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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안 사겨요

나에+ 2017. 3. 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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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안 사겨요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612803


전골 정무관(냄비 담당)*

다 같이 둘러앉아 전골 요리를 먹을 때, 누구도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그 자리에서 주제넘게 전골 요리의 칸을 나누는 사람을 뜻하며, 주로 자기가 전부 해버리고 마는 타입과 말로만 이래라저래라 지시나 해설을 하는 타입으로 나뉘는 이 직책은, 비교적 높은 확률로 비난이나 조롱의 뜻을 담아 부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된 이유로는 "(재료를)넣는 순서를 지시하는 게 짜증 난다", "먹을 때 빨리 먹으라고 독촉해서 짜증 난다", "쓸데 없이 재료나 냄비의 설명을 해서 짜증 난다"라는 것들을 들 수 있다. 대체로 짜증 난다는 거군 이거. 게다가 전골 정무관이라고 불린다고 한들, 그건 어디까지나 (전골 안의 칸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일 뿐이고, 결코 전골 요리를 잘한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게 이 또한 귀찮은 일이다. 평소 무대에 서지 않는 녀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대는 거니까 이건 짜증 나는 걸로 치자면 역만(마작 언어)이라고 해도 심할 정도라는 의견도 있다.

이래저래해서 미움받는 거로 보자면 유명한 전골 정무관이지만, 나는 의외로 싫어하지는 않았다. 

혼자서 밥을 먹는 거라면 그런대로 괜찮은데, 누군가와 식사를 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뭔가를 먹는 타이밍이라는 걸 절반가량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는 게 우선 하나, 두 번째 이유로는 전형적인 전골 정무관인 코마치에게 익숙해져 버렸으니까 라는 게 있다. 코마치가 담아주는 전골 요리는 지고의 일품이다. 고사기(古事記)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이런 이유로 전골 정무관에 대해 혐오감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던 난,

"기다리렴. 히키가야, 무턱대고 고기를 올리면 안 돼. 먼저 그릴을 가열해 둬야 하는걸. 그렇지 않으면 그릴에 달라붙어 버리고 말아. 우선은 소금 간 된 혀구나. ........아직 일러 히키가야, 혀는 내장 부위니까 완전히 익히지 않으면 나중에 탈이날 우려가 있어. ......안돼 히키가야. 고기는 한 번 이상 뒤집지 말렴. 맛이 달아나버리잖니."

"..................."

인생에서 처음으로 뵌 전골정무관을 앞에 두고 진절머리가 나 있었다.

".....너 말이다, 진짜 다른 사람이랑 밥 먹는 재능 없네."

"그런 재능, 처음 듣는 말인데.....?"

"어어, 나도 처음으로 말했어...."

수상쩍다는 듯한 눈을 하는 유키노시타에게, 까칠한 목소리를 흘린다.

사람에게 해서 될 것과 안 될 것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건 나중에도 이전에도 이 녀석 말고는 없지 않을까.

잘도 뭐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올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이 녀석의 경우는 그거다. 기본적으로 대접을 받는 쪽이었을 테니까 말이지. 자기 손으로 직접 구울 기회 같은 건 그다지 없었던 거겠지. 이래서 엘리트는 곤란하다니까.

빨리도 기분이 우울해진 날 뒷전으로, 국지적으로 세상을 모르는 엘리트이신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진지하신 표정으로 혀고기를 뒤집었다. 

"고귀한 생명을 희생하고 있는 거니까, 가능한 한 맛있게 먹지 않으면 실례지 않겠니?"

"진심이냐...."

뭐,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대신에 상대와의 식사 커뮤니케이션이 희생될 것 같은데, 그건 어떠려나...."

뭐야, 나보다 간 된 혀고기가 더 중요해? 하고 물어보자, 화덕 너머에서 유키노시타의 온화한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제대로 상대는 선별해서 하고 있는걸?"

"..............."

놀리는 듯한 미소에 말을 잃고 있자, 그녀의 입에서 후훗, 하고 미소가 넘쳤다.

상냥한 미소를 띠며 그녀는, 젓가락으로 혀 고기를 살짝 집고는,

"자, 아-앙"

".........아-"

기분 좋은 듯한 소리와 함께 내밀어진 그것 입으로 받아먹는다.

그렇군. 확실히. 구운 정도가 절묘하다. 적당한 식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맛있니?"

"......맛있어"

"그래, 다행이야."

싱글싱글 웃으며 눈이 가늘어지는 그녀로부터 도망치듯이, 나는 벽에 붙어 있는 메뉴로 눈을 돌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올해로 7년이 된다.

그 긴 것 같으면서도 짧은 세월을 지나, 나는 출세하지 못하는 영세 작가가, 유키노시타는 엘리트 커리어 우먼이 되었다.

사회라고 하는 거센 파도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나와 그녀의 관계는 사라져 갈 것이라고만 생각했었지만, 어찌하여 지금도 이렇게 함께 식사하고 있기도 하고, 뭐 그렇다.

신기한 일이다. 우리 은사님이 아직 결혼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을 정도로.



"히키가야, 양(소 위) 구운 거야."

"쌩큐"

"상추? 달라고 할까?"

"아니 땡큐라고.....뭐, 그럴까?"

고개를 끄덕하고는, 유키노시타가 "여기요~"하며 늠름한 목소리로 점원을 불렀다.

잘 들리는 목소리다. 한 번 만에 점원이 왔다. 부르기 직전에 이쪽이랑 눈이 맞았던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 외에도 요인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거로 해 두자. 하나하나 생각하는 것도 귀찮다. 생각해본다고 한들 뭔가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상추와 갈비, 그리고...... 히키가야, 뭐 시킬래?"

"밥 보통으로"

"그럼, 밥 큰 걸로 주세요"

"왜 살찌우려고 하는 건데"

"조금 덜려고 했을 뿐이야. 일인 분은 다 먹을 수 없으니까"

"아 그래서..... 그릇 달라고 해. 덜어 줄게"

"그냥 먹을 거니 괜찮아. 마실 건?"

".........유자 츄하이로"

"전 자몽 츄하이로요"

알겠습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인 점원이 떨어져 간다.

"...........저 점원, 꽤 이쪽을 보고 있었어"

"그러게"

알고 있으셨습니까.....

"역시 좀비동반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겠구나......."

"좀비동반이라든가 글자만으로도 재밌는데. 하나도 웃을 수 없지만서도"

담담하게 대답하는 내게 유키노시타는 쿡쿡하고 방울처럼 웃음소리를 다 감추지 못한다. 뭐어.....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쪽이지.

"뭐라고 해야 하나...... 미인이라는 건 힘들겠네"

위로의 뜻을 담아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곤란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길을 걷고 있기만 해도 말을 걸어 온다든지 하니까"

"불심검문 말고도?"

"불심검문 당한거니? 히키가야"

"아니, 뭐....그.... 평일 대낮부터 셔츠 차림으로 걸어다니고 있었으니까......"

"이젠 작품보다 작가 본인쪽이 재미있는걸. 자서전이라도 내는 건 어떠니?"

"너무 비참한 탓에 정지 먹었다"

"낼 생각은 있었던 거구나....."

"당연히 그냥 농담이지. 누가 쓸까보냐"

"소중하니까?"

"............"

"그 컵, 비었어. 히키가야"

"윽......"

무심코 신음을 뱉자, 유키노시타는 점점 더 기쁜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극 S에도 정도가 있지 말입니다..... 해를 거듭할 수록 점점 언니에게 가까워져 가는 것 같다.  자기 하기 나름인 게 아니라, 타고난 거군.

"하지만, 좋은 일도 있어. 채소가게 아저씨가 덤을 준다거나"

"드라마냐"

"네가 넋을 잃고 바라봐 주거나"

"자의식과잉이냐고"

"어머, 벌써 실증 나버린 거니?"

"...........뭐, 미인은 사흘 만에 질린다고 하기도 하고 하니까"

"히키가야. 아까도 말했지만, 그 컵 비어 있어"

"점원, 여기 빨리 좀 주세요! 빨리!"

그렇게 외치자 점원이 싫다는 듯한 얼굴로 츄하이를 두 잔 가지고 왔다.

그걸 홀짝이며, 뺨의 열을 식히고 있는 내 눈앞에, 유키노시타는 정말 즐겁다는 듯이 쿡쿡대며 웃고 있어서.

이대로 내버려 두면 뒤가 무서우므로 이쪽에서 화제를 바꾸어 보기로 했다.

".......그보다 너, 남친이라든가 없어?"

"있으면 너와 밥 같은 걸 먹을 거라고 보니?"

"아니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내뱉고는 유키노시타가 곤란한 듯이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한숨까지 쉬는 듯한 기세로,

"어째서 이런 썩은 고기와 불고기 같은 걸 먹고 있는 걸까....."

"썩은 고기....."

"미인이며 수입도 좋은 커리어 우먼은, 선택지가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 생각하고 자시고 그 말대로 거든..... 빨리 고르라고 빨리. 히라츠카 선생님처럼 되어버려도 모른다고"

"그건 알고 있지만, 서도........"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표정에는 여유가 넘치고 있다.

차분하게 마음속에서 기쁨이 배어 나오고 있는 듯이, 혹은 한 번 보면 누구나 그녀가 장래에 대해 불안을 안고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듯.

그런, 차분한 미소.

"히키가야는?"

"어?"

애매한 대답을 한 내게, 유키노시타는 즐거운 듯한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어 온다.

"여자 친구. 없어?"

"있으면 이렇게 너하고 밥을 먹고 있진 않는다고......."

"그렇겠네"

망설임 없이 수긍해 주었다. 그게 약간 기쁘다.

"작가에게 만남이라는 게 있니?"

"어떠려나.......인기 있다면 파티 같은 데에서 만나거나 하지 않을까. 인기 작가가 아니니까 모르겠지만"

"파티는커녕 불심검문이었으니까........"

"만나는 사람이라고 해도, 담당 편집자 정도려나. 이제 슬슬 결혼 활동이라든가 시작해야만 하나...."

"어머, 결혼은 하고 싶은 거구나. 히키가야"

"당연하지. 지금도 전업주부의 꿈은 버리지 않았거든"

"가사는 능숙해졌니?"

"........장래성에 걸어본다는 그거다"

"인간 쓰레기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야. 너........"

"그리 말하는 넌 어떤데?"

"............평균적인 OL 이라고 해 둘게"

"쓰레기 천지라는 거잖아....."

"사회인은 힘들구나........"

"정말이지.........."

하아, 하고 둘이서 한숨을 내쉰다.

작품만 마무리하면 비교적 자유로운 작가라는 일도, 안을 들여다보면 작품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휴일이 없는 지옥 같은 일이다.

"어서 가정이라도 꾸려서 들어가 편안해지고 싶은데"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이런 곳에서 밥 먹지 말고 남자를 찾으라고......... 무슨 고기 굽는 거야?"

"그 말, 고스란히 네게 돌려주도록 할게. ............자, 갈비 구워졌어. 상추에 싸 먹으렴"

"이것도 절묘하게 구워졌는데.... 정말이지 뭐 하고 있는 거냐고 이런 데에서....... 빨리 데려가 달라고 해. 멋진 도련님한테......"

"요즘 시대에 있긴 한 거니, 멋진 도련님이라니"

투덜대며 불평하고 있는 내게, 유키노시타는 쿡쿡하며 미소를 흘린다. 

아, 정말이지 뭘 하고 있는 건지.

유키노시타는 이런 허름한 고깃집에서 날 위해 고기를 굽는 그런 여자가 아닌데도.

건물 최상층에 있는 비싼 레스토랑에서 조용히 와인잔을 기울이는 그런 여자일 텐데.

어째서 이런, 행복한 듯한 미소로 잘 구워진 로스를 내게 건네주는 걸까.

이상한 일이다. 하야마가 아이돌 데뷔를 했던 것보다도 더.




"계산, 정말로 괜찮았던 거니?"

"괜찮다니까. 이런 건 남자가 안 내면 그렇지."

"영세 작가도?"

"영세 작가도"

"그래, 그렇다면 다음엔 더 비싼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해야겠구나"

".......백만부 팔릴 정도로 히트치고 나면"

난처한 듯한 내 말에, 미소를 띠며 유키노시타는 내 옆에서 걷기 시작한다.

"역시, 밤이 되면 살짝 추워지는 구나"

"내 겉옷, 입을래?"

"그런 성벽이니?"

"그렇게까지 잔머리가 돌진 않는다고........ 감기 걸리면 큰일이잖아. 자"

"고마워......후후"

"왜그래"

"홀아비 냄새가 나는걸"

"농담이라고 해도 좀 심하지 않나요?"

너무나도 심한 말에 무심코 태클을 걸어버린 날 뒷전으로, 유키노시타는 남은 소매로 옷깃을 잡아, 내 옷에 감싸이는 듯이 만들고선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그, 아이 같은 행동에 눈을 빼앗긴다.

이렇게 순진한 그녀의 모습을, 나 외의 누군가는 본 적이 있는 것일까.

"........이제 곧 여름이구나"

툭 하고 내뱉어진 그 화제에, 황급히 사고 회로를 재가동한다.

"그러게.......설녀에겐 힘든 계절이겠군"

"히키가야도 그렇지 않니? 괜찮은 거니? 백중(음력 7월 15일) 때 방부제라도 보내줄까?"

"하지 마. 제 삼자 측에서 보면 이상하게 보이니까 그만둬"

"그럼, 대신에 바캉스 티켓같은 건 어떠니?"

"이 사축 대국에서 바캉스라니 어울리지 않는 데에도 정도가 있지........."

"수영복, 새로 사야겠는걸. 사이즈도 변해버렸기도 하고"

"수영복말이지...."

"상상했니?"

"안 했어"

"정말?"

"진-짜-라니까...."

"히키가야. 얼굴이 붉은데, 무슨 일 있니?"

"이 어두운 데서 얼굴색을 알 정도로 가까이 있다니, 성희롱 아니냐? 신고해도 돼?"

충고하는 내게,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쿡쿡하고 웃을 뿐이다.

".......기대하고 있어 주렴"

".......그래"

살짝 중얼거린 말에 수긍하자, 유키노시타는 기쁜 듯이 미소를 지으며 곧장 내 앞으로 뛰어 나갔다.

"보렴, 히키가야"

갑자기 가리켜 온 그 끝에는, 밤하늘의 별이 있었다.

"이런 도시에서도, 잘 보이는구나"

"그러네"

"정말, 예뻐......"

하늘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린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이제 하늘로는 향하고 있지 않았다.

밤하늘의 별을 배경으로, 조금도 손색없이 선 모습.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어디에 있든 반짝이는, 한 송이 눈꽃.

나 따위에겐 과분한, 빛나는 일등성.

그 마음은, 그때부터 줄곧 줄곧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아니, 그렇기에 줄곧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유키노시타"

살짝이나마 목소리를 높인 내게,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든다.

"빨리 결혼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데려가 버릴 거니까"

그런, 터무니없는 말에.

".........그래"

유키노시타는 살짝 웃으면서.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영세 작가라도?"

"영세 작가라도"

그렇게 말하곤, 그녀는 밤하늘의 별 아래에서 웃는다.

"프러포즈는, 히키가야에게 맡길게"

"맡겨 둬. 그 정도 근성은 있어"

서로 농담처럼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둘이서 걸어간다.

기분 좋은 분위기.

다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공간.

".........저기, 유키노시타"

"왜?"

"귀, 새빨간데......뭐야 그거....."

"취기가 도는 걸지도 모르겠는걸"

".......수줍음이 없어진 건, 그거냐. 나이가 들어서 그래?"

"네게라면 보여진다고 해도 괜찮다, 는 게 아닐까"

".......아, 그래"

"얼굴이 새빨개진 히키가야. 과음했구나"

"그러게 말이다......"

옆에서 놀려대는 유키노시타에게서 시선을 딴데로 돌리며, 나는 취한 듯 진정되지 않는 발걸음으로 밤길을 걷는다.

유키노시타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베부교 - 전골 요리를 먹을 때 누구도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잘난 체하는 말투로 이리저리 지시하는 사람들 뜻함, 예를 들면 아직은 고기를 넣으면 안 돼, 10분은 더 기다려야 해...하는 사람, 혹은 이러한 재료를 넣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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