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Game.Life/Translation

언젠가의 약속

나에+ 2016. 11. 13. 13:03
반응형

[언젠가의 약속]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7292793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식사를 만드는 게 귀찮다고 하는 것, 이건 피할 수 없는 길이자 반드시 준수해야하는 통과 의례다.


매일 외식으로 해버리려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가능한 일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몸에 좋지 않을뿐더러 가계에 크리티컬 히트가 작렬한다. 불행히도 돈으로 수명을 살 수 없는 이상, 필사적으로 건강을 유지해야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인 법이다.


그런 사정으로 절찬 쇼핑 중이었다.


오늘도 힘차게 사축 업무에 힘쓰다 집에 오고, 매번 익숙해진 슈퍼에 들러 적당한 야채나 고기 혹은 생선을 적당히 고른다.

습성이라는 건 아무래도 신기한 것으로, 매일 이런 느낌의 루틴 작업을 계속하면 가격의 폭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각인되어 가는 듯했다. 동경했던 주부에 첫발을 내딛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현재 이미 사축이 되어버렸기에 그건 희미한 환상이 되어 사라져버리겠지. 죽을 힘을 다해~라기 보단 그냥 죽어~라는 느낌이고.


뭐, 이런 걸 생각할 정도의 여유는 있고, 이런 저런 말해도 블랙 기업이라는 것도 아닌가, 하며 혼자서 납득하면서 쇼핑을 계속해 간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걸로 미루어 생각해 보면, 오늘은 살짝 심혈을 기울여 조림이라도 도전해 볼까 싶다.



“………음, 그럼 남은건”


“조림이라면 무가 필요하겠구나. 마침 제철이니까. 싸고 맛있는걸”


“아, 그래그래 무말이지. 무. ……………가 아니라”


“왜 그러니?”


“……………뭐하는 거냐?”



새침한 표정으로, 내 장바구니에 그야말로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무를 담기 시작한 여자…………또 다른 이름은, 유키노시타 유키노.


어느 새 뒤에 있었던 그녀에게, 나는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



“아니, 우연히 너를 발견했기에, 아마 조림을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그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내 장바구니에 또 몇 가지의 채소를 담기 시작했다. 그것도, 내가 이미 넣어둔 걸로만.



“응, 아니, 조림은 맞는데, 나, 그렇게 못 먹거든”


“아, 그거라면 괜찮아.”



근처에 있던 토란을 추가로 집어 넣으면서, 웃는 얼굴로 유키노시타의 한마디.



“그거, 내가 먹을 거니까.”











이상하다. 뭔가 이상해. 평소라면 혼자서 묵묵히 요리를 하고 있어야 할 이 시간대의 주방에, 어째선지 두 명이 나란히 서 있다.


혼자 살기에 알맞은 1K이지만, 그만큼 주방도 좁아져서, 채소를 집거나 그릇을 내려고 할 때마다 몸이 닿게 되어버린다. 그런 거리감인만큼,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은 그녀에게서 감도는 기분 좋은 비누 냄새가, 하나하나 비강을 자극해와서 진정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내 정신적인 피로 따윈 모르는 듯 콧노래를 섞어가며 시원스레 작업을 해내 간다.



“꽤나 기분이 좋아 보이네”



차례대로 떠오르는 번뇌를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억지로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콧노래 라든지, 살짝 이녀석의 이미지와는 떨어져 있는 것도 있기도 하고.



“…………그래. 뭐, 유이가하마와 요리를 하면 경계를 풀 수 없으니까.”


“그건……응, 삼가 고생하십니다라고 밖에는”


“그것보단, 네가 도와주지 않아도 된단다? 이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그럴 수는 없잖아”


“……여전히 이상한 곳에서 성실하구나”







방금 전 슈퍼에서 만난 이후, 저녁은 만들어 줄 테니까, 라는 명목으로 따라온 유키노시타. 이 녀석의 집에서 요리를 대접받은 적은 지금까지 어느 정도 있지만, 일부러 우리 집에서, 라는 건 처음 있는 이야기였다.



[난, 내일 쉬는 날이니까 여유가 있어]


[뭐? 내일은 완전 평일이잖아. 뭐야, 유급?]


[우리 회사, 매월 160시간은 플렉스 근무니까]


[뭐야 그거 화이트냐, 나한테도 소개해 달라고]


[내 직장, 잊었니?]


[………그러고 보니, 영어 필수라고 했었나]


[프랑스어도 할 줄 안다면 더욱 좋아]



화이트 회사에는 화이트 회사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는 걸 조용히 깨닫고는, 지금의 처지에 만족하겠다고 맹세한 나는, 그대로 조금씩 유키노시타를 집으로 초대했다. 딱히 이게 처음이 아니기에 긴장도 없다. 그리고 문장에 맥락도 없다. 중요한 곳이 완전히 빠져 버렸다. ………어디를 어떻게 조금씩 했다는 거지?






“아니 딱히. 성실이라고 할까, 네게 빚을 너무 많이 만들어 두면 후한이 두려우니까”


“헤에, 이렇게 청순한 미녀가 어딘가 외설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넌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구나?”



옆에서 흘려보듯이, 유키노시타의 차가운 시선이 날아 온다. ………어라, 지금 초가을이지? 좀 많이 춥지 않나염?



“그렇게까지 말 안했거든……. 그리고, 자기 스스로 자기가 미녀라든가 하지 말라고”


“어머, 아니니?”



그렇게 말하곤, 유키노시타는 내가 평소 사용하고 있는 헐렁한 앞치마를 입은 채 그 자리에서 한바퀴 돈다. 뒤로 한데 묶은 머리카락이 따라오곤, 마지막의 올려다 보기는 덤이다.



“어떠니?”


“약삭빨라. 그런 말 하는 건 잇시키한테 맡겨 둬라고.”



내심 벌렁대면서도 어떻게든 평정을 유지하며 대답한다. 이 녀석에게 잇시키의 성능 같은 걸 탑재한 날에는, 세상의 남자들은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괜찮은걸. 딱히. 어차피 네 앞에서만 할 수 있는 장난이니까”


“그렇게 해 둬. 너무 들떠 있으면 아무도 모르게 당한다고”


“………범행 예고인 거니?”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낸 그녀는, 그대로 두 세번 조작하는 기색을 보인다.



“농담이라도 폰 꺼내는 건 그만둬 무섭다고. 그보다 단순한 일반론 이거든”



내가 초 초식계의 허접 동정이니까 안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고………그렇다기 보단 실제로 나는 사람과 동물에게 무해하지만, 세상에는 양의 탈을 쓰고 있는 녀석 따윈 얼마든지 있는 법이다. 그런 놈들 앞에서 방금 같은 행동을 이 녀석이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역시 탐탁지가 않다.



“………뭐, 걱정 해 준다는 걸로 받아 들일게”


“뭐, 마음대로”



가벼운 잡담을 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고 요리를 계속한다. 휴대용 가스 레인지의 화력이 그녀의 집에 있는 것과는 다르기에 거기서 갖은 고생을 했지만, 어찌되었든 무사히 완성된 것 같아서 일단 안심이다.











“그럼, 잘 먹을게”


“많이 먹으렴”


“………나도 만들었으니까 왠지 석연치 않는데”


“그것도 그렇구나……. 평소 버릇 때문에, 그만”


“………………아-, 그렇군.”



이 녀석과 함께 밥을 먹을 때 주로 나는 즐기는 편에 속해 있다. 항상……이라고 말할 정도의 횟수는 아니지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강요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뭐, [오늘은 나베요리를 먹고 싶으니 먹으러 오렴]이라든가, [혼자서는 스키야키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으니 도와줘]라든가, [오늘의 비프 스튜는 자신작이니까 오렴]이라든가, 주체는 항상 저쪽이니까 문제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부턴 나름대로 도울게. 타인과 요리를 하는 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고”



“………………………………타인”



유키노시타가 갑자기 기운이 없는 듯 힘없이 고개를 숙인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일이라도 있나.


“미안, 혹시 내 솜씨가 안 좋았던 거야?”


“그렇지는 않지만. ……뭐, 네게 이러쿵저러쿵 말해 봤자 쓸데 없는 것 인걸”


“뭐냐 그건. 말할 거면 확실하게 해 줘”


“……………이걸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고생하지 않았어”



이야기의 초점이 흐려져 있어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뭔가에 근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원인을 모르는 거니까, 목 안이 따끔해 신경 쓰여 버린다.



“있지, 히키가야. 나, 이렇게 보여도 상당히 남자들에게 식사 초대를 받거나 한단다?”



갑자기 화제 전환을 한 유키노시타였지만, 아직은 그 의도를 읽을 수 없다. 이 녀석이 인기가 있는 건 고교 시절부터 알고 있고, 어째선지 같이 가게 된 대학교에서도 그건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기 보단, 한층 더 뚜렷해졌다.



“오, 우연인데, 최근 나도 자주 회식 자리에 초대받는다고, 뭐, 상대는 남자지만”



틀림없이 자기 자랑의 흐름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아니었던 것 같다. 의아한 얼굴로 유키노시타가 질문을 던져온다.



“잠깐만. 그 회식 자리는, 몇 명 규모니?”


“…………? 아니, 우리 회사의 남정네 3, 4명으로, 나머진 현지 집합이 몇 명 있는 것 같은데. ………뭐어, 매번 거절하고 있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가만 두면 안될 사태로구나”


“뭐가”


“알겠니? 히키가야. 만약 그 회식자리에 간다고 해도, 거기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너무 귀 기울여서는 안 돼. …………아니, 그렇다면 차라리 절대로 가지 않는 편이 좋겠는걸”


“그렇게까지나……. 어차피 안 가니까 상관 없지만, 왠지 동료들과 밥 먹는 게 진정되지 않는단 말이지”


“…………………………………그래, 진정되지 않는 사람도 있는 거구나”



그렇게, 유키노시타도 조금 고개를 숙여버린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돌변하여 입가가 흐려져, 어딘지 모르게 멍한 표정이 되어 있다.



“이번엔 뭔데?”


“……………이걸 알아 준다면, 일은 더 잘 풀리겠구나”



오늘은 대화가 맞물리지 않는 날인 것 같다. ……즉, 이건 둘의 맞물림이 나쁘다는 얘긴 건가? 라고 해도, 가치관은 비슷한 편이고, 화제에 어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만.











그 후, 맛있는 밥을 대접 받고는, 지금은 유키노시타를 집까지 데려다 주는 작업 중이다. 사양했지만, 밤중에 혼자 걷는 건 그다지 추천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녀가 걷는 속도에 맞춰 보폭을 다소 조정하며, 어두운 길을 걷는다. 관동이라고는 해도 이곳 저곳이 밝은 편이 아니고, 곳곳에 가로등도 없는 듯한 곳이 존재하고, 그 쥐 죽은 듯한 느낌이 조금은 무섭다. 적어도, 혼자서 걷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걷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있잖니”



그런 도중,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응?”


“너, 지금 26살이지?”


“너 플러스 1이니까 그럴걸”


“그렇구나. 내가 25니까”



음미하듯이, 유키노시타는 몇 번이나 26이라는 숫자를 입에 담는다. 그 모습이 어딘가 귀여워서, 후훗하고 웃어버리게 된다.



“뭐니, 이상해?”


“아니, 치매가 아니니까 확인하는 것도 아닌 거 같아서”


“…………………이걸로, 꽤나 중요한 일이야”


“?”


“모르겠다면 됐어. …………그럼, 이쯤에서”


“어, 담에 보자”


“그래, 다음에 보자”



짧은 작별 인사를 하면서, 그녀의 등이 아파트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적당히 바라보다가 그 자리를 뒤로 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26과 25.



반올림하면 모두 30이 되는 숫자들.



“……………………아라사(30전후)군”



그 목소리에 담긴 생각이 그녀에게 전해져서는 안되겠지. 아무렴, 나의 보잘것 없는 추한 집념이니까.



“………뭐, 잊어버렸겠지. 그런 분위기와 텐션 속에서의 약속은”



그 녀석이 놓여져 있는 환경 신분, 나보다 훨씬 좋은 조건의 남자 따윈 썩을 정도로 있을 것이다. 식사에 자주 초대받는다고도 했었다. 그렇다면, 나는 미련 없이 서있는 위치를 양보해야만 하는 거겠지.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나보다 적합한 사람에게.



“……………그게 안 되니까 곤란하단 말이지”:



차가워져 굳어진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조금 전과는 또 양상을 바꾼 어두운 밤길을, 집을 향해 더듬어 돌아갔다.











오토락을 해제하고 실내에 들어가, 그 기세로 소파에 쓰러진다.

그리고, 얼굴을 묻은 채 손발을 허둥대며 파닥인다.



“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난, 바보”



다시, 해야 했던 말을 할 수 없었던 자신에게 질린다. 단지, 기억하고 있니? 라고 물어보기만 했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손에 있는 건, 오래 전에 기종 변경을 끝내고, 이제는 안 쓰는 고대의 스마트폰, 하지만, 그것을 처분하지 않은 건 그 안에 들은 하나의 음성 데이터 하나 때문이다.


최근 매일같이 듣고 있는 데이터를 오늘도 동일하게 재생한다.




흘러 나오는 것은, 와글거리는 술집 특유의 소음, 그리고, 어렴풋이 들리는 과거 자신의 한숨, 그 속에서, 대화가 시작된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연인이 생겨 결혼할 수 있다든가, 옛날의 나는 꽤나 낙천적이었던 모양이군]



목소리 톤이 평소와는 조금 다른 건, 술이 들어갔기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보다도 몇 년 전이기 때문인지.



[……뭐 확실히, 이대로 혼자서 나이를 먹고, 혼자서 죽어간다는 것도 소름 끼치는 이야기구나]



여기서 흐르는 건, 자신의 목소리. 누구에게나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뼈를 통한 진동으로 들리는 목소리와, 공기 진동으로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 위화감이 있어 살짝 등골이 서늘하다.



[아아, 참 유키노시타]



여기서, 그가 말을 맺는다. 그리고 여기부터가 중요한 포인트. 절정이다.



[서로 아라사가되도 외로운 독신이라면, 그때엔 같이 있을까?]



“응------------------------으으으으으으읏”



얼굴을 뜨겁게 달구고, 다시 손발을 파닥이며 여기서 음성을 멈춘다. 이 후에는, 완전히 들떤 자신이, 하지만 그걸 필사적으로 숨기며, [뭐, 그 무렵에는 잊고 있겠지만. …………기억하고 있다면, 생각해 봐 줄게]하고 말하는 게 이어질 뿐이다.





………………기억하긴 커녕 녹음까지 하고 있는 자신이 조금 허무하지만, 하지만, 증거는 증거다.


25와 26. 반올림하면 30이 되는 숫자. …………세상에서 말하는 아라사의 이미지와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상관 없다. 거기에는 상대를 설복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만 하면 된다.



내가 남자에게 인기가 있다고 해도, 질투는 커녕, 신경 쓰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는 그. 최근 미팅에 초대되었다는 듯한 그. …………실로 가만 둬서는 안된다. 즉시 손을 써야만 한다.



그 적당 적당한 그가, 이런 술자리에서의 문답을 기억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는 거짓말은 해도, 약속은 절대로 깨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기정 사실이니까”



언제 이 음성을 그에게 들려줄까, 하고 가슴이 뛰면서도, 그 작은 금속 덩어리를 살포시 가슴으로 끌어 안았다.











그런 두사람은, 서로의 생각이 통해 있음을, 아직 모른다.

반응형

'Game.Life > Transla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희, 안 사겨요  (1) 2017.03.05
신경 쓰이는 왕자님!?  (0) 2016.11.13
마키아벨리주의자 이로하  (0) 201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