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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생일에 원한다구요!

나에+ 2015. 4. 1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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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180197


“이로하, 슬슬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문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조금씩 눈을 뜬다. 문득 중대한 걱정 거리가 생각나서 배게 밑에서 꼬물대며 스마트폰을 발굴한다. 대충대충 경박한 문자 메시지들을 적당히 읽어 내려가며 찾고 있던 수신인의 이름을 찾아보고 있지만 그런 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라, 이상한걸.”

 

다시 한 번 천천히 위에서 아래까지 스크롤을 해 본다. 전부 낮 익은 이름뿐이다.

 

“어라아, 역시 없네.”

 

혹시하고 수신 전화 목록을 보고 있지만 거기에도 그럴듯한 번호는 없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베개에 얼굴을 묻고 힘이 단번에 빠져서 어째선지 한심한 기분으로 가득하다.

 

“긍가-, 메일 주소 안 알려줬었지.”

 

딱히 하나도 실망 같은 거 안 했다. 요즘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당연히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니었던 것 같네.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후배가 생겼으니까, 프로필 정도는 빈틈없이 알고 있어 줬으면 했는걸. 왠지 조금은, 짜증이 난다.

 

“이로하, 지각한다니까!”

 

“아까 일어나 있어요.”

 

엄마의 최후 통첩. 이라고 하는 건, 머리 감고 옷 갈아입자 마자 나가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거네. 아침 밥, 못 먹는 건가…. 오늘은 1교시부터 체육인데 말이죠. 어떻게 해 줄 건가요. 이것도 저것도 전부 그 선배가 나빠. 혹시 전화가 오지 않을까, 하고 밤을 새면서 기다렸던 내가 바보 같아. 진짜 화나.

 


“히키가야 선배, 오늘의 전 무진장 저기압이니까요.”

 

Xxx

 

“이로하스-, 좋은 아침!”

 

“아, 안녕.”

 

역에서 학교까지, 엄청나게 빠른 걸음으로 겨우 지각을 면할 수 있었다. 위험, 위험해. 학생회장이 지각 같은 걸 했다간 신입생들한테 모범이 못되지, 무엇보다 고문 선생님의 잔소리가 한층 더 시끄러우니까. 숨을 고르고는 손거울을 꺼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있자, 뒤에서 들려오는 들뜬 듯한 목소리.

 

“뭐 해? 교실에 안가?”

 

“좀 일이 있어서”

 

“흐응”

 

2학년이 되고 같은 반이 된 여자애. 그러니까, 이름이 뭐였더라아. 저쪽은 나를 알고 있는데, 뭔가 미안한 느낌. 이럴 줄 알았다면 자기 소개 시간에 안 자고 있었다면 좋았을지도. 난 사이 좋은 동성 친구 없으니까.


“승강구에서 어슬렁대며 사람을 기다리는 듯한 얼굴이었는데.”

 

“어, 그런 얼굴이었어?”

 

“응, 살짝 히죽대기도 했고.”

 

“거짓말!?”

 

그럴 리가 없다. 절대로 없어. 이 내가 선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웃음을 띠고 있었다니, 있을 수 없어. 애당초 수면 부족 때문에 불평을 하려고 했었고, 하는 김에 학생회의 일을 부탁하려고 기다렸으니까. 학생회의 일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서도.

 

“여긴, 3학년 신발장이잖아.

 

“그런데.”

 

“혹시, 하야마 선배 기다리고 있는 걸려나?”

 

“응, 아냐.”

 

“그래, 난 틀림없이 하야마 선배를 기다리는 거라고 생각했어.  쳇”

 

“아하하, 아쉽게 됐네.”

 

보란 듯이 풀 죽고는 어깨를 떨어뜨리고는 입을 뾰족하게 내민다. 애초에 하야마 선배는 이런 수입이 시작할 시간이 다가오는 때에 등교하거나 하진 않으니까. 선배와 만나고 싶다면 좀 더 이른 시간에 안 오면 안 된다구. 예비 조사가 안 되어 있잖아.

 

“좀, 학생회 일을 부탁하고 싶은 선배가 있어서.”

 

“헤에, 어떤 선배야, 멋있어?”

 

“으-응, 뭐 그저 그려러나.”

 

“오오, 그건 기대 할 만 할지도.”

 

뭐야 이 애. 새게 나오는데. 호기심 아우라 전개한 채로 다가오지만, 이제 적당히 어딘가 가줬으면 할지도. 왠지 히키가야 선배에게 다른 여자애를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아. 선배를 괴롭히는 건 나만의 즐거움이니까 방해는 하지 말아줘.

 


“웃스”

 

“엣…..아.”

 

탁탁, 하는 소리와 함께 실내화로 갈아 신으면서 졸린듯한 히키가야 선배 등장. 저기, 저기 말이죠. 저와 눈도 안마주치고 무시하다니 용서 안 할거라구요. 나도 잠오는 걸 버티면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늦었잖아요. 선배.”

 

“늦다니, 학생회는 언제부터 지각을 단속하게 된 거냐.”

 

“자원 봉사에요. 자.원.봉.사.”

 

“그럼 지금은 비번인 거군.”

 

“일반적인 선의의 범주에서 지시해드리고 있는 건데요.”

 

“안 늦었으니까. 그런 건.”

 

“정말, 선배의 출석일수를 걱정해주고 있는데도.”

 

“쓸데없는 참견이거든. 이제 안 가면 너희들도 지각할걸.”

 

“아, 진짜다. 위험해 이로하스!”

 

잡힌 팔의 시계가 앞으로 홈룸까지 조금의 여유도 없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나 빠듯한 시간에 오는 걸까. 난 어젯밤 드라마 이야기라던가, 별 거 아닌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조금만 더 날 헤아려줘도 괜찮잖아요.

 

“또 학생회의 일을 도와주셨으면 해요.”

 

“일단 가라. 나중에 들어 줄 테니까.”

 

“꼭 이에요. 선배.”

 

“이로하스, 이제 홈룸 시작해버릴거라구우.”

 

억지로 손을 잡혀서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앞에 가고 있는 동급생이 몇 번이나 슬쩍 뒤를 돌아보면서, 계단을 돌아서자 마자 멈춰 서선 조심스레 입을 연다. 조금 얼굴이 빨갛다.

 

“저기 말야, 조금 전의 선배 연락처, 가르쳐 주지 않을래?”

 

 

아무래도 새로운 교실에서도 친구를 사귀는 건 어려울 것 같다.

 

 

Xxx

 


“이로하, 집에 가는 길에 노래방 어때?”

 

“아-, 조금 무리려나.”

 

“진짜 미안. 다른 일이 좀 생겨서.”

 

질리지도 않고 말을 걸어오는 반의 남자애들에게 ‘격식차린’ 웃음으로 거절의 말을 집어 넣는다. 뭐, 자기 소개 시간에 말해버리기도 했고, 기억에 새로워서 그런 거겠지만 솔직히 엄청나게 성가시다. 내가 바라는 건 너희들 손에는 없다니까.

 

“에-, 누구랑 약속 한 거야, 남친?”

 

“그런 거 아냐, 친구야. 친구.”

 

교실에 남아 있던 여자들로부터 약간은 싸늘한 시선. 옛날의 나라면 소외감에 무너져버릴 것 같았지만, 요즘은 신경도 쓰지 않게 되었다. 신기해. 어째설까.

 

“뭐야, 가끔은 놀러 가자고.”

 

“미안, 학생회 일로 바빠서.”

 

급하게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아직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남자애들에게 방긋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보기에도 경박해 보인다. 여자를 보면 가슴 근처를 쳐다보며 품평하거나 하곤, 그렇게나 가슴이 궁금하다면 마더 목장의 소하고 노래방에 가면 좋을 텐데. 그쪽도 거절할 테지만.

 


“이로하, 어디 가는 거야, 학생회는?”

 

뒤돌아보면 소심해 보이는 안경에 양 갈래로 땋은 머리, 앗챠, 학생회의 서기에게 잡혀버렸다.

 

“컨디션이 나쁜 것 같아서, 쉬려고.”

 

“엄청나게 건강해 보이는데, 어딘가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이래 보여도 앓고 있다구요. 여러 가지로.”

 

“또 거짓말”

 

반쯤 감은 눈으로 간격을 좁혀온다. 잠깐, 잠깐만. 그 나쁜 놈을 규탄하는 듯한 눈을 하지 말아 주시겠나요. 세상의 발전하는 조직이란, TOP가 적당하다는 게 ‘약속’이잖아? 망나니 장군이라던가, 미토코몬이라던가, 그러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마음 속으로 ‘멍청이 하치베’라고 불러 버릴거야.

 

“어차피 또 봉사부에 가는 거지?”

 

“아, 아냐, 싫다아-.”

 

“그래, 그렇다면 ‘선배’를 만나러 가는구나.”

 

“어, 어째서 여기서 히키가야 선배가 나오는 거야!?”

 

“흐응, 난 ‘선배’라고 밖에 말하지 않았는데.”

 

“엇…….그건…”

 

걸렸다. 아니, 스스로 함정에 빠졌다. 어떻게든 냉정을 되찾고 대답해줄 말을 찾고 있었는데, 점점 얼굴이 빨개지는 걸 알 수 있다. 가슴의 고동에 맞춰 싸하게 귓불이 아프다. 우리 서기 꽤 하잖아. ‘똑똑한 하치베’일지도.

 

“뭐, 그 선배는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으니까, 너그럽게 봐주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안고 있던 서류 봉투를 건네온다.

 

“자, 이거, 내 선물.”

 

“뭐야 이거?”

 

“대의 명분이 있는 게 좋잖아?”

 

“응, 대의명분이라니?”

 

“신녀도의 부 예산 신청, 오늘 중으로 학생회장의 코멘트를 넣어서 날인을 부탁해.”

 

“자, 잠깐, 이런 거 무리야.”

 

“후후, 도와달라고 하면 어때? ‘선배’한테.”

 

입가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듯한 표정. 우으으. 이 애 단순한 서기로 두기엔 아까운 인재. 멋지게 몰래 부회장과 놀러 나갔었던 건 있다. 이번 답례로 그 날 본 건 내 가슴 속에만 묻어두기로 한다. 조금은 기역시옷.

 

 

 

Xxx

 

특별동 계단을 올라가서 약간, 복도를 지나면 항상 있는 그곳. 고요하며 차분한 교실, 하지만 호들갑스러운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니까 이상할 건 없다. 왠지 최근에는 여기에 오는 게 즐겁다. 후-하 하고 심호흡을 하곤 조심스레 문을 두드린다.

 

“들어 오세요.”

 

어라, 평소와는 다른 대답에 약간 열려있는 문에서 안을 들여다 본다.

 

“어라, 선배뿐인가요?”

 

“뭐야 잇시키였나.”

 

읽고 있던 책에서 약간 고개를 들고는, 다시 관심 없는 듯이 책으로 돌아간다, 라니 뭔가요 그건? 애써서 내가 여러 속박을 떨쳐 내가며 만나러 와줬는데도, ‘뭐야’는 심하지 않아요?


“다른 선배님들은 어디 가셨어요?”

 

“신녀도 활동 방침 설명이라던데, 학생회에서”

 

“헤에”

 

“아니, ‘헤에’라니, 넌 안 가도 괜찮은 거냐?”

 

“괜찮아요. 그런 건 부회장한테 맡겨 뒀으니까요.”

 

“안 괜찮거든. 그거.”

 

“아하하, 그렇네요.”

 

그런가. 라고 하는 건 오늘은 히키가야 선배와 단둘이라는 거지. 어째선지 의식했더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달리 아무도 없다고 해서, 갑자기 ‘크화악-‘하고 덮쳐오진 않네요. 리스크 리턴의 계산, 할 수 있는 거군요. 입구에 ‘열쇠’ 잠궈 두는 게 나으려나.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인데?”

 

“저기, 예산 신청 결재를 도와주셨으면 해요.”

 

엣, 그런 거 도와줘도 괜찮은 거냐.”

 

“뭐 거긴, 아웃소싱이라는 걸로.”

 

“컴플라이언스 위반이라고 알고 있냐?”

 

후우, 하며 작게 한숨을 토해내며 서류 봉투 안의 내용을 확인하는 선배. 종이가 펄럭이는 소리가 나며 몇 장인가를 살펴보고 있다. 이럴 때의 조용한 집중력에 조금은 매료된다. 아니, 조금이 아냐.

 

“신청 내용에 소감을 넣어두면 되는 거지.”

 

“고마워요, 선배.”

 

“바보, 너도 돕는 거라고.”

 

“어깨를 주무른다거나, 차를 끓인다거나 하는 가요?”

 

“장난 치고 있는 거라면 안 할 거다만.”

 

“거짓말이에요, 거짓말. 저도 확실하게 할 테니까요.”

 

“정말이지.”

 

의자를 꺼내 히키가야 선배 옆자리를 차치한다. 태양에 따듯해진 블레이저와 셔츠에 남아있는 세제의 향기. 유연제는 어떤 걸 쓰고 있을까? 전에 여동생이 있다고 들었던 적이 있지만, 설마 세탁하는 것도 여동생에게 전부 맡기거나 하는 걸까.

 

“뭘 멍하니 보고 있는데.”

 

“아, 그러니까, 꽤나 솜씨가 좋구나, 해서요.”

 

“이런 건 피해가 없을 만한 말을 적어놓으면 된다고.”

 

“어엇, 위험하지 않아요?”

 

“어차피 아무도 안 읽는다니까.”

 

“제가 읽거든요. 나중에 도장 찍어야 하기도 하고, 또 고문 선생님도요.”

 

멈칫, 손이 멈추고 둘이서 잠깐 마주 본다. 이윽고 천천히 움직이며 다 썼던 서류 몇 장을 뒤집어서 지우개로 지우고 있는데요, 대체 뭘 썼던 건가요!? 진짜, 부탁한다니까요!?

 

“운동부의 교통비는 원정 횟수를 같이 써두는 게 좋겠는데.”

 

“그러네요.”

 

“문화부의 비품은 비싼 게 많으니까, 기준을 별도로 예산화하는 게 좋아.”

 

“그렇군요.”

 

“야, 듣고 있어?”

 

“듣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성실하게 써주고 있는 것 같다. 평소에 일하고 싶지 않다던가, 전업 주부 희망이라던가 말하고 있으면서도 비교적 ‘사축’체질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하는 부탁도 불평하면서도 도와주기도 했고.

 

“선배. 이 후에 시간 있어요?”

 

“없는데.”

 

“너무해, 즉답은 심하잖아요.”

 

“어차피 또 귀찮은 걸 부탁하려는 흐름이잖아.”

 

“아, 아니에요. 평소에 신세를 지고 있는 만큼, 답례로 식사라던가…. 그리고, 축하도 겸해서요.”

 

“뭐야 그거, 뭐라도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냐?”

 

“엇, 그건 말이에요, 선배가 무사히 진급할 수 있었던 거라던가.”

 

“뭐냐, 너 시비 거냐?”

 

언짢은 듯한 눈으로 살짝 노려보고는, 다시 서류로 돌아간다. 어딘가 좋은 분위기가 아니다. 거기에 오늘이 무슨 날인지 전혀 모르는 느낌.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좀 더 개인 정보를 유출해 두는 건데, 조금은 실패일지도.

 

“미안하지만, 여동생이 저녁밥을 해버렸거든.”

 

“그런, 가요.”

 

“그리고, 애초에 ‘축하’라고 하는 건 상대를 골라야 하는 거잖아.”

 

“알고 있다구요, 그 정도는.”

 

 

Xxx

 

 


“이로하, 밥 먹자.”

 

“금방 갈게요”

 

부엌에서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는 기다리고 계신다. 오늘은 아침부터 허둥대고 있었지만, 끝나고 보니 뭐 그럭저럭 일려나. 히키가야 선배가 학생회일을 도와줘서 꽤나 살기도 했고, 거기에 단 둘이서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이로하, 밥 다 식는단다.”

 

“좀 있으면 끝나니까요.”

 

예산 신청 서류. 이래저래 착실하게 코멘트를 달아줬으니까, 남은 건 결제 도장을 착실하게 찍으면 될 뿐. 정말이지 도움을 받아버렸다.

 

아, 그러고 보니 선배는 봉사부 신청서엔 뭐라고 쓴 거지? 설마 유이가하마 선배의 과자 대금 할증 같은 건 아니겠죠. 어디보자아, 봉사부, 봉사부는….

 

 

 

[잇시키, 생일 축하해]

 

 


……, 진짜 짜증나///

 

(끝, 이로하스,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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