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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의외로, 잇시키 이로하는 소녀다

나에+ 2015. 6. 1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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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389109


디스티니랜드에서 하야마선배한테 고백하곤 차이고 나서도, 난 포기하지 않고 그의 등을 쫓고 있었던 셈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등이, 새우처럼 굽은 등인 주제에 어깨로 바람을 가르며 걸어가는 의외로 넓은 등으로 변해버리고 만 건.

 

 

선배를……좋아해요.

 


그렇게 말했을 때의 놀란 얼굴은 지금도 있을 수가 없다. 당연히 그 땐 차여버리고 말았지만, 하야마선배때와는 달리, 생각하는 마음이 옅어지는 게 아니라 반대로 선배가 졸업하고 나서 멀리 가버리고 난 후부터는 한층 더 강해져만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야마선배한테 품었던 마음은 연애 감정이라기보다는, 상냥하고 인기 많은 선배에 대한 동경이 강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선, 따라가듯이 선배와 같은 학교에 진학하여, 맹 어택을 계속해온 결과, 간신히 사귀기 시작할 수 있었다. 그게 벌써 3년 전의 이야기. 물론 선배와 헤어지지 않았다구요. 지금도 변함없이 러브러브거든요♡

 

 

“………잇시키, 히죽히죽 웃으면서 뭐 하는데.”

 

“아무것도 아녜요오-, 선배.”

 

“너말야, 21살이나 먹고 그런 말투는 관둬라.”

 

“에이-, 뭐 어떄요오.”

 

내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대답하면, 선배는 턱을 괸 자세로 기가 막힌다는 듯이 한숨을 쉰다. 여친이랑 데이트하는 도중에 그건 좀, 아니 꽤나 이로하입장으론 포인트 낮다구요? 그보다 주말 데이트가 매번 사이제라는건 어떨까 싶은데요….

 

그건 그렇고, 당연하겠지만 나보다 빨리 대학교를 졸업한 선배는, 놀랍게도 꽤나 이름있는 기업에 취직을 했다. 거기에 사장한테도 맘에 들었다는 것 같아서, 대학생때부터 자주 연수 같은 거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람한테 사랑 받는 일 같은 건 거진 없었으니까 계속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며, 드물게도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었다.

 


“……괜찮아?”

 

“네, 괜찮아요.”

 

내게 동의를 구하고서 담배에 불을 붙인 선배를, 이번에는 내가 턱을 괴면서 바라본다. 그 시선이 신경쓰였는지, 선배는 일단 물었던 담배를 내려놓았다.

 


“……왜?”

 


“아아-뇨, 아무것두요? 아, 역시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응?”

 

“그 담배요, 역시 히라츠카 선생님을 본받은 거에요?”

 

내가 물어보자, 선배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미처 생각지 못했었던 것 같네.

 

“………의식한 적은 없었지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종류도 같은 걸 고른 것도 그렇고.”

 

“그거 이미 확정된 거잖아요오. 그치만 왠지 질투 나는걸요. 은사님이라고는 해도, 다른 여자와 같은 담배라니…. 나도 피울까….”

 

무심코 입술을 삐죽이면서 그렇게 입 밖으로 말을 흘리자, 선배한테 꿀밤을 맞았다.

 

“아펏! 뭐하는 거에요!”

 

“브아-보. 그런 거 안 해도 된다고. 그리고 너, 어차피 콜록대면서 기침하기만 할 걸.”

 

이마를 누르면서 항의하자, 선배는 내 머리를 어루만져주며 웃었다.

 

“선배도 막 피기 시작했을 땐 콜록댔으면서”

 

“시끄럽다. 잇시키. 시끄러.”

 


여전히 우리들은, [선배][잇시키]라고 밖에 부르지 않는다. 역시 레이디로서는 먼저 이름으로 부른다는 건 조금 화가 나는 법이기에, 선배가 먼저 불러주기만을 내심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요, 선배애. 이제부터 뭐 할거에요?”

 

“응-……. 그렇네. 네가 보고 싶다고 했던 영화보고, ………쇼핑은 그 뒤겠지. 짐이 늘어나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가요”

 

일어선 선배의 팔짱을 끼자, 선밴 부끄러운 듯 반대 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담뱃불은 벌써 꺼져있었다. 지갑에서 꺼내려고 했던 돈은, 매번 (선배한테) 제지 당하고는 선배가 계산을 끝낸다.

 

“감사합니다-.”

 

그런 점원의 목소리로 배웅 받으면서, 우리는 가게를 뒤로한다. 역시 한여름답게 밖은 햇빛이 쨍쨍하다. 그걸 피하려는 듯이, 선배는 눈을 가늘게 뜨곤 손등으로 가렸다.

 

“에어컨 덕을 보던 가게 안이 그리워지는데….”

 

“그러게요오. 저기, 선배. 감사합니다. 매번 사주셔서요.”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자 선배는 내게서 시선을 돌리며 겸연쩍은 듯 살짝 머리를 긁는다.

 

“뭐, 일단 난 사회인이니까. 학생한테 얻어먹을 순 없잖아.”

 

“뭐에요. 그게.”

 

“……게다가, 넌 내 여자니까.”

 

“선배?”

 

“……아무것도 아냐.”

 

일부러 반문해보면, 선배는 얼굴을 붉히며 빨리 걸어가 버리고 말았다. 거짓말이에요. 선배. 확실하게 들렸으니까요.

 


“아-우웅,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오.”

 


의외로 걷는 게 빠른 선배를 쫓아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나서 둘이서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하고, 어느 샌가 날이 저물어져 있었다. 선배는 최근 직장에서 바쁘기에, 분명 또 다시 1주일간 만나지 못하니까. 그걸 조금 쓸쓸하게 생각하고 있자, 눈 앞에 놓여지는 건 검소한 한 송이의 흰 꽃. 어울리지 않게 크게 포장되어 있는 분홍색 리본이 귀엽다.

 

“엇, 선배, 절 꼬시는 건가요. 죄송해요. 하룻밤만 생각하게 해 주세요.”

 

“저기요, 잇시키(쨩)? 우리, 사귀고 있는 거죠?”

 

이런 말을 주고 받는 것도, 벌써 몇 번째인걸까. 참지 못하고 웃어버리자, 선배도 동시에 웃어대기 시작했다.

 

“고맙습니다. 이걸로 167송이째네요.”

 

“………너, 하나하나 세고 있었던 거냐.”

 

“저요, 고1때부터 쭈욱 일기 쓰고 있는걸요.”

 

그렇게 설명한 나에게, 선배는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는 사귀고 나서부터 매주 일요일에 데이트 할 때엔 빼놓지 않고 꽃 한 송이를 주었다. 종류는 매번 다르지만, 매번 같은 꽃집에서 매번 같은 핑크색 리본을 달아준다. 결코 비싸진 않지만, 지금까지 남자한테서 받았던 어떤 선물보다도 기쁘다. 선배한테서 받은 꽃은, 시들어버리기 전에 말려서 작은 앨범에 제본해두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추억이 선명하게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돌아갈까.”

 

“…………네.”

 

혼자서 살고 있는 선배 아파트와는 반대 방향에 있는 우리 집에, 매주 바래다 준다. 너무 미안해서 나도 취직하면 반드시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오고야 말 거라고 마음 먹고 있다. 그러면 매일 선배하고 만날 수 있기도 하고.

 

얼마 안가 우리 집 지붕이 보이기 시작했다. 헤어지는 게 아쉬운 마음에 꾹, 하고 선배의 옷자락을 잡자, 선배는 좀 더 이야기라도 할까? 하며 고개를 갸웃하며 미소를 지었다. 분명 내게만 보여주는 부드러운 표정. 그리고 나서 잠시 동안, 문 앞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이로하-! 얏하로-!”

 

“………유이, 이제 그만 그 인사는 그만 두렴.”

 

토요일에 케이크 가게에서 손을 크게 흔들면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유이선배를 유키노선배가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질타한다. 두 사람의 복장은, 유이선배는 밝은 하늘색의 캐미솔에 핑크색 핫팬츠로 캐주얼하게, 유키노선배는 긴 흑발에 잘 어울리는 새하얀 원피스로 우아하게, 이다. 변함 없이 둘 다 미인….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아…. 아무튼, 마음에 드는 케이크를 각자 들고는 셋이서 적당한 자리에 앉는다.

 


“진짜 오랜만이에요-. 두분 모두, 하시는 일은 순조로우신가요?”

 

“그래, 덕분에.”

 

“저번에 유키농이랑 같이 출연했었어-.”

 

유키노선배는 대학생 시절에 고양이가 많이 나오는 영화의 여주인공 오디션을 본 걸 계기로 배우의 길로, 유이 선배는 아나운서의 길을 각자 걸어갔다. 뜻밖에도 같은 TV의 방송을 하게 된 그녀들은, 방금 유이선배가 말 한대로 자주 같이 출연하는 경우도 많고, 무척이나 사이가 좋다는 걸로 유명하다.

 

관계는 없지만, 오디션을 받을 때, 유키노선배가 말했던 “잇시키. 그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면 촬영할 때 매일 수많은 고양이를 만지고 싶은 만큼 만질 수 있을 거야(단호).”걸 잊을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앞으로의 인생을 정한 유키노선배에겐 이젠 존경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요.

 

“저도 봤어요. 그 방송. 그러고 보니, 유이선배의 얏하로말이에요, 요즘 유행하고 있죠? 대학교 친구라던가 자주 쓰고 있기도 하구요.”

 

“두려운 사태구나.”

 

유키노선배는 한숨을 내쉬곤, 이마에 손을 대면서 중얼거렸다.

 

“에엣-!? 왜에? 유키농. 귀엽잖아. 얏하로-. 그치? 이로하?”

 

“네, 저도 귀엽다고 생각해요.”

 

“그치! 그렇치이!”

 

실제로 유이선배 같은 사람이 사용하면 귀여운 인사이기에 웃는 얼굴로 동의를 하자, 그녀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정말이지, 그런데, 히키가야는 건강하니? 최근 석 달 정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아-, 최근에 여러 가지로 바쁜 것 같아요. ……일요일은 저랑 만나주고 있구요.”

 

“후후, 그 말투로 보자면, 그는 아직까지도 착실하게 네 애인을 할 수 있는 것 같구나.”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선배는 예쁘게 미소를 지었다.

 

“네에, 선배가 싫다고 해도 놓아줄 생각 없으니까요.”

 

“여전히 러브러브구나아”

 

몽블랑을 찌르면서, 유이선배가 쿡쿡대며 웃는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벌써 6개째라니, 유이선배 엄청나. 그렇게 먹고도 살찌지 않는다는 게 엄청나다. 영양, 전부 그 가슴으로 가고 있는 걸까…. 나도 저만큼 먹는다면……. 아냐, 하지 말자. 전부 뱃살로 바뀌어버리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 봐주세요오 이거. 벌써 이렇게나 모였어요.”

 

난 가방에서 꺼낸 말린 미니 앨범을 자랑스럽게 책상에 펼쳐 보였다.

 

“뭐야뭐야? 우와와-! 엄청 예쁘다아.”

 

“정말 예쁘구나. 이건 어떻게 된 거니? 한 페이지마다 날짜를 적어놓았는데.”

 

“어디 보자아…. 이거, 매주 일요일 날짜지? 3년 전부터 있어…….”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페이지를 넘겨본다. 유키노선배의 말대로, 빠짐없이 받은 날의 날짜도 달아놨다.

 

“선배한테 받은 꽃을 말린 거에요.”

 

“에에엣!? 이거 전부!?”

 

갑자기 얼빠진 듯한 소리를 내는 유이선배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끄덕이는 걸로 대답했다.

 

“매주 일요일에 빠짐없이 주니까요.”

 

“그렇구나. 그래서 전부 일요일 날짜가 적혀있었던 거구나.”

 

“힛키, 의외로 성실하구나….”

 


유이선배는, 감탄한 듯이 응응, 하며 수긍하고, 깨닫지 못한 사이에 가게 안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해선지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야, 저기 배우 유키노시타 유키노와 아나운서 유이가하마 유이 아냐?”

 

“우와, 진짜다. 둘 다 귀엽네.”

 

“무슨 소리야. 유키농은 귀여운 게 아니라 예쁜거잖아.”

 

“유키농을 유키농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 유이(쨩)뿐이다. 바보녀석.”

 

“아니, 너도 불렀잖아.”

 

“야, 같이 있는 아이도 그에 못지 않게 레벨 높지 않냐?”

 

“진짜다. 엄청 귀엽네. 둘과 함께 있다는 건 모델이라던가 그런 거겠지?”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남자그룹이, 이쪽을 보면서 수근수근 대고 있다. 그들은 우리한테 폐를 끼칠 것 같진 않았고, 마음대로 사진을 찍거나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바라보면 어쩔 수 없이 신경 쓰인다.

 

“………슬슬 나갈까.”

 

“그렇네. 붐비기 시작하기도 했구.”

 

그건 유이선배와 유키노선배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서, 곤란한 듯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그 둘을 따라 계산을 했다.

 

“그치만, 다행이었네요. 사진을 찍는 다던지 하는 애들이 아니어서요.”

 

“정말이야. 저런 분별 있는 팬들만 있다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좀처럼 그렇게 되진 않는구나.”

 

“그렇치이…….”

 

둘 다 비상식적인 팬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있었던 건지, 묘하게 실감이 담긴 음색에 수긍이 간다.

 

“그렇다곤 해도, 모델이래요. 우후후-.”

 

“기뻐 보이네. 이로하.”

 

“그게, 여자라면 언제라도 귀엽다는 소릴 듣는 게 기쁘니까요. …………물론 선배한테서 듣는 게 가장 기쁘지만요.”

 

뺨을 붉히면서 중얼거리자, 유키노선배가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잇시키는, 의외로 소녀구나?”

 

“정말-. 유키노선배, 그거 무슨 말이에요오?”

 

“후후, 농담이야. 그런데 유이. 너 새 수영복 사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었니?”

 

갑자기 화제가 돌려져서, 멍하니 있었던 유이선배는 깜짝 놀란 듯이 고개를 들었다.

 

“응! 유키농이랑 이로하도 같이 고르러 가자!”

 

“좋아요.”

 

“난 괜찮아…….”

 

부끄러운 듯이 뺨을 붉히며 거부하는 유키노선배를 둘이서 무리하게 이끌어, 우리들은 백화점의 수영복 매장에 와 있다. 거기서 알고 있는 얼굴을 발견하고 무심코 쓴웃음을 짓는다. 선배와, 여동생인 코마치였다.

 

“오빠! 이런 거 코마치 입장으로 엄청나게 포인트 높은데 말이죠!”

 

“노출이 너무 심해. 각하.”

 

“그럼 이건?”

 

“무늬가 음란해. 각하.”

 

“진짜! 오빠랑 같이 있으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정할 수 없거드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수영복을 고르는 데 친구가 아니라 선배를 데려오는 게 코마치도 여전히 브라콘인 것 같다.

 

“안녕하세요. 선배애. 코마치. 안녕.”

 

“아! 이로하 언니! 안녕하세요-.”

 

“야 코마치, 너 적당히 그 이로하 언니라는 거 좀 하지마.”

 

“어? 뭐 어때. 그게 내일…우흐읍.”

 

뭔가 말하려고 했던 코마치의 입을, 선배가 당황한 듯이 막는다.

 

“변함 없이 사이가 좋네요오.”

 

“………뭐 그렇지.”

 

조금 수줍은 것처럼 시선을 외면하는 선배를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자, 가게 안을 대충 둘러보고 온 듯이 유이선배와 유키노선배가 돌아왔다. 그리고 선배와 코마치를 보자마자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그리곤 곧장 미소를 지으며, 둘 다 빠른 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와 같이 있었냐.”

 

“힛키! 코마치! 오랜만-!”

 

“너 말이다, 이제 그만 그 호칭 그만두지 않겠냐?”

 

“정말, 오랜만이구나. 변함 없는 거 같아서 다행이야.”

 

“어어……너희들도.”

 

그렇게, 잠시 동안 담소를 나눈다. 역시 같은 학년, 같은 부활동이었던 선배들만이 알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아서, 이런 때 난 언제나 따돌려지게 된다.

 

“이로하 언니, 내일 오빠와의 데이트, 기대하고 있어주세요.”

 

살짝 귀띔해온 코마치에게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일요일, 평소처럼 사이제에 와 있지만서도, 오늘 선배는 어딘가 안절부절하며 진정되지 않는 것 같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여기선 직구로 물어보기로 한다.

 

“서언배애, 무슨 일 있어요? 왠지 아침부터 이상한데요.”

 

“그, 그, 그, 그런 일 없는 데에?”

 

“아뇨, 확실하게 이상하거든요. 뭐에요 그 기묘한 말투는.”

 

무심코 반쯤 감은 눈으로(ㅡㅡ) 선배를 노려보자, 그는 아-, 우- 하며 말끝을 흐렸다. 아무래도 대답해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것보다, 오늘은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그거, 실제로 데이트 플랜 완전 포기 잖아요오. 뭐, 용서해 줄거지만요. 그렇네요….”

 

조금 생각을 해보지만, 막상 가고 싶은 곳이라던가 하는 소리를 들으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데이트 때 언제나 선배한테 맡기기만 했었으니까 더욱이 그렇다. 잠시 고민하고 있자, 문득 어제 산 수영복이 떠올랐다.

 

“아, 바다에 가고 싶어요. 저녁 바다.”

 

“바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수영복 샀었지.”

 

“네, 하지만 이번에는 수영할 기분이 아니니까요, 첫 시연은 다음에 할 거지만요. ……제 수영복차림, 기대했어요?”

 

“응, 기대했지, 기대했어.”

 

“뭐에요 그 국어책읽기는.”

 

그리고 내 혼신이 섹시 포즈도 무시하는 건가요. 네네. 그럼요. 어차피 전 유이선배처럼 가슴 안크다구요오-.

 

“……그럼, 조금 드라이브 할까.”

 

“네.”

 

그 말에 수긍하며, 선배 차의 조수석에 올라탄다.

 

“확실하게 안전 벨트 해. 요즘 엄격하니까.”

 

“네에, 알고 있다구요.”

 

내가 안전 벨트를 맨 걸 곁눈으로 확인하고는, 선배는 차를 몰았다.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핸들을 꺾는 옆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왜 그래?”

 

“아뇨오, 운전하고 있는 선배의 진지한 옆 모습, 좋구나아, 해서요.”

 

“풉……! 저기 잇시키? 내가 사고 냈으면 하는 거야?”

 

“안전 운행으로 부탁드려요~”

 

잠시 동안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두 시간 정도 달린 곳에 있는 휴게소에 들렸다.

 

“전 튀김국수로 할 건데요, 선밴요?”

 

“아, 나도 같은 거면 돼.”

 

“알았어요. 저기요, 튀김국수 2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튀김국수 2개 말씀이시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가게 아주머니에게 주문하고는, 메뉴를 원위치로 돌려놓는다.

 

“선배, 돌아오는 길엔 제가 대신 운전 할까요?”

 

“아니, 괜찮아. 왕복 정도는 여유롭지.”

 

“그래요? 그럼, 힘들면 말해주세요.”

 

“어.”

 

선배는 짧게 대답하고는,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때마침 미소를 띈 아주머니가 쟁반에 튀김국수를 2개 올리곤 걸어오고 있었다. 따듯한 김이 서리곤, 여기에서도 좋은 냄새가 난다.

 

“튀김 국수 2개, 기다리셨습니다.”

 

“감사합니다아-.”

 

“…감사합니다.”

 

테이블에 놓아두는 아주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깍듯이 잘 먹겠습니다- 하고 먹기 시작한다. 카츠오부시가 잘 우러나서, 무척이나 맛있다.

 


“역시 여름에도 따듯한 건 맛있네.”

 

“그렇네요오. 저도 메밀 국수로 할까하고 망설였지만요, 이걸로 해서 다행이었어요. 새우(에비)튀김도 크구요.”

 

“………새우(에비)”

 

“선배? 왜 그래요오?”

 

“미안. 아냐. …………잠깐 고등학교 시절의 싫은 기억이 되살아나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선배의 얼굴은 창백했다. 대체 뭘 떠올린 걸까. 그러고 보니 요 전번에, 하야하치 무서워하면서 신음소리 내며 시달렸던 것 같기도.

 

“후우, 잘 먹었습니다. 그럼 선배, 조금 쉬다가 갈까요?”

 

“그러자.”

 

역시 먹은 직후에 곧장 움직이는 건 힘들다. 우리는 잠시 동안 별 거 아닌 대화를 나눈 뒤, 다시 차를 타고 해안을 목표로 향했다.

 

“아, 선배!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어요오”

 

“야, 옷 당기지마, 진짜 사고 난다니까.”

 

오랜만에 보는 바다에 들뜬 나머지, 난 무심코 꾸욱하고, 선배의 옷을 당긴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혼났다.

 

“죄송해요…….”

 

“알면 됐어. 좋아, 이 근처에 차 세울까.”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정차시켰다. 그리고 거기서 걸어서, 바다로 내려간다.

 

“와아…….”

 

“석양이 붉은 건, 그저 빛의 파장이 길다는 것뿐인데, 예쁘구나.”

 

석양의 붉은 빛을 반사하여, 해수면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리듬과, 바닷바람이 왠지 기분좋다. 신발을 벗고, 물가를 뽀득 뽀득소리를 내며 걷는다.

 

“물, 차가워-!”

 

“그렇게 들뜨다간 젖을 걸.”

 

“괜찮다구요~”

 

선배한테 메롱하고 혀를 내밀고는,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자 밸런스를 잃는다. 하마터면 쓰러졌을 몸을, 간발의 차이로 선배가 받쳐주었다.

 

“봐라, 내가 뭐랬냐.”

 

“……고맙습니다.”

 

“……아냐.”

 

그리고 잠시 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

주변에는 파도 소리 박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

 

“있지, 이로하.”

 

“무슨 일이세요 선배…………엣, 어?”

 

이름을 불려서, 평소처럼 대답하려고 했지만 딱딱하게 굳는다. 이로하? 놀라서 굳어있자 선배는 내게 매주 주는 행사인 한 송이의 꽃을 내밀었다. 핑크색 리본이 감겨져 있는, 진홍색의 장미였다.

 

“이걸로 168개짼가.”

 

“제 이름이랑(168-이로하)같, 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장미인 거에요?”

 

그 장미를 받아들고는, 짓궂게 웃어 보인다.

 

 

“그것뿐만이 아냐. ……이번엔 좀 더 특별 사양이다.”

 

그 말을 듣고, 찬찬히 장미를 봐본다. 그러자, 평소와 같다고 생각했던 핑크색 리본에 은색의 반지가 달려있는 것이 보였다.

 

“선배, 이건…….”

 

 

“………음…그게, 잇시키 이로하씨. 저와 결혼 해 주세요.”

 

쑥스러운 듯 시선을 돌리며 말한 그 말에,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된다. 하지만 다음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잠깐, 왜 우는데? ………혹시, 싫은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요오……! 저요, 저………기뻐서어….”

 


그리고 나서 잠시 동안 성대하게 울어대던 나를, 선배가 곤란하다는 듯한 미소로 달래주었다. 앞으로도 쭈욱, 함께 있어요. 선배. 아니, 이제부턴 하치만? 아니면, 당, 신? ………자기가 말하고도 부끄러워 지기도 했고, 그런 건 또다시 천천히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 그와 보내는 시간은, 앞으로도 많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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