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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 괴담(무서운 이야기)를 하다

나에+ 2015. 8. 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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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 괴담(무서운 이야기)를 하다

출처: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727539



“여름이라고 하면 호러잖아요! 그러니까 무서운 이야기를 해요!”


“뭐어.......?”


여름 방학. 늦더위라고 할 정도가 아니잖아, 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의 찌는 듯 한 더위 속, 학교에 불려간 우리들 봉사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어째선지 그렇죠? 라는 듯이 말하고 있는 표정의 잇시키 학생회장이었다. 2학년이 돼서 꽤나 회장다워졌지만, 동시에 직권 남용이 심해진 것 같다. 이런 거 때문에 히라츠카선생님 통해서 우리를 불러내지 말라고. 그럭저럭 올해 무사히 코마치도 입학할 수 있었던 코마치 말고는 전부 수험생이거든? 유이가하마라던가 수험이 정말적이어서 거의 매일 유키노시타한테 개인 수업을 받고 있거든요?


“.......잇시키. 봉사부는 네 놀이 상대가 아니란다. 그리고 우리 3학년들은 수험 공부가 있잖니?”


잘 했어, 유키농! 상식을 모르는 학생회장을 꺾어 주라고!


“에-, 뭐 어때 유키농! 무서운 이야긴 [여름]이라는 느낌으로 두근두근 하잖아!”


“아, 아니, 그치만.......”


“그리구, 공부도 가끔은 휴식을 취하는 게 효율이 좋은걸! 아니면......, 유키농은 무서운 이야기 싫어해?”


“늣! 그, 그럴 리가 없잖니. 좋아. 무서운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하지만, 무리. 변함없이 유이가하마한테 약한데다 도발에 약하다. 이런 게 봉사부 활동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니 하치만 걱정돼. 뭐, 앞으로 반 년 정도면 졸업이지만.


“무, 무서운 이야기.......”


그리고, 현재 봉사부 유일한 자유의 몸인 마이 러블리 스위트 시스터 코마치는 새파란 얼굴을 하고 있다. 여기선 가장 나이가 어리니까, 어딘가 말하기 힘든 것 같은데. 여기선 오빠가 구조선을 내려주자. 


“코마치, 집에 가도 돼.”


“후에?”


“어머, 시스가야. 뭘 맘대로 정하는 거니?”


밀어붙이는 것에 약한 봉사부 최고 권력자가 뭔가 말하곤 있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그보다, 동생을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당연한 거지?


“코마친 호러 물에 약하거든. 옛날부터. 약한 걸 넘어서 호러에 먹히는 수준이다.”


실제로 지금도 TV에서 호러 특집을 하고 있다면 음속으로 채널을 돌리는 수준이니까. 코마치가 중학교 1학년 때, [약점극복!]이라던가 하면서 호러물 DVD를 빌려왔던 적이 있는데, 그건 특히 심했다.


진지한 눈으로 DVD를-TV가 아닌 DVD를-노려보는 코마치한테 밤샘하지 말라고 가볍게 주의하곤 내 방으로 돌아왔을 때 당시 중학생이었던 하치만. 날짜가 바뀌려는 순간 조금 전까지 공부를 하고, 그럼 자볼까 하고 침대에 누웠지만, 조금 있자 투쿡, 투쿡 하는 숨죽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어서 실눈으로 입구의 형세를 살피고 있자, 이윽고 문이 끼이익하며 작은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리----눈물로 범벅이 된 코마치가 뛰어들어왔었다. 아무래도 DVD 내용이 무서운 나머지 혼자서 잠을 자기 힘들었던 것 같다. 원래라면 중학생이나 돼서 뭘, 이라던가, 자업자득이라던가, 하고 말해서 일축해버릴 테지만 유감스럽게도 대 통곡이었기도 했고, 도저히 혼자서 잘 수 있을 듯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결국 같이 자게 됐다. 2주 정도. 덧붙여서 내 기억이 맞다면 코마치가 노려보고 있었던 DVD는 [화장실의 하나코]였던 느낌이 든다. 어, 그거 코미디 아냐?


임간 학교에서의 담력시험은 출발 담당이었고, 애초에 의상이 개그였으니까 이 녀석들이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아직 해도 지기 전이니까,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는걸.”


“그,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코마치는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그럼 다들 내일 뵈요~..........”


이미 엄청나게 쫄아있는 거 같은데, 저 녀석 집에 가는 거 괜찮으려나? 오빠 좀, 아니 엄청 걱정인데.


그대로 부실을 나가려고 하고 있던 코마치는 문에 손을 댄 채로 “아, 그렇지”하며 돌아보았다. 어색한 미소를 띄우면서, 


“아, 오빠의 무서운 이야기요, 진짜로 위험하니까 조심하셔야 해요?”


“에, 어째서 허들을 올리는 건데?”


아니, 확실히 무서운 이야기로 코마치를 울렸던 적은 있지만, 그건 코마치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잖아. 추억 보정 심하지않아? 아니나 다를까 잇시키가 만면의 미소를 띄고 있다.


“헤에~ 선배의 무서운 이야기, 기대 되네요~”


“그 만면의 미소에 부응할 생각이 안 드는데....”


“뭐, 그럼 허들을 올리지 않도록, 힛키가 먼저 얘기한다는 건 어때?”


처음은 처음이라 허들이 높다는 기분이 들지만.....뭐, 상관없나. 후딱 자기 차례를 끝내버리는 게 편하지.


코마치가 돌아가고 나서 잠시간은 대충 잡담이라도 해가면서 시간을 때웠다. 역시 한밤중까지 학교에 있는 건 무리지만, 하다못해 저녁 무렵에 교실의 불을 끄고 하자는 것이 되었었다. 뭐, 작담 내용은 딱히 관계가 없는 거거나, 토츠가카 무서운 걸 좋아했다던 이야기라던가, 반대로 사키사키가 엄청나게 약해서 귀신의 집에서 뛰어갔던 이야기였기에 생략 한다.


“으음...............그럼, 시작할까요.”


부실의 전등을 끄자 석양의 빛이 어슴푸레 들어오는 게 충분히 어두컴컴하다. 밤도 당연히 호러에 맞는 시간대지만, 의외로 점점 세상이 빛을 잃게 되는 저녁이라고 하는 시간에 하는 무서운 이야기도 분위기가 나와서 좋을지도 모른다.


“그럼, 선배. 잘 부탁드려요.”


“하아, 뭐, 자신은 없지만.”


“아, 그런 건 필요없으니까요.”


“...............”


젠장. 겸손하게 되는 걸로 이야기의 허들을 낮추려는 전략이 잇시키한테는 듣질 않는다. 그만큼이나 쓸데없이 올려버린 허들위에서 이야기라던가, 하는 쪽이 호러다고.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도 어쩔 수 없다. 얌전히 이번 취지에 따르기로 할까.


“후우....이것은 옛날, 어떤 선생님한테서 들은 이야기다만.”


“““......................읏”””


목소리의 톤을 단번에 떨어뜨리자 세 사람이 숨을 삼킨다. 좋아. 분위기는 최상.


“대학교 때 들어가 있던 서클, 흔히 말하는 마시자-던가 하는 녀석인 데다 럭비부와 겸임하고 있었던 사람이 있다고 했던 것 같다. 이건 그 사람한테서 들은 얘기라고 하는데......


그 대학교서 럭비부는 공식적인 동아리였던 것 같지만, 그렇게 강한 게 아니어서, 여성 매니저 같은 건 없는 남자 100%의 동아리였대, 그래서 합숙이나 대회같이 잠을 자야 할 때에도 커다란 방 하나를 잡아서 대충 잔다던가 했다고 해.


그 때에도 대회 때문에 잠을 자야해서, 조금 낡았지만 좋게 말하자면 정취가 있는 여관에 묵었던 거야. 시합에서 체력을 소모한 사람들은 저녁을 먹고 나서 목욕한 후에 적당히 이불을 깔고 제각각 잠을 자기 시작했지. 그 사람, 여기서는 A라고 해두자. A가 그 사람들 사이에서 적당히 자고 있었어. 거친 남자들뿐이라 좀 지저분하기도 하고, 코고는 소리 같은 건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시끄러웠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했기에, A도 쉽사리 잠이 들었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몰라. 하지만. 갑자기 허벅지 근처가 압박되는 감각에 A의 의식이 퍼뜩 떠졌어. 아무래도 누군가가 허벅지를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다. 엉망진창으로 자고 있고, 그 위에 이불을 난잡하게 덥고 있으니까, 목을 움직인 것만으로는 누군지 알 수 없지만, 너무나도 세게 잡아당기고 있으니까 아파서 어쩔 수 없잖아. 두들겨 깨워서 뭐라도 한 소리 해주려고 이불을 들쳤더니 --창백한 얼굴에 검은 머리를 부수수하게 드리운 여자와 눈이 맞았대.”


“히잇”하고 잇시키가 가녀린 목소리를 높인다. 유이가하마는 겁먹은 듯이 떨면서 유키노시타한테 들러붙어 있고, 유키노시타는 유키노시타대로 유이가하마의 옷 끝을 잡고 있다. 이럴 때에 유루유리(가벼운 백합)을 보여주는 건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흥이 식거든.


뭐, 좋아. 이야기를 이어가자.


“남자 밖에 없을 게 분명한 방에 있을 리가 없는 여자. A는 자기도 모르게 ‘우왓’하고 큰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났어. 그 소리에 주위의 몇 몇도 깨서 무슨 일인가 싶어 불을 켰고. A는 당황해서 ‘방금 저기에 여자가!’하면서 자신의 발밑을 가리켰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지. 결국 다들, 여자에 굶주려서 이상한 꿈이라도 꾼 거겠지, 하면서 각자 다시 잠이 들었어. A도 꿈을 꿨던 건가? 하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생생한 머리에 남은 기억 때문에 결국 그 후론 자지 못했대.


다음 날, 전날처럼 경기에서 녹초가 될 때가지 체력을 소진한 사람들이 식사와 목욕을 마치고 일찌감치 자기 시작했어. 특히 A는 수면 부족도 있었으니까 졸려서 어쩔 수 없었지만, 어제 일이 머릿속에서 같은 곳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대. 결국, 입구 가까운 곳에서 자기로 했지. 아직 다들 내일 어떡할까, 하는 이야기로 떠들고 있는 사이에 눈꺼풀이 풀려 감기곤, 한 발 앞서 꿈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어.


그 상태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갑자기 발목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강제로 눈이 뜨였지.”


이제 세 사람은 눈에 보일 정도로 떨고 있다. 그다지 자신은 없었지만, 여기까지 겁을 먹어준다면, 얘기한 보람은 있구나. 아직 끝난건 아니지만. 그보다 잇시키. 아무리 가까웠다고 해도 내 옷을 잡아당기진 말았으면 하는데. 어딘가 작은 동물 같은 게 귀여워서 착각해버리니까.


“굉장한 힘으로 발목을 움켜쥐어져서, 남자 같은 악력이지만, A는 직감했어. 이건 어제의 여자라고. 꿈이 아니었구나. 도망치려고 했지만 공포 때문에 시선초자 움직일 수 없었어. 어제처럼 이불을 들쳐볼 수 도 없어. 어쩌지. 어떡하지하면서 답이 나오지 않는 물음으로 머릿속은 쇼트먹기 직전이었어.


그리곤, 아무런 행동을 하고 있지 않자 발목에 가해지는 힘이 점점 다시 쥐는 듯이 더해졌어. 그리곤...........


츠츠츠츠츠츠츠ㅡ으으으ㅡ으으으윽!


하고,  잡아당겨졌다.”



“히야앗!!”


SE(효과음) 부분에서 잇시키가 엄청나게 매달려왔다. 평온을 가장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게, 부드럽고도 따듯하면서도 좋은 냄새나는걸. 착각해버리니까 그런 거 하지 말라니까!


평소라면 여기서 유키노시타의 잔소리 한마디 정도는 올 테지만, 그 유키노시타 유키노도 그런 여유는 없는 것 같다.


“분명히 자고 있을 다른 동아리 사람들을 밀어두고 있을 수 없을 정도의 힘으로 끌려간다. 명색이 럭비부원을 잡아당길 정도의 힘이다. 여기까지 와서 A는 진정한 의미로 패닉이 되었다고 해. 그와 동시에 이건 좋지 않다고, 필시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황급히 손을 허우적대면서 뭔가를 잡았어.


이걸 놓아버리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A는 필사적으로 잡은 걸 놓지 않으려고 매달렸대. 그 동안에도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질질 끌려가고 있어. 그리곤 발에 뭔가 서늘한 것을 느꼈을 때-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어.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선 수근 대면서 떠들기 시작했어. 방을 분단하는 듯이 A를 끌고 갔던 흔적이 남아있고, A가 매달려 있었던 건 동아리 사람들 중 한 명의 다리였대. 그리고 A의 몸은 허리 근처까지 시원하도록 열어둔 창문에서 던져져 있었고. 덧붙여서 거긴 4층. 만약 그 상태로 끌려갔다면 어찌되었을 지를 생각하자, A는 오싹했다고 해.


A는 사정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공포와 살아있다는 안도감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그렇게 있자, 몇몇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거야. ‘창문에 걸쳐있었던 A의 발밑에 여자를 봤어’라고.


아무래도 이건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방안을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조사를 했대. 그리곤 발견한 거지. 토코노마(오래된 일본 방의 장식 벽 비슷함)에 붙여진 두루마리 뒤에 오래되어 너덜너덜해진 부적이 붙여져 있는 걸.


아무래도 그 방엔 수십 년 전, 연회 중에 여자가 실수로 창문에서 떨어져버렸다는 것 같다고 해. 그 후에, 근처에 있는 절의 스님이 와서 부적을 새로 그렸다고 하더군.”


여기서 겨우 한 숨을 돌린다. 오랜만에 무서운 이야기 같은 걸 했지만 피곤하다. 도중에 혀 꼬이면 엉망이니까.


“내 얘기는 여기까다만.......괜찮냐, 너희들?”


유키유이페어는 서로 전력으로 안고 있어서 유루유리가 치카유리가 되어있고, 잇시키는 나한테 들러붙은 채 얼굴을 묻고 있다. 가늘게 떨지 말아줘! 하치만 이상한 기분이 되어버려.


“아-, 그럼 다음은 누가 얘.........”


“아니, 히카가야의 이야기가 예상보다 길었으니까, 오늘은 이제 돌아가는 게 좋겠구나. 여름 방학에 너무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있어서는 안 되잖니. 다만, 나는 전혀 무섭지 않았지만, 다른 두 사람이 무서워하는 것 같으니까, 다음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정말 난 전혀 무섭지 않았지만 말이야.”


아.............


유키노시타, 그 이상 말하지 않는 게 좋아. 무서워하고 있는 거 다 보이니까. 무엇보다 유이가하마와 껴안고 있는 채로는 설득력은 하나도 없어. 다만, 그걸 지적하면 어떤 제제를 먹을지는 알고 싶은 게 아니니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아-, 그럼 집에 갈까.”


“그그그그그그그그그렇게 해요........”


잇시키가 허둥대면서도 대답한다. 나한테 얼굴을 파묻고 있으니까 이상한 음파 같은 게 몸에 울려서 스멀스멀하는데.

열쇠를 반납하고 넷이서 학교를 나올 무렵에는 석양도 거의 저물어있었다.


“유이가하마, 오늘도 우리 집에서 공부하는 거지?”


유키노시타가 가능한 평정을 가장하면서 유이가하마한테 물어보지만, 그거 분명히 공부 모임 같은 건 부차적인 거겠지. 혼자서 살고 있으니까 혼자 있고 싶지 않아. 하지만 입 밖에 내는 건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프라이드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공부 모임을 구실로 하고 있다는 거다.


“우, 응. 그렇네. 오늘은 같이 자면서 공부 열심히 하자!”


그리고 유이가하마도 그거에 응해주고 있다. 일부러 ‘자고 가면서’라고 밝혀 혼자가 되는 걸 피하려고 하고 있다. 집에서도 잘 때는 혼자다. 그 점에서, 유키노시타와 함께라면 잘 때에도 적어도 같은 방에서 자는 거겠지. 어쩌면 한 침대에서 잘지도 모른다. 뭐야 그거. 무서운 이야기로 유루유리가 발전하는 거야? 괴담 무서워.


그리하여 방향이 다른 유키노시타의 맨션으로 향하는 두 사람과 도중에 헤어졌다. 그렇게 되면, 남은 문제는 아까부터 줄곧 고개를 숙인 채 내 소매를 잡고 있는 잇시키다.


“잇시키, 넌 어디까지면 돼? 역까지면 되냐?”


“.......웃...........아...........”


우와....


부실에서도 쭉 얼굴이 안 보였고, 좀 전가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잇시키는 지금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라고 말하려는 듯이 입을 때고는 다시 닫아버리는 걸 반복해선.......


“선배 집에 가면.............안 되나요?”


“.........뭐?”


가냘픈 목소리로 폭탄을 투하해왔다.


“아뇨, 그게........오늘 엄마가 출장이라 안 계셔서요..........아빠는 단신 부임하고 계시구요....”


“.......왜 그런 때에 무서운 이야기 같은 걸 하려고 생각해버리는 걸까아-.............”


“그, 그치만! 그렇게나 무서워 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 했는걸요! 선배 때문이라구요!”


이번에는 화내기 시작했다. 여자애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날 부른 것도, 코마치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도 넌데? 아니, 나 스스로가 (잇시키가)이렇게나 무서워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오랜 외톨이 경험 부족이 이런 곳에서 드러나 버리고 말 줄이야.....


“절 이렇게나 겁 주셨으니까요, 책임, 져 주시라구요.....”


“..........하아”


지금까지의 일도 있고해서 이 녀석의 ‘책임’에는 아무래도 약하다. 사실 나도 다소나마 죄가 있다는 게 사실 그런 마음이 들지도 않는 게 아니라는 게 또 상황이 안 좋다.


“알았다고.....”


뭐, 코마치 방에 재우면 난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을 거고, 여동생의 친구가 왔다고 해석하면 내 방에 틀어박혀 있으면 만사해결이군. 다행이야! 이걸로 해결이군!


“진짜요!”


그러니까 그런 ‘빠암’하는 SE가 붙을 것 같은 얼굴 하지 말라니까. 젠장. 귀엽잖아.


그 후, 여자애를 울렸다고 코마치한테 오레기라고 낙인찍히거나, 나의 흑역사를 마음대로 떠벌리거나, 목욕에 들어가 있는 동안 방을 뒤적거려지거나, 밤중에 잇시키와 코마치가 침대에 숨어들어오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도 아니기에 생략하기로 한다.


그리고, 여름방학도 끝나고 다시 귀찮은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평소처럼 문과 수업을 받고, 이과 수업은 자고, 체육은 혼자서 벽치기를 하고, 점심시간에는 베스트 플레이스에서 바람을 맞으면서. 3학년이 되었으니까, 여름방학이 끝났으니까. 하는 그런 걸로 내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굳이, 달라진 게 있다고 한다면.............


“선배~”


“우왓!?”


잇시키의 스킨십이 과잉이 된 정도일까. 복도에 있으면 안겨 오고, 부실에 오면 안겨 온다. 학생회의 도우미를 하고 있자 뒤에서 안아오기도 하고, 집에 갈 때엔 팔에 매달려온다. 허그가 일상이라니 서양인이냐. 그보다, 어째서 3학년과 2학년이 되어서도 난 학생회의 도우미를 하고 있는 건가요. 이걸 모르겠네.


유이가하마나 하야마한테서 사귀고 있냐고 질문을 받았지만, 대답은 ‘사귀고 있는 게 아니다’다. 나와 잇시키는 그런 관계가 아냐.


“뒤에서 달려들어서 껴안지 마라. 놀라잖아.”


“뭐 어때요~ 저처럼 귀여운 여자애한테 매번 안기니까 좋은 거잖아요.”


정확하게는, 그래, ‘홀렸다’고 해야만 하는 걸지도 모른다. 괴담은 괴담을 부른다. 난 잇시키 이로하라고 하는 괴담에 홀린 것이다. 여자애라니 알지 못하기도 하고, 실제로 괴담 같은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묘하게 납득할 수 있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군.......”


“에헤헤~”


뭐, 이걸 싫어하냐고 물어본다면, 전혀. 그럴 일은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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