹시 하루노는 아닌 거지?”

라니, 그 쓸데없이 우수한 통찰력은 어떻게 된 거니. 무방비한 곳을 갑자기 찔려버린 탓에 스스로도 얼굴이 붉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슴의 고동도 참기 힘들 정도로 빨라지고, 빨개진 얼굴을 숙이는 것 밖엔 할 수가 없다. 이런 건, 내가 아냐.


“어라, 혹시 진짜 그런 거야?”

“연하남 따위는, 귀찮은데다 건방지다고 하지 않았어?”

“아하하, 그랬었나?”

과격하게 형사처럼 둘러서 쌓여선 따져오고는 있지만, 간신히 찾아낸 한 줄기 빛을 손에서 때다니,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런 언니의 마음을 알게 된다면, 유키노는 싫어할 거고, 하야마한테는 환멸 받겠지.

“고딩녀석이라던가 하고 했었으면서.”

“그건, 조금은 다른데”

“엣, 무슨 말이야?”

얼굴을 들고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진정한 의미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부분은 자매끼리 닮아있는 걸지도 모르겠는걸. 그 밖에도 같은 걸 좋아한다고 알게 되기도 했고, 앞으로 고생할 것 같아.



“히키가야는 말야, 그냥 고등학생이 아냐……, 내 남은 인생을 줄 수 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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