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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 “너와 개기 월식을”

나에+ 2019. 2. 2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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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 “너와 개기 월식을”

http://blog.livedoor.jp/ssramen/archives/44140818.html


이건 전세계의 공통인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추운 아침에 이불 속이라는 건 행복한 일이다. 무척 따듯하고, 거기서 나와 차가운 바닥에 발을 내딛는다고 하는 그런 일들은, 한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해도 곧바로 욕심 때문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럼 난방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그건 좀 다르다.


우선, 난방으로 인한 따듯함과 이불로 인한 따듯함은 차이가 있다.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둘엔 큰 차이가 있는데, 적어도 나는 이 둘을 꽤나 엄격하게 구별하는 편이다.


어느 쪽이 좋냐고 내게 물어본다면 당연히 이불이다. 그 감싸는 듯한 따듯함은 누구에게도 빼앗을 권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 이불을 걷어내려 하고 있는 잇시키 이로하는, 악마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선배~, 일어나세요오~”


잠에서 막 깬 흐릿한 시야에 황갈색이 보인다. 잇시키의 머리일까. 살짝 샴푸 향기가 난다. 달콤해. 왠지 모르게 의식이 점점 선명해진다. 이로하스 냄새는 상쾌한 냄새! 내가 생각했지만 이건 좀 그렇네.


시야도 선명해지자, 잇시키의 얼굴이 무척이나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가까워, 가까워, 가깝다고…..


“……어…. 잇시키. 그러니까, 얼굴, 가까운데.”


잇시키에게 지적하는 내 목소리는 상기하지 않게 의식하고 있어선지 꽤나 낮아져 있었다. 거기에 온전한 문장이 아니기까지 하다.


“선배, 이제 와서 수줍어지신 거에요? 어제만 해도…..”


“하지마, 하지마. 말 안 해도 된다니까 정말.


어째서 이 애는 이렇게나 적극적이라고 해야하나, 노골적인 말투라고 해야 하나….. 정말이지 하치만은 모르겠다고요!


잇시키는, 여전히 얼굴을 가까이 오고 있다. 나는, 도망칠 곳도 없고, 그저 점점 몸이 긴장되고 있을 뿐이다. 누가 좀 도와줘.


결국 단념하고 내가 눈을 감자,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느낌이 든다. 잇시키는 그 상태로, 아마 손으로 앞머리를 정리하고 있는 거겠지. 서늘한 손이 이따금 이마에 닿아 기분이 좋다.


무엇을 하려는 걸까, 하고 생각하고 눈을 뜨려고 하는 순간에 머리에 작은 통증이 생긴다.


“새치가 있었어요. 자, 일어나시라니까요.”


아무래도 잇시키는 새치를 뽑으려고 가까이 왔던 것 같다. 나는 그걸 착각하곤 눈을 감았다. …부끄러운데. 차라리 머리카락에 고구마깡을 붙이고 있는 편이 나을 뻔했다. 이 부끄러움은 오늘 밤에 호류지를 세워버릴 수 있을 정도. 무리임다.


“근데 말야. 오늘은 네가 예정을 비워 두라고 했으니까, 아무것도 할 게 없다고. 그러니까 좀 더 자도 되지 않아?”


내가 침대 위에서 도롱이 벌레가 되면서 그렇게 말하자, 잇시키는 하아…. 하고 자못 아메리칸 느낌으로 어깨를 늘어뜨리며 한숨을 쉰다. 뭔데. 실례거든?


“선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예정을 비워두라고한 건 둘이서 외출하자는 권유잖아요. 그러니까요. 아침밥도 밖에서 먹을 거니까 빨리요! 정말이지 제가 일부러 권했잖아요. 감사하도록 하세요~”


“마지막 빼고는 알겠는데, 근데, 오늘 나 그거 거든. 좀 느긋하게 하자. 그게 좀 그래서 그러니까.”


내가 변명이라고도 할 수 없는 변명을 주절주절 읊어 대자 잇시키는 무릎을 대고 앉고는 이불 안으로 자신의 팔을 집어넣고는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잡은 손의 힘을 약간 강하게 했다가, 약하게 했다가하면서 나를 보며 말한다.


“안돼…… 나요.”


잇시키가 가만히 나를 본다. 연기라고는 생각하지만, 거기에 일말의 불안이 들어있는 듯한 생각도 든다.


“하아….. 알았어. 준비할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알겠습니다~”


내가 꺾이자 잇시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얼굴을 하곤,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결국 좀 전에 껀 전부 연기였다는 건지, 아님 일부 진심이었다는 건지. 그에 대한 답은 얻지 못한 채 내가 잇시키에게 완전 무르다는 사실만이 거기에 남아 있었다. 얼마나 무르냐고 하면 무른 나머지 흘러내릴 수준. 맥스 커피 자제해야 겠는데.


양치질, 목욕 등을 했기에 결국 집을 나선 건 9시 전후가 되어서 였다. 좀 전에 잇시키가 아침밥은 밖에서 먹자고 했기에 아침은 건너 뛰었다.


“그래서, 어디 가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잇시키는 ‘바보 아니에요?’하고 말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본다.


“뭐, 선배라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요…… 보통은 선배가 정하는 거거든요.”


이건 은근히 내가 정하라고 하고 있는 거군. 대학교 세미나 등에서도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는 내게,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내게 그런 걸 물어보지 마. 잇시키 이로하, 너하고는 쌓아 온 경험치가 다르다고, 경험치가!


필사적으로 생각을 해 본다. 메구메구☆메구링 가위 바위 보! 같은 느낌으로 머리를 고속으로 회전시키자 한 방안이 떠오른다.


분명히 잇시키에게 끌려간 스위트(웃음) 납품점이 이른 아침부터 영업을 하고 있었기에 모닝 세트같은 걸 팔고 있었던 것이었다. 장소도 여기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같았던 느낌이 든다. 얏호! 있기 힘들었으니 메뉴만 보고 있었다. 잇시키는 잇시키대로 천천히 파스타를 먹고 있었으니까 진짜 한가했고, 불편해서 지옥이었다. 거기에 다시 간다니, 자기 스스로 지옥으로 뛰어들어가는 스타일.


“아, 그, 이름은 잊었지만 그거 어때, 그 뭐지. 이전에 파스타 먹었던 곳.”


“…거기 말인가요. 모닝 세트도 있고, 뭐 합격점이라는 걸로 해요.”


내 제안에 만족했는지 잇시키가 응응하며 수긍하곤 목적지가 정해져선지 조금 빨라진다. 커다란 손가방이 흔들린다. 넌 뭘 그렇게 으스대는 건데? 여자 후배라고 해서 존댓말만 하면 끝인 건 아니거든? 아니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잇시키가 메뉴를 바라보고 있다. 아까 메뉴를 정한 나는 무료해져서 폰으로 뉴스 사이트를 보고 있었다. 이런 뉴스 사이트에는 의외로 시시한뉴스도 많고,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다. 제일 위에 있는 개기 월식에 관한 기사를 훑어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자, 똑똑하고 어깨를 두드린다.


“선배, 주문할 거 정했어요. 그보다 여친이랑 있을 때 폰 보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에요. 뭐 선배답긴 하지만요.”


아무래도 내 어깨를 두드린 건 잇시키인 듯하다.


점원에게 ‘저기요~’하고 잇시키가 말을 건넨다. 어째서 이런 가게엔 기본적으로 초인종이 없는 거냐고? 회전율을 높이려면 초인종이 있는 게 좋을 텐데. 이쪽엔 목소리 크기라든가 타이밍이라든가 여러가지로 계산해야만 하지 말입니다. 뭐 말을 건네는 건 내가 아니지만.


잇시키가 점원에게 말을 걸은지 1분 정도 되었을까, 주문을 받으러 점원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모닝 세트로 주시구요, 음료는 홍차로 부탁드릴게요.”


“저도 같은 걸로요.”


우리가 주문을 끝내자 점원은 인사를 하곤 주방으로 돌아간다.


“선배, 저번에 왔을 땐 엄청 불편해 보였었는데요….”


“아, 그건 사람이 많았거든. 거기에 남자는 하야마나 토베랑 비슷한 애들로 가득했으니까.”


내가 잇시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비슷한, 이라는 거고, 하야마같이 완벽한 놈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보다 그 녀석 같은 게 잔뜩 있다면 아마 나는 위장에 구멍이 뚫렸을 거다. 반대로 토베같은 녀석들은 본인이랑 바꿔 치기 하더라도 알지 못할 정도의 그런 사람투성이였다. 엄청나다고 생각했다(초딩 상).


잇시키는 하야마에겐 저항이 없어 보였지만 토베라는 말을 들은 순간 인상을 구겼다.


“하야마 선배 같은 사람이 많이 있다면 좋겠지만, 토베 선배는 좀…..”


아니 좀 심하지 않아? 토베는 딱히 미움 받을 요소도 없잖아. 아니 있나. 조금은 있네. 토베는 시끄럽다거나 바보라거나, 어라, 나도 꽤나 심한 말을 하고 있네?


“선배는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니까요~”


잇시키는 그렇게 말하곤 장난스럽게 웃는다. 낄낄, 이라고 하기 보다는 이히힛 같은 느낌. 아까 세트에서 홍차가 아니라 오렌지 주스로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걸지도 몰라.


“뭐, 그 정도지.”


“아니, 칭찬 아니거든요.”


내가 대답하자 잇시키는 기막힌 눈으로 날 보면서 어라, 혼잡함에 약한 병약한 남자는 인기 없는 건가. 얼마 전까진 뒷목에 손을 올린 남자가 유행했었으니까, 인기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뭐 아마 하는 게 내가 아니라 하야마였다면 인기있었을 테지. 역시 잘생긴 녀석은 짜증나네.


그 후로도 잇시키와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자, 모닝 세트가 나왔다.


세트 내용은 샌드위치 2개, 샐러드, 홍차뿐이었다. 이게 700엔이라는 건 솔직히 좀 비싸다.


“응, 맛있어요.”


잇시키가 샌드위치를 한 입 가득 베어 물고는 그리 말했다.


잇시키를 따라 샌드위치를 한 입. 그렇군. 혀 위에서 사르르르 춤을 추거나 하진 않지만, 그냥 맛있다. 전언 철회. 이건 700엔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 솔직히 스위트(웃음) 먹는 사람 좀 깔보고 있었다.


그대로 우리는 가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식사를 마쳤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에요? 이 이후로.”

지금 시간을 폰으로 확인하니 10시. 그렇네, 해산하고 싶지만 아직은 이르다.


“아침 늦게 먹었으니까, 점심은 조금 천천히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뭐, 말하려는 건 시간을 오래 끌 수 있는 영화지만.”


“일단 시간을 끈다고 말한 게 맘에 안들거든요? 거기에 선배 분명 따로 보자고 할 거니까 싫어요.”


나의 제안은 잇시키에 의해 단칼에 거절 되었다. 그럼 뭘 어쩌라는 거냐.


“뭐, 일단은 공원이라도 가서 생각해보죠. 여기도 슬슬 번잡해지기도 하고요.”


잇시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게에도 민폐가 되고, 무엇보다 난 정오 무렵의 여기 공기는 견딜 수 없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계산을 하려 잇시키가 점원을 불르지만, 안 온다. 다시 불러지만 점원이 오질 않는다. 것 봐. 역시 초인종이 좋잖아.


사람도 늘어나기 시작했기에 나는 책상에 1400엔을 두며 잇시키에게 말을 건네곤 먼저 가게 밖으로 나왔다.


가게를 나와 잇시키에게 끌려 걸은지 5분 정도 지나설까. 큰 공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놀기 보다는 사람들이 경치 같은 걸 보며 즐기는 듯한 자연 공원이다. 규모가 큰 걸 보면 아마도 유명한 곳이겠지.


내 행동 범위와는 동떨어진 곳에 있기에 당연히 알 리가 없다. 치바라면 유명한 곳은 전부 알고 있건만. 으아! 여기가 치바였다면!


“어라, 꽤나 사람들 많네요.”


잇시키의 말을 듣고 공원을 주시해보면, 과연 실제로 사람이 있다.


살짝 시선을 위로 돌리자 벚꽃, 벚꽃, 벚꽃이 가득했다. 그러니까. 꽃놀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건가.


공원 안에 들어가 있거나, 헤에~, 히예이~ 하고 긴가(함대 컬렉션인듯)임~다~ 하며 벚꽃을 보고 있자 아무래도 잇시키는 공원에서 이야기하자면서도 원래 공원을 오는 걸 계획에 넣어둔 듯, 가방에서 비닐 시트를 꺼내 펼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좀 큰 가방이었던 건가.


“저기, 선배도 멍하니 있지 말고 도와주세요.”


잇시키에게 그런 말을 듣곤 의식이 벚꽃에서 잇시키에게로 옮겨간다. 대답이라고도 할 수 없는 대답을 하면서, 비닐 시트를 펴고 있는 잇시키에게로 향한다.


비닐 시트를 까는 게 끝난 뒤 짐을 두고, 잇시키와 난 거기에 앉았다.

“벚꽃, 이쁘네요.”


조금 맥 풀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잇시키는 흐암, 하고 하품을 한다. 눈이 살짝, 가늘게 된다.


“졸리면 자라. 평소의 피로도 쌓여 있을 테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렇게 말하신다면야….”고 말하며 앉아 있는 내 등에 등을 기댄다. 야, 잠깐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린다. 왠지 화낼 생각도 없어졌고, 가방에서 문고본을 꺼낸다. 나도 정말이지 잇시키한테 무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읽다 만 페이지까지 책장을 넘기는 것이었다.


책을 다 읽고, 폰으로 시간을 확인하자 3시가 되었다. 책을 2권이나 가져왔기에 꽤나 시간을 소모했다.


그 상태로 약간 멍하니 있자 봄의 따듯한 빛 때문에 꽤나 잠이 오기 시작했다. 안 돼, 이건 본격적으로 졸립다. 적어도 잇시키를 넘어뜨리거나 하지 않게, 중심을 앞으로 하며 난 잠의 세계로 깊이 떨어져 갔다.


눈을 뜨자 눈 앞에 있는 건 잇시키의 얼굴이었다. 후두부에는 지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부드러운 감각. 얼마 지나지 않아 이건 무릎 베개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난 앉아서 잤었을 테고, 일단 내가 잠들었을 때 잇시키는 아직 자고 있었을 텐데.


“선배, 굿모닝입니다. 제 맘대로 무릎 베개 해버렸어요.


그렇게 말하며 잇시키가 키킥하고 웃는다.


의문이 해소된 후, 일어났는데도 계속해서 이러고 있는 것도 우스꽝스러우니까, 하며 일어나려고 하자 잇시키에게서 ‘응’하는 약간 요염한 목소리가 난다. 안돼! 하지만 이상한 기분이 되버려!


주위를 둘러보자, 일단 알 수 있는 건 이제 완전히 해가 떨어졌다는 것, 시간을 확인하자 7시 30분이었다.


“아, 미안. 이렇게 늦어버리다니”


내가 사과하자 잇시키가 말한다.


“뭐, 평소라면 안되는 거지만요, 오늘은 괜찮아요. 어차피 여기서 볼 생각이었는걸요. 달.”


달, 이라는 말에 순간 사고가 멈췄지만, 그래, 확실히 오늘은 개기 월식이였지.


“그래, 개기 월식이었나. 오늘.”


하고, 생각한 것을 확인하는 듯이 말하며, 달을 올려다본다. 그에 이끌린 듯이 잇시키도 마찬가지다.


휘황하게 빛나는 달을 올려다본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일이 있을까. 달을 보고, 아름답다며 떠들고, 예쁘다고 말하고.


영원히 이 순간이 지속될 리가 없다. 계절이 돌고 도는 것처럼, 시간도, 사람도 마찬가지로 돈다.


하지만, 그렇지만.


시간이 돌고 계절이 돌아도, 이 옆에 있는 사람만큼은 사라지지 않기를, 하고.


그런 건방지고도 유치한 소원을 그저 달에게 담아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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