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Game.Life/Translation

언제부터인지 잇시키 이로하는 작은 원룸에 자주 다니고 있다 3

나에+ 2015. 10. 19. 22:05
반응형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784877


 

 

“선배, 선~배앳!”

“냐,음….”

“아침이에욧, 선배앳!”

“코오…….”

“………안 일어나면 쪽하고, 해버릴 거에요?”

“으………, 음……….”

“지, 진짜로 할거니까요?”

“…………………….”

“………응-”

“아음….”

“햐읏!?”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거기엔 마침 잇시키 이로하가 내가 있는 곳에서 저만치 물러나 있는 상태로 있었다.

“아우우….”

“아침부터 뭐하고 있냐 넌…….”

반쯤 뜬 눈으로 묻는 내게, 잇시키는 엉덩이를 문지르면서 횡설수설하면서 대답했다.

“자, 잠이 덜 깬 선배가 갑자기 키스하려고 하셔서요…….”

“어, 어어….”

싫어, 뭐야 이 빠른 태세 전환은….
오히려 하려고 했던 건 그쪽이잖아-!

이 녀석 그거네. 분명히 수학 여행에서 이성의 이불에 잠입해서 들켰을 적에 “억지로 끌려와서요”라던가 하고 말하는 타입이라니까. 그래도 좋으니까 그러고 싶어. 끌려가고 싶어. 두근 두근 메모리얼을 이 몸으로 재현하고 싶어. 두근거리고 싶어. 단, 토츠카한테만.

그러고 보니 요 근래 토츠카하곤 만나지 못했군. 하면서 잠에 취해선지 멀리 저편에서 행복을 전해주고 있을 게 분명한 천사의 모습을 회상하기 시작한 나를 뒷전으로, 잇시키는 훌쩍이며 거짓 울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시집갈 수 없게 될 뻔했어요…….”

“어, 어어…….”

그렇다면 너 이제 시집 못 가겠네, 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할 수 없고.

“그, 뭐냐”

어쩔 수 없네, 하며 머리를 긁적이면서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다면 책임은 질 생ㄱ”아, 죄송해요 아직 벌이도 없는 거 같으니까 무리에요”아, 그래….”

맞장구 좀 쳐 주려고 했더니 이 모양이다.

“…………………괜찮아요, 선배.”

풀 죽어 어깨가 처진 내게, 잇시키는 쿡쿡하고 웃고는.

“착실하게 자기방어는 하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선배라고 해도, 그 정도로 마음을 놓고 있지는 않아요.”

“어, 어어….”

말의 진의는 차치하고, 그녀가 이쪽에 마음을 써주고 있는 건 알았다.

“그러니까요, 말해놓고 그렇지만 그렇게 걱정하지 마세요. 네, 잇시키는 괜찮아요.”

“그거, 네 선배에 대한 거지.”

자랑스럽다는 얼굴 하는 거 아니다. 결혼괄호가짜-함대컬렉션에 나오는 가상의 결혼 시스템이라고 함-해버린다.
어 그래, 하고 난 한숨을 내쉬곤 일어선다.

“………밥, 만들까.”

“네!”

닛코닛코니-, 하며 색채 가득한 미소로 러브이로!하고 계신 이로하스님도 일어서곤, 그에 맞춰 자기 돈으로 산 앞치마가 흔들린다.

“………뭔가 이상한가요?”

“…………아니, 딱히.”

그저, 조금, 방금 일어난 머리에는 너무 자극적이었다고 할까.
“……………어째서 알몸 앞치만건데, 너.”

“괜찮아요 선배. 입고 있어요.”

“수영복이잖아. 하나도 괜찮지 않거든. 이쪽으로 엉덩이 향하지 마.”

“안 귀엽나요, 이 수영복? 어때요?”

“왜 이 타이밍에 그걸 묻는 건데, 귀여워. 엄청나게 귀여워. 귀여우니까 비켜. 세수 정도는 하게 해 줘.”

질린 듯한 얼굴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화장실로 들어가 호흡을 가다듬는다.

“아차아-……, 수영복이라도 안 되나…….”

벽 너머로 들려오는 말 때문에 조금 흐트러지긴 했지만,

“하지만, 에헤헤………. 귀엽다는 말 들었으니까……….”

그런 비호욕구를 불러내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가련한 말 덕분에, 어떻게든 크게 요동치고 있는 고동은 가라앉아 주었다.

“좋아! 오늘 밤은 남자한테 좋은 걸 만들자!”

뭘 다짐하고 있는 거야 이 녀석은…….

오늘 밤은 잊지 말고 외식으로 하자고 다짐하면서, 한숨을 내 쉰다.

이런 느낌으로, 나와 잇시키의 일요일은 막을 연다.

 

 

 


“오늘은 뭐 할거에요?”

“그러게 말이다….”

둘이서 만든 밥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작전 회의를 한다.

“다음 주까지 내야 하는 과제라던가 없냐.”

“전혀요. 전부 다 끝냈어요.”

“진짜? 대단한데.”

“그쵸? 지난주에 선배를 부려 먹었으니까, 금방 끝났어요.”

“그건 끝낸 게 아니라 끝내게 한 거거든.”

우쭐대는 듯한 얼굴이 짜증 났기에 이 녀석, 하면서 머리를 꾸깃꾸깃하게 흩트려 준다..
꺄아-하며 텐션을 올리는 게 또 귀여워서 열 받는다.

“선밴 어때요?”

“나도 없어. 그보다 있다면 애초에 저번 주에 너 도와주는 건 안 했어.”

“또 그런 말 하시긴-. 귀여운 후배한테는 무르다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요-.”

“담부턴 절대로 안 도와줄 거다…….”

“괜찮아요. 그때는 그때대로 동급생한테 도와달라고 할 거니까요.”

“처음부터 그러면 되잖아.”

“아뇨-, 그치만 좀 무서운걸요-. 리포트 같이 하자고 하면서 집에 데려가거나 할 거 같아서요.”

“………………………”

말이 없어진 내게, 잇시키는 어딘가 기쁜듯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이에요. 착실하게 조심하고 있다구요.”

그런 일을 당한 후니까요-, 하면서 웃는 잇시키는 아직 수영복 앞치마다.
어느 입이(그런 말을 하는데), 하고 말하고 싶어지지만, 그녀 나름대로 어필인 걸지도 모른다.

“그럼, 선배도 한가하다는 거네요.”

“뭐, 그렇게 되는군.”

“그럼, 오랜만이니까 어디 나가지 않을래요?”

“어엉……………………?”

“뭐에요, 그 표정.”

“아니, 그치만 너 말야, 모처럼 온종일 한가한데 뭐가 좋아서 밖에 따위를 나가야만 하는데?”

“우와아 집에만 있는 사람……….”

“거실에 이불 깔고 뒹굴면서 유구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 거에 나는 행복을 느끼거든.”

“응-……아뇨, 그건 그거대로 좋지만요…….”

잇시키는 미간을 좁히면서 어려운 걸 생각하는 듯한 얼굴로,

“그건 좀, 정신 건강상 좋지 않다고 할까요, 마치 사귀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
잘 살펴보니 귀가 붉다.

뭐, 바닥에 붙여 깔아 놓은 이불 위에서 둘이서 뒹굴 거리고 있으면 그런 느낌도 들겠군….

가끔 뒹굴 대다 못해 접촉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놀라서 얼른 멀어지거나, 일부러 그대로 들러붙어 오거나 하며  창의력이 풍부한 잇시키의 반응은 모종의 재미가 있긴 했지만.

아무튼, 말하고 싶은 건 알겠다.
잇시키가 그걸 사양하고 싶다는 것도 잘 알았다.

“…………뭐, 오늘은 어디라도 가 볼까.”

“정말로요, 선배!”

“가끔은 말야. 가끔은.”

“역시 선배…………그런 부분, 이로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요.”

“그래그래 높다 높아.”

“잠깐만요, 뭐에요 그 반응은! 격분이에요! 격분의이로하마루*에요!
(일본 인터넷 은어, 어휘력이 딸려 아는 단어로 비슷하게 하자면, 빼애액이에요! 빼애애액이로하스에요! 정도의 느낌?)
“왜 어딘가 참백도(블리치)같이 된 건데, 너………. 그건 그렇고, 어디 갈까.”

된장국을 후룩거리면서 생각한다.

도심부 쪽은 요전에 대학에서 돌아오는 길에 갔었고…….

그렇다고 해서 근처에 있는 공원도 좀 시시하다.

오랜만에 귀중한 휴일을 소모하는 거니까 평소에 갈 수 없는 곳에 가고 싶다.

“아, 전 선배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아요.”

“아, 응. 알고 있어.”

“…………선배, 아까부터 좀 대충이지 않아요? 반응이요.”

“아무래도 3년이나 같이 있으면 익숙해지지……….”

“………질렸다고 하시는 거에요?”

“아니, 그건 아닌데……….”

“엇, 앗………그, 래요……….”

어디로 데려가……지.

“풀장이라도, 갈까?”

모처럼 잇시키가 수영복을 가져오기도 했고, 가끔은 그런 것도, 하고 생각했지만.

“어………?”

“………아냐, 안 좋군. 취소취소. 풀이라니, 시건방진 리얼충들의 소굴이잖아. 누가 갈까보냐.”
잇시키의 매달리는 듯한 눈빛 앞에서, 즉시 철회했다.

바보냐 난.
어째서 잇시키와 이런 상황에 빠졌는지 잊었던 건가.
많은 사람 앞에 수영복 차림을 보이다니, 지금의 잇시키가 내켜 할 리가 없다.
………너무나도 행동이 그때와 변함이 너무나도 없기에 가끔 잊어먹기도 하지만.
그녀는, 매우 무서운 일을 당할 뻔 했던 몸이다.
그렇기에 이쪽에서 신경 써야만 하는데도. 정말이지.

“도서관이라던가 어때. 잇시키. 학생 시절의 리벤지라는 걸로.”

당황한 나머지 급하게 화제를 돌리는 걸 목표로 한 내게,

“…………풀장, 좋은데요.”

“어?”

잇시키는, 뜻밖에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오늘, 더울 것 같으니까요. 풀장에 가고 싶어요, 선배.”

“아니, 그래도 너……….”

“네, 아직은 조금, 큰 풀장은 겁이 나서요……….”

그 대신에요, 하면서 잇시키는 평소보다 약간 가냘프게, 속절없이 비호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미소로, 나에게 대안을 내던져왔다.

 

 

 


“아-……극락이에요, 선배.”
“그래…….”
“풀장 최고예요…….”

“네가 그걸로 좋다면, 그걸로 괜찮지 않겠냐……….”

맥 빠진 채로 호스로 물을 뿌려주자, 잇시키는 비닐 풀 안에서 꺄아 꺄아하면서 들떠있었다.

[그 대신에요, 풀장을 만들어주세요.]

잇시키가 내놓은 대안은 그런 것이었다.
나는 서둘러 홈센터로 향하여 비닐 풀을 확보하고.
관리인에게 부탁해 아파트 아래의 정원을 빌려, 거기서 미니 수영장을 설치한 셈이다.

“기분 좋네요, 선배………….”

“아니, 난 안 들어가 있으니까 몰라.”

공교롭게도, 준비할 수 있었던 건 잇시키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아동용이었다.

그보다 더 큰 건 만약 가게에 있었다고 해도 비싸서 살 수 없었으니까, 당연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들어 오셔도 돼요, 선배.”

“들어갈 여유 없잖냐.”

“꼭 껴안으면 여유에요.”

“……………”

말없이 물을 뿌려주면서, 관리인한테서 빌린 등받이 의자에 앉아서 한숨을 내쉰다.

“괜찮아요. 선배”

그런 내게, 사락하며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가 닿는다.

“괜찮아요.”

“……………………”

그 괜찮다는 건, 대체 누구를 향한 말이었을까.

“………동정한테는, 자극이 너무 세다는 말이라고.”

꾸욱하고 머릴 쓰다듬고 나서, 잇시키가 세워둔 양산을 펼쳤다.

“센스 있으시네요. 선배.”

“주부 지망이니까. 기둥서방이 되기 위해선 이 정도도 못해서야 쓰겠냐.”

“………그런가요.”

“그러니까 사양하지 말고 즐겨 둬. 녹을 정도로 말이지.”

“………네에.”

빵긋하고 환하게 웃으며, 잇시키는 비닐 풀에 체중을 맡겼다.

“……결국, 외출 못 했네요.”

“……그러네.”

“……지금부터라도 갈까요?”

“아니, 이제 됐잖아.”

“그런가요…….”

“………뭐, 나중에 시장 정도는 갈까.”

“………저녁밥, 뭐로 할까요.”

“어떡할까……….”
대수롭지 않은 대화를, 푸른 하늘 아래에 쌓아간다.

“이제 곧 소의 날이니까요, 장어로 해요, 장어.”

“당일이면 좀 비싸니까 말이지……….”

시간과 시간 사이가 녹아내리는 듯한 김빠진 대화를 상쾌하게 생각하며,
난 수영복 차림의 잇시키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다 됐습니다! 잇시키 특제 장어 덮밥이에요!”

“오오-”

“숨겨진 맛도 넣어뒀어요!”

“어, 사랑이라던가?”

“엇, 앗, 네, 맞아요…….”

“어, 어어….”

“……거, 거짓말이에요.”

“앗, 네에”
아침에 했던 다짐을 잊은 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장어 덮밥을 먹었던 나는.

“에헤헤……선뱃”

“…………………….”

“으웃,  후후……선배……좋아….”

“…………………읏”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잇시키의 [요바이-밤에 남자가 여자 처소에 잠입하는 것-]에, 무척이나 걷잡을 수 없이 불끈불끈 하면서도 참고 견뎌야만 했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