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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부터인지 잇시키 이로하는 작은 원룸에 자주 다니고 있다

나에+ 2015. 6. 27.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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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122607


 

[언제 부터인지 잇시키 이로하는 작은 원룸에 자주 다니고 있다]

 

“선배, 선배애-.”

 

“으, 으음……….”

 

 눈꺼풀을 찔러오는 아침 햇빛에 무심코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나의 어깨를 흔들어 대고 있는 상대가 있었다.

 

“아침이에요, 선배. 어서 일어나세요.”

 

“어어…….”

 

 부모님이 없는 원룸.

 

 평소라면 한숨 더 자야겠다면서 늑장을 부리겠지만, 후각을 자극하는 된장국 냄새에 몸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일어나버리고 만다. 어젠 결국 ‘회식’에서 돌아와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기에, 무척 배가 고프다.

 

 스웨터 소매로 잠에 취한 눈을 한번 문지르곤, 하품을 억지로 삼키면서 난 그녀에게 인사를 한다.

 

“…………좋은 아침, 잇시키.”

 

“네! 좋은 아침이에요. 선배!”

 

 앞치마 차림의 후배는, 아침 햇빛에도 지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미소를 보여주었다.

 

 

 


 잇시키 이로하가 내 방에 거진 묵게 된 건, 바로 지난달의 일이다.

 

 무슨 우연인지 치바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나와 같은 대학에 진학한 그녀는, 골든 위크를 약간 지났을 무렵에,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내 방으로 찾아왔다.

 

 날짜가 막 바뀐, 자정(한밤중)의 방문에 눈을 동그랗게 만든 내게 잇시키는 부끄럽다는 것도 신경 쓰이지 않는 듯이 내게 안겨왔다.

 

 아무래도, 가입해 있었던 서클의 회식자리에서 위험한 일을 당할 뻔 했다는 것 같다.

 

 차근히 살펴보면 버튼이 몇 개 끊어져있는 게 보여서, 설마 그 잇시키가….하는 경악과 동아리에의 혐오, 그리고 어떻게 내 방을 알고 있는 건가 하는 공포가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날 휩쓸었지만, 그것보단 나이 어린 여자애에 대한 배려가 이겼다. 이건 코마치의 영재교육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런 한밤중에 돌려보낼 수도 없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녀를 집에 들여, 다소간 돌봐주었다.

 

 돌봐주었다….고 한들 목욕탕과 와이셔츠와 손님용 이불을 빌려주고, 따듯한 커피를 타주었을 뿐이었지만, 그런 것이라도 잇시키에겐 고마운 것이었던 거 같아서, 드물게도 감사의 말을 듣게 되었다. 꽤나 쌀쌀맞은 감사였지만, 잇시키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반대로 그게 진심인 것 같다. 딱히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지나칠 정도로 감사의 말을 하여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어 더 도와주게 만들려고 할 것이라는 게, 하치만 회의에서의 결론이다.

 

 그 감사를 솔직하게 받아들여서, 이 일은 일단락 지어졌을 터건만.

 

[안녕하세요. 선배!]

 

[…………잇시키?]

 

[네에!]

 

[………………오늘 같은 일욜일에, 뭐 하러 온 건데.]


[조금 도와드릴까 해서요!]

 

[뭐?]

 

 아무래도 잇시키로서는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선배 방, 더럽거든요! 이래선 여자애를 데려 올 수 없다구요!]

 

[아니, 안 데려 올 건데….]

 

[유키노선배나 유이선배가 놀러 왔을 때라던가, 어떻게 하려구요?]

 

[안 재워. 여기엔……….]

 

[아무튼요, 빨래라던가, 청소라던가 할테니까요! 좀 들여보내주세요!]

 

[어……………?]

 

 기세만으로 잠에 취해있는 날 밀치곤, 내 원룸에 다시 침입을 했다.

 

[후우, 다했다.]

 

[오, 고생했어. 밥 차릴 테니까, 먹고 가라.]

 

[진짜요!? 감사히 먹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한테 떠맡기기, 좋게 말하면 사령탑으로서의 직무가 많은 그녀답게, 그 가사 스킬은 결코 높은 건 아니었지만, 열심히 해 주었다.


 감사에는 감사로써 식사를 대접하여,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좀 들어보세요-. 있을 수 없다구요. 그 말같이 생긴 얼굴-.]

 

[귀여우면 이상한 벌레가 늘어나니까 고생이네.]

 

[그렇다니까요-, 진짜아-!]

 

 1학년으로는 분발하고 있는듯한 그녀의 푸념을 들어주고 있자, 문득 보니 밤도 깊어져 가고 있었다.

 

[…………………그게요, 자고 가도 되나요?]

 

[택시비 정도는 주마.]

 

[귀여운 후배를 생판 남인 아저씨의 차에 태울 건가요!?]

 

[너, 택시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냐?]

 

 라는 걸로, 자연스럽게 자고 가는 걸 허락하고야 말았다.
 아니, 뭐 아무렴.


 두 명의 이불을 펼 공간도 있고, 욕실도 완비.

 

[아, 덮치려고 하신다면 사양 않고 경보 울릴 거니까요, 사양하시지 말고 해주세요.]

 

[뭔데 그건 사양하지 말고 체포되라는 거냐? 사랑스런 선배가 체포되어도 괜찮은 거냐고.]


[괜찮아요, 꼬박꼬박 만나러 갈 테니까요!]

 

[하나도 안 괜찮거든. 그런 거라면 걱정 안 해.]

 

 뭐, 아무리 후배가 귀엽다고 한들, 그날 밤의 공포로 물들어있던 표정을 떠올린다면 덮치고 싶은 마음도 없앨 수 있다.

 

 내가 20살 대학생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무튼 아슬아슬하게 괜찮겠지,라는 허술하기 그지없는 전망으로 잇시키의 숙박이 허용되었다.

 

 결국, 동생 같은 녀석한테 부탁을 받으면 들어주고 마는 소질이 고교시절에 완성되어 있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리 저런 연유로,

 

[고생하셨어요 선배!]


[왜 또 왔냐.]


[우와, 또 프린트 더미로 언망진창이 돼있어.]


[말 좀 들어.]

 

 매주 토요일, 잇시키 이로하가 내 원룸에 묵으로 오는 게 되어버렸다.

 

 

 


“맛은 어때요?”


“맛있어.”


“역시 잇시키 (대단해) 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럼그럼”

 

“……선배, 진짜로 아침에 약하시네요.”

 

“미안”

 

“아뇨,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요………, 앗, 잠에 취해있는 선배도 썩 멋진데요?”

 

“갖다 붙이듯이 억지로 아첨 안 해도 되니까.”

 

“에-, 그치만 저요, 할당량 채워야만 하니까요.”

 

“할당량 같은 게 있냐…………소악마 계열도 힘들겠네.”

 

“노력한 만큼 이익은 오르니까요.”

 

“아, 그러냐……….”

 

 후룩, 하고 된장국을 마시면서 식탁 맞은편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잇시키를 바라본다.

 

 작은 물방울 무늬의 튜닉에 검은 색 반바지와 여름을 앞두고 조금씩 얇아지기 시작한 복장, 노출은 많지 않고 건전해서 호감이 느껴진다.

 

 화장은 옅지만, 그와 반대로 자연스러운 귀여움이 묻어난다.

 

 덧붙여서 자세는 양손으로 턱을 괴고 있다. 무진장 약삭빨라서 괴롭다.

 

“그렇게 넋 놓고 보셔도 안 벗을 건데요?”

 

“계속 보고 있으면 벗는다니, 인터넷 광고냐.”

 

“우와,선배 그런 야한 사이트 보고 있어요? 우와아.”

 

“우와아, 라고 하지마. 야, 나도 20살 남자거든?”

 

“그건 그렇지만요………선배는 뭐랄까, 좀 더 이렇게, 소년 만화로 흥분하셨으면 했었어요.”

 

“중학생이냐…….”

 

아니, 소년 만화에도 야한건 많이 있는데도? 야부키느님이라던가 다른 성인잡지보다도 훨씬 더 하거든?

 

“뭐어, 선배는 안전하다고 알고 있으니까요. 딱히 보신다고 해도 상관없지만서두요.”

 

“………………….”

 

 노출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그날 이전에 비해서, 훨씬.

 

“………………안 봐. 마다하지 않고 볼 수 있었다면 애초에 동정 아니거든.”

 

“것도 그렇네요.”

 

“좋은 미소로 긍정하는 게 아니라고.”

 

 이 자식아,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자 꺄아, 꺄아하면서 떠들어댔다.

 거기에,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뭐 드시고 싶으세요?”

 

“고기감자조림”

 

“우와, 동정 냄새.”

 

“어머니의 맛을 더럽히지 마라…….”

 

“농담이에요. 저도 마침 조림 요리가 먹고 싶었으니까요, 그걸로 하죠.”

 

 집에 박혀있는 건 건강에 안 좋다구요. 라며 끌려간 곳.

 인근에 있는 슈퍼는 아이를 데려온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아이들이 엄청 많네요. 귀여워-.”

 

 카트를 밀고 있는 내게 바싹 붙으면서 잇시키가 얼굴에 웃음을 띄운다.

 

“그럼요, 아이를 귀엽다고 말하는 이로하(쨩)가 제일 귀여워요-.”

 

“아, 아시겠어요? 역시 선배, 차이를 아는 남자.”

 

“엄청나네, 칭찬을 받았는데도 전혀 기쁘지가 않아……….”

 

“에, 너무 하잖아요오-. 그거언…………에헤헤.”

 

 뭐가 즐거운지 잇시키는 자주 웃게 되었다.

 

 고교 시절에는 그다지 볼 수 없었던, 꾸밈없는, 감정에서 흘러 넘치는 듯한 미소.

 

 그 시절의 그녀가 그 여과장치를 가지고 가장 먼저 제거했을 것.

 

“감자 말이에요, 아직 집에 있던가요?”

 

“응, 글쎄……………일단 사자. 남으면 가지고 가.”

 

“버터 감자해서 먹을 것 같으니까요, 거절해 두겠습니다.”

 

“칼로리 높지 그거…………. 그보다 뭐냐, 그 몸매로 몸무게를 걱정하는 거냐. 진짜로?”

 

“조금만 긴장을 풀면 바로 살이 쪄버려서요, 스타일 좋은 선배님들이 부러워요.”

 

“아-,. 그 녀석들 확실히 스타일 좋았지.”

 

 적어도 단정하지 못한 체형은 아니었다.
 유키노시타는 슬렌더하게, 유이가하마 풍성하게 갖춰진 몸을 하고 있던 던 것 같이 생각된다.

 

“………………………”

 

“너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하는데, 스타일.”

 

“읏……………!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노력에 상응하는 이익은, 얻고 있는 거냐?”

 

“뭐어, 조금씩은요…….”

 

“조금씩 말이지…….”

 

 내 맞장구에 잇시키는 우울한 얼굴로 끄덕였다.

 

“좀처럼 매력적으로는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진짜냐…………허들 높네.”

 

“여튼, 경쟁자가 경쟁자니까요.”

 

“으음…………….”

 

 경쟁상댄가.

 잇시키와 경쟁할 정도라면, 상당한 미인일 것이다.
 한 번 뵙고 싶어질 정도다.

 

 

 

 

“선배는 서클이라던가 안 들어가시는 거에요?”

 

“그 웨이웨이하는 기세에 진심으로 마음먹고 맞춰 어울리는 건 좀………맞추기만 하는 거라면 할 수 없는 건 아니게 되긴 했지만.”


“토베선배와도 맞출 수 있게 되셨으니까요. 3학년 때요. 선배까지 웨이웨이 하기 시작하셨을 땐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했었지만요.”

 

“그건 좀 잊어줘….”

 

 킥킥거리며 미소를 보이는 잇시키 옆에서, 돌아가는 길에 오른다.

 문득 돌아보면, 약간 비탈진 주거지의 사이는 주황색으로 물들어있다.

 

“하지만, 선배가 들어가는 서클이라고 한다면, 허들도 높아지기 마련이네요.”

 

“그래?”

 

“그게요, 고등학교 때하고 비교해버리고 말게 되잖아요.”

 

“………것도 그러려나.”

 

“분명히 그럴 거에요, 무리해서 들어갈 정도라면, 지금처럼 집에 틀어박혀서 후히후히하고 있는 게 훨씬 더 나아요.”

 

“후히후히 안 하거든. ………………뭐, 밖에서 누군가와 밥 먹고 싶을 때는 네가 와주니까 말이지. 어제처럼.”

 

“둘 다 술 마실 수 있게 되면 더 재미있을 테지만요-. 그렇다기 보단, 술 시켜도 안 들킬걸요. 분명히.”

 

“만일의 경우엔 네 몫도 내가 책임을 져야 하니까 말이지. 감독 책임으로서는 아웃.”

 

“우와아, 딱딱해. 그러니까 여친 안 생기는 거라구요.”

 

“냅 둬. 착실히 룰을 지키지 못하는 여자는 내가 사절이라는 거라고.”

 

“그렇게나 결벅증인데도 어째서 방은 지저분하게 되는 걸까요.”

 

“………이상하네.”

 

 슬쩍 외면하면서 대답한다.


“저로써는, 만일의 경우에 집에 가더라도 착실히 집에 계셔주니까요, 지금 이대로가 좋네요. 이로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요.”

 

“너 말이다, 언제 코마치하고 사이가 좋아진 건데….”

 

“선배의 여동생 포지션으로”

 

“친동생이랑 경쟁하지 말라고, 거긴….”

 

쓴웃음을 짓는 내게, 잇시키는 즐거운 듯한 미소로 팔에 매달려온다.

 

“있지 오빠, 귀여운 여동생을 애지중지하게 여겨달라구요-”

 

“지금도 충분히 애지중지거든요.”

 

“좀 더요! 가슴 앓이 할 정도로요!”

 

“그건 그걸로 좀 깨지 않냐?”

 

“그건, 뭐….”

 

“오빠는 고생이군.”

 

 그렇게 말하면서, 그 손을 잡아준다.
 그러자 바로, 꼬옥,하며 답하듯이 내 손을 쥐어왔다.

 

 

 

 

“잘 먹었습니다.”


“변변치 않았어요.”

 

 둘이서, 밥상을 사이에 두고 부딪힌 두 손을 마주 보인다.

 

“요리 잘 할 수 있게 됐네, 잇시키.”

 

“어랏…………………지금까진 잘 못했다는 건가요?”

 

“그게 처음에 너, 의기양양하게 매달린 것 치곤 야채볶음 거진 생걸로 내놨었잖냐.”

 

 미적지근한 양배추였지, 하고 과거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 잇시키는 다소 얼굴을 붉히곤 눈을 내려 깔며,


“그건, 그게……………착각이에요.”

 

“착각이었냐.”

 

“혹은 환각이랍니다.”

 

“이상한 버섯 같은 거 넣었던 건 아닌 거지?”

 

“지, 지금은 안 그러니까요! 오므라이스도 예쁘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래. 정말이지, 여러가지로 노력하고 있으니까. 잇시키는. 대단해.”

 

“아름다움은 만들 수 있지만 (경험의)축척이 필요하니까요. 익숙해요.”

 

“오오, 멋져……….”

 

“뭐, 익숙하다고는 해도, 그렇게 칭찬을 받으면 조금은 기쁘네요.”

 

“장하다 장해.”

 

“동작이 더해지면 훨씬 기쁜데요.”

 

“……………장하다. 장해.”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한다.

 

“칭찬도 받았으니까요, 그런 김에 욕실에서 물도 받아서 하고 올게요.”

 

“그럴 듯하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거든.”

 

“접시는 그대로 두시면 나중에 씻을테니까요.”

 

“아니, 내가 씻을 테니까 천천히 목욕물에 들어갔다 와.”

 

“고맙습니다, 선배.”

 

 수줍은 듯이 욕실과 화장실, 세면대가 있는 별실로 잇시키의 모습이 사라진다.
 나는 팔을 걷고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

 

 저렴한 원룸이니까, 욕실에서 샤워소리와 콧노래가 들린다.

 그것만으로도 뇌리에서 어떤 장면이 떠올라버리고 말지만, 설거지에 집중하는 걸로 의식에서 지워낸다.

 

[선배애~, 선배애~, 선배애~, 하항]

 

 하항 아니거든. 뭔데 그 노래는.

 

 무심코 미소가 지어진다.


 가드가 약하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고등학교 시절로부터, 꽤나 변해버리고 말았다고 해야 하나.

 

[선배해-항, 하하앙~, 헤잇…………헷?]

 

“응?”

 

 잇시키의 정체모를 노래가 그쳤다.

 의심스럽다고 생각한 그 순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

 

“선배! 선배! 도와주세요 선배!”

 

“우와아, 잠깐만 너, 우홧………….”

 

 서둘러서 욕실로 향하려고 했던 나와 정면충돌하고는, 잇시키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어떻게든 받아들였다만, 허나 일신상의 사정으로 그 등에 손을 올리지 못하는 내게, 그녀는 필사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검은 녀석이요!”

 

“엇, 진짜로.”

 

“어떻게든 해 주세요, 선배……….”

 

 글썽 글썽 눈에 눈물이 고여있는 걸 봐서는 어쩔 수 없지.

 

“알았어. 바로 처리하고 올게. 그러니까, 내 부탁을 하나만 들어줬으면 해.”

 

“부탁이요? 괜찮지만요………뭔가요?”

 

“서로에게 좋을 게 없으니까, 이 수십 초간 있었던 일은, 잊기로 하자.”

 

“어라?”

 

“…………자, 이거 둘러둬.”

 

근처에 던져져 있던 긴 타올을 건네주자, 이제서야 잇시키도 자신의 상황을 이해 한 듯이.

 

“------------------------읏!! 보, 보지 말아주세요!!”

 

“안 봐. 안 보니까 그거 감아둬. 감기 걸릴라.”

 

“우우……….”

 

 욕실에서 황급히 뛰쳐나와버렸기에 태어난 모습 그대로였던 잇시키가 타올로 몸을 감고는 원망스런 눈빛으로 이쪽을 노려보는 걸 느끼면서, 나는 허둥지둥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폐를 끼쳐버렸네요오……….”

 

“아니, 나야 말로…….”

 

 둘이서, 밥상을 둘러싸곤 머리를 숙인다.

 

“바퀴벌레 정도로 그렇게나 소란을 피워버렸네요…………약삭빠르네요. 저.”

 

“그걸로 괜찮냐. 너………………아니, 여자애니까 소란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잖아. 다음까진 컴배트 설치해 둘 테니까.”

 

“괜찮습니다. 다음엔 제가 퇴치할테니까요.”

 

“여자력 떨어질걸. 괜찮냐.”

 

“………………역시 관둘래요.”

 

 피식, 하고 웃으면서 잇시키는 정좌를 흐뜨렸다.
 긴 타올 한 장이 아니라, 귀여운 노란색 잠옷차림.

 마르지 않은, 촉촉한 머리카락이 어딘지 모르게 보호심을 자극한다.

 

“소란을 피워서 그런지 지쳐버렸어요. 오늘은 이제 자도 될까요?”

 

“어, 그럴까. 빌린 DVD는 내일이라도 보면 되고.”

 

“아-, 그러고 보니 빌려오셨었죠. 뭐 빌려 오셔셨죠?”

 

“퍼시픽 림”

 

“제가 봐도 재미있을까요, 그거………………?”

 

“남자하고 그런 영화를 볼 때를 위한 예행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돼.”

 

“……………………하아, 그런가요.”

 

 꾸벅,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얼굴은 무표정이라고 조차 느껴질 정도로, 색이 없다.

 

 뭔가가 터져나올 것 같은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이 보인다.

 

“뭐, 오늘은 잽싸게 양치하고 자볼까.”

 

 내가 재촉하자, 잇시키는 순순히 일어서서는 세면대로 향했다.


“허언해해”

 

“뭐엉헤헤”

 

“무으으우……………내일 몇 시에 일어나나요?”

 

“퉵………………아침 시장에 가고 싶으니까, 8시에.”

 

“네-에.”

 

“똑바로 닦으라고.”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나서 3분정도 아무런 말없이 둘이서, 거울 앞에 나란히 서서 칫솔을 움직인다.

 

“이불 OK, 알람 OK, 문단속 OK, 좋아. 잔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아, 잘 자라.”

 

 소등.

 

 이불은 T자 형태로, 잇시키의 배꼽 근처에 내 머리가 있는 그런 모습이다.


 어딘가 멀리서 들려오는 벌레 울음소리에, 그녀의 날숨 소리가 섞인다.

 


“………………선배.”

 

“뭔데.”

 

“아직 깨어있는 거에요?”

 

“어.”

 

“빨리 주무세요.”

 

“엄마냐 네가….”

 

 드문 드문 말을 주고받다가, 이윽고 침묵이 내려 앉는다.
 귀뚜라미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게 된 후로 15분.

 

“…………잠들었을, 려나?”

 

 희미한 목소리.


 고른 박자로 숨을 내쉬고 있는 나의 귀에, 옷이 스치는 소리가 닿는다.

 

“여잇, 차………됐다.”

 

 바로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불 위에서 일어나, 내 머리 옆에 앉아있는 거겠지.

 

“응-…………후후, 선배. 자는 얼굴은 멋있는걸-.”

 

 무례한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자, 뺨에 와 닿는 감각이 있다.

 문질문질 만져지곤, 그래도 자는 척을 계속하고 있자 미소가 이마에 가까워져 온다.


 상당히 거리가 가까운 것 같다.


 눈을 뜰 수 없으니까, 그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배 근처의 이불이 다소 가라 앉아있고, 그 날숨이 코에 닿는 시점에서, 자세는 어느 정도 예상 할 수 있다.

 

“선배………….”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그리곤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

 

“응……………으응……………하아.”

 

 입술에 대고 있기만 하는, 닿고만 있을 뿐인 행동.

 소악마 같은 그녀치고는, 다소 밋밋해 보이는 행동.

 

 허나, 그날 밤에 그녀가 깊이 상처받았던 걸 생각하면 그건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담한 행동으로 보였다.

 

“선배………. 좋아해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목소리로 자아내진 말.

 

“좋아해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입술을 누르고는, 그 무게가 사라졌다.

 

“…………안녕히 주무세요, 선배.”


약간의 시간이 지나, 내쉬는 숨소리는 주기적으로 변해갔다.

 

“……………………….”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어쩔 방도가 없다고, 해답도 나와있다.
 지금은 그저, 그녀가 치유되는 걸 기다리기만 할 뿐.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것으로도, 그걸로, 좋은 건지 아닌지 자문은 멈추지 않는다.

 잇시키 이로하가 내 방에 묵게 된 건 바로 지난달의 일이었다.

 

 ……………입맞춤을 하게 된 건, 그 달의 하순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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