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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Life/Translation

내가 데려가 줄게

나에+ 2017. 9.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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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데려가 줄게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8461681



기생충은 기생할 곳과 함께 생활해야만 한다.


자신을 지켜주는 존재.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으로 이어지는 거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그녀가 내 방에 있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있지, 키요타카.”


“………”


“……무시하지 말아줄래? 빨리 여기 가르쳐 줘.”


“하아……….”


무심코 한숨이 새어 나와버린다.


커튼으로 가리고 있어도,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도 그렇지만, 주로 거실에 눌러 앉아 있는 카루이자와 케이의 모습 때문, 이다.


테이블 위에 참고서와 노트를 펼쳐 두고 재미없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그녀도 나 이상으로 큰 한 숨을 내쉬며, 집중하고 있던 자세를 바로 잡으며 허리를 편다.


하늘 높이 치켜진 양 팔, 반 팔 때문에 살짝 옆에서 땀이 찬 겨드랑이.


가슴을 덮고 있는 검은 천이 아주 조금이지만 보인다.


“……변태.”


하지만 내 시선을 알아챈 카루이자와는 곧장 팔로 끌어안듯이 해서 숨긴다.


그대로 거기를 두는 듯이 앉아 있는 자리를 옮긴다.


“너도 역시 이런 거에 관심있나 봐? 그렇다면 환멸하는데.”


“슬픈 남자의 본성이다. 봐주라.”


“싫어. 싫……지만 지금은 내가 부탁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니까. 빨리 공부 가르쳐 줄래?”


“알았어.”


나는 카루이자와의 옆에 앉아 문제집을 본다. 그녀가 풀은 답을 참조해서, 틀린 원인을 찾았다.


사토에게서 고백을 받은 후, 다시 카루이자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 내용은 그녀가 이해하지 못한 문제의 해설을 해 주는 교사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히라타가 밤 활동에 문제 작성을 해야 하기에 올 수 없는 것 같아서, 내게도 그 역할이 돌아온 것 같다.


몇 주 후에는 페이퍼 셔플이라고 하는 새로운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카루이자와도 1학기 시험을 경험했기에 지금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 나름대로 내게 의지하더라도 조금씩 바뀌려고 하고 있는 거겠지.


변화는 좋은 것이다.


분명 그녀의 D 반 내에서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물론 내 안에서도.


그렇기에, 이렇게 가르치고 있는 거니까.


“이 공식을 적용해서 응용하면----그러니까. 이렇게 되는 거지. 알겠어?”


“으-응. 대략은. 역시, 머리도 좋잖아.”


“자랑할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 정도라면 지장은 없어.”


“흐-응…. 그럼, 어째서 테스트는 대충하는 건데. 평소대로 하는 게 좋지 않아? 성적도 오를 거고.”


“난 눈에 띄지 않게 살고 싶으니까. 그래서 호리키타를 방패로 삼고 있어. 저번에 말했던 거 같은데?”


“……뭐, 네가 하는 거니까 뭔가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만.”


“그런 걸로 해 두면 돼.”


그런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테스트 공부를 진행해 간다.


집중은 건성이지만, 열심히 받아들이려고 하는 건 나도 알고 있다.


아직 초가을이지만, 더위는 꽤나 끈질기게 물러서질 않는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약간이지만 땀이 흐르게 된다. 카루이자와의 목덜미에도 다시 한줄기의 물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카루이자와가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곤, 난 주방으로 향한다.


냉장고에서 주스 캔을 꺼내곤 살며시 등뒤로 가서 무방비한 목덜미에 갖다 댔다.


“히야앗!?”


우와, 귀여운 목소리.


“차갑거든! 뭐하는 거야, 너…!”


주스 캔보다도 차가운 시선을 퍼붓는 카루이자와.


계획했던 게 성공한 나는 주스를 그녀에게 건네며 휴식을 전했다.


“조금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어. 벌써 3시간이나 지났으니까.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휴식도 필요해.”


“……그런 거라면 그냥 말로 하면 돼잖아.”


“이건 개인적인거지만…… 네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하는 것도 있어.”


“뭐, 뭐어!? 무슨 소리하는 거야, 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카루이자와.


골려 줄 생각이었…는데 그걸 입 밖에 냈다간 또 혼날 거니까 조용히 있자.


“이쯤이면 딱 좋은 시간 아냐? 너 그거 마시면 집에 가.”


“어? 벌써 그런 시간?”


카루이자와는 휴대폰을 본다. 화면에는 20:30이라고 비치고 있었다.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나 있었던 것 같다.


“우와………. 진짜네. 전혀 몰랐는데……. 당연히 배가 고플만 하네.”


“그런 거지. 다른 애들도 없고.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 야, 뭐하는 거야?”


“뭐 하냐니……밥 할건데?”


“……너 말이다.”


“내가 직접 만들어주는 걸 먹을 수 있는 거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꽤나 들어 있네. 직접 만들어?”


“가끔은. 기본적으로 챙겨 먹는 편이니까.”


“흐-응.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부엌 빌릴게.”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카루이자와는 요리를 시작한다.


그래 맘대로 해라……….


나도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포니테일을 흔들면서 유행하고 있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카루이자와의 손놀림은 경쾌하다.


보기와는 다르게 가정적인 소녀다.


“카루이자와”


“왜?”


“요리 할 수 있나 보네.”


“때린다.”


그런 유머스런 농담을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조리하는 소리를 듣는 걸 수십 분. 


심플하면서도 맛있어 보이는 햄버그가 이 인분 완성되었다.


각각 한사람 몫의 소스도 준비해 둔 듯하고, 과일의 달콤한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어떤 연금술을 쓴 거야?”


“끝까지 무례하네. 너……. 확실하게 처음부터 만들었거든?”


“농담이야. 손수 만든 요리는 오랜만이니까. 맛 보도록 할게.”


“응 그래.”


그렇게 말하곤 카루이자와의 시선은 내 손 근처로 쏠린다.


그렇게 보고 있으면 먹기 힘든데…. 표정으로 보건데 잘 됐는지 불안한 것 같다.


소스가 쳐져 있는 두툼한 고기 덩어리를 젓가락으로 안에서 육즙이 넘쳐 흐른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곤, 입으로 옮겼다.


“……………맛있어.”


맛을 음미할 때마다 확실하게 주장해오는 고기의 맛.


얽힌 소스가 과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산뜻해서, 얼마든지 뱃속에 들어 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무엇보다 또 먹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이 햄버그에는 있었다.


얼굴을 들자 카루이자와는 반짝이고 있었다.


칭찬 받아서 진심으로 기쁜 듯한, 그녀다운 구름 한점 없는 멋진 미소.


“그치!? 확실히 공부해왔거든!”


“공부?”


“앗, 아니, 그게……아, 아무것도 아니니까 식기 전에 먹는게 어때!?”


“그래. 물론이지.”


거기서 카루이자와도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한다. 둘이서 둘러 앉은 식탁이 조금은 평소보다 즐겁게 느껴진다.


“카루이자와는 장래에, 좋은 신부가 될 것 같네.”


“뭐, 뭐어!? 이정도는 보통이거든!”


“그래? 하지만, 요리는 진짜 맛있었다고.”


“………어느 정도로?”


“매일 먹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는.”


“……나, 이제 갈 테니까 설거지는 부탁할게.”


숨길 것도 아니기에 솔직하게 감상을 말하자 카루이자와는 한숨도 돌리지 않고 바로 귀가 준비를 한다.


………뭔가 지뢰를 밟아버린 건가?


어쩌면, 놀림 받았다고 받아들였을 지도 모른다.


일단, 변명은 해 두자.


“카루이자와, 좀 전에 말한 건 전부 본심이라고.”


“………그러니까 괜히 더 부끄러워지잖아…….”


“어?”


“아니야. 하지만 당하기만 하는 것도 성에 안차니까. 한마디만 할게.”


카루이자와는 내게로 가까이 와서는, 내 손을 감싸듯이 잡았다.


그리고 아래에서 숙스러운 듯이 눈을 돌리고는 확실하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데려가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키요타카의 신부가 되어 줄게.”


“………뭐?”


“풉……아하핫! 얼빠진 얼굴. 좀 전에의 보복이니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알고 있어.”


“그렇담, 됐지만서도, 그럼. 고생 했어. ……내일, 또 봐.”


도중에 어중간하게 올려진 손을 작게 좌우로 흔들고는, 카루이자와는 방을 나갔다.


여러가지로 말해주고 싶은 게 있었을 텐데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좀 전의 말을 떠올리곤, 어느샌지 뺨이 느슨해 져 있다.


……아니, 설마.


나는 머리를 흔들고는, 달아오른 몸을 넘기려는 듯이, 샤워실로 향한다.


그렇기에 들을 수 없었다.


“……무슨 소릴 해버린 거람. 나. ……바보.”


문너머에 있는 그녀의 중얼거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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