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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잠꼬대는 자면서 해!

나에+ 2016. 4. 10.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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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108623

 

[잠꼬대는 자면서 해!] 



“…….히키가야.”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상황에 살짝 움찔한다. 게다가 그게 학교에서 1, 2위를 다투는 미소녀의 그 사랑스러운 입술에서 나온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평소 그런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는 해도, 약간은 의식해버리고 만다는 거겠지.

 

“왜 그러는데, 유키노시타?”

 

“……정말 히키가야도 참, 음냐 음냐”


주무시고 계신다.

 

뭔가 생각하고 있던 도중이었는지, 약간 고개를 숙이곤 팔짱을 낀 채 온화하게 닫힌 그 눈에는 긴 속눈썹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정말이지 아름답다. 아니 태평하게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야 유키노시타, 일어나라니까.”


“…..무례한 사람이구나. 내가 자는 것처럼 보이는 거니? 음냐”

 

“아니, 완전 자고 있거든?”

 

사람은 누구나 수면 욕구에 거스르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나라도 알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언제나 성적 톱인 유키노시타인 것이다. 그저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 위치에 앉아있을 리도 없고, 아마 남 몰래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있는 거겠지. 하고 상상하는 게 어렵지는 않다. 뭐, 고양이 동영상을 찾아다니고 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지만.


“……..히키가야, 후훗”

 

하지만 여긴 타이밍이 너무 나쁘다. 이게 자택의 소파에서 잠깐 선잠을 잔다든가, 백 보 양보하여 부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거라면 딱히 문제는 없다. 하지만, 다음 연도의 예산 배분 회의, 그것도 교직원 분들이나 동아리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이 자리에서는 조금은 위험하잖아.

 

“히키가야, 뭐라도 할 말이 있느냐?”

 

이쪽을 눈치챈 히라츠카 선생님이, 긴 책상으로 둘러진 반대편에서 말을 걸어온다.

 

“아……., 아뇨,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왜 그러냐. 예산 회의 중이다. 막연한 발언은 삼가거라.”

 

“죄송합니다.”

 

아 바오아쿠 전의 키시리아님이냐고. 그렇지. 나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동아리 동료의 입에서 더는 의미 불명의 단어가 나오기 전에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졸고 있는 여자애의 몸에 손을 대어 흔들어 깨우다니 난이도 높은 행위. 내가 할 수 있을 리 없다.

 

“음냐……..히키가야, 너 요즘 내 방에 와주지 않는구나.”

 

“어…………네?”

 

웅성. 회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이 이쪽으로 쏠린다.

 

“예전에는 매일 만나러 와 줬었으면서”

 

“어이, 뭐라는 건데. 다들 오해해 버리잖아.”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아.”

 

이 녀석, 도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건데!? 너 말야, 자고 있는 주제에 발음 연습 너무 좋잖아. 이미 잠꼬대 범주를 훨씬 벗어난 수준. 거기에 내가 말하는 거에 미묘하게 반응해오기도 하고. 그리고 남자들의 시선이 아프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 거니?”

 

이제 상대를 해서는 안된다. 의사 진행을 하던 부회장과 서기가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보고 있지만, 쓸데없이 대답해서 수렁에 빠지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 잠꼬대에 대답하면 자고 있는 본인의 정신적인 면에 악영향을 주거나 한다고 하기도 하고.


“그래…….오늘은 오랜만에 자고 가주는 거구나. 기뻐.”

 

“아, 안 자고 가거든!?”

 

“말해두지만 학교에선 비밀이란다. 들키면 생활지도가 시끄러우……음냐.”

 

“부탁이니까 이제 말하지 말아줘”

 

“후훗….., 조금은 두근대는걸”

 

“조금이 아니거든”

 

문득 보면, 생활지도의 강경한 선생님들이 엄청나게 노려보고 있다. 운동부의 남자도 예외없이 이 세상의 종말 같은 얼굴로 “그럴 수가 유키노시타가” 던가 구시렁대고 있지만 이건 잠꼬대라니까요? 그 증거로 유키노시타의 입가에서 약간이지만 침이 흘러나왔으니까.

 

“아직 당분간은 학교의 다른 사람들에겐 말하지 않았으면 해”

 

“아니, 이미 늦었거든”

 

“모두들 우리를 축복해줄까 모르겠네, 정말이지 걱정이야……..음냐.”

 

“아마도 무리”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와 둘이라면 행복해”

 

“으…..그러니까”

 

나라는 녀석은, 잠꼬대로 나온 말에 반응해 얼굴을 붉히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그렇지 않아도 이 회의실의 전원이 예산 회의 같은 건 저리 치워두고 유키노시타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니아니, 이 상황이 어설프게 소문이 나서 퍼지기라도 하면, 유키노시타 녀석이라도 거북해질 것이고, 난 다신 학교에 올 수 없게 될 수준.

 

“야, 유키노시타. 적당히 일어나라니까”

 

“이미 일어나 있다고 했잖니. 됐으니까 어서 신발을 벗고 올라오렴”

 

뭐야, 좀 전까지의 대목은 현관이었던 거냐.

 

“목욕, 밥, 어떤 걸 먼저 하겠니? ….아니면, 후훗…..음냐”

 

“너 말이다, 꿈속에선 시원시원한 성격이구만.”

 

“오늘 밤은 추우니까 전골로 하려고 했었는데”

 

“좋겠네 전골. 꿈속이지만.”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어.”

 

“뭔데”

 

얼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눈을 감고 있긴 하지만, 다소 험한 표정. 목소리의 톤도 한층 내려가 나를 규탄하는 자세. 뭐라고 해야 할까. 꿈속에서조차 이 녀석한테 매도당하는 위치인 거야? 심층 심리에서부터 나를 괴롭히고 싶다는 거?

 

“히키가야. 너 이전에. 다른 여자와 노닥거리고 있었지?”

 

“안 했거든!”

 

무심코 자고 있는 사람한테 큰소리로 태클을 걸어버리고 말았다.

 

“거짓말이네. 내가 봤으니까….. 음냐.”

 

“도대체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용서해 줘.”

 

“차례대로 여자 플래그를 세우고 있으니까. 내가 어떤 기분으로 있는지 모르지?”

 

“꿈이지, 그거?”

 

문득 보자, 방에 있는 여자 모두에게서 뭔가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하는 눈. 어라, 여러분 뭔가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지금의 발언은 픽션이며, 실제 개인 단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요. 화면 아래에 자막 달려 있죠?

 

“너무해. 변명도 없는 거야?”

 

어이, 너 뭐라도 말해 줘, 라고 히라츠카 선생님이 턱으로 재촉한다. 아뇨아뇨아뇨아뇨. 잠시만요. 어째서 내가, 그것도 대중의 시선 앞에서, 동급생의 잠꼬대에 맞춰야만 하는 건가요? 다들 보고 있기도 하고, 부끄러워 죽는다니까요.

 

“이젠 날 좋아하지 않는 거니?”

 

자자, 말해버리라고, 하며 운동부의 여자들. 너희 즐기고 있지. 이젠 포기다.

 

“뭐어, 뭐라고 해야 할지 말이다.”

 

“뭐니, 분명하게 말하렴.”

 

“그러니까 말이다. 난…… 너뿐이다. 유키노시타. 제발 믿어 줘.”

 

그보다, 말한 장본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너희들 모두,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이는 건 무슨 생각이냐고. 애초에 이런 분위기가 된 원이는 너희가 도망갈 곳 없는 외압을 슬그머니 걸어왔기 때문이잖아.


“진심으로 말하는 거니?”

 

뭐, 어차피 각성하지 않은 사람을 상대하는 거고, 적당히 해두면 되려나.

 

“어, 진심이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아했어.”

 

“그래, 처음부터 솔직하게 그렇게 말하도록 하렴. 벌로 오늘 밤은 토마토 전골로 할 거란다…….음냐.”

 

“진짜로 좀 봐줘!”

 

행복한 듯이 온화한 얼굴로 웃기는. 애초에 그 토마토 전골은 또 뭐야? 냄비의 모양이 토마토라던가 하는 개그? 거기에 뭐든지 전골의 재료로 하는 거 아니라니까. 내게 있어선 그건 어둠의 전골이랑 동의어라고.

 

“이제 화 안 났으니까, 얼른 목욕을 하고 오렴.”

 

아무래도 다음 단계로 진행하려는 것 같다. 그보다, 언제까지 이 웃기는 연극에 끌려다녀야만 하냐고 나는. 예산 회의 따윈 할 수 없게 되어버린 회의의 참가자가, 그림 연극을 보러 온 어린이들 마냥 한 손에 방석을 들고 우리들 앞에 진을 치고 있고.

 

“갈아입을 건 여기에 둘게”

 

그 갈아입는 건, 어떤 경위로 준비했다는 설정이 되어 있는 건데. 무서워.

 

“왜 그러니 아무 말 않고.”

 

이제 이 이상 네 잠꼬대 같은 거에 응해주고 있을쏘냐. 그리고, 맨 앞줄의 야구부와 육상부, 과자 먹고 음료수 마시면서 자기 방처럼 편안하게 쉬는 거 아니다.

 

“설마, 나와 같이 들어가고 싶은 거니? 조금은 부끄러운데…..음냐.”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그야 히키가야. 내 몸을 야한 눈으로 보는걸”

 

“꿈 속에서 내 인격 왜곡하지 마!”

 

“그러니까, 목욕은 다음에………음냐”

 

“다음이라던가 절대로 없거든. 잠 깨면 리셋이거든!”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너머로 멀리서 보고 있던 하야마에 토베가 “으음? 어느새 두 사람은 그런 관계로”라던가 하고 턱에다 손을 대곤 뭐라뭐라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대화는 유킨노시타 작품의 잠꼬대 극장이거든. 토츠카도 “잘됐네 하치만”하면서 글썽이는 눈동자를 돌리지 말아줘. 부탁이야.


“밥은 가득 담으면 되겠니?”

 

왠지는 모르겠지만, 순조롭게 식사 장면에 돌입했다는 건가. 뭐, 목욕탕이랑은 다르게 솔직히 대응할 수단도 없는 어이없는 이벤트가 발생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고, 일단은 안심해도 괜찮으려나?

 

“그럼 난 언제나처럼 히키가야의 무릎 위면 되겠니…..음냐.”

 

“내 이미지는 어떤데 대체?”:

 

“역시, 조금은 수줍구나.”

 

“수줍다면 거절하라고!”

 

“하지만……히키가야가 부탁한다고 한다면….후후….음냐”

 

“말 안하거든!”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하고 갤러리 곳곳에서 속삭이는 게 들린다. 너희가 그렇게 말 안해도, 유키노시타가 의식 아래에서 나를 어떻게 다루고 싶은지 내가 알고 싶다고. 아니, 역시 알고 싶지 않을지도.

 

“얘, 빼먹지 말고 채소도 먹으렴.”

 

아까부터의 흐름으로 판단해 보면, 이 녀석의 심층 욕망은 부지런하게 (아내의)역할을 다하는 그런 거였나. 사람과 세상을 바꾼다고 했던 것 치고는 가정적인 게 있네.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기도 했고 말이지.

 

“왜 그러니, 뜨거워서 먹을 수 없는 거니?”

 

그러고 보니 저녁밥은 전골이랬지. 것도 토마토 전골.

 

“엣, 내가 후~후, 해서 식혀줘야 하니? 넌 정말이지 언제까지나 아이구나….음냐.”

 

“하지마! 애 취급은 하지마!”

 

“안되겠구나, 뺨에 밥알이 붙었어.”

 

난 역시 이 녀석 안에서는 안 되는 녀석 판정인가. 새삼 놀랄 건 없지만, 애초에 밥을 많이 먹은 나머지 뺨에 밥알 붙이는 녀석 따위, 고화질화와 동시에 텔레비전에서 멸종했다고.

 

“때 줄 테니까 움직이지 말렴…………….응…정말이지, 움직이지 말랬잖니! 바보”

 

“저기, 너 지금 나한테 뭐 한거야? 응?”

 

“뭔가 한 건 히키가야잖니?”

 

“나, 뭐했는데!?”

 

위험해. 뭐가 위험하다고 말할 건 아니지만, 엄청나게 싫은 예감이 든다. 지금까지 있었던 걸 분석하면, 수면 상태의 유키노시타는, 평소 실생활에서 억압된 감정이 분출되어, 이대로는 돌이킬 수 없는 걸 내뱉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늦었으니까, 그만 잘까………..음냐”

 

라고, 이 이상 이야기를 진행시켜서는 안된다! 난 차치하고, 유키노시타가 터무니없는 수치를 당하게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유키노시타를 깨워서 막아야만 해!

 

“유키노시타, 인제 그만 일어지 않으면 위험해……..엇”

 

깨닫고 보니 어느새 천박하게 히죽대고 있는 운동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다. 어깨라던가 꽉 잡혀서는 꼼짝할 수도 없다.

 

“어이, 뭐 하는데, 놔라고!”

 

“뭐어, 뭐어, 히키가야. 이런 재미있는 상연은 좀처럼 없으니까”

 

“그래그래. 끝까지 같이 감상하자고? 응?”

 

너희와 같이 사이 좋게 감상하다니 앞으로 평생 거절하마. 그리고, 뭐라고 해야 하냐면 적을 만들어 온 유키노시타니까. 이걸 빌미로 유치한 말로 공격을 받을 지도 모르니까.

 

“헛소리 그만둬…………… 어이 유키노시타! 이제 적당히 눈을 떠라 바보 녀석!”

 

큰 소리로 불린 자기 이름에 반응했는지, 움찔하고 재킷의 어깨가 움직이곤 이윽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선 눈을 뜬다.

 

“어라, 시끄러운 것 같은데….. 이제 끝인 거니, 예산 회의는?”

 

 

xxx

 

 

“너 말이다, 긴장감이 좀 부족하지 않냐?”


"설마 네게서 그런 말을 듣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는걸"

 

이러니 저러니 해서 무사히 회의도 끝나고, 완전히 어두워진 통학로를 둘이서 역까지 걷는다 일부 참석자는 유키노시타 꿈 연극의 전말을 끝까지 즐기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대체적인 분별 있는 학생들은, 적령기 여자애의 분별없는 잠꼬대에 납득한 것 같았지만.

 

“네가 선잠을 자다니, 밤샘이라도 했냐?”

 

“그래, 여러 가지 새로운 요리라던가 시도해 보고 있어”

 

몇 걸음 앞으로 가선 되돌아보고, 이쪽을 향해 보곤 어딘가 심술궂은 미소. 어떻게 할까, 하고 집게손가락을 댄 입술을 천천히 연다.

 

 

 

 

 

 


“토마토 전골……., 괜찮다면 오늘 먹으러 오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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